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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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니는 요즘 재미있는 놀이에 취미가 붙었다.
일명 하이재킹, 혹은 스카이보드. 물론 브라우니가 혼자서 붙인 명칭이다.
이 놀이의 명칭이나 존재를 아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브라우니의 두 주인조차 애완금의 은밀한 취미를 전혀 알지 못한다.
―이번에는 어떤 놈으로 해볼까.
브라우니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녀석은 평소의 수탉 모습이 아니라, 날렵한 송골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요즘 마음에 들어 자주 챙겨 입는 코스프레 복장 중 하나다.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 관제탑에 앉은 브라우니는 눈을 부릅뜬 채, 막 활주로에 들어서고 있는 항공기를 살펴보았다.
―JAL 여객기? 오호, 저걸로 하면 되겠어. 마침 둥지로 돌아갈 때가 됐군.
브라우니는 날개를 퍼드득 해서 날아올라, 빨간색으로 페인팅을 강조한 여객기 등에 올라탔다.
탑승 지역을 빠져 나온 여객기는 활주로를 향해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브라우니는 여객기 등에 늠름하고 꼿꼿하게 선 채로 쏟아지는 바람을 즐겼다.
―유후.
활주로에 여객기가 똑바로 서서 방향을 맞추는 순간, 브라우니는 밀려오는 흥분감에 꽁지깃을 바르르 떨었다.
―여기는 브라우니 1호, 출격 준비 완료!
여객기가 서서히 엔진을 가동하려고 하자 브라우니는 자세를 바짝 낮췄다.
머리를 앞으로 똑바로 내밀고, 두 날개를 좌우로 길게 펼치며 바람을 한껏 받을 준비를 했다.
그 모습은 활주로를 박차고 달려 나가려는 여객기의 모습과 놀랄 만큼 닮아 있었다.
정지해 있던 비행기가 마침내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고, 브라우니도 그에 맞춰 외쳤다.
―브라우니 1호, 출격!
제트엔진이 추진력을 뿜어내며 속도를 높였다.
빠른 속도로 활주로를 달리던 비행기의 기수가 살짝 앞으로 들렸다. 동시에 뒷바퀴도 들리며, 비행기는 마침내 활주로 지면에서 완전히 이탈했다.
온몸의 깃털을 감싸오는 강바람, 그리고 살짝 떠오르면서 만들어지는 부유감.
브라우니는 그 순간 설명하기 힘든 희열을 느끼고, 꽁지깃을 부르르 떨었다. 욕조에 아드레날린을 가득 담고 몸을 담그면 바로 이런 기분이 아닐까.
―더! 더! 고도를 높여라!
브라우니는 신이 나서 외쳤다.
상승 각도를 취한 여객기는 끝없이 계속 상승했다. 도심의 풍경이 점점 멀어지며 아득한 거리감이 그 사이에 남는다.
저 멀리 상공을 드리운 흰 구름떼가 보인다.
여객기가 마침내 구름층을 파고들며, 주변의 시야가 온통 새하얀 구름으로 뒤덮였다.
쏟아지는 구름의 찬란한 청량감을 느끼며, 브라우니는 비행기를 닮은 자세를 취한 채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침내 구름층을 빠져 나온 여객기는 비로소 기수를 수평으로 유지한 채, 서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발아래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구름층을 바라보며, 브라우니는 날개 끝을 가볍게 파닥거렸다.
―브라우니 1호, 고도 상승 완료! 순항 비행을 개시한다!
브라우니는 힘차게 외쳤다. 물론 자기에게만 들리도록.
비행기는 흰 구름층 위를 안정적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어느덧 육지가 멀어지며, 드넓은 바다가 나타났다.
새하얀 구름층이 걷히며 푸른 물결이 발아래 넓게 펼쳐졌다.
흡족해서 바라보던 브라우니는 몸을 엎드리듯이 더욱 바짝 낮췄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날렵해 보였다.
―브라우니 1호, 터보 모드! 부스터 가동 준비!
브라우니는 날개를 살짝 틀었다.
그전에는 바람이 날개의 위아래를 스치고 뒤로 흘리는 자세였다면, 정면을 향해 90도로 튼 것이다. 즉 날개 상부가 바람의 저항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구도가 되었다.
브라우니는 정신을 집중했다.
날개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이 흘러나와 여객기 기체를 감쌌다. 여객기 표면을 파괴하거나 상처를 내면 안 되기에, 브라우니는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게 기운을 조정했다.
이 연약한 금속 덩어리는 발톱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산산조각 나게 되니, 긴장의 끈을 절대 놓아서는 안 된다.
―부스터 가동!
브라우니의 두 날개가 옅은 황금빛으로 휩싸였다. 동시에 거대한 바람의 기운이 일어나며, 기체를 앞으로 밀기 시작했다.
“현재 비행 속도 시속 497마일(약 시속 800km), 기상 상황 쾌적, 매우 순조롭다.”
기장은 오토파일럿을 켜고 의자에 등을 편안히 기댔다.
부기장도 조정간에서 손을 떼며 기지개를 켰다.
“1시간 40분 정도만 더 가면 도착하겠군요.”
“그나저나 요즘 무안공항으로 오고 가는 편도선이 엄청 늘었단 말이지.”
“전부 타코야키들 덕분 아닙니까. 아까 언뜻 봤는데 승객의 절반 이상이 타코야키들이더군요. 3명 이상 단체로 여행 오는 친구들도 많았고요.”
타코야키.
대머리를 일컫는 희화 용어다. 머리숱이 없는 모습이 타코야키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요즘 일본에는 제니스 타운을 가기 위해 일본 공항이나 항구를 경유하는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 적어도 하루에 수천에서 1만 명 이상은 되는 듯했다.
유럽 등 먼 국가에서 무안국제공항으로 가는 직항로가 포화 상태이다 보니, 일본을 경유해서 항공기나 선박편을 이용하는 식이다.
“근데 발모 치료는 왜 일본인에게는 제공하지 않는 걸까요?”
“유지웅이가 일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던데. 지금 내각 정권을 엄청 싫어한다는 말이 있어.”
“엄한 내각 때문에 애꿎은 대머리들만 피해를 보는군요.”
부기장은 얼마 남지 않은 머리숱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그 역시 유지웅과 내각 정권의 좋지 않은 사이로 피해를 보는 이들 중 하나였다.
“오, 기류가 매우 좋은 모양입니다. 비행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요.”
시속 800km 정도였던 비행 속도가 서서히 증가하거나 어느덧 시속 900km에 다다랐다. 후방에서 제대로 밀어주는 바람 덕에 속도 이득을 본 것이다.
“오, 버프풍이 제대로 불고 있군.”
“버프풍이요?”
“요즘 일본과 한국 사이에 부는 기이한 바람을 일컫는 말이야. 적어도 하루에 두 번 이상 기묘한 바람이 불어서 한국 남부와 일본을 비행하는 항공기가 속도에 탄력을 받는다는군.”
갑자기 기장은 즐거워 보였다.
“이 정도면 연료를 상당히 절감할 수 있겠는데.”
“생각지도 않은 보너스 받으시겠어요.”
그들이 근무하는 항공사는 연료 절감량에 비례하여 일정한 보너스를 지급한다. 엄청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짭짤한 부수입이다.
“엔진 출력 낮춤.”
“엔진 출력 낮춤.”
기장이 말했고, 부기장이 가볍게 복창했다.
엔진 출력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그에 비례하듯이 항공기를 미는 기류는 더욱 강해졌다.
평소라면 시속 700km 정도가 나왔을 출력인데도 여전히 900km를 살짝 웃도는 속도로 비행하고 있었다. 오히려 더욱 가속이 붙으며, 어느덧 시속 1,000km에 다다랐다.
“참 신기한 바람이란 말이지. 마치 시속 1,000km에 딱 맞춰서 비행기를 날리려고 작정을 한 것 같단 말이야.”
“그러고 보니 정말 신기하네요. 이 정도 엔진 출력으로 이 정도 속도 비행이라니……. 무슨 태풍 같은데요?”
“그거 아나? 위성사진으로 봐도 특별한 기류 같은 것은 안 보인다고 하더군.”
“정말 신기한 바람입니다. 이게 하루에 최소 두 번은 발생한다고요?”
“한국에서 일본 쪽으로 한 번, 일본에서 한국 쪽으로 한 번. 절대로 3번이나 5번 발생하진 않아. 무조건 짝수로 발생한다는 게 참 신기한 현상이지.”
“버프풍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하겠습니다. 그런데 이거 혹시, 무슨 비행 괴수 같은 게 몰래 장난치는 건 아니겠죠?”
기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비행형 괴수는 지금까지 나온 적이 없지 않나. 새를 닮은 괴수는 한 번 나온 적이 있었지만 결국 날지는 못했고 말이야.”
“하긴, 비행 괴수는 나온 적이 없긴 하네요.”
“그리고 괴수가 어디서 장난치는 거라면 당연히 모습이 보여야지. 그냥 하루에 짝수 번으로 신기한 바람이 부는 것뿐이야.”
―브라우니 1호, 쾌속 순항 중!
눈을 부릅뜬 채 정면을 노려보며, 브라우니는 맹렬한 속도로 바람을 거듭 일으켰다. 짧은 날개가 불러낸 광풍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기체를 밀었고, 덕분에 기체는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활강할 수 있었다.
―저 멀리 둥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왼쪽으로 제주도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한반도 남부 지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이 항공기의 기종 및 무게와 경로를 볼 때, 무안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것으로 추정됨! 계속 하이재킹하고 있어도 무방할 것으로 보임!
비행기는 계속 날아가고 있었고, 한반도가 점점 가까워지며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저 멀리 무안국제공항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지켜봐주신 모든 잡금(잡것 날짐승)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며, 브라우니 1호의 오늘의 창공 출격 쇼는 이것으로 종료하겠…… 어?
그 순간 브라우니의 눈이 휘둥그렇게 커졌다. 녀석은 초음속 비행모드 전투기처럼 취하고 있던 날렵한 자세를 멈추고, 우측 방향을 향해 저절로 고개를 돌렸다.
―어어? 어어어? 어어어어?
브라우니의 눈동자가 두개골을 박차고 뛰어나오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커다래졌다.
―저, 저것은!
무안국제공항에서는 한 기의 한국국적 여객기가 막 이륙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탑승게이트를 통과한 니트로와 휘버는 일등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그런데 락밀렉 녀석이 순순히 허락을 해줄까? 지금까지 받아낸 예산이 적지 않아서 말이야.”
“북한에서 날려먹은 45억 달러 때문에 걱정이 되시나 봅니다.”
“날려먹은 건 아니지! 따지고 보면 인류 전체에 크게 도움이 될 증명 하나를 밝혀낸 거 아니냐. 겨우 45억 달러로 말이야.”
“45억 달러를 가지고 겨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몇 명 안 될 겁니다. 유지웅 의장이나 중동 재벌 정도? 이제 교수님도 그 대열에 들어서셨군요.”
“원래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만 아니면 다 겨우라고 말할 수 있지. 그게 얼마든 간에 말이다.”
휘버는 그 말에 피식거리다가 표정을 바꾸고 물었다.
“최윤 박사를 직접 만나보니 어떻습니까?”
“괜찮은 친구더구나.”
“한 번 가르쳐보고 싶다, 그런 생각은 들지 않으시던가요?”
“이미 우리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인 학자야.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품을 수 있겠냐.”
“가렌 교수와 비교하면 어떨까요?”
“가렌 녀석이 나이가 젊긴 하지만…… 사실 학자로서 우리 둘보다 딱히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
니트로는 팔짱을 낀 채 끄덕거렸다.
어느새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고도를 상승하고 있었다.
“앞으로 한국에서 보낼 시간이 기대되는구나.”
―우오오오! 저것은!
브라우니는 두 날개로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틀림없었다.
은빛의 아름다운 광택을 자랑하는 저 기체는, 바로 브라우니가 꿈에도 그리던 세계 3대 초대형 점보여객기 중 하나였다!
―보잉 747! 너, 이 녀석! 거기 섯거라!
브라우니는 방금 전까지 앉아 있던 비행기에서 후다닥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