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89)
1089 < — 소모임 — >
재계는 제니스 소모임의 혹독한 일정에 치를 떨었다.
소모임이 처음 출범했을 때, 유지웅은 오리엔테이션 겸 9대 재벌 총수 9인과 함께 회식 겸 등산을 했다. 1박 2일로 이어진 일정은 평균 70대 이상의 늙은 재벌 총수들에게는 고문이나 마찬가지로 가혹한 일정이었다.
팔팔한 20대, 그것도 인간을 초월한 체력을 지닌 그와 밤새 대작을 하고, 다음날 등산까지 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생명을 시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제니스 소모임은 50대 재벌 기업 중 경영 전선에서 뛰는 오너 일가 전원을 가입시켰다.
쉽게 말해 50대 재벌 일가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실질적인 직책이나 등기 여부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가입을 요구했던 것이다.
“우리 소모임은 자율적인 가입과 탈퇴를 지향합니다. 안심하시고 가입하세요. 그리고 소모임의 인맥을 마음껏 즐기세요.”
말은 그리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강제 가입’이나 다름없는 막강한 조치였다.
총 1조 달러가 넘는 막대한 공사비가 책정된 제니스 타운은 이미 대한민국 경제의 태풍의 핵이었다. 재계는 국내에서 사업을 하려면 제니스 타운을 제외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향후 완공될 서울을 넘어서는 거대한 산업, 문화 도시.
그 황금성에 기대어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으려면, 소모임 가입은 무조건 필수였다.
“유 회장, 나는 아무래도 너무 고령이고 건강이 악화돼서 더 이상 소모임 활동이 힘들 것…….”
“알겠습니다. 라테그룹은 그럼 소모임에서 탈퇴하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히익! 그, 그게 아니오!”
라테 총수는 고령과 악화된 건강을 이유로 들어 은퇴를 시도했다. 하지만 유지웅이 아예 그룹 전체를 탈퇴시킬 것처럼 굴자 당황했다.
“우리 소모임은 민주적인 운영을 ‘지양’합니다. 가입과 탈퇴는 언제든지 자유이니, 원하실 때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발음 상태가?
‘지양’이야, ‘지향’이야?
“라테그룹은 소모임 탈퇴를 원하십니까? 그게 정말 최선이에요?”
“아, 아니오! 그렇지 않아요!”
“잊지 마세요. 뭉치면 강하고 흩어지면 약합니다. 개인보다 중요한 건 조직이고 집단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데?
순간 라테 회장은 기억났다. 자신이 바로 그룹 기조연설에서 임직원들 앞에서 강조하곤 하던 말 아닌가.
“아무튼 잘 생각하셨어요. 그럼 라테그룹은 여전히 소모임 멤버인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우리 함께 힘을 합쳐 대한민국의 경제를 견인해 봅시다.”
“아, 알겠소.”
새파란 20대 애송이가 70대 재벌 총수를 애 다루듯 자연스럽게 대하는 모습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확실히 난 놈은 난 놈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껴야 했다.
소모임 일정은 무자비했다.
매주 금요일은 무조건 소모임 회식이었다. 참석은 자율적이었지만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을 해야 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20위 대기업 오너 일가 상무가 몸이 너무 아파서 병원에 실려 가는 바람에 참석을 못했다. 그는 단챗방에 병원 진단서를 첨부하며 극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열이 40도가 넘게 오르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어서 도저히 참석할 수가 없었습니다. 병원에서도 링겔을 맞고 꼼짝없이 누워 있기만 했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회장님.
수백 명이 넘는 단챗방 멤버들은 다들 바짝 긴장해서 유지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래도 정상참작 할 사유가 있으니, 이 정도는 봐주지 않을까?
유지웅은 쾌활하게 반응했다.
―소모임의 신성한 화합을 해하는 행위를 하였으니, 상무님과 종우그룹은 소모임에서 방출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회장님?
다른 이유도 아니고 너무 몸이 아파서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한 번 빠졌을 뿐인데, 그리고 또다시 사후 용서를 청하는데 그룹 송두리째 소모임 방출이라니?
말도 안 되는 반응에 다들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어떻게 저런 심한 통보를 저런 귀여운 이모티콘을 붙여가면서 할 수 있는 것인가?
―상무님은 부하 직원이 수술한다고 병가 신청했을 때 해고하시지 않았나요?
―그, 그건…….
―사람이 언행일치, 내로남로, 내불남불이 되어야죠. 내로남불은 저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이상은 안 돼요.
―회, 회장님! 제발 봐주십시오! 한 번만! 제발!
소모임에서 방출 된다고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유지웅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모임에 지나지 않으니.
하지만 지금 제니스 소모임은 전국이 주목하고 있는 거대한 모임이다. 국민들 중 제니스 소모임의 존재, 그리고 그 규모와 가입 멤버를 모르는 이들이 없다.
만약 소모임에서 방출되면?
종우그룹은 유지웅의 눈 밖에 났다고 여겨질 것이고, 주가는 즉시 폭락할 것이며, 향후 전 세계 먹거리 산업을 주도할 결정체 산업에서 떨어질 부스러기를 단 한 톨도 주워 먹을 수 없을 것이다.
―제발 용서를! 저는 정말 몸이 아팠습니다!
―말로만 양해를 구하면 어떡합니까. 말했잖아요. 내로남불은 저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요.
―그, 그럼 어떻게? 아!
다행히 상무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그는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단챗방에 글을 올렸다. 이번에는 고용계약서 사본을 첨부한 상태였다.
―해고한 정양운 씨를 복직시켰습니다! 급여도 이전보다 20% 올려 주었고, 위로금도 제 사비로 따로 주었습니다! 회장님, 저도 용서해 주십시오.
―음…… 진짜 원래 안 되는 건데 이번 한 번만 특별히 봐드립니다. 대신 다음 회식비는 종우그룹 ‘오너 일가 사재’로 부담하세요. 불참했으니 그 정도 벌칙은 짊어지셔야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쯤 되면 눈치 챌 수 있었다.
유지웅이 소모임을 만든 것은 정말로 화합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을 한 손에 틀어쥐고 입맛대로 움켜쥐기 위함이라는 것을.
하지만 정면으로 항거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기에, 그들은 치를 떨면서 매주 금요일이면 꼬박꼬박 전남 제니스 산업단지로 내려와야만 했다.
금요일 오후에 제니스 타운으로 내려와 일요일 오후에 올라가는 일이 빈번해졌다.
1박 일정도 아닌데 왜 금요일 오후에 내려와서 일요일 오후에 올라가느냐면, 토요일 정오가 지날 때까지 끊임없이 마시기 때문이다.
술기운에 뻗으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회식이 끝날 때까지 억지로 정신줄을 잡고 버틴다.
안 먹을 수도 없다. 유지웅이 눈에 불을 켜고 술을 먹는지 안 먹는지 감시하는데, 몰래 술을 버리거나 피한다?
유지웅이 눈을 부릅뜨고 이렇게 경고하겠지.
‘회식에서 소모임의 화합을 해치는 분은 필요 없습니다.’
회식이 끝나면 밤새 대기했던 수행원들이 달려와서 자기들 주인을 모시고 근처 호텔로 향한다. 그 상태에서는 도저히 바로 제니스 타운을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술이 해독될 때까지 꼬박 잠을 자고 일어나면 벌써 일요일 아침이 되어 있다.
그래서 회식은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하는데, 일요일 오후가 돼서야 제니스 타운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이다.
담성전자 부회장 이형원은 깨질 듯이 아픈 머리를 움켜잡으며 멀미에 시달리고 있었다.
웬만하면 숙취가 풀린 후에 서울로 올라오고 싶었다. 하지만 외국 기업과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있기에 서둘러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진짜 미친 놈이야. 사람이 어떻게 술을 그렇게 먹고 멀쩡할 수가 있지?”
이형원 본인도 말술이라고 장담하지만, 유지웅의 주량은 이미 인간을 넘어섰다.
그가 먹는 술의 1/20만 먹어도 자신은 아마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죽었을 것이다. 그는 남들한테는 치사량이나 다름없는 양의 몇 배 이상을 거뜬히 마시고도, 살짝 알딸딸한 듯한 모습만 보이고 있었다.
“레이더는 남들과 신체 조건 자체가 다른 건가?”
“아마 그럴 수 있을 겁니다. 알아보니 황백호 통령도 예전에는 술이 센 편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황 통령은 몸이 튼튼한 탱커고, 유지웅 회장은 딜러 아닌가?”
“딜러이기는 하지만 유지웅 회장의 신체 능력이 남다른 것은 과거 조사 결과 어느 정도 밝혀졌습니다. 수백 kg이 넘어가는 거대 참치를 강철 뜰로 가볍게 들어 올렸다고 하더군요.”
이형원은 여전히 깨질 듯한 머리를 움켜쥐었다. 대체 어제 폭탄주를 몇 통이나 마신 건지.
이형원은 문득 조수석에 앉은 비서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 실장, 지금 뭐 듣고 있는 건가?”
“유지웅 회장 스트리밍 방송을 보고 있습니다. 회식이 끝나고 두 시간도 안 돼서 스트리밍을 시작한 걸 보니, 아무래도 전혀 자지 않은 듯합니다.”
“……정말 강철 체력이군.”
레이더들은 다 저런가?
이형원은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자가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은 바로 젊음과 건강이다.
“나도 들려주게. 무슨 말을 하는지 보고 싶군.”
“예? 그, 그게…….”
비서실장의 표정이 영 좋지 않자 이형원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서실장은 난감해했지만, 얼른 태블릿과 연동된 무선 이어폰을 이형원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차량 실내 LCD를 열고 화면을 연동시켰다.
―근데 지웅이 형님, 왜 재벌들하고 매주 그렇게 밤새도록 술을 마시는 거예요? 지웅이 형님도 결국은 서민들 버리고 재벌들하고 어울리시는 건가요?
“원래 큰 재주는 보잘 것 없어 보인다고 했다. 하물며 소인배의 눈이라면 더더욱. 악의는 없고 그냥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러는 거니 내가 너그러이 이해할게, ‘야근8년인생’ 동생.”
―죄송합니다. 저는 부족하고 모자라서 형님이 직접 말씀해 주시지 않으면 그 뜻을 알 수가 없습니다.
“동생, 금요일 저녁에 야근해서 주말 내내 뻗어 있으면 기분이 어때? 그지 같지?”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와, 지웅이 형님이 어떻게 그걸 잘 아시지? 취업 같은 거 해보신 적도 없을 텐데.
―형님? 설마?
“난 개인적으로 강제 회식 문화가 맘에 안 들어. 야만적이고 비문명적이며 미개하고, 비효율적이야. 회사는 근로를 제공하고 월급 타는 곳이라는 게 본질이지, 사내 정치하고 사람들하고 어울려 노는 곳이 아니야. 안 그래?”
―맞습니다, 형님.
―하지만 회사도 사회다 보니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그렇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거 아닐까요? 물론 저도 강제 회식 문화는 반대합니다만.
“그렇게 사람들 만나는 곳이라서 퇴사하면 다들 연락 끊어지고 그래?”
―아……. 역시.
―……형님.
“아무튼 내 생각은 그래. 회사는 그냥 일하고 월급 받는 곳, 그게 전부야. 그 외에 다른 컨셉이 끼어들면 안 된다고 봐. 그게 바로 내가 추구하는 제니스 산업단지의 정체성 중 하나지.”
―멋지십니다.
―설마 그래서 강제 회식 문화를 없애시려고……?
“원래 빠르게 이기려면 대가리부터 치는 거야.”
―하지만 기업가들이 과연 형님의 높으신 뜻을 깨달을 수 있을까요? 그 분들은 이 방송 안 볼 겁니다.
“상관없어. 영영 못 깨달으면 간암 걸리게 해서 다 죽게 만들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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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스님을 대작으로 이기려고? 어림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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