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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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사냥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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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무장을 해제한 투르칸은 노구덕이 원하는 정보를 술술 고해 바쳤다. 애초에 한발 앞서 여러 주요 정보를 토설한 사울로에 비해 기대치가 못 미치면, 이곳에서 살아나가는 것은 그가 아닌 사울로가 될 테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투르칸 본인은 그것이 늑대왕을 위한 길이라고 애써 자위하고 있었지만… 그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었다.
예상보다 수월하게 심문을 마친 노구덕은 구석에 찌그러져 있는 고일성의 애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심문을 하는 동안, 내내 말없이 그의 곁에 붙어 있던 소피아는 정면만 똑바로 보고 걷고 있는 노구덕이 어쩐지 낯설게 느껴졌다.
‘변하고 계신 걸까…….’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울로에게는 무자비한 폭력을, 다혈질적이고 감정적인 면이 앞서는 투르칸에게는 교묘한 술책을. 상대에 따라 간교한 술책을 부리는 노구덕은, 이미 그녀 못지않은 노련한 책략가가 되어 있었다. 아니, 그녀가 갖지 못한 연륜이라는 가산점을 더해 감안해보면, 어느 방면에서는 그녀를 벌써 넘어섰을지도 몰랐다.
본래 노구덕에게 이와 같은 능력은 없었다. 초기 아이리스 시절만 하더라도, 그의 역할은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 정도였지, 어떤 일을 주도해서 꾸미는 것은 김정인이나 윤희지 등 총괄능력을 갖춘 다른 사람들의 몫이었다.
이 대륙에 떨어진지 벌써 5년. 노구덕은 분명히 변하고 있었다. 여러 기연을 얻으면서 원래는 없었던 무력을 손에 넣었고, 소피아를 권속으로 받아들이면서 영력이 본격적으로 트여, 두뇌 능력의 확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기간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람이 그런 숱한 고난을 겪으면서 과연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처음의 노구덕이 적당히 어리석고, 무모하며, 넉넉한 느낌을 주었다면, 지금의 노구덕은 굉장히 계산적이고, 냉정하며, 어딘지 모르게 각이 진 느낌이 강했다. 그래도 자기 사람들에게는 아직까지 둥글둥글한 면모를 자주 보여주긴 하지만… 일단 적이라고 생각되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잔인하게 주먹을 휘두른다. 지금의 노구덕은 그런 사람이었다.
노구덕의 이런 점은 얼마 전까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퀸젤과의 선을 단호히 끊어버리고, 그 정적이라 할 수 있는 체스터에게 선뜻 손을 내민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때, 소피아는 그에게 왜 체스터와 손을 잡는지 그 까닭을 물은 적이 있었다. 퀸젤과 결별을 했다지만 최소한 중립적인 관계는 유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그녀를 적으로 돌리는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당시 퀸젤은 공식적으로 처형된 아가레스트의 뒤를 이어 오라클의 차기 수장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위원회의 세력이 많이 줄었다지만, 오라클의 총수와 척을 지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헌데, 그에 대한 노구덕의 대답은 전혀 뜻밖의 것이었다.
‘퀸젤이 후계자가 되면 안 되니까.’
‘네?’
‘어차피 상대해야 할 적이라면, 이왕이면 좀 더 무능한 쪽이 가주가 되는 게 더 나아.’
소피아는 그때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노구덕은 위원회까지도 쓰러뜨려야 할 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어쩌면 쓰러뜨리는 정도가 아니라 먹어치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이 녀석, 뭐하는 거냐?”
“아얏.”
정신없이 상념에 빠져 있던 소피아는 귓불이 쭉 늘어나는 통증에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얼얼하게 달아오른 귓불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드니, 쯔쯔 혀를 차고 있는 노구덕의 얼굴이 보였다.
“주, 주인님? 이렇게 심하게 잡아당기시다니… 아프단 말이에요…….”
“불러도 대답이 없으니까 그렇지. 뭔 잡생각을 그리 열심히 하고 있어?”
“아, 아. 부르셨어요?”
“무슨 생각 했어? 내 생각을 한 것 같은데.”
소피아는 선홍빛 입술을 앙다물었다. 노구덕의 장래를 걱정했다고는 차마 말 못하겠다. 그의 변화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그녀로서는 그를 판가름할 능력도, 자격도 없었으니까.
노구덕은 그녀의 속마음을 손금 보듯 빤히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럼에도 그가 번거롭게 질문을 하는 것은 그녀의 내심을 읽지 않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다만, 두 사람의 정신이 워낙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탓에, 대략적인 의중 같은 것은 굳이 읽지 않아도 알게 되는 모양이었다.
하여튼, 소피아는 아직 우직한 면이 남아있는 노구덕의 그런 점이 좋았다. 물론, 만일 그녀가 적이었다면 가차 없이 속내를 까발려 읽어버렸을 테지만.
궁색하게 답할 말을 고민하던 그녀는 엉뚱한 화제를 갖다 붙였다.
“그냥… 주인님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고 할까요. 우후훗….”
“내가 대단하다고? 갑자기 웬 금칠이냐?”
“별다른 고문 도구도 쓰지 않고, 저 완고한 라이칸스로프의 입을 열었으니까요.”
사울로에 대한 복수심에 눈이 멀어 자기 스스로 비밀을 고해 바친 투르칸. 그러나 그건 노구덕이 연출한 조잡스런 연극에 불과했다.
사울로가 노구덕에게 모진 고문을 당한 것은 맞다. 그러나 사울로는 독종으로 꼽히는 라이칸스로프답게, 생살이 찢기고 뼈가 깎이는 고통 속에서도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고문을 당하는 내내 노구덕을 저주하며 적대감을 불태웠다.
노구덕은 계속된 고문에도 입을 열지 않는 사울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데모나에게 제대로 된 인체 해부학을 배운 이후로, 그의 고문에 무릎을 꿇지 않는 남자는 사울로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 밑의 수하들은 사정이 달랐다. 투르칸과 사울로를 따라온 네 명의 라이칸스로프들. 그들은 노구덕의 강도 높은 고문을 견디기에는 물러도 너무 물렀다.
그래도 처음에는 예의상 배짱을 튕기는 듯했다. 그러나 멀쩡한 생니를 뽑히고, 이빨이 뽑힌 자리를 가느다란 바늘로 콕콕 쑤셔대자, 게거품을 문 라이칸스로프들은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아는 사실을 모두 실토하고 말았다. 역시 말단이라 그런지, 들인 수고에 비해 건질 만한 정보는 그다지 없었지만.
허나 투르칸을 기만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노구덕은 사울로가 배신을 한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며, 철저히 계획된 발언들로 투르칸의 심기를 어지럽혔다.
맨 처음의 말, ‘늑대왕이 회합에 나갔다. 곧 복귀 예정이다.’ 이건 그 수하들에게서 알아낸 정보였다.
그 다음, ‘아가레스트가 살아 있다.’ 이것은 예전 퀸젤에게서 얻어낸 정보였다. 결별 선물이라고 할까. 그리고 그녀가 거울의 숲에 갇혀 있다는 것 역시, 아가레스트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는 그녀가 알려준 사실이었다.
마지막, 발레기우스에 대한 얘기는 당사자인 브리트라에게서 얻어낸 정보였다.
각자 출처가 다른 정보들이었지만, 상황에 적절히 맞춰 그럴듯하게 조합하니 마치 사울로가 배반을 한 것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노구덕이 투르칸을 미리 흠씬 두들겨 패놓은 것도, 처음부터 그를 타깃으로 설정하고, 그의 신체와 정신을 극한으로 몰아넣어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알고 보면 간단한 트릭. 하지만 막상 당하는 입장에서는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투르칸이 그에게 속아 넘어간 것도 꼭 그를 탓할 일만은 아니었다.
“허. 난 또 뭐라고. 그건 그냥 저놈이 멍청해서 그런 거다. 운이 좋았던 거지. 애초에 사울로란 놈 대신 저놈을 타깃으로 잡은 것도 그걸 고려한 거잖냐.”
“그래도 대단한 건 대단한 거예요. 이 소피아는 정말 자랑스럽답니다.”
“녀석, 실없기는…….”
노구덕은 유난을 떠는 소피아의 말에 피식거리며 싱거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어느덧 일행이 모여 있는 별실에 이르렀다. 문을 사이에 두고 여러 명의 인기척이 느껴지는 걸 보니 다들 예정대로 모여 있는 모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빤히 집중되는 시선이 느껴졌다. 좌측에는 신소율, 안세희, 박지현이 앉아 있고, 우측에는 이두식, 도일, 박승찬, 헨더슨이 앉아 있다. 각기 여성진과 남성진으로 옹기종기 나뉘어 앉은 모습이었다.
소피아와 함께 들어간 노구덕은 비어 있는 상석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헨더슨에게 눈길을 주었다.
“헨더슨. 브리트라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더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깔깔 배를 잡는 신소율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다 들었어요. 그 식충이, 지렸다면서요? 나 참, 키라도 씌우고 소금이나 받아오라고 해야겠네~. 깔깔깔!”
여기저기서 피식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이미 한 바퀴 소문이 돈 모양이다. 노구덕은 자기도 모르게 치미는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브리트라가 꽁하니 박혀 있는 방에 들어갔다가, 애꿎은 베개로 신나게 얻어맞고 온 노구덕이다. 오리처럼 꽥꽥 비명을 지르는 게 어찌나 시끄럽던지. 아침에도 성화가 여간이 아니었는데, 소문이 다 퍼졌다는 걸 알면 사흘밤낮을 목 놓아 울어버릴지도 몰랐다.
“너무 그러지 마라. 그때는 정말 위험했으니까. 기절하지 않은 게 다행이지.”
“설명 좀 해줘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맞아요. 오너. 이미 다 퍼졌는데 숨길 게 뭐가 있다고.”
이 소문을 퍼트린 범인이 누굴까. 따지자면 한 사람 밖에 없다. 노구덕은 구석에서 헛기침을 하고 있는 헨더슨을 지그시 노려본 후, 나직한 탄식을 내뱉으며 말했다.
“하마터면 목이 잘릴 뻔했다.”
“에?”
“호오.”
“주문이 제대로 먹힌 줄 알았는데, 그 녀석이 뒷걸음질을 치다 그만 넘어져 버렸거든. 그 바람에 주문이 풀려서… 아주 위험했지. 헨더슨이 바로 속박 주문을 쓰지 않았으면 정말 목이 잘렸을 거다. 실제로 목 주변이 살짝 베이기도 했고.”
“오… 진짜 위험했네.”
“아니, 거기서 넘어지긴 왜 넘어져?”
노구덕의 설명을 들은 일행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그랬다면 오줌을 찔끔 지려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브리트라의 진짜 정체를 아는 신소율이나 박지현 등은 브리트라의 화신체와 힘겨운 전투를 치렀던 경험이 있는 만큼, 쉬이 믿기지가 않는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브리트라도 나름 억울한 사정은 있었다. 우선 그녀는 대부분의 힘을 노구덕에게 빼앗긴 상태고, 그나마 남아 있는 육체도 어린 소녀가 되어버려 전투에 익숙하지도, 적합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대부분의 힘을 상실하면서 정신마저 어려졌으니… 이만한 핸디캡을 안고 이전처럼 싸우라는 건 말도 되지 않는 요구였다.
브리트라를 전투원으로 요긴히 써먹기 위해 이번 기회에 한 번 실험을 해 보았던 것이지만, 테스트 결과를 보니 당분간 그녀를 전투에 투입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았다.
“자자. 그만들 해라. 그 녀석 일은 내 잘못이니까, 괜히 들쑤셔서 애 울리지 말도록 하고.”
노구덕이 탕탕 테이블을 두드리자 수군거리던 주변이 다시 조용해졌다. 소란을 일축한 노구덕은 테이블 위에 작은 수정을 꺼내놓았다.
탁. 주위의 시선이 그가 꺼내 놓은 투명한 수정에 자연스럽게 몰린 찰나, 노구덕의 묵직한 음성이 모두의 귓전을 파고들었다.
“늑대왕의 복귀를 확인했다.”
“…….”
“아마 지금쯤이면 꽤나 안달이 나 있을 테지. 어쩌면 이미 칸다무어로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항상 여유가 넘치던 도일도 지금 이 순간만은 얼굴빛이 살짝 달라진 채, ‘정말 다이나믹한 클럽이야….’라는 대사를 중얼거리고 있을 정도다.
“이 수정은 놈들에게 빼앗은 것으로… 늑대왕에게 곧장 연결이 되는 핫라인이다. …다들 준비는 됐겠지.”
모두의 고개가 동시에 끄덕여졌다. 모든 설명을 듣고도 기꺼이 임무에 지원한 전력들이니 만큼, 이제 와서 새삼 각오를 묻는 건 불필요한 일이었다.
노구덕은 그에 화답하듯 천천히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연락수정을 움켜쥔 커다란 손 위로, 서릿발 같은 살기가 번뜩였다.
“오늘 밤… 늑대 사냥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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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추천과 코멘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3연참 마지막 편입니다. 리리플은 잠시 후에 달도록 하겠습니다.. 늑대왕 파트는 빠르면 내일, 늦으면 모레쯤에는 끝날듯…? 하네요. 이대로 연참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에서요…
12시쯤 한산해지면 연참 해놓은거 오타수정이랑 코멘트 보고 리리플 달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저녁 되시길!
mmmm34 / 사냥을 시작합니다.. 띵동.
asdfh / 아저씨물의 슬픔이네요 ㅠㅠ 추천 감사합니다!
무협소설광 / 요런저런 루트로 얻었다고 합니다!
최신식 / 연참 드렸습니다!
asd메이지 / 투르칸 의문의 1패…
극따띨뚜의 / 강간 장면에도 경고문을 붙여 놀걸 그랬네요.. 유념하겠습니다..
호야[虎夜] / 연참과 비례하는 오타.. 죄송합니다 ㅠㅠ
니오그타 / 고문은 페이크!
이옌가르 / 사실 그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때구니™ / 비슷한 원리를 적용했네요 ㅎㅎ;
모그퐁 /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벌레 / 의외로 정상적인 코멘에 예리한 눈썰미 ㄷㄷ;;
은신설야 /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신수[神手] / 딩동댕! 정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