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49)
1049 < — 건축주 스트리머 — >
진강철은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했다. 통화는 오래 되지 않아 금방 연결되었다.
「진 사장? 이 시간에 갑자기 웬 전화지?」
“김성철 회장님, 저 지금 제니스 컴퍼니 유지웅 의장님과 함께 있습니다. 유 의장님이 회장님과 직접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셔서 전화 드렸습니다. 괜찮으신가요?”
그렇게 말을 꺼내자 상대방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화가 연결이 되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아니, 나는 경영진도 아닌데 내가 왜 전화를…….」
“유 의장님이 보스코 대주주와 직접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십니다. 경영진이 아닌 오너와 협의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하시네요.”
「흠, 흠.」
“바꿔드리겠습니다.”
진강철의 태도가 미묘하게 까칠해진 것을 캐치하지 못했는지, 김성철 회장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유지웅과의 첫 대화를 어떻게 물터야 할지 그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복잡할 것이다.
유지웅은 전화를 건네받자마자 쾌활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제니스 컴퍼니 유지웅 의장입니다.”
「……반가워요. 보스코 그룹 총회장 김성철입니다.」
“얼마 전에 가진 최종 협상이 무산으로 끝나서 개인적으로 유감입니다. 그래서 그것과는 별개로 제가 다른 제안을 하나 하고자 하는데요.”
「네? 최종 협상이라니요?」
“국내 철강업체들이 제 제안을 거절했잖아요. 저도 그래서 GC-2 거래는 이제 더 이상 제안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니, 그게 무슨…….」
김성철의 목소리에는 진한 당황기가 듬뿍 담겨 있었다.
어떡하면 유지웅을 잘 구워삶을까 그것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졸지에 ‘그게 마지막이었어, 바보야!’란 공격을 받으니 당황해버린 것이다.
“제가 순관제철과 신순철강이란 영세업체를 규모해서 철강생산 사업부를 대강 꾸린 건 알고 계실 거예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시죠? 아무리 그래도 기존 철강업체들이 이미 구축한 생산 인프라와 규모, 노하우가 필요할 것이라고. 그래야 GC-2를 비롯한 다른 수많은 철강 제품을 빨리 시중에 내놓아서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거라고.”
「…….」
연이어 급소만 가격당한 김성철 회장은 제대로 반격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십 대 청년한테 이렇게 딱딱하게 지적을 받아본 적이 없던 터라,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저는 젊죠. 시간이 참 많습니다. 물론 보스코 같은 규모의 제철회사를 건설하고 안정화까지 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거예요. 돈으로 시간을 아낄 수 있다지만 물리적인 한계는 극복할 수 없죠. 대충 2, 3년 정도 잡으면 되려나.”
듣고 있던 진강철은 저도 모르게 딸꾹질을 할 뻔했다.
중간까지는 끄덕이면서 듣고 있었는데, 2, 3년이라는 말에 그만 뿜을 뻔했던 것이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돈으로도 시간 절약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해놓고 뭐? 2, 3년을 생각하고 있다고?
‘대체 이 분의 머릿속은…….’
“지금 미국 철강업체들을 상대로 활발히 인수 협상 논의 중입니다. 국내에서 운영하기 적당한 기업을 찾고 있는데 조만간 결정이 날 겁니다. 돈은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살림이 팍팍하긴 하지만 빠듯하게 쓰면 그럭저럭 기업 몇 개 정도 인수할 만큼의 여유는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사방에서 돈 못 빌려줘서 안달이구요. 이해하셨어요?”
「그 말뜻은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대체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김성철 회장의 목소리가 비로소 차분해졌다. 화를 내거나 발끈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느 정도는 대화가 가능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진강철 같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잘 운영하고 있는 것이리라.
“제철사업부를 제게 파세요.”
「무슨 말도 안 되는! 그건 보스코 그룹 전체를 통째로 팔라는 것과 다름이 없는 말이오!」
철 만드는 회사에 철 만드는 사업부를 팔라는 것은 회사 전체를 팔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소리, 김성철 회장이 발끈하는 것은 당연했다.
“당연합니다. 안 팔면 제가 본격적으로 제철 사업을 한다니까요?”
「그, 그건…….」
“GC-2가 기존 철강에 혼합해서 품질을 높이는 촉매제라서 혹시 기대라도 하신 거예요? 앞으로도 제가 철강산업에 직접 진출하지 않고 그런 식으로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하고요?”
목소리는 빨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차분해졌다. 그것이 더욱 상대에게 압박감을 주고 있었다.
“유감이지만 저는 굴 소스 하나로만 레시피 업계를 지배하는 어떤 분하고는 스타일이 다릅니다. 굴 소스도 만들어 팔 거고 따로 프랜차이즈도 낼 거고 이것저것 다 하는 스타일이에요.”
충격을 받았는지 김성철 회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유지웅은 그의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다 팔라고는 안 할 테고, 51%를 넘기세요. 증자를 하던 대주주들이 쪼개서 각출하던 그건 알아서 하시고. 그럼 GC 시리즈로 올리는 수익은 배당받지 못해도, 주가가 많이 오르니 짭짤한 이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거기에만 만족하세요.”
비즈니스 파트너로 거래하는 일은 없다. 직접 회사를 삼켜서 운영을 하겠다.
그런 의지가 농후한 말에, 김성철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유지웅이 ‘저번의 그건 최후의 협상이었다.’라고 말한 게 빈말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만약에 지분을 넘기면 미국 철강업체 인수는 없던 일로 하실 겁니까?」
“회장님이 저라면 그렇게 하시겠어요? 전 별로 그렇게 할 생각이 없는데.”
「…….」
“제가 자비로운 점령자라는 걸 부디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무자비한 폭군 위에 존재하는 자비로운 점령자.
김성철이 과연 그 은유적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까.
통화가 끊어졌고, 유지웅은 스마트폰을 진강철에게 돌려 부었다. 진강철은 감탄을 금치 못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노회한 김성철 회장을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 반박 한 마디도 못하게 만들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뭘요, 큰 몽둥이를 들고 웃으면서 다니면 모두가 제 말이 귀 기울이는 건 당연하잖아요. 이거 누구 말이었지? 미국 대통령 지낸 사람 말이었나?”
“저, 의장님. 그런데 아까부터 궁금했었는데 저기 저것은 무엇인가요?”
진강철은 한쪽에 세워진 큼지막한 방송용 카메라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한참 전부터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이제야 물어볼 여유가 생겼다.
“아, 저거요? 스트리밍 장비인데요. 아까부터 계속 송출되고 있었어요.”
“히, 히익!”
“잘 된 셈이죠. 진강철 사장님이 완벽한 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될 테니, 김성철 회장도 이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어디 보자, 시청자들 반응이 제법 폭발적이군요. 근데 후원 풍선은 왜 이 모양이지? 두 시간 동안 1,600만 원 밖에 안 되잖아? 내 시청자들, 왜 이렇게 가난함?”
「형님께평생충성 : 죄송해요, 형님. 이번 달 카드값이 이미 털려 버려서 30만 원 밖에 후원해드리지 못했습니다. 원래 제가 게임기 사려고 모은 저축까지 털어서 후원해드렸습니다.」
「혜지엄마 : 정말 죄송해요, 지웅이 오빠. 이거 밖에 못 해드려서.」
“혜지엄마님, 10만원 해주셨네요. 정말 조금이시네요. 실망입니다.
「혜지엄마 : ㅠㅠ 정말 죄송해요. 우리 큰 딸이 이번에 대학에 들어가서 등록금 때문에 많이는 못 해드렸어요. 그래도 이번에 우리 백화점에서 보너스 두둑하게 나와서 딸 아이 등록금은 무사히 잘 해결했답니다!」
“어디 백화점에서 일해요? 시간 나면 한 번 방문해서 점심 퇴근 시켜드리죠.”
「혜지엄마 : 르메어 백화점 제니스타운점에서 일해요^^7」
“그럼 굳이 갈 필요까진 없네. 아무튼 더욱 분발해서 풍선 많이 쏘세요. 나도 분발할 테니까.”
진강철은 시청자 채팅창을 보면서 정신이 없었다.
두 시간 동안 1,600만 원이면 별로 적은 금액 같지는 않은데, 유지웅은 지금 너무 적다고 후원자들을 대놓고 타박하고 있었다.
심지어 후원자들은 그런 타박에도 불구하고 ‘이것밖에 못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읍소하고 있으니.
“내 시청자들은 너무 가난해. 하루빨리 저 사람들이 부담 없이 백만 원, 천만 원씩 팍팍 후원 풍선을 날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겠어요.”
「오리아나포에버 : 영원히 충성하겠습니다, 지웅이 형님!」
“아, 진짜. 겨우 5만 원 쏘고 그러지 말라니까. 오리아나포에버님, 지금 어디 회사 다녀요?”
「오리아나포에버 : 보스코 제철 다니고 있습니다, 형님!」
“조금만 기다려. 내가 거기 강탈해서 오리아나포에버 동생님 연봉 올려줄게.”
―사랑합니다, 지웅이 형님!
―존경합니다, 지웅이 형님!
진강철은 시청자 화면에서 조용히 눈을 돌렸다.
김주원의 조용한 음성이 속삭임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그분은 넘쳐나는 돈을 쓰지 못해 매일 번뇌하시는 분입니다.’
‘그분에게 대항하려 하지 마세요.’
‘고개를 숙이고, 그분의 품에 안기세요. 그럼 해결됩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고, 충분히 마음이 움직일 만큼 공감도 했다. 유지웅이 김성철 회장을 압도할 때에는 나름 후련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남은 인생을 그에게 걸기로 했지만, 그래도 지금 저 스트리밍은 아직까지 적응이 어렵다. 이건 좀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유지웅의 스트리밍 영상은 김성철 회장도 당연히 보았다. 다시보기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가 찾아본 것은 아니었다. 동종업계 오너가 연락을 취한 것이다.
「자네, 그 영상 대체 뭔가? 대체 유지웅이 그놈하고 무슨 협의를 한 거야?」
“내가 뭘 말인가?”
「그 영상 말이야! 자네하고 유지웅이가 전화로 협의한 내용이 지금 인터넷에 올라왔단 말일세!」
“뭐야?”
김성철은 기겁을 하고 급히 동영상을 찾아봤다. 워낙 노출도가 높은 영상이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풀영상을 보기에는 시간이 길어서 엄두가 안 나서, 그는 짧게 편집된 다시보기 영상을 틀었다. 그리고 기겁했다.
“이게 대체 뭐야!”
―안녕하세요, 제니스 컴퍼니 유지웅 의장입니다. 제가 다른 제안을 하나 하고자 하는데요.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제철사업부를 제게 파세요. 51%를 넘기세요. 그럼 GC 시리즈로 올리는 수익은 배당받지 못해도, 주가가 많이 오르니 짭짤한 이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건 보스코 그룹 전체를 통째로 팔라는 것과 다름이 없는 말이오.
―돈은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살림이 팍팍하긴 하지만 빠듯하게 쓰면 그럭저럭 기업 몇 개 정도 인수할 만큼의 여유는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사방에서 돈 못 빌려줘서 안달이구요.
―만약에 지분을 넘기면…….
―제가 본격적으로 제철 사업을 한다니까요? 저는 젊죠. 시간이 참 많습니다. 제가 순관제철과 신순철강이란 영세업체를 규모해서 철강생산 사업부를 대강 꾸린 건 알고 계실 거예요.
―미국 철강업체 인수는 없던 일로 하실 겁니까?
―당연합니다. 제가 자비로운 점령자라는 걸 부디…….
―이해했습니다.
김성철은 뒷목을 잡다가 그만 의자로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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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편집 맛 좀 봐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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