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114)
111 준비(1)
“드레이크의 약점을 찾아 공략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크라켄이 전격 마법에 취약한 것처럼, 드레이크 또한 약점이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약점이 뭘지 미묘하더라고요.”
“물 아닌가요?”
이동식 보드에 적힌 약점이라는 단어에 선을 쭉쭉 그은 한율이 그 위에 ‘X’라고 덧쓴 뒤 어깨를 으쓱였다.
“뭐, 저도 처음에는 물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드레이크를 직접 목격하니 확신이 서질 않더라고요. 얘가 화염 속성의 힘을 가진 몬스터여서 레드 드레이크인지, 아니면 껍…….”
껍질? 어, 이건 아닌 거 같은데.
뭐라고 해야 할까?
“……비늘. 아, 그래. 비늘. 비늘이 붉은색이어서 레드 드레이크인지.”
화염 속성 몬스터여서 레드 드레이크인가, 아니면 그냥 비늘이 붉은색이어서 레드 드레이크인가.
그 말에 동의한 헌터들이 난감하다는 얼굴로 한율을 바라봤다.
“거기다가 물 속성 초능력 또는 마법이 약점이라고 해도…… 헌터들의 힘으로 피해를 줄 수 없는 몬스터라고 생각했습니다.”
화염 속성 몬스터라고 해도 레드 드레이크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헌터는 단 한 명, 기동성이 떨어져 소멸 작전이 아닌 방어전에 참가한 A급 헌터, 얼음 여왕뿐이었다.
“마법도 포함이냐?”
“5서클에 오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지겠지만 아직 제가 4서클이어서요.”
“아? 아, 씁! 주문서 제작 때문에 활동 시간이 줄어든 탓인가…….”
작지만 너무 조용해서 막사 안을 휩쓸고 사라지는 그의 혼잣말.
‘활동 시간이 줄……. 아, 그러네.’
‘주문서 계약했지.’
‘아티팩트 판매하기 위해 연습 중이고.’
‘마법사 육성 준비도 해야 하네.’
‘용케 과로사를 안 당했네.’
‘쟤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헌터들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주문서를 제작해야 했고, 마법사 육성을 위해 수업을 준비해야 했다. 교자재 준비를 위해 마법을 옮겨적는 마법서 제작도 해야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티팩트 제작 연습도 해야 했고, 포션 조제 연습도 해야 했다.
어떤 일은 자의로, 어떤 일은 타의로 하고 있었지만 만만치 않은 업무량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한율은 고개를 저었다.
“게이트 활동 시간이 길었다고 해도 비슷했어요. 4서클까지는 게이트 활동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후에는 깨달음, 마나와 마법의 이해도가 높아야 오를 수 있는 경지여서.”
“시간이 부족하다?”
“네.”
“……아! 너 반년밖에 안 됐지?”
“네. 5월에 각성했으니까 반년 조금 넘었죠.”
각성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은 헌터, 한율.
신입 헌터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다.
뒤늦게 이를 인식한 헌터들은 탄성을 흘리거나,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한율을 바라봤다.
“……반년 만에 A급 게이트에서 활동하는 헌터라.”
다른 헌터들처럼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트린 김환성이 한율에게 회의 진행을 부탁했다.
“계속해라.”
“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약점을 찾았다고 해도 지금의 헌터들의 힘으로 드레이크를 토벌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습득한 마법을 하나하나 살폈고, 그 결과…….”
탁탁탁.
몸을 돌린 한율이 칠판 위에 마법을 적었다.
“……마나 드레인?”
“네. 몬스터는 인간과는 다릅니다. 정확하게는 마나를 사용하는 방법이 다르죠.”
“……?”
기본적으로 헌터들은 마나를 연구하는 과학자나 연구원들이 아니었기에 게이트에서 활동을 한다지만, 마나에 대해서 뚜렷한 인식은 없었다. 자동차를 운전할 줄은 알아도, 그 구조에 대해서 빠삭한 경우가 적은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몬스터는 흡수한 마나를 신체에 돌려 자신의 피부를 단단하게 만들고, 자신의 가죽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무의식적으로요.”
인간들이 흡수한 마나를 마나 홀에 보관해 초능력을 사용할 때만 꺼내 쓴다면, 몬스터는 흡수한 마나를 무의식적으로 신체 강화에 사용한다.
“몬스터도 마나 홀이 있잖아.”
“있죠. 하지만 몬스터는 마나를 흡수해 진화한 존재입니다. 인간과는 다르게 ‘마나’를 ‘흡수’해 ‘진화’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보다 더 많은 양의 마나를 흡수합니다.”
“그래서?”
“10의 마나가 있다면 그중 7의 마나를 무의식적으로 신체를 강화하는 데 사용하고, 3의 마나를 마나 홀에 보관합니다.”
“질문.”
평범하게 질문을 던지던 김환성이 손을 들고 말했다.
“네.”
“마나를 받아들인 동물이 몬스터가 되는 것이냐?”
“호랑이가 있습니다. 얘가 마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면 신수, 그러니까 영물이 됩니다. 하지만 체내의 마나를 컨트롤하지 못하면 마나는 내부에서 변질되어 마나를 받아들인 호랑이는 몬스터가 됩니다.”
“흐음.”
재밌는 이야기라도 듣는 것처럼 누구는 눈을 반짝였고, 누구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김환성에게도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러고 보니.’
막사에는 헌터만 자리한 것이 아니었다. 김환성이 회의에 참석한 헌터 외의 사람들, 제주도를 방문한 과학자들을 힐끔 훔쳐봤다.
“10의 마나가 있다면 7의 3.”
“마나를 흡수해 진화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보다 더 많은 양의 마나를 흡수한다. 그렇군. 일리가 있어.”
과학자들은 한율의 주장에 대해서 들으며, 그간 연구했던 것들과 비교 대조하며 논리적 허점이 없는지 살폈다.
그런 과학자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질문이 있습니다.”
“네. 물어보세요.”
“비율은 모두 동일합니까?”
“비율이요?”
“10의 마나가 있으면 그중 7의 마나를 신체에 돌리고 남은 3의 마나를 마나 홀에 보관하는 것.”
“아아, 그건 아닙니다. 동물이, 곤충이 환경에 맞춰 진화하는 것처럼 몬스터 또한 환경에 맞춰 마나 사용법을 조금 다르게 사용합니다. 그래서 물리 공격에 취약한 몬스터가 있는 것이고, 마나를 이용한 공격에 취약한 몬스터가 있죠.”
“감사합니다. 그럼 작전에 대해 묻겠습니다. 몬스터는 무의식적으로 흡수한 마나를 신체 강화에 사용하기 때문에 단단하다. 그렇기에 적의 마나를 빼앗아 신체 능력을, 그리고 헌터들의 공격이 통용될 정도까지 방어력을 떨어트린다. 이것이 작전입니까?”
“네. 그게 첫 번째 작전입니다. 마나 드레인 마법진을 입구 앞에 설치해 게이트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의 힘을 약화시킵니다.”
“마나 드레인이 마나를 흡수하는 마법이니 헌터들의 공격도 약화시키는 마법이라고 추측됩니다만.”
“그건 회의가 끝나고 참가하는 헌터들에게 대여할 장비를 이용해 막을 수 있습니다.”
질문을 던진 과학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질문을 통해 첫 번째 작전에 존재하는 문제를 깨달아 심각한 표정을 지었던 헌터들도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두 번째 작전입니다.”
한율이 다시 칠판 위에 분필을 올렸다. 하지만 바로 글을 적는 대신 고민했다.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드레이크를 잡을 때 가능한 사체를 온전히 하며 잡는 것이 좋았다.
그래야 드레이크의 사체를 이용해 방어구와 무기를 제작할 수 있으니까.
‘산성 작용이 있는 독은 제외.’
피부를 녹일 수 있는 독을 사용하는 것은 피한다.
피부와 함께 비늘까지 녹아 버릴 테니까.
‘마약?’
환각 작용을 가진 마약을 살포한다?
아니다. 환각을 겪는다고 해도 드레이크는 드레이크다. 게다가 얼마나 많은 양의 마약을 먹어야 놈에게 환각을 보여 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게다가 괜히 미쳐 날뛰면 피해를 더 증가시킬 수도 있다.
‘가능하면 마나와 관련된 거면 좋은데.’
레스트가 개량한 치료를 목적으로 한 마나 드레인이 아닌 일반 마나 드레인 마법진을 설치할 생각이다. 하지만 그 마나 드레인 마법을 이용해도 드레이크의 힘을 약화시키는 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아!”
한율이 짧은 탄성과 함께 분필을 내려놓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협회장님, 이거 구할 수 있어요?”
“응?”
이름: 하피의 깃털.
설명: 몬스터 하피의 깃털.
이름: 스네이크 로즈.
설명: 리자드맨의 서식지에서 채취할 수 있는 꽃. 강력한 독을 품고 있다.
이름: 마나 스위퍼의 사체.
설명: 몬스터 마나 스위퍼의 사체.
깃털과 꽃 그리고 사체.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
전부 게이트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으로서 몬스터를 연구하고, 게이트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요청하면 구할 수 있다.
“……이거 세 개 섞으면 뭐가 나오냐?”
“어떻게 아셨어요?”
“모를 수가 있나.”
어깨를 으쓱한 김환성이 물었다.
“그래서 이 세 가지를 조합하면 뭐가 만들어지는데.”
“마나를 배출시키는 약.”
“이게?”
“네.”
“겨우 이걸로?”
지구에서는 ‘겨우’라고 말할 정도로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였다.
하지만 레스트의 차원에서는 아니었다.
스네이크 로즈?
24시간이 지나면 다시 몬스터가 나타나고 파괴된 지형이 복구되지 않아 리자드맨 서식지를 찾아도 한두 개밖에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렇다면 스네이크 로즈만 희귀하냐?
아니다.
스네이크 로즈보다 더 희귀한 것이 바로 마나 스위퍼의 사체였다.
지구에서는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는 하위 등급 몬스터였지만, 레스트의 차원은 다르다. 수십 년에 한 번, 수백 년에 한 번 태어나는 희귀한 몬스터였다.
“네. 겨우 이걸로.”
***
재료를 갈아 끓는 물에 넣는다고 해서 원하는 ‘포션’이 조제되는 것은 아니다. 마석을 갈아 넣은 물이 필요하고 마나를 주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능력이 없을 경우에는 마나 집약 마법진 또는 물을 끓이는 솥에 마법진을 그려 해결할 수 있다.
어쨌든 필요한 것은 포션에 필요한 재료, 마석을 갈아 넣은 물, 그리고 솥과 마나다.
여기서 끝이냐?
아니다.
순서대로 정확한 양을 넣어야 했고, 정해진 시간에 재료를 투입해야 했다.
“꼭 연금술 같네.”
막사 밖에서 포션을 조제하는 한율이 구경하던 김환성의 말에 국자를 휘휘 저으면서 대답했다.
“뭐, 마나를 이용해 물건을 만든다는 것만 보면 연금술사도 엄연히 마법사니까요. 게임을 예로 들면 2차 전직?”
“오! 단번에 이해가 되네. 즉, 마법사가 1차 전직, 2차 전직이 연금술사?”
“마법사가 조제술에 집중해 공부하고 조제술에 관련된 마법에 집중하면 연금술사.”
“전투 쪽은?”
“정확한 명칭은 없어요. 저도 그냥 쉽게 설명하기 위해 게임을 예로 든 거니까요.”
“흐음! 하긴. 그럼 게임으로 분류하면?”
김환성의 물음에 잠시 멈칫했던 한율이 고개를 흔들었다.
“게임을 예로 드는 일은 많지만, 제가 그리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라서요.”
한율은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바로 군에 입대했다. 그래서 게임으로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과는 달리 게임을 즐긴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