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95)
1095
“땅은 한정적인 자원이지.”
유지웅은 뒷짐을 진 채, 먼발치에 펼쳐진 거대한 제니스 타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끝없이 펼쳐진 공사 현장, 준공이 완료되어 가동을 시작한 구역, 도로 위로를 쉴 새 없이 다니는 거대한 화물차…… 그 모든 광경은 도시가 품고 있는 커다란 생명력을 꿈틀거리듯이 토해내는 것만 같았다.
“대체가 불가능하고, 공공의 성격이 짙어. 사실 땅이 축재, 투기의 대상이 되는 순간 경제 블록 밸런스는 무너져.”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땅은 합리적인 목적과 시스템 하에서 공정하게 그 이용이 분배되어야 해.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림도 없지. 길목이 좋은 지역을 운 좋게 선점했다는 이유만으로 끝없이 주위의 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말지. 그 해결책은 하나뿐이야.”
조용히 시립한 채 듣고 있던 김범석은 그저 가슴이 벅찼다.
아아, 내 주인이 이렇게나 원대한 뜻을 품고 계셨구나. 그저 땅장사 해먹으려고 이 거대한 땅을 몽땅 사들인 게 아니었구나.
“경제와 사회의 발전과 균형을 중시하는 AI에 그 모든 운영을 맡겨버리는 거지.”
“맞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해. 왜? 그런 AI가 없을 뿐더러, 그런 AI에게 통제권한을 맡기지도 않을 거야. 그러니 해결책은 하나뿐이지.”
유지웅은 김범석을 돌아보며 눈빛을 날카롭게 빛냈다.
“누군가가 그 AI의 역할을 맡는 거지.”
“그리고 그게 바로 주인님이시고요.”
“맞다. 나는 기꺼이 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제니스 타운의 발전을 극도로 끌어올릴 생각이다.”
유지웅은 손가락으로 똑바로 자신을 가리킨 채 입을 열었다.
“온리원 플레이어, 그가 내가 추구하는 제니스 운영이다.”
이 모든 게 제니스 시티라는 게임이라면, 유지웅은 게임의 성공적인 네버 엔딩 스토리를 추구하는 유일한 플레이어. 그리고 다른 모든 것들은 게임 속의 NPC이자 시스템 자원.
“그리고 넌 내 중요한 장기말 중 하나로 승급했다.”
“영광입니다, 주인님!”
토지의 소유와 이용의 불균형으로 인한 빈부 격차.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인 그 문제를, 유지웅은 더 큰 자본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바로 모든 땅을 자신의 사유지로 만들어, 그 이용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서울을 전부 사들이려고 했어. 그런데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고, 여러 모로 잡음도 심할 거 같더군. 범석이 네놈도 알다시피 서울 땅에는 많은 자산이 몰려있으니, 그걸 모두 회수한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야.”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주인님이시라도.”
불경한 말이지만, 김범석은 그렇게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미천한 종의 몸이지만 그래도 충언을 아껴서는 안 되지 않는가.
하지만 주인님은 픽 웃을 뿐이었다.
“왜, 불가능할 것 같아?”
“주인님이시라 해도…….”
“괴수를 서울로 유인하면? 죽음의 도시로 만들어버려서 땅값을 바닥까지 떨어뜨린 다음에 모든 매물을 거둬들이고, 그 다음에 괴수를 퇴치하면?”
“허억!”
“아니면 황백호 통령을 움직여서 전쟁을 일으키면? 그래도 불가능할까?”
“크헉!”
김범석은 숨이 막히는 듯한 신음소리를 냈다.
유지웅은 그런 반응이 만족스러운 듯 쿡쿡거리며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어. 범석아, 기억해라. 이 몸이 불가능한 것은 없다.”
“…….”
“하지만 어느 쪽이든 너무 많은 피를 흘리지. 절망과 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이 쌓이게 되지. 나는 그런 것은 원치 않아. 그래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에서 대중의 피해가 최대한 적고, 또 시간을 가장 아낄 수 있는 길을 택한 거야.”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지역에 거대한 도시를 만들어서 그 안에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옮겨 오는 것.
“새 술은 본래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다. 그게 가장 깔끔하고 안정적인 길이다. 그렇지 않나?”
“지,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이 김범석이, 주인님의 인자함과 혜안에 감격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김범석은 또다시 벌떡 엎드려 절을 했고, 유지웅은 뒷짐을 진 채 가소롭다는 듯이 예를 받았다.
“지금 봐. 아무도 나한테 감히 불만을 터트리지 못하고 있어. 왜냐? 명분이 나한테 있으니까. 대도시의 젊은 인적 자원을 제니스 타운에 무분별하게 빼앗기고 있지만, 그 덕분에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가치가 하루하루 떨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나한테 불만을 드러내진 못하지. 내가 그들에게 직접 피해를 주거나 재산을 강취한 건 아니니까.”
“제니스 타운 외곽 지역에 폭 1km의 미개발 지역을 설정하신 것도……?”
“그린벨트이자 완충지대지. 욕망이 덕지덕지 묻은 자본 세력의 자금이 감히 들어오지 못하게끔 말이야.”
김범석은 언론과 여론에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유지웅에 대한 평가를 떠올렸다.
사람들은 그가 사회주의자다, 공산주의자다, 아니다를 놓고 끊임없는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김범석은 그 모든 게 부질없이 느껴졌다.
유지웅은 그 어느 쪽도 아니다. 굳이 그의 성향을 정의하자면…….
‘온리원 게이머!’
그는 한국, 아니 지구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거대한 경제 게임을 하고 있는, 유일한 플레이어다. 그의 눈앞에서 자신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시스템 상의 NPC 숫자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유지웅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움직이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김범석은 그저 가슴이 벅찼다.
이런 주인을 가질 수 있게 돼서, 너무 행복했다.
“북한에 좀 다녀와야겠어.”
“투자 때문에?”
“응, 황 통령이 이제 슬슬 한 번 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부탁하고 있네. 이쯤에서 한 번 가줘야지.”
북한국가투자개발부 최고총리로 임명되긴 했지만, 지명만 받았을 뿐 아직 임명장을 제대로 받은 것은 아니다.
황백호나 유지웅이나 그런 요식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북한에 가서 내가 총리라고 사람들 앞에 얼굴 도장을 찍는 행위는 중요했다.
“또 언론에서 시끄럽게 한소리 하겠구나.”
“그 소리 듣는 재미도 크지 않니?”
“안 그래도 요즘 슬슬…… 앗, 그만!”
정효주는 살짝 질린 듯이 자기 몸을 끌어안으며 뒷걸음질 쳤다. 그런 것까지 물들고 싶지는 않아, 라는 마음이 처절하게 보이는 몸짓이었다.
“근데 맨손으로 갈 건 아니지?”
“당연히 선물을 준비했지.”
“뭔데?”
“후후, 효주 너라면 알 것 같은데. 지금 내가 가진 것들 중에서 북한에 가장 필요한 게 어떤 건지 말이야.”
“아, 그거?”
정효주는 알겠다는 듯이 피식 웃다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변했다.
“근데 그거 어떻게 들고 갈 거야?”
“이럴 때 쓰라고 브라우니 모이 주는 거야.”
유지웅의 방북 소식이 알려지자 여론이 다시 한 번 요란하게 들끓었다.
“북괴 놈들한테 그만 좀 퍼줘라! 많이 퍼줬다 아이가!”
“빨갱이 유지웅! 북괴 땅에 가서 영영 돌아오지 마라!”
하지만 예전만큼 화력이 좋지는 않았다. 언론사도 슬슬 유지웅의 눈치를 보고 있었던 터라, 유지웅의 대북 투자를 반대하는 이들 위주로 국지적인 불만이 형성되었을 뿐이다.
청와대에서 우려 섞인 연락이 왔지만, 유지웅은 쿨하게 대응해줬다.
“도움은 바라지도 않으니 초나 치지 마세요. 가만히 구경만 하다 보면 큼지막한 떡이 떨어질 겁니다. 괜히 그거 먹다가 체하지나 마세요.”
청와대 수석은 유지웅의 타박만 맞고 풀이 죽어서 다시 돌아가야 했다.
유지웅은 항공기를 이용해 평양에 도착했다.
내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북한 최고의 도시답게 평양은 여전히 건재했다.
황백호는 직접 유지웅을 영접하기 위해 나왔다.
화려한 의장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수십여 명의 황백호 수행원들만 나와 있었을 뿐, 환영 인파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이거 부끄럽습니다. 아직 나라가 제 꼴이 아닌지라 화려한 의장 행사를 갖추지 못합니다.”
“괜찮습니다. 내전이 끝난 게 얼마나 됐다고요. 다 이해합니다.”
황백호는 괜찮다는 그 말이, 마치 한참 상급자가 아랫사람의 부족함을 달래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괜히 더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자, 가시죠.”
황백호는 의전 차량을 이용해, 유지웅을 직접 대광장으로 안내했다.
대광장에 도착한 유지웅은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모두 황백호의 최측근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정치범 수용소에서부터 저와 함께 했던 동지들입니다. 자, 여러분, 유지웅 최고총리님께 인사드리세요.”
다들 신기한 눈으로 유지웅을 이리저리 뜯어봤다. 그들 입장에서는 유지웅의 존재가 무척 이질적이었을 테니.
유지웅은 그들을 가만히 둘러보다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인재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군.’
하기야, 정치범 수용소에서부터 함께 한 동료들이니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수용소에서 최소 10여 년 이상은 썩은 이들이라 세상에 대한 식견이나 체력이 받쳐주질 못한다.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부디 출세했다 생각하지 마시고, 지옥에서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나왔다 생각하세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황 통령님을 잘 보좌해주기 바랍니다. 잘 아시겠습니까?”
유지웅이 차분히 말하며 둘러보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신기하게 바라보던 그들의 표정에 일제히 겁먹은 기색이 스쳤다.
황백호는 그가 어렵지 않게 군기를 잡는 것을 보고 조용히 흡족한 미소만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역시 자신이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가 되면서 동료들이 허황된 마음을 품지 않을까 염려했었다.
사실 탱커로서의 능력빨로 권력을 쥔 것이다 보니, 동지들이 막상 한 것은 없었다. 말 그대로 허드렛일을 옆에서 조금 도운 수준에 불과하다.
“자, 갑시다.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임시로 마련한 영빈관을 빠져 나오자 대광장에 질서정연하게 모인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거의 10만 명은 될 듯한 숫자에 커다란 전광판까지 곳곳에 있었다.
내전과 숙청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 관중이라면 황백호 통령이 심혈을 쏟은 게 분명했다.
유지웅은 성큼성큼 단상 위로 올라가 마이크 앞에 선 뒤, 숨죽여 기다리는 대중을 조용히 훑었다.
“친애하는 북한 주민 여러분, 저는 황백호 통령의 친구이자 동료이며 권력의 보조자인 유지웅이라고 합니다. 분에 넘치게도 황백호 통령께서 저에게 북한국가투자개발부 최고총리라는 직함을 안겨 주시며, 북한의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책임지고 이끌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저는 그 소임을 철저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해낼 작정입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지만, 유지웅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가 손을 가볍게 들자, 광장 외곽에 높이 설치된 거대 전광판에서 영상이 재생되었다. 바로 항구 근처에서 대기 중인 거대한 선박들과 그 내부 모습이었다.
“뜻 깊은 첫 방북을 위해 제가 약소하지만 몇 가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영상은 곡물과 유류를 적재한 화물선단입니다. 500만 톤의 곡물과 북한이 반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유류가 실려 있습니다.”
또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식량과 기름이라는 말 덕분인지, 아까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열렬했다.
기분 좋게 박수 소리를 흘려 넘긴 유지웅은 좀 더 강한 표정을 띠고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저것들은 제가 이번에 가져온 선물 중에서 포장지를 묶은 포장끈 따위에 불과합니다! 진짜 중요한 선물은 바로 지금, 저기 위에 있습니다! 자, 모두 위를 바라보세요!”
유지웅이 손가락을 높이 들어 올려 가리키자 주민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그제야 그들은 점점 커지고 있는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저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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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체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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