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45
Chapter 10. 모의 전투(4)
휘잉-! 달그락!
불어오는 바람에 뼈마디가 시려 온다.
많이는 아니고, 아주 조금.
【다수의 참관자가 대상자 ‘이은호’의 변신에 경악합니다!】
【‘조사국 프린스’가 해골이 된 기분을 묻습니다.】
해골이 된 기분이라.
휘잉-!
맞부딪혀 사라지는 대신 몸을 통과해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며 생각했다.
‘몸이 가벼워.’
달각! 달그락! 달각!
피와 살이 사라지고 뼈대만 남은 몸을 열심히 움직였다.
오른발, 왼발, 다시 오른발.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발가락뼈와 발목뼈와 무릎뼈가 저들끼리 부딪치며 요동친다.
아까 전이었다면 시끄럽다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아그작!
돌을 밟았는지 다리가 삐그덕거리며 헛발질을 했다.
잡아 주는 근육이 없어서인지 발목뼈가 어긋나 뭔가 갈리는 소리가 났지만, 걷다 보니 금세 괜찮아졌다.
무뎌진 감각 탓일까.
덜 시끄럽고, 덜 선명하고, 덜 뾰족한 세상.
마치 한 겹 물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관리국 뱃사공’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습니다.】
【다수의 참관자가 변신 능력을 숨기고 있었던 거냐며 궁금해합니다.】
“숨기려고 숨긴 건 아닌데.”
딱히 쓸 일이 없어서 아껴 둔 거지.
‘씨앗’은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조사국 프린스’가 드로세라의 씨앗을 이렇게 사용하는 놈은 처음 본다며 헛웃음을 짓습니다.】
▣ 드로세라의 씨앗
– 흙에 심으면 싹이 날 것 같다.
고온다습하고 산소 농도가 매우 높은 곳에서만 정상적으로 자라니 주의할 것. 자랄수록 주변 생명체의 외양을 닮아 간다.
초급 검술 수업에 처음 갔을 때 잡은 거대한 식충식물, ‘드로세라’.
13지구에서 최초로 그걸 잡고 받았던 특별 보상이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씨앗’.
– 특정 생명체의 일부와 함께 끓여 섭취할 경우, 해당 생명체로 변신할 수 있다.
>단 외양만 복제 가능하며, 지속 시간은 최대 1시간.
그래서 끓여 마셨다.
‘뼈 폭탄’을 터뜨려 박살 난 흑골(黑骨)의 뼛가루를 곱게 타서.
덕분에 얻은 게 이 몰골이다.
[대상자 ‘이은호,’ 해골 병사(Lv.1)로 의태(擬態)합니다.] [남은 지속 시간 : 50분 27초, 26초, 25초…….]해골 병사로의 변신.
비록 흑골이 아닌 백골로 변해 버리는 바람에 당황하긴 했지만.
횃불로 불을 피워, 뼈를 그을음으로 뒤덮어 버렸다.
‘사실 잿빛에 가깝지만. 이놈들, 눈이 안 좋아서 다행이야.’
어쨌든 깃발은 무사히 되찾았다.
놈들의 수장을 처치했으니 반격해 올 여지도 없을 거고.
이제 무사히 적진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되는 일이지만.
‘그냥 가긴 아쉽지.’
기껏 해골이 되었으니.
‘되다’ 앞에 붙을 단어라곤 ‘정규직’ 정도만 생각했던 내가.
정규직도, 유부남도, 노인도 아닌 무려 해골이라니.
‘시간은 충분해.’
남은 50분의 골생(骨生).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이다.
그렇다면.
“슬슬 시작해 볼까.”
승리의 깃발을 취하고도 패잔병의 몰골을 한 이들을 훑었다.
폭발의 여파로 뼈의 일부를 잃은 놈.
와중에 대신 끼워 넣을 잔해를 찾겠다고 쌓여 있는 뼈 무덤을 뒤적거리는 놈.
시스템도 소멸의 공포에 둔감한 편이라고 했지, 전혀 없다고 하지는 않았다.
즉, 살고 싶다는 집착은 같은 모양이다.
죽었다 살아났어도, 불완전한 생명이어도…….
아니. 어쩌면 죽었다 살아났기 때문에, 불완전한 생명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래서.
— 달그락!
놈들 앞에 섰다.
훔친 투구를 감싼 하얀 깃발을 품에 안고.
“으어어어어어억!”
“대장님…… 당했다!”
동시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아래턱을 쩍 벌리며 소리치는 흑골 병사.
“반역……? 반역이다!!!”
그래 이 상황에서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겠지.
이윽고 근처에 있던 해골들이 몰려왔다.
다섯, 아니 여섯.
너도나도 창칼을 들고는 경계심 가득한 몸짓으로 다가온다.
그대로 잠시, 눈알 없이도 서슬 퍼런 시선을 받아 내며 잠자코 기다렸다.
달그락! 달각! 달그락!
서서히 조여드는 놈들의 발걸음.
어느새 뼈 앞까지 다가온 칼끝.
“대장님…… 죽인 거냐?”
“병사 주제에…… 어째서?!”
“어떻게?!”
그렇게 다가오는 녀석들을 마주했다. 한 놈, 한 놈씩.
백(白)에서 흑(黑)으로, 그리고 다시 백(白)으로 탈바꿈한 깃발.
분명 흑골의 뼈를 마셨음에도 백(白)의 기운이 깃들었다며 백골이 되어 버린 나.
“소환.”
근거는 충분하다.
‘반전’이 가능하다는 근거.
“나는!”
흡!
숨을 들이쉬었다.
그렇게, 있지도 않은 폐가 부풀어 오르는 기분을 느끼며 소리쳤다.
강력하게.
“부하들을 마구잡이로 자폭시키는 대장은 인정할 수 없다!”
적진의 한복판에서 적군의 수장을 부정하는 말.
불온하기 짝이 없는 말이지만.
“?!”
“그, 그럼 진짜로…….”
[봉수(烽燧)의 영향으로 전달력이 향상됩니다.]그게 지휘관의 명령으로 한쪽 다리를 잃고, 팔을 잃고, 갈비뼈가 부서진 병사들이라면.
분명 승리의 깃발을 가졌으나, 패잔병의 몰골을 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창조주의 정해진 ‘역할’ 때문에,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던 피조물들이었다면!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건 명분.
“그렇기에 내가 직접, 이 손으로 죽였다!”
흑골들의 안광이 요동친다.
그렇게 흔들리고, 흐릿해지고, 형형한 기세를 뽐내다가, 다시 흐려진다.
딱! 딱! 딱!
당황스러운 감정을 온몸으로 표출하며 이빨을 딱딱거리는 놈들.
설마.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따위의 반응이 이어졌지만.
[통솔(Lv.1) 스킬로 인해 해골 병사들의 수용도가 증가합니다.] [해골 병사 무리가 반역자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너희는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 투구가 바로 그 증거다!”
너희가 아까 그놈을 ‘대장’으로 받아들인 ‘명분.’
그게 여기, 이 손에 있으니까.
▣ 해골 기사의 뼈 투구
– 알려지지 않은 해골 기사가 죽은 와이번의 두개골을 다듬어 만든 투구.
죽음의 힘이 깃들어 있다. 착용 시 해골 병사들의 절대적인 지휘권을 가진다.
– 단, 해골만 착용 가능.
“!!”
“그, 그건!”
깃발로 감싸 숨겨 뒀던 투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머리에 썼다.
스윽-!
밀어 넣은 투구가 머리를 통과해서, 이마뼈와 눈을 감싸자.
[대상자 ‘이은호’, 해골 병사에서 해골 기사로 진급합니다!]투구에서 흘러나온 보랏빛 기운이 몸을 휘감았다 사라지고.
[해골 병사들의 지휘권을 획득하였습니다!]움찔!
흠칫 놀란 병사들이 겨누고 있던 창칼을 거두었다.
“죽음은 이미 한 번 겪었잖아. 더 이상의 불필요한 죽음은 없어.”
“하, 하지만 승리하려면…….”
“병사들을 갈아 넣어서 이기는 건 어린애도 할 수 있는 일이지. 피해를 최소화하고 승리하는 게 지휘관의 일이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방.
“난 내 사람들을 쓸데없이 소모하지 않겠다!”
쨍그랑!
흠칫 놀란 병사들이 들고 있던 창칼을 떨궜다.
“내 밑으로 들어오면…… 사람답게 살게 해 주지.”
털썩!
그 말에 흠칫 놀란 병사들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됐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통솔(Lv.1) 스킬로 인해 명령 수용도가 증가합니다!] [해골 병사 무리가 대상자 ‘이은호’의 카리스마에 감화됩니다!]— 띠링!
그리고 고막 대신 머릿속에 울린 경쾌한 알림 소리.
[해골 병사 무리가 대상자 ‘이은호’의 휘하에 들기를 원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됐어!’
반신반의하며 기다리던 메시지에 소리 없는 쾌재를 내질렀다.
쿵! 쿵! 쿵!
있지도 않은 심장이 뼈를 뚫고 나오려는 걸 진정시킨 뒤, 담담하게 말했다.
대답은 당연히.
“받아들인다.”
대환영이지.
[축하합니다!] [해골 병사(Lv.1)를 추가로 획득하였습니다!] [남은 병력 : 106]눈앞에 주저앉은 해골 병사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떴다.
그러자 새까만 정수리뼈에 누군가 물감을 떨어뜨린 것처럼 흰 물방울이 퍼졌다.
먹먹한 늪에 피어난 한 송이 꽃잎처럼.
파아아앗-!
새하얀 꽃잎이 얼굴 뼈 전체로 퍼져나갔다.
다음은 목뼈로. 팔뼈로. 갈비뼈로.
척추를 타고 하반신으로.
해골 병사들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떴다.
모두 순백색으로 변해 있었다.
“새로운…… 대장!”
“믿고 간다……!”
【‘조사국 프린스’가 설마 지금 적군을 회유한 거냐고 기겁합니다!】
【‘관리국 뱃사공’이 말도 안 된다며 뒷걸음질 칩니다.】
【다수의 참관자가 대상자 ‘이은호’의 기행에 당황합니다!】
‘이 정도로 당황하면 곤란한데.’
왜냐하면, 이게 끝이 아니거든.
“다들 주목!!!”
움찔!
횃불을 치켜들고, 갈비뼈가 찌그러지도록 힘줘 소리쳤다.
“?!”
저 멀리서 웅성거리던 병사들의 이목까지 모두 집중되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흡-!
갈비뼈 속으로 숨을 한껏 들이마시고는 외쳤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본모습이었다면 민망했을 대사.
무덤덤해진 지금이어야만 가능한 말을.
[해골 병사 무리가 대상자 ‘이은호’의 카리스마에 감동합니다!] [해골 병사(Lv.1)를 추가로 획득하였습니다!] [남은 병력 : 125]— 파아아아앗!
수십의 백화(白花)가 피어나고.
“나를 따르라!!!”
“우어어어어어어-!”
“따르라……!!!”
— 파아아아앗!
또 피어났다.
“전군! 앞으로-!”
“대장!”
“대장!”
“대장!”
달그락! 우드득! 아그작! 빠득-!
해골이 낼 수 있는 모든 소리가 죄다 모였다.
한때 검었건, 하얬건, 모두 하나가 되어 내지르는 온갖 소음.
할 줄 아는 거라곤 달그락거리고, 제 뼈를 뽑아내고, 그걸 터뜨리는 것밖에 없는 별 볼 일 없는 자들.
【‘관리국 까마귀’가 역시 대상자 ‘이은호’는 실망시키지 않는다고 환호합니다!】
【복지 포인트 1,000점 후원!】
【다수의 참관자가 대상자 ‘이은호’의 행보에 열광합니다!】
……저 위의 놈들에게 조종당하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녀석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대장!”
“대장!”
“대장!”
그들의 환호가 지천을 울렸다.
백 수십 가지의 음(音)이 겹겹이 쌓였다. 점차로 거세지는 제창(齊唱).
그 흑백의 소리가 하나로 모여.
“살아남아라!!!”
폭발했다.
— 달그라아아아아아악!
[축하합니다!] [숨겨진 조건을 충족해 ‘길잡이’ 칭호가 ‘길을 여는 자’로 진화합니다!]새로운 칭호로.
[뒤따르는 이들에 의해 특수 ‘속성’을 획득합니다.]속성.
뒤따르는 이들, 그러니까 해골 병사들이 부여할 만한 속성이라면……!
파아아아앗-!
나의 발과 병사들의 발이 밟고 선 땅. 흙. 바닥.
거기서부터 보랏빛 연기가 몽글몽글 솟아나 깔렸다.
발밑에, 그리고 저 앞쪽까지 쭉.
길이다.
우리로부터 뻗어 나간 보랏빛 길이 시야의 저 끝까지 쭉 깔렸다.
[‘죽은 자들의 길’을 열었습니다!] [효과를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