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39)
1039 < — 설악산의 신비 — >
일명 결정체 방열제라 불리는 GC-3는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들어갔다.
“그 정도로 대단한 신물질인가?”
“대단한 정도가 아닙니다. 전자기기 시장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놀라운 무기입니다.”
보고자는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119번 원소의 놀라움이란 정말이지……. 어디까지 그 응용이 가능한 것인지 짐작이 가질 않습니다.”
“그리고 그 귀중한 원소가 설악산에 잠들어 있고, 설악산의 주인은 우리 미합중국을 거래 파트너로 선택했지 않나.”
트럼프는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또다시 눈빛이 아련해졌다.
“제니스 컴퍼니는 문제될 게 없군. 우리 미국 기업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해주고 있으니.”
전남 산업단지의 공사 과반은 미국 건설업체가 맡았다. 여기에 결정체 방열제 역시 미국 제조기업을 인수해서 유통하기 시작했다.
하는 짓만 보면 조만간 전 재산 싸들고 미국으로 이민 올 사람 같다. 그래서 미국은 유지웅의 행보에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적어도 사업적으로 미국에 가장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으니까. 지금까지처럼 잘 구슬려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 된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방열제의 효능에 관해서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의문? 혹시 효능에 조작이 있다던가 하는 말인가?”
“아닙니다. 효능 자체는 확실합니다. 다만 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몇 가지 있습니다.”
“설명하게.”
“열 발생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에너지 손실이 적다는 뜻입니다. 열로 치환되어야 할 에너지를 줄였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렇지. 그 정도는 나도 아네.”
“문제는 소모 전력이 감소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흠.”
트럼프는 그게 무슨 문제인지 어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만 그대로 두고 넘어갈 만큼 작은 일은 아니라는 예감만은 강하게 들었다.
“전력 소모량, 그리고 성능은 그대로인데 발생하는 열만 줄었다……. 이건 물리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열은 분명 다른 형태로 전환이 되어야 하는데, 온도 변화 체크에서 전혀 이상한 낌새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난리라는 건가?”
“예, 사라진 열이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그 행방을 알 수가 없으니까요.”
ANT를 전신으로 하는 신생 CPU제조업체 AND 역시 그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열량만 뚝 사라진 겁니다. 그 열이 대체 어디로 빠져 나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발열을 잡을 수 있어서 쿨러를 제거하고 PC의 크기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어 좋아했다.
여기에 발열 때문에 클럭수 제한을 걸 필요도 사라져서 더 높은 성능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회사가 정상화에 접어들자 개발자들은 슬금슬금 딴 생각을 품기 시작했다.
‘대체 열이 어디로 가는 걸까?’
에너지 손실을 줄임으로써 열을 잡는 거라면 당연히 소모 되는 전력양이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력양은 그대로인데, 열만 뚝 사라졌다. 귀신이 곡할 노릇 아닌가.
“어쩌면 GC-3는 단순한 발열제가 아니라, 우리 생각보다 더 대단한 물질일지도 모릅니다. 그저 전기부품 시장을 지배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초과학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누군가가 침을 삼키며 말하자, 연구실에는 한순간 적막감이 내려앉았다.
이서스 CEO가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자자, GC-3가 열역학 에너지 방향성의 법칙을 거스르든 말든 우리와 무슨 상관입니까. 우리는 그저 CPU 시장을 석권하고 나아가서 종합 전기부품 제조업체로 발돋움하는데 힘을 쏟으면 되는 겁니다.”
AND사는 현재 유지웅이 9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당연히 유지웅은 GC-3의 공급이나 유통을 AND사를 통해서 하려고 할 것이다. 그게 본인의 이익에 도움이 되니까.
“사장님, 그런데 정말 열역학 법칙을 초월하는 거라면 그렇게 단순히 말씀하실 문제가 아닌데요? 엄청난 대사건이잖습니까.”
“우리는 과학자가 아니에요. 회사원이지. 다들 그걸 잊지 맙시다.”
GC-3가 발열을 어떤 원리로 잡는지, 사라진 열은 어디로 가는지에 관한 관심은 일단 그렇게 묻혔다.
“우리 회사 CPU를 갈아서 그 가루를 서멀그리스처럼 윈텔 최신 CPU에 발라서 사용하는 유저가 나왔습니다.”
“어이가 없네요. 우리 제품을 쿨러처럼 쓰겠다는 건가요? 효과는 어떻습니까?”
“표면 온도는 잡아주지만 코어 내부 온도까지 완전히 잡아주는 것은 아니라서요. 쿨러 없이 우리 CPU 가루만 발라서 사용하는 것은 냉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쿨러 없이? 그럼 쿨러를 병용하면 냉각 효과가 상당하다는 뜻입니까?”
“예, 우리 CPU 가루를 서멀그리스와 섞어서 윈텔 CPU에 바르면, 기본 소형 쿨러만 장착해도 수냉식 쿨러에 버금가는 냉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군요.”
“…….”
다들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다.
설마하니 AND CPU를 갈아서 냉각제로 쓰겠다는 윈텔 CPU 사용자가 나올 줄은 몰랐다. 돈 지랄도 저런 돈 지랄이 어디 있을까.
보고를 꺼낸 임원은 이서스의 눈치를 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수냉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려면 사실 몇 백 달러에서 천 달러 이상도 거뜬히 드는데, 몇 백 달러짜리 서멀그리스와 소형 쿨러로 그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냉정히 말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입니다.”
“……확실히 그렇긴 하네요.”
이서스는 차분히 말했다. 하지만 애써 무표정을 유지하려는 그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분노가 드러나 있었다.
자사 제품이 타사 제품의 냉각용 전도체로 전락한다는 것 자체가, 최고 경영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대책은 생각하고 있습니까?”
“일단 가만히 놔두는 게 대책 같습니다. 애초에 전체 소비자 중에서 수냉식 시스템을 갖추는 비율은 현저히 적습니다. 우리 CPU를 가루로 만들어서 서멀그리스와 섞는다는 것 자체도 손이 많이 가는 일이고요.”
“확실히 그렇긴 하죠.”
“오히려 이것을 홍보로 삼는 게 어떨까 합니다. 우리 CPU의 자체 냉각 성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겁니다. 억지로 못 쓰게 해봤자 소비자 반발만 심할 거고, 우리한테는 손해가 될 것 같습니다.”
“……좋아요. 그렇게 합시다.”
“제대로 활용하면 랩탑,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 시장 장악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확신합니다.”
쿨러가 필요 없는 랩탑용 CPU. 부품이 들어갈 공간 배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랩탑에서 그야말로 최강이 될 수 있다.
나아가 그 기세를 잘 살리면 태블릿 등 다른 모바일 기기에서도 압도적인 우세를 차지할 수 있으리라.
‘언젠가는 스마트폰용 AP 장악까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이서스의 눈에는 전 세계 전기부품 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AND의 미래가 선명히 보였다.
AND가 승승장구 하는 동안, 유지웅은 윈텔을 비롯한 여러 회사들의 러브콜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정한다. 러브콜에 시달리는 것은 제니스 컴퍼니의 류이한 사장이었다.
“GC-3는 제가 담당하는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저한테 오셔서 말씀하셔봤자 아무 소용없습니다.”
“유지웅 의장님이 가장 신임한다는 게 우리나라 전역에 쫙 퍼졌는데 그 무슨 겸손의 말씀이십니까. 그저 자리를 만들 수 있게 한 말씀만 전해주세요. 그것도 안 됩니까?”
“결정체 산업단지 건설과 상관없는 업무를 꺼냈다가는 그분이 달갑게 여기지 않으실 겁니다. 저 역시 그럴 마음이 없고요. 그러니 저한테 이러지 마시고 그냥 돌아가세요. 아니면 그분을 직접 찾아가시던가요.”
“그분을 찾아갈 방법이 없으니까 이러는 거 아닙니까.”
과중한 미팅 요구에 시달리게 된 류이한은 억울했다.
안 그래도 전남 산업단지 건설 때문에 사방에서 해일 같은 민원과 청탁, 부탁, 제안이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AND사가 GC-3를 적용한 차세대 CPU를 발표하고, 그게 유지웅 것이라는 게 밝혀지자, 이번에는 전자회사들까지 승냥이떼처럼 몰려들었다.
그 이유는 AND사의 지분 95%를 유지웅의 명의가 아니라 제니스 컴퍼니 소유로 해뒀기 때문이었다. 물론 제니스 컴퍼니가 100% 유지웅 것이니 그게 그거이긴 하지만, 세상은 다른 식으로 받아들였다.
GC-3에 관한 비즈니스도 류이한 사장이 맡게 될 거라고 이해한 것이다.
오늘도 사람들의 등쌀에 시달린 류이한은 결국 퇴근하기 전 밤늦게 유지웅한테 전화로 하소연을 했다.
“제가 요즘 그런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산업단지 건설과 철강 강화제 유통 업무에도 지장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 두 가지 사업만 해도 어마어마한 규모다. 국가 기간 정책 프로젝트를 넘어서는 사이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오해라니요?」
“네?”
류이한은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지금 내 몸을 짜르르 훑고 지나간 이 소름이, 결코 착각은 아니겠지?
「그게 왜 오해입니까? GC-3 생산도 당연히 류이한 사장님이 맡아서 하셔야지요.」
“그, 그런!”
「GC-3는 한동안은 AND사에만 공급할 생각이지만, 그 실무는 당연히 류이한 사장님께서 담당해주셔야지요. 이서스 사장님하고 잘 논의하셔서 윈텔을 몰아내고 전 세계에 AND의 깃발을 우뚝 세우시길 바랍니다. 아시겠죠?」
“의, 의장님!”
그러다가는 제가 과로사로 죽습니다! 류이한은 그 말을 외치고 싶었다.
「죄송해요. 저는 GCS 판매만으로도 바빠서요. 아, 조만간 GCS 판매 업무도 제니스 컴퍼니에 넘길 겁니다. 지금은 산업단지 건설과 철강 강화제(GC-2), 그리고 GC-3만으로도 벅찰 것 같으니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제가 해야겠고요.」
“의장님! 저는……!”
「그리고 저번이 회사 장부를 봤는데 사장님 연봉이 너무 적게 책정 됐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니스 컴퍼니 규모가 있는데 최고 경영자가 연봉 50억도 안 되는 건 좀 아니다 싶었습니다. 이참에 가볍게 1,000억으로 올리세요.」
“뭐든지 맡겨 주십시오. 다 잘 해낼 자신 있습니다.”
「언제나 사장님만을 믿고 있습니다.」
유지웅은 다시 설악산을 찾았다. 자신이 진화시킨 반달곰 괴수가 시킨 일을 잘 하고 있는지 확인차 들린 것이다.
유지웅이 모습을 드러내자 반달곰은 작게 울부짖으며 두려운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거부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손.”
턱!
“발.”
턱!
“머리. 배꼽. 꼬리. 고추.”
탁! 탁! 탁! 툭!
“오우, 좋아. 브라우니가 교육을 잘 시켰구나. 아이고, 이 착한 녀석.”
유지웅이 즐거워하며 턱을 간지럽히자 반달곰은 얼른 바닥에 누워서 배를 까뒤집었다.
“네 위대하신 주인님의 소중한 보물은 잘 지키고 있겠지?”
끄덕끄덕.
“가보자. 안내해.”
반달곰은 자세를 낮추고 등을 내밀었다. 유지웅이 등에 올라타자 녀석은 재빨리 산을 내달렸다. 험난한 절벽이나 계곡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롭게 타고 들었다.
유지웅이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아참, 그러고 보니 너 이름이 없네. 너도 이름을 지어 줘야지.”
―크엉!
“볼베, 테디, 푸……. 어느 게 나으려나.”
―캬아아앙!
“이런, 셋 다 싫은가 보네. 어쩌지. 그럼 이름을 뭐로 지어줘야 하나…….”
잠시 생각하던 유지웅은 손뼉을 딱 쳤다.
“토르, 토르 어때?”
―캬오오오! 캬오오오!
“오, 마음에 드나 보네. 좋았어, 앞으로 네 이름은 토르다.”
토르라는 이름을 얻게 된 반달곰은 마음에 드는지 연신 가쁜 숨소리를 내며 머리를 흔들어댔다.
‘천둥군주니까 토르란 이름이 어울리겠지?’
유지웅은 이제는 그립기까지 한 거대한 북극곰 괴수를 떠올리며, 잠시 추억에 젖었다.
천둥 같은 번개 능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던 무시무시한 블랙 몹. 심지어는 화이트 몹으로 진화해서 말까지 했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 녀석, 그 북극곰 괴수를 참 많이 닮았다. 크기는 전혀 다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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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업뎃 실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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