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Academy’s Battle God RAW novel - Chapter (247)
제247화
비를 부르는 흑운석.
불을 피우는 염화석.
바람을 몰아치는 비풍석.
총 3개의 속성석을 김은아는 늘 포켓에 구비해 두었다.
‘……그게 다 이런 상황을 위해서였지.’
이번에 사용할 것은 염화석.
화아악-!
김은아가 염화석을 손에 쥔 채 마나를 불어 넣자 뜨거운 열기가 몸을 감쌌다. 꽤나 고가의 헌터용품인 염화석을 핫팩처럼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뭐야, 겨우 몇 분?”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염화석의 열기는 금방 꺼져버렸다.
쏴아아아-!
어쩌면 당연했다. 자연재해와 같은 이 눈보라를 조그마한 돌조각으로 버티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뭐 상관없으려나.”
하지만 김은아는 일반인의 상식을 간단히 부숴버렸다.
열기가 부족하다면 한 번에 여러 개를. 금방 열기가 꺼진다면 또 염화석을 사용하면 될 일이었다.
[은아야. 만약 돈이 통하지 않는다면 그건 돈이 모자란 거란다. 돈을 더 쓰렴.]화륵-!
이젠 아예 양손에다 염화석을 잡고 마나를 불어넣자. 난로를 피운 듯 온몸에 화색이 돌아왔다.
‘역시 할아버지야.’
김석한의 가르침대로 김은아는 자신만의, 아니 슈퍼리치의 방식으로 전투를 치렀다.
‘문제는…… 눈보라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건데…….’
이런 상황에서 아델라를 찾는 건 불가능했다. 시각과 청각이 혼란스러운 지금 김은아는 스미레의 위치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조금이라도 이 눈보라가 걷힌다면 아니면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신호가…….
화아아악-!
아델라가 펼친 눈보라가 아닌, 폭발한 폭탄의 여파처럼 엄청난 바람이 김은아를 향해 몰아쳤다.
“읏-!”
돌풍에 몸을 굽인 김은아는 슬며시 눈을 떴다. 눈꺼풀의 틈새 사이로 보이는 건 오색찬란한 레이저와 그 끝에 서 있는 아델라의 모습이었다.
“저건…….”
하지만 한때 아델라의 라이벌을 자처했던 김은아가 전투의 결과를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휘이잉!
이미 아델라는 브레스에 대비해 얼음 구체를 만들어두었다.
문 브레이크의 광선.
얼음 구체의 냉기.
직접 부딪히기 전까지 스킬의 승패를 알아내는 건 힘든 일이었다.
치직-! 칙!
그럼에도 김은아는 오른손을 번쩍 들어 번개를 준비했다.
혹여나 낮은 정확도로 능력 사용에 실패하지 않도록. 미리 얼음 구체가 도착할 장소에 조준을 해두었다. 이미 스미레의 패배를 예측한 것이다.
‘온다!’
아니나 다를까.
얼음 구체는 순식간에 본 드래곤이 쏘아낸 광선을 잠식해나갔다.
‘침착하자.’
만약 자신이 이번 번개를 컨트롤 하는데 실패하면 결과는 어떻게 될 까? 아델라의 얼음은 단숨에 스미레를 얼려 버릴 것이다.
그럼 스미레는 그대로 탈락.
‘그렇게 되면…… 우리 둘 다 탈락이야.’
김은아 혼자서 눈의 오페라를 펼친 아델라를 이길 방법은 한 없이 0%에 가까웠다.
‘일격에 부숴야 해.’
그러니 실수하지 말자.
저 망할 얼음 구체를 부수자.
어떻게든 스미레를 구하자.
김은아는 짧은 시간 동안 셀 수 없이 되새겼다.
쩌저적-!
광선을 얼려버리고.
촤아아악-!
얼음 조각들을 흩뿌리며 조금씩 스미레를 향해 다가오는 구체. 그 위치가 자신이 예측해둔 곳까지 다가서자.
‘지금이야!’
푸른 번개가 김은아의 몸을 타고 찰나의 순간 번쩍였다.
탓!
그리고 김은아가 올렸던 손을 내림과 동시에 푸른 번개가 얼음 구체를 내리쳤다.
쿠릉!
순간의 번쩍임.
그 뒤에 따르는 천지가 개벽하는 듯 엄청난 굉음.
콰르릉-!
그렇게 성공적으로 얼음 구체를 맞춘 김은아는 다리에 마나를 실었다.
‘이게 끝이 아니야.’
부서진 얼음 구체가 파편이 되어 흩날리기 전에 김은아는 스미레를 지켜내야 했다.
사아아-
흩어지는 입자와 함께 비풍석을 쥔 김은아는 자세를 낮췄다.
이 먼 거리를 단숨에 도달하려면 아까 전 번개에 투자했던 마나보다 더욱- 더더욱-
팟! 파직-!
그래. 지금까지 아껴둔 마나를 못해도 5할은 써야했다.
탕!
몸이 푸르게 빛나며 유성처럼 쏘아진 김은아.
‘겁먹어야 할 건 저쪽이야.’
아델라를 지켜내기 위해 레온이 희생했다는 건, 결국 아델라는 이번에도 혼자 남았다는 이야기.
가온의 여제로 군림하던 아델라는 늘 그렇게 혼자서 싸워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온에서 아델라를 이길 수 있는 1학년은 누구도 없었다.
‘이번에는 다르거든-!’
물량전을 펼치는 스미레는 아델라의 방패를 뚫을 결정적인 공격이 없었고, 김은아는 아델라의 매서운 창을 버텨낼 수 없었다.
하지만 둘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스미레가 아델라의 공격을 버텨내준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츠즈즉-!
김은아는 몸이 뒤로 쏠리며 중력의 힘이 더해지는 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직선적인 움직임 속에서 느껴지는 이 부유감은 쉽게 익숙해질 감각이 아니었다.
마치 자신의 몸이 전기 그 자체가 되는 일체감. 인간의 감각으로 따라갈 수 없는 이 엄청난 속도는 정신을 흐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스미레를 구하기 위해 김은아는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
치지지직-!
몸 전체가 전도체가 된 듯 흩날리는 김은아의 머리칼은 푸른 전류에 물들었다.
‘윽…….’
인간의 몸으로 빛의 속도를 흉내 내려고 한 벌일까. 자신의 한계를 진작 넘어버린 김은아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잠깐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온몸이 흩어질 것만 같은 기분.
[헤헤, 그럼요! 은아 씨 곁에는 제가 있으니까요.]그러나 김은아는 정신을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나 강한 척한 주제에 언제나 스미레에게 도움 받는 건 자신이었다.
스미레는 자신이 풀이 죽었을 때도. 슬플 때도. 그리고 위험에 처했을 때. 언제나 자신을 지켜주었다. 그래. 그게 동료니까.
‘이번에는 내 차례야!’
무엇보다 빠르게 날아온 김은아의 무엇보다 느린 시간이 지나갔다. 이제 김은아가 할 일은 비산하는 얼음조각을 향해 바람을 일으키는 일.
번쩍-!
눈부신 섬광과 함께 김은아는 손을 휘둘렀다.
파아앙-!
비산하는 얼음 조각과 그 얼음들을 몰아내는 비풍석의 바람.
화아아악-!
순식간에 5할의 마나를 사용한 덕분인지 당장이라도 쓰러지고 싶었지만. 슬며시 눈을 뜨는 스미레를 보며 김은아는 멋쩍게 웃었다.
“은아 씨…….”
스미레는 그런 김은아를 올려다 보며 같이 웃어주었다.
“왜, 혼자서 하려고 했어?”
그래.
항상 자신에게 손을 뻗어주는 건 신유성과 스미레. 그리고 가족들이었다. 그 소중한 손들은 늘 김은아를 향해 뻗어져 있었다.
왜 진작 이렇게 자신이 먼저 건네주지 못했을까.
“아뇨! 함께요!”
탁-!
김은아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을 잡는 스미레를 보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스미레, 난 말이지.”
탓-
김은아는 너무나 당당한 자세로 아델라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저 녀석한테 늘 지기만 했거든?”
당연한 말이었다.
가온의 여제로서 무패의 전적을 가졌던 아델라를 상대로 누가 감히 이길 수 있었을까.
“하지만 저 녀석이 파티에 들어오면 승부를 낼 수 없잖아? 내가 단 한 번도 못 이기는 거라고.”
“그건…… 그러네요.”
서로의 온기를 느끼기 위함일까. 의미 없는 행위지만 스미레는 김은아의 옆에 몸을 딱 붙였다.
서로의 몸을 타고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는 염화석처럼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근데 단 한 번이라도 저 녀석을 이겨야 한다면……. 그건. 지금이어야 해.”
수많은 이들이 보는 국가대항전.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파티의 노력을 증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무대가 있을까?
“이렇게 많이 졌으면……. 한 번은 이길 만도 하잖아. 그렇지?”
담담하게 말하는 김은아는 어느 순간보다 결의에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거나, 혼자서 무리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번에는 너도 있으니까.”
이번에는 스미레가 있으니까.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목표가 있으니까. 외롭게 맞서는 아델라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네! 분명! 분명 할 수 있어요!”
스미레는 자신을 대신해 얼어붙은 본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얼음 동상이 되어버린 본 드래곤은 이제 더 이상 전투를 이어갈 수 없었다. 과연 언데드조차 부리지 못하는 지금의 자신이 어떻게 김은아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스미레는 마치 답을 알고 있는 듯 김은아의 몸에 손을 올렸다.
사악.
눈을 감고.
오늘 본 드래곤에게 들었던 말들을 천천히 곱씹었다.
[나는 네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며 무엇이 두려운지 알아야 한단다. 적당한 이야기는 신뢰를 깨트리고 말지.]자신과 김은아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일까. 압도적인 아델라의 무력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까? 승리를 원하는 승부욕일까? 동료를 믿는 신뢰일까? 아니면 모두일까?
[내게 말해주거라 스미레. 무엇이 지금의 너를 그렇게 두렵게 만들고 있는지. 말하지 않는다면 알 수 없단다. 우리를 이은 이 얇은 실타래도 의미가 없지.]그래.
지금의 자신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 딱 잡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스미레는 명확히 느끼고 있었다. 본 드래곤과 이어져 있었던 실타래가 지금이 순간 김은아와 이어져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건.
어떤 소환수보다 강력한 교감으로 이어진 둘의 유대였다.
“링크.”
작은 읊조림과 함께 스미레의 몸에서 뿜어진 실타래가 김은아와 연결됐다.
“너, 이, 이건?”
놀란 김은아의 반응.
소환수도 아닌 김은아와 링크가 이어진 충격적인 상황에도 스미레는 당황하지 않았다.
대체 왜일까?
김은아와 이어진 이 교감의 실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건.
“은아 씨.”
스미레는 너무나 차분한 목소리로 김은아를 불렀다.
“사령술사인 전 이 결계 속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스미레의 목소리는 너무나 담담하고. 머리는 자신조차 놀랄 정도로 차갑게 식어있었다.
“하지만 은아 씨는 달라요.”
사아-
서로가 이어진 얇은 실타래를 통로 삼아 스미레의 마나는 김은아를 향해 옮겨졌다.
“분명…… 아델라 씨에게 닿을 수 있어요!”
“너…….”
꾸욱.
김은아가 입술을 질끈 물었다.
마나와 함께 넘어오는 스미레의 감정. 그리고 생각.
“……알겠어.”
김은아는 이게 최선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벅. 저벅.
무표정한 얼굴로 점점 다가오는 아델라의 발소리.
사아-
30%.
20%.
10%.
5%.
3%.
1%.
0%.
파앗-
모든 마나를 잃은 스미레가 입자가 되어 흩어졌다. 과연 스미레는 자신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그런 건 알 수 없지만…….’
넘칠 듯 몸 안에서 흐르는 마나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생각 속에서 김은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