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113)
110 붉은 아룡의 대지(2)
이강현, 채현수가 황급히 몸을 날려 A급 헌터를 노려보고 있는 드레이크의 앞에 섰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게이트 핵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그대로 몸을 낮추고 눈앞에 있는 적을 무시했다.
쾅!
앞으로 튀어 나가는 드레이크와 그런 드레이크를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해 공격을 했지만, 튕겨 나가는 이강현과 채현수.
“조심하십시오!”
소리친 이강현이 황급히 자세를 바로잡고 앞으로 튀어 나갔고, 황급히 날개를 없앤 채현수가 다시 날개를 생성하고 앞으로 날아갔다.
드레이크는 느리다. 순간적으로 빠른 움직임을 보이지만 그래도 S급 헌터들보다는 느리다.
“산개!”
게이트 핵을 파괴해도 게이트 탈출구는 바로 생성되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 게이트 핵이 있어 망설이는 순간, 한율이 큰 목소리로 외쳐 헌터들을 물리고 드레이크를 바라봤다.
점점 가까워지는 드레이크.
“커피야! 어스 월!”
한율이 땅의 하급 정령, 커피를 소환한 뒤에 어스 월, 흙벽을 수십 개나 생성했다.
쾅! 쾅! 쾅! 쾅! 쾅!
점점 속도가 줄어드는지 아주 조금씩 폭발음의 간격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한율은 다시 마법을 사용했다.
“실드!”
거대한 실드, 그것도 수십 개나 겹친 실드를 전방에 생성했다.
몸을 피한다?
피하고 싶다. 하지만 눈앞에 게이트의 핵이 있었다.
드레이크의 행동 변화에 모든 헌터들이 너무 멀리 후퇴해 게이트 핵에 당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율이 몸을 틀고 자연스럽게 자세를 잡았다.
조준?
필요 없다.
그냥 방향만 제대로 잡고 쏘면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보석, 게이트 핵이었기 때문이다.
한율이 마나를 끌어올렸다.
어스 월 및 실드를 생성하느라 절반이나 소모한 상황.
우우웅.
총알에 대량의 마나를 주입하고 총기에 대량의 마나를 주입했다.
쾅! 쾅! 쾅!
점점 커지는 폭발음.
타앙!
한율이 방아쇠를 당겼고, 모든 어스 월을 파괴한 드레이크가 실드에 머리를 박았다.
“…….”
크르르.
“존나 무섭네.”
바로 옆에 붉은 눈을 번뜩이는 드레이크가 있었다. 그래서 한율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킬 때, 한쪽 눈만 돌려 게이트 핵을 확인한 드레이크가 다시 마나를 끌어올렸다.
마나를 이용한 압박?
아니었다.
마나를 끌어올린 드레이크는 그대로 고개를 들더니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울부짖었다.
크아아아앙!
적에게 공포라는 감정을 심어 주는 피어인가?
아니다.
소량이지만 황급히 마나를 끌어올린 한율은 바로 앞에서 드레이크의 피어를 들었음에도 몸에 어떠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자 눈을 크게 떴다.
한 번이지만 가디언이 울음을 터트린 적이 있었다.
한율이 빠르게 주변을 둘러봤다.
게이트 탈출구는…….
쩌적. 쩌저적.
콰앙!
실드를 부순 드레이크가 입을 쩍 벌렸다. 하지만 드레이크의 날카로운 이빨이 한율에게 닿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온 채현수가 한율을 낚아채는 게 더 빨랐다.
“와. 안 무서우세요?”
“무서워 뒈질 뻔했죠. 그보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네?”
“몬스터가 몰려옵니다.”
“…….”
갑자기?
채현수는 이유를 묻는 대신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폈다.
“오메.”
날개를 가진 드레이크, 아니 와이번이 날아오고 있었다.
“흐미.”
날개가 없는 드레이크가 달려오고 있었다.
“이런 건 처음 보는데.”
“에? 처음 보세요?”
“네. 뭔 일이래요?”
“예전에 가디언이 울부짖은 적이 있어요. 그때 게이트에 있는 모든 몬스터가 몰려왔죠.”
“……필살기 구원 요청?”
“네. 필살기 구원 요청.”
“…….”
“…….”
“버틸 수 있을까요?”
게이트 탈출구가 생성될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한율이 피식 실소를 터트리고 되물었다.
“제자리에서 버티게요?”
“……아하.”
짧은 탄성과 함께 제자리에서 회전한 채한수가 아래를 확인했다.
이강현이 흩어진 헌터들을 모으고 있었고, 가디언 드레이크가 하늘에 떠 있는 자신을, 정확하게는 한율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드레이크를 중심으로 6시 방향!”
헌터들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래서 채현수는 먼저 6시 방향으로 몸을 틀고 소리쳤다.
“몬스터가 몰려온다! 6시 방향으로 후퇴!”
***
“…….”
소멸팀의 이야기를 들은 김환성이 잠시 침묵했다.
“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조심하면 될 거 같아요.”
변신 능력자, 채현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이 담담하게 말했다. 실제로 게이트 소멸 작전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리고 가디언과의 충돌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드레이크 가디언이 예상하지 못한 공격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환성은 달랐다.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고민하던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한율을 바라봤다.
자신처럼 그냥 넘기기에는 매우 찝찝했는지 팔짱을 낀 채 책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율아.”
“……네?”
“미안한데 정찰 가능하겠냐?”
“혼자서요?”
“사람 붙여 줘?”
“아뇨. 정찰이면 오히려 혼자가 좋죠.”
한율이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막사를 나와 게이트로 향했다. 그런 한율을 소멸팀과 김환성이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게이트 입구에서 멈춰 선 소멸팀, 김환성과는 다르게 입장 전부터 실드를 사용하고 투명 마법을 사용하고 플라이 마법을 사용한 한율이 게이트의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게이트에서 탈출하자마자 포션을 복용하고 영초를 씹어 마나를 회복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다양한 마법을 사용한 직후에도 신체 능력을, 그리고 감각을 상승시킬 정도의 마나는 남아 한율은 바로 시각을 강화해 게이트 핵을 찾았다.
“…….”
게이트의 핵과 가디언 드레이크가 보였다.
하지만 마치 자신의 영역이라는 듯이 다른 드레이크들이 근처에 없던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날개를 가진 드레이크는 게이트 핵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날아다니고 있었고, 날개가 없는 드레이크는 마치 감시하는 것처럼 제자리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가디언?
“…….”
멀리 떨어져 있었다. 레스트가 개량해 마나한 인비저빌리티를 사용했고 말이다.
하지만 드레이크 가디언은 정확하게 한율을 바라봤다.
“……꿀꺽.”
침을 꿀꺽 삼킨 한율이 조심스럽게 옆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드레이크 가디언도 고개를 돌렸다.
“차원 거래, 대화방, 레스트. 레스트님.”
[레스트: 예. 한율 님. 필요한 거라도 있으십니까?]“드레이크는 어떻게 사냥합니까?”
남은 시간은 4일, 아니 3일.
남은 소멸 횟수는 1회.
대한민국 헌터는 드레이크와 충돌해야만 게이트 핵을 파괴하는 현실과 마주했다.
***
“드레이크?”
고개를 갸웃했던 레스트는 이어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한율의 메시지를 읽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질문을 던지는 대신 입을 연 채로 메시지창을 바라보았고, 이어지는 ‘수고하세요’라는 한율의 메시지를 읽고 메시지창을 닫았다.
“한율 님을 걱정할 상황이 아니지.”
차원의 조각은 분명 차원의 조각을 확보한 이에게 강력한 힘을 준다. 힘을 얻는 대가로 동물처럼 본능에 충실해지지만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어 이미 왕가와 황가를 비롯한 수많은 권력자들이 차원의 조각을 찾고 있었다.
“진화의 조각이었나…….”
정식 명칭을 몰라 진화의 조각이라 불리는 차원의 조각.
용병들은 힘을 얻기 위해, 또는 돈을 벌기 위해.
마탑은 연구를 위해.
권력자들은 권력을 위해.
차원의 조각이 가진 힘, 몬스터의 능력 약화를 알린다고 해서 그들이 욕심을 버릴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스으읍, 후우.”
크게 숨을 고른 레스트가 고개를 들고 잠을 자고 있는 트윈 헤드 오우거를 바라봤다.
***
“포기할까요?”
“포기하면 바로 브레이크입니다.”
“무리해서 게이트 소멸 작전을 진행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게이트 소멸 작전이 실패하면 대한민국은 S급 헌터는 물론 A급 헌터까지 잃게 됩니다.”
“…….”
마지막 소멸 작업을 남기고 일어난 몬스터의 변화였다. 막사는 작전을 진행하느냐 중단하느냐로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이강현이 손을 들어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래. 강현아.”
“한율 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정찰 갔다. 어젯밤에만 그랬는지 확인한다고.”
“아.”
가능성은 한없이 낮지만, 어젯밤에 한정해서 벌어진 일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강현이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내리자 김환성이 회의에 참석한 헌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 일단 조용히 기다립시다. 한율이 확인한 후에 회의해도 되는 거니까.”
상황 파악이 먼저다. 그래서 김환성의 제안을 따라 입을 꾹 다물고 기다리고 있을 때, 정찰을 나갔던 한율이 돌아왔다.
“어젯밤 한정이냐?”
“아뇨. 오늘도 뭉쳐 있던데요.”
“숫자는?”
“가디언 포함해 딱 50마리요.”
김환성이 고개를 돌려 다시 이강현, 채현수를 바라봤다.
“가능하냐?”
“불가능합니다.”
“뭉쳐 있으면 절대 못 해요. 지금의 소멸팀으로는.”
“인력을 충원하면?”
“작전을 거부한 A급 헌터들요?”
“그래.”
너무 위험하다 판단하여 거부한 몇몇 A급 헌터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길드원들의 간절한 부탁으로 거부할 수밖에 없던 A급 헌터들은 담담했다.
“불가능해요. A급 헌터도 최소 열 명은 붙어야 드레이크 한 마리를 사냥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 불가능하군.”
대한민국의 A급 헌터는 서른 명에 불과했고, 각기 다른 이유로 작전을 거부한 A급 헌터는 열 명에 불과했다.
“방어전이 답인가.”
제주도 방어전.
“방어전도 답은 아니죠.”
한율의 말이었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한율이 오히려 제주도 방어전을 선택한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은 채 바라보며 말했다.
“게이트 변화 이후,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는 능력이 강화되잖아요. 잊으셨어요?”
“아…….”
최근 일어난 브레이크가 E급, 그리고 D급 게이트여서 순간적으로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탄성을 흘리는 순간, 김환성이 한율을 불렀다.
“율아.”
“네.”
“버려야 하냐?”
“제주도요?”
“그래.”
“……흐음.”
제주도를 탈출한 후, 브레이크 현상이 일어나는 것에 맞춰 미사일을 날리는 마지막 작전.
한율은 고민했고, 이내 어젯밤 저녁에 떠오른 방법을 기억해 내고 인상을 찌푸렸다.
“시간이 있으니까 방법은 있을 거 같은데…….”
“있냐?”
“피해 없이 끝내는 것은 어렵겠지만 이길 수는 있어요.”
“방법은?”
“당연히…….”
한율이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지금까지 보아 온 한율을 떠올린 김환성이 작은 미소를 머금은 채 먼저 물었다.
“마법이냐?”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