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190)
187 드래곤(3)
레드 드래곤, 아크레스는 지금 상황이 아주 못마땅했다.
한낱 인간이 드래곤, 중간의 수호자인 드래곤을 협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뭘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거지.’
차원의 벽은 무너졌고, 차원의 벽의 파편은 재앙이 되어 수많은 차원으로 날아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차원의 벽의 파편이 재앙이 되어 이 세계로 날아온 순간, 중간계의 수호자로서 파편을 흡수해 재앙이 된 몬스터를 토벌하고 파편을 돌려보내야 했지만 드래곤들은 하지 않았다.
대충 보니까 인간들의 힘만으로, 이종족들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재앙이었기 때문이다.
-너 미쳤냐?
-제가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건 맞다.
틀린 말은 아니다.
-중간계의 수호자라는 작자들이 일을 안 하는 것도 모자라 직접 찾아와 일 좀 하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장난을 치고 있는데.
팩트.
-아니, 그 전에 하이시스라는 리치가 차원 이동을 하는데 중간계의 수호자라는 분들이 그걸 안 막았죠.
팩트.
-여기서 끝이냐. 인간, 그리고 이종족의 힘으로도 충분히 이겨 낼 수 있다고 판단해 방관하다가 가장 거대한 파편이 언데드 드래곤에게 넘어갔죠.
팩트.
-아니, 그 전에 언데드 드래곤이 탄생했으면 토벌해야 정상 아닙니까? 왜 내버려 뒀습니까?
팩트.
팩트와 팩트의 연속.
레드 드래곤, 아크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다가 자존심이 무척 상했는지 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한낱 인…….”
-그냥 동네방네 소문내 봅니까? 지금 일어나는 공간 이동 현상, 진화의 돌이라는 파편을 흡수해 진화한 몬스터들이 등장한 원인이 드래곤 때문이라는 걸.
-그게 왜 우리 때문이냐!
-일을 안 해서 벌어진 거 아닙니까.
-…….
-틀립니까?
-…….
-틀리냐고 물었습니다만?
-…….
침묵하던 레드 드래곤, 아크레스 그가 이를 바드득 갈고 말했다.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느냐.” “중간계의 수호자들에게 정령왕 님의 말을 전달해 주십시오.”
“……들에게?”
“예. 정령계의 수호자‘들’에게.”
***
드래곤은 마나에 의해 태어난, 마나를 먹고 자란 일종의 반신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매우 오랜 삶을 살지만 번식을 하지 못했다.
다음 대의 드래곤?
태어난다. 그저 드래곤이 드래곤을 낳는 것이 아니라 마나가 드래곤을 낳는 것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일곱.
“둘이 눈을 감았고, 남은 둘이 그 새끼한테 잡아먹혔지.”
비스듬하게 누워 동대륙에서 건너온 곰방대로 담배를 피우던 노인이 고개를 돌려 레스트를 바라봤다.
“찾았냐?”
“아직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겠지. 아공간에 숨었으니까.”
“…….”
“언제 나온다고 하더냐.”
골드 드래곤.
중간계의 수호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골드 드래곤, 크라이스의 물음에 레스트가 바로 대답했다.
“3년, 아니 2년 9개월.”
“꽤 자세하구나.”
“들었습니다.”
“그렇군.”
크라이스는 누구에게 들었냐고 묻지 않았다.
“대략적인 시간이지?”
“예.”
“그리고 그때가 되면 놈은 파편을 완전히 흡수해 진화할 것이고.”
“예.”
“쯧!”
혀를 찬 크라이스가 자세를 바로하고 레스트에게 물었다.
“너는 아까 말했지? 아직 찾지 못했다고.”
“예.”
“즉 방법이 있다는 뜻. 무엇이냐, 그 방법이?”
레스트는 바로 설명했다. 리시아 황녀, 성자 테이가 옆에 있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감출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설명에는 거침이 없었다.
다른 차원의 마법(술법)을 이용해 수색 범위를 축소한다.
중간계 정령에게서 정보를 모은다.
“마법이 아닌 도술을 이용한다?”
“……도술을 아십니까?”
“차원 이동이 불가능한 거다. 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물론 중간계의 수호자만이 가능하지만.”
“……다른 차원에도 드래곤이 존재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아니다. 네가 말하는 그 술법.”
“무협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 무협이라는 차원에만 존재한다.”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떨어진 파편의 수량이 매우 적었으니까. 또한 아직 깨어난 것이 아니니까.”
악황제가 깨어나면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방관한다.
“방관의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유라…….”
작은 목소리로 레스트의 질문을 중얼거린 크라이스가 곰방대를 톡톡 털고 다시 입에 물었다.
“드래곤. 정확하게는 수명이 매우 긴 생명체들은 전부 하나의 욕망을 가지게 된다. 그게 뭐라고 생각하냐?”
욕망?
레스트는 생각했다.
수명이 매우 길어짐에 따라 생겨나는 욕망.
문득 여행 중에 만났던 고령의 마스터, 대마법사, 그리고 귀족들이 떠올랐다.
“나태입니까?”
“그래. 수명이 긴 생명체는 나태해진다. 당연히 그 욕망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움직이지.”
누군가는 폴리모프 마법을 통해 유희를 즐긴다. 누군가는 새로운 오락거리를 찾는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고, 그 한계에 도착한 매우 긴 수명을 가진 생명체들이 선택하는 것은 두 가지다.
“자살, 아니면 수면.”
“……다른 차원의 드래곤들은 수면에 들었군요.”
“그래.”
“여러분들도 수면에 들었던 겁니까?”
“그래. 물론 그 하이시스라는 놈이 사고를 터트리기 전까지지만. 그때까지 우리는 수면에 들었다. 중간계 수호자 셋을 남겨 두고 전부 수면에 들었고, 사고가 터지고 난 후에 잠에서 깨어났다.”
대륙을 돌아다닌 끝에 드래곤을 만났다. 하지만 대륙 곳곳을 돌아다녔음에도 찾아낸 드래곤의 흔적은 레드 드래곤, 아크레스의 흔적이 전부였다.
“……음?”
크라이스는 말했다.
넷이 죽었다. 그중 둘이 언데드 드래곤에게 잡아먹혔고, 남은 둘이 그대로 눈을 감았다.
“순서가 잘못되었군.”
“순……서요?”
“예.”
“……무슨 순서요?”
놀라운 이야기에 멍하니 이야기만 듣고 있던 리시아 황녀가 레스트에게 물었다.
“예. 언데드 드래곤이 탄생한 다음 하이시스가 차원의 벽을 파괴했습니다. 저는 하이시스가 차원의 벽을 파괴한 후에 언데드 드래곤이 탄생했다고 생각했고요.”
“정답이다.”
중간계의 수호자, 드래곤은 언데드 드래곤의 탄생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리치가 되어 버린 드래곤은 너무나 약한 존재였기 때문에 그들은 수호자 셋을 남기고 잠에 들었다.
“문제는 언데드 드래곤을 너무 얕잡아 보았다는 거지. 놈은 우선 중간계를 수호하는 셋 중에 하나와 싸웠고, 승리했다. 당연히 잡아먹어 힘을 키웠고, 남은 둘이 놈을 처치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실패했지. 오히려 하나가 죽고 하나가 부상을 입었다.
사망한 드래곤은 잘 모른다. 하지만 부상을 입은 드래곤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레드 드래곤, 아크레스.
사람들, 그리고 드래곤들의 시선이 레드 드래곤, 아크레스에게 향했다.
“부상을 입혔다. 그것도 드래곤 하트, 아니 라이프 베슬에 큰 부상을 입혔기 때문에 나는 물러났다. 부상을 입어 아공간으로 도망친 놈을 추적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있지만 사망한 드래곤을 방치할 경우, 너무나 많은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지.”
레드 드래곤, 아크레스는 라이프 베슬에 큰 충격을 입은 이상, 동족을 잡아먹은 언데드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망한 드래곤과 함께 레어로 복귀한 후, 조용히 기다렸다.
놈이 아공간을 나올 때를.
라이프 베슬을 치료하기 위해 다른 드래곤을 찾아 아공간을 나올 때를.
레드 드래곤, 아크레스는 오로지 언데드 드래곤만 바라봤다. 동족을 잡아먹은 그놈에게, 자신의 친구를 죽인 놈에게 복수하기 위해 기다렸고, 그건 실수가 되어 버렸다.
리치가 된 하이시스.
최초로 차원 이동에 성공한 하이시스라는 리치를 방관해 버렸다는 최악의 실수로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걸 묻지 않았군.”
다시 한 번 곰방대를 툭툭 턴 크라이스가 레스트에게 물었다.
“놈은 어떻게 되었지?”
“3년 후에 부활합니다.”
“그렇…….”
“…….”
“뭐?”
“3년 후에 부활합니다. 놈은 가장 거대한 파편, 차원의 조각을 들고 아공간으로 몸을 숨겼으며 차원의 벽의 예측에 따르면 3년 후, 절반에 가까운 힘을 흡수한 상태로 아공간을 나올 거라고 합니다.”
“차원의 벽은 뭐라고 했지?”
“변수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는 차원의 조각을 흡수한 언데드 드래곤.”
“……변수가 발생하면?”
변수에 따라 일어나는 일은 두 가지다.
강해지거나, 약해지거나.
“두 배는 강해진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쉰 크라이스, 그가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며 한마디 했다.
“환장하겠군.”
***
대대적이 요괴들의 습격으로 절대로 이뤄지지 않을 거라 여기었던 정, 사, 마가 연합이 만들어졌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성향 자체가 완전히 다른 세 집단이 한곳에 뭉친 것이다. 다양한 범죄가 매일매일 일어날 수밖에 없어 정사마 연합, 무림(武林)의 군사들은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정파는 정파끼리, 사파는 사파끼리 정해진 구역을 담당한다. 마교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단 한 지역, 섬서만은 정사마의 무인들이 함께 담당하고 있었다.
정사마 연합, 무림이 세워진 지역, 그곳이 바로 섬서이기 때문이다.
요괴의 등장 이후 급격하게 명성을 얻은 도술사로 이루어진 문파, 태문파에 들러 점술 부적을 구입하고 다시 이동하던 언소월.
“매우 크군요.”
가문으로 복귀하기 직전, 가문에서 보낸 밀서를 받아 섬서를 방문한 언소월이 무림의 본부를 바라보며 중얼거리자 그 뒤를 따르던 무인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거대했다.
과거에 방문했던 정파의 본부보다 컸다. 이야기만 들었던 사파의 본부보다도 클 것으로 예상됐다.
“빠르게 밀서를 전달하고 복귀하겠습니다.”
“옛.”
짧은 대답과 함께 언가의 무인들이 언소월을 따라 무림 본부로 향했다.
‘크다. 방어적으로도 뛰어나고.’
군데군데 가짜 건물들이 보였다. 확신할 수는 없으니 무인으로 예상되는 이들이 보였고, 발 밑에는 가문에서 쉽게 찾아내던 강시의 기가 느껴졌다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던 언소월이 본부를 크게 둘러싼 성벽을 확인하고 걸음을 멈췄다.
“돈을 얼마나 쏟아부은 건지.”
보이지만 않을 뿐, 진법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사용한 자금만큼 매우 뛰어난 진법이 펼쳐진 성벽이었다.
요괴는 숲, 또는 산에서 활동하니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무림 본부에 돈을 쓸 필요가 없다?
그런 건 아니다.
대부분의 요괴들이 본능에 따라 움직일 뿐, 생각하고 고민하는 요괴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