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Academy’s Battle God RAW novel - Chapter (35)
제35화
호러 폐병원의 분장실.
어두컴컴한 방안에 음산한 초록빛으로 둘러진 분장실을 보며 스미레는 괴상한 감탄을 터트렸다.
“흐악…….”
분장실엔 테마파크의 자랑답게 오싹할 정도로 무서운 소품들이 잔뜩 있었다. 평소라면 질색을 했겠지만 지금의 스미레는 오히려 무서운 소품들을 보며 아이디어를 번뜩였다.
‘……이 물건들이라면!’
뒤적뒤적 물건을 헤집던 스미레는 소품 박스에서 가면을 꺼냈다. 울긋불긋한 핏줄과 듬성듬성한 머리털이 심어진 좀비 가면.
“딱? 따닥?”
신유성의 해골이 스미레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스미레는 좀비가면을 해골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따닥, 딱?”
“와아…….”
좀비 가면을 쓴 해골은 기괴함 그 자체. 진짜 뼈로 이루어진 해골의 몸에 머리에는 좀비가면이 씌워지자. 신유성의 해골은 평소에 테마파크가 보여주는 귀신의 공포를 한참 뛰어 넘고 있었다.
덜그럭. 덜그럭.
해골을 꾸미는 스미레에게 뼈소리를 내며 데스나이트가 다가왔다.
“나의, 주인, 이시여,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부디, 명령을…….”
데스나이트가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자. 스미레는 소품 중 하나를 보며 아! 하고 소리를 냈다.
“그, 그럼! 데스나이트 씨는 머리가 없으니까…… 죄, 죄송한데…… 이걸 들고 계셔주실 수 있을까요?”
스미레가 건넨 건 마네킹의 머리.
디자인은 눈에서 피를 내뿜는 장발의 귀신이었다. 그냥 보아도 소름이 끼치는 소품을 데스나이트가 왼손에 쥐자. 그야말로 화룡정점.
분장실의 소품은 그 외에 다른 언데드들에게도 날개를 달아주었다.
그렇게 모든 언데드들을 꾸며준 스미레는 뿌듯한 얼굴로 땀을 닦아냈다. 그리고 그런 스미레의 주위는 이 세상 것이 아닌 공포들로 채워져 있었다.
다다다닥!
폐병원을 울리는 해골마의 말발굽 소리에 D반의 학생들은 의아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봤다.
“응? 이게 무슨 소리야?”
“어, 어어!?”
D반이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 했을 땐 이미 늦은 상태였다.
“딱, 따닥!”
“주인님의 명예, 를 위해! 적들을, 물리치, 자!”
해골과 데스나이트들을 필두로 분장을 한 언데드들이 쏟아져 나가자. 고요했던 폐병원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가 되었다.
“저, 저것들은 뭐야!?”
“꺄아아악! 미쳤어! 저게 뭐야! 귀신 아니야! 귀신!?”
“밀지 마!”
공포에 빠진 D반 학생들은 서로를 밀치며 도망을 가고, 몇몇은 아예 주저앉아버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저거 전부 언데드잖아? 몬스터가 테마파크에 왜 있어!? 왜!?”
“이, 이것도 시험?”
“일단 막아!”
정신을 차린 학생들은 대형을 지키며 언데드들을 막아내려 했지만 그건 잠깐에 불과했다.
폐병원에는 아직 진짜 재앙이 도래하지 않았다. 재앙은 소심하게 쭈뼛거리며 언데드들의 무리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어, 으으…….”
스미레는 지옥으로 변한 폐병원을 둘러보더니 스멀스멀 보랏빛 마나를 내뿜으며 반지를 들고 읊조렸다.
“어, 어둠은…… 태양을 가려라.”
진짜 재앙.
아티팩트의 힘으로 폐병원에 사령술사가 등장했다. 비록 건물의 내부라 하늘에 태양 같은 건 없었지만 검은색 구름은 반지에서 착실하게 퍼져나갔다.
사아아악!
검은색 구름의 아래에서 언데드들은 새롭게 각성하기 시작했다.
“까락! 끽! 끽!”
해골마가 높이 고개를 쳐들고.
“따다닥! 따닥!”
해골들이 뼛소리를 내고.
“이것이 주인님께,서 하사,하신 힘! 살육의 의지가 불타는 구나!”
데스나이트가 붉은색 안광을 내뿜으며 소리쳤다.
35
강력해진 언데드들의 군세가 D반을 밀어붙이자 학생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꺅! 이, 이거 좀 막아봐!”
“갑자기 엄청 강해졌잖아!”
“나, 난 도망칠래! 못하겠다고!”
그 혼돈 속에서 스미레는 유유히 군림하고 있었다. 지금 스미레는 언데드들의 비호를 받으며 폐병원을 휩쓸었다.
하지만 그런 강력한 힘에도 불구하고 스미레의 태도는 여전히 소극적이었다. 신유성의 해골 뒤에 몸을 감춘 채,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이, 이기고 있어……. 내 언데드들이…….”
스미레의 능력은 언데드에 한정된 탓에 F급 특성으로 분류됐지만 엄청난 마나의 재능을 타고났다.
그 재능은 스미레가 엘리트들이 모이는 가온으로 유학을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비록 한국에선 머리카락을 빌려줄 파트너를 사귀지 못해, 꼴등까지 추락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신유성의 머리카락과 불사자의 반지라는 아티팩트의 힘으로 스미레는 언데드 군단을 다룰 수 있었다.
시험장인 폐병원에 진짜 사령술사가 강림한 것이다.
스미레는 다소곳하게 손을 모으더니 못 참겠다는 듯 자신의 입술을 잘근거렸다.
‘부, 분명…… 신유성 씨 가 좋아하시겠지?’
참으려 애써도 스미레는 이상하게 입 꼬리가 올라갔다.
“힛, 흐흣…… 흐힛…….”
기분 나쁘게 히죽거리는 스미레.
뻗어 있던 D반의 학생은 그런 스미레를 보며 공포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마, 마녀다…….”
* * *
신유성은 바닥에 손을 대고 특성인 집중력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두웅. 두둥. 저벅.
집중력이 올라갈수록 손끝에서 느끼는 감각은 점점 선명해졌다. 그저 처음에는 투박한 울림에 불과했던 진동이 이젠 주변을 걷는 발자국처럼 미세하게 느껴졌다.
‘지금 D반이 준비시켜뒀던 인원이스미레의 방향으로 이동했어.’
스미레의 뛰어난 활약으로 D반은 방어에 인원을 집중했다. 스미레가 보여준 게릴라전은 성공적.
“지금부터 원거리 조를 복귀시킬 거야.”
신유성이 작전을 읊자. 옆에 있던 학생들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호기심이 많은 레니아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어, 저기~ 그럼 중립 지역은 D반한테 주는 거야?”
“이제 그곳은 의미가 없어. 상대의 기용 인원이 줄어들었으니, 중립 지역을 거쳐서 넘어올 사람은 거의 없을 거야.”
신유성의 말에 레니아도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신유성이 D반의 기용인원을 파악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F반의 학생들은 그냥 신유성을 믿고 있었다.
신유성은 F반이 D반을 이기게 해줄 유일한 구원자였으니 당연했다.
“조, 좋아! 그럼 믿을게!”
“뭐든 명령만 내려줘!”
“우린 유성이만 믿는다!”
F반의 학생들이 의욕을 불태우며 자신을 바라보자. 신유성은 싱긋 웃으며 포켓으로 이시우를 호출했다.
“시우야. 원거리 조들을 데리고 모두 복귀해줘.”
-어? 오케이! 알았어!
이시우의 시원스런 대답과 함께 신유성은 통화를 끊었다. 허튼 곳에 시간을 쓸 순 없었다. 지금 스미레가 벌어준 시간은 금이나 마찬가지였다.
“너희들이 해줄 건 단 하나야.”
신유성은 건물의 바닥을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
“원거리 조와 힘을 합심해 기지를 지키는 것.”
설마 하는 얼굴로 바라보는 F반의 학생들. 레니아는 꿀꺽 침을 삼키며 말을 더듬었다.
“그 말은…… 그러니까.”
휴게실에 있는 모두의 의문에 신유성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침투 작전은 2명이면 충분해.”
신유성과 스미레를 제외한 F반 전체가 기지를 지키고, 신유성과 스미레가 상대 전체를 부순다. 간단하고 무모하지만 지금의 F반에겐 무엇보다 성공률이 높은 작전이었다.
“아, 알겠어!”
“모, 모두 유성이 말 들었지!?”
“그래! 우리는 기지를 지키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간단한 거라고!”
스미레의 게릴라 작전으로 가동 인원까지 줄어든 상황.
“모두 힘내자!”
“이길 수 있다!”
신유성의 출발과 함께 진열을 가다듬은 F반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 * *
폐병원의 제일 위층 건물.
F반을 상대로 얼떨결에 인질을 지키게 된 진민아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벌벌 떨고 있었다.
“미치겠네. 인질을 뺏기면 어떻게 하지? 우리 때문에 지는 거잖아.”
진민아의 중얼거림에 성익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지금 승기를 잡아야 한다고…… 신유성이 도착하면 우릴 전부 쓸어버릴 거야.”
“그걸 어떻게 해? 쳐들어온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진민아가 투정처럼 이야기를 늘어놓자 성익현은 한숨을 내쉬며 철문을 가리켰다.
“……후우. 아직까지 정찰조가 소식이 없는 걸 보니. 나도 순찰을 돌아봐야겠어.”
“아니 강민수가 인질을 지키라고 했잖아.”
“야! 순찰이 인질을 지키는 거지! 가만히 넋 놓고 있을 순 없잖아.”
성익현의 말에 진민아는 고민을 할더니 입술을 지그시 물며 인질인 린샤오를 흘겼다.
“아으으……. 진짜 어쩌지…….”
진민아의 고민이 길어지자 성익현은 성질을 냈다.
“아 그럼! 인질도 데리고 다 같이 순찰을 가던지!”
“미쳤어!? 그러다 강민수한테 걸리면 어떻게 하려고.”
“D반의 반장은 박하원이야. 강민수가 아니라.”
못마땅한 표정으로 성익현이 말을 하자 결국에는 진민아도 수긍하고 말았다.
“그럼…… 다른 정찰조를 만나면 최대한 여기로 데려와. 알겠지? 난 철문을 잠그고 있을 테니까.”
타협을 한 진민아가 나름대로 작전을 내리자. 성익현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케이! 그럼 잘 지키고 있어!”
분명 활약을 하고 싶다는 생각.
들뜬 성익현이 손을 흔들곤 아래로 내려가자. 진민아는 철문을 잠그고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나 혼자서 인질을 지키라니…….”
둘을 지켜보던 린샤오는 성익현의 판단이 마음에 들었는지 구석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도 시도는 좋군. 연락이 끊긴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는 건 최악의 판단이니까.”
“그것도 다 멀쩡하게 돌아올 때, 이야기죠.”
그렇게 시간은 흘러 10분.
순찰을 나간 성익현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자 진민아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순찰을 언제 갔는데 아직도 안 와? 언제 상대가 쳐들어올지도 모르는데!’
쿵! 쿵! 쿵!
그때 누군가 거세게 철문을 두드렸다. 눈을 가늘게 뜬 진민아는 철문에 달린 강화 유리 너머로 상대를 확인했다.
‘성익현이잖아?’
상대는 순찰을 나간 성익현이었다.
그런데 성익현은 이상하게도 마치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을 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쫒아오는 사람은 없지?”
눈을 감은 성익현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민아는 결국 문을 열어줬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진민아는 그제야 왜 성익현의 얼굴이 창백했는지 진실을 알 수 있었다.
“너! 너, 너어는…….”
문 앞에는 한 손으로 성익현을 들고 있는 데스나이트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스미레가 있었다.
파악!
데스나이트가 기절한 성익현을 내동댕이쳤다.
우당탕!
스미레는 쓰러진 성익현을 힐끔 거리더니 진민아에게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했다.
“저, 저기 잠시만……. 저분처럼 기절해주실 수 있을까요?”
“뭐!? 뭐 그딴!”
히익! 소리를 내며 진민아가 뒷걸음질을 치자 데스나이트는 고개를 숙여 스미레에게 예를 갖추었다.
“주인님…… 다,음 명령을!”
“그, 그럼 부디 고통 없이…….”
그렇게 말한 스미레가 눈짓을 보내자. 데스나이트는 진민아를 향해 성큼 성큼 다가갔다.
“우, 이씩! 으아앗!”
진민아는 무기를 들고 데스나이트에게 덤벼들었지만. 아티팩트의 힘을 받은 데스나이트는 강했다.
콰앙!
진민아는 데스나이트의 검격에 궤짝처럼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쿠웅!
스미레는 보기보다 철두철미했다. 쓰러진 진민아의 포켓을 잡아 배리어가 확실히 부서졌는지 잔량을 확인할 정도였다.
“여기도 처리했고…….”
스미레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뒤늦게 인질인 린샤오를 발견하고 후다닥- 달려왔다.
“교, 교관님!”
린샤오의 포박을 풀어주는 스미레.
린샤오는 가온의 교관으로서 스미레의 엄청난 성장에 진심으로 놀라고 있었다.
‘그 스미레가…… 이, 이렇게까지 강해지다니?’
린샤오는 순간 신유성을 떠올렸다.
신유성은 보석섬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보스몹인 크리스탈 골렘을 동굴에서 박살냈다.
스미레도 그런 신유성 옆에서 파트너를 하더니 괴물이 된 모양이었다.
‘신유성이 뭘 가르쳤는지 몰라도, 정말 엄청나군…….’
린샤오는 어쩌면 교관에 어울리는 건 자신이 아니라 신유성이라고 생각했다. 스미레는 그런 린샤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분 나쁘게 히죽거리며- 웃었다.
‘이 정도 활약이면…… 분명 신유성 씨에게 칭찬 받을 수 있어.’
역시 평소에 보여주는 성격처럼 포부도 작은 스미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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