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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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김에 미국까지 끌어들여서 깔끔하게 일단 마무리 짓는 걸로 하죠. 어떻습니까?”
브류인은 팽팽하게 머릿속을 돌렸다.
유지웅의 제안이 자국에 불리한 점은 없는지 조금이라도 뒤져봐야 했다. 그것도 몇 초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철도 자유이용권, 중국이 핵 투하는 사과하되 표현은 최대한 두루뭉술하게 할 것, 미국과 관계 개선, 일단 이 정도로 타결하는 게 어떨까요?”
브류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외교 권한 내에서, 저 조건을 승인 없이 OK해도 되는지 재빠르게 생각했다. 그는 마침내 결론을 내리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우리 중국은 그 제안에 동의하겠습니다. 흔쾌한 결정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자, 그럼 이제 좀 더 편하게 새우튀김 먹을 수 있겠네요. 아참, 결혼은 하셨어요?”
“네? 당연히 했습니다만……?”
“잘 됐군요. 한국에서는 결혼을 해야만 새우튀김을 편안하게 먹을 수 있다는 민간 신앙이 있어요.”
“오, 그런 게 있었나요? 전혀 몰랐습니다.”
브류인은 한국에는 정말 신기한 식문화가 다 있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아까보다 기꺼워진 마음으로 술잔을 들었다.
“총리의 결정에 이견은 없습니다만, 너무 쉽게 중국을 용서해주는 게 아닌지 조금 우려가 됩니다.”
만찬이 끝난 후 브류인 대사는 돌아갔다.
황백호 통령은 따로 시간을 내서 통령궁 정원에서 유지웅과 대작을 하며 넌지시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와서 따지기보다는 유지웅이 그린 구체적인 청사진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은 것이다.
“용서한 적 없습니다. 그래서 사과 방식이나 표현에도 분명히 제한을 그었잖습니까.”
유지웅은 사과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다시 한 번, 분명하고 노골적으로 설명해주었다.
“힘이 있을수록, 그리고 그 차이가 클수록 사과는 안 받는 게 오히려 유리한 겁니다. 잘못을 가한 약자 쪽에서 오히려 더 안절부절 못하게 되거든요.”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더 강해질 수 있을까요?”
“이미 전혀 밀리지 않죠. 중국은 이제 거품 다 빠졌어요. 세계의 공장이니 뭐니 하는 것도 다 옛날 일입니다. 해외 기업들 공장 죄다 빠지면 당장 그 많은 인구수 먹여 살리는 것부터 걱정해야 할 겁니다.”
일찍이 그가 항구 규모를 GDP 100조 달러(10경 원) 규모에 맞춰서 지어야 한다고 한 점, 그리고 방금 자신 있게 꺼내놓은 단정에 황백호는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주민 교육은 잘 돼가는 중인가요?”
“물론입니다. 총리가 제안한 대로 전 인민의 교육에 국력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유지웅은 주민들에게 당장 일자리를 주는 것보다는, 배급제를 실시하되 교육 그 자체에 더 신경을 쓰라고 주문했다.
일단 사람이 배워야 할 줄 아는 게 생기고, 어디에든 써먹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희토류 공장에 투입된 인력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일하는 시간보다는 교육을 받는 시간이 훨씬 많다. 하루에 2, 3시간 정도 일하고 나머지는 교육으로 보내는 식이다.
“우리가 비록 자강도가 불타고 핵도 맞긴 했지만, 사실 중국에 더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그러니 겉으로 보이는 명분이나 외관에는 크게 집착하지 맙시다. 어차피 중국을 밟아줄 날은 앞으로도 많고 많습니다. 일단은 철도 이용권부터 확보하지요.”
“알겠습니다.”
황백호는 문득 자신이 통령인지 유지웅이 통령인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주민 교육 과정에 관해서도 그렇다. 원래라면 자신이 묻고 대답을 들어야하는 내용이지만, 지금은 그 반대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게 싫지는 않았다.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유지웅이 주민 교육 같은 사소한 문제를 일일이 직접 챙기고 자신에게 보고를 하는 그림이라면?
왠지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전혀 안 어울려!
“그나저나 이제 중국에서 우리, 아니 총리를 의심하겠군요. 총리와 부총리가 단독으로 켈루자를 쉽게 잡았으니 말입니다.”
200명이 넘는 공격대원들이 몹시 힘들게, 그것도 몇 시간이 걸려 잡은 괴수를 정확히 한 시간 만에 잡았다.
이제 중국은 과거 필드 드래곤 레이드가 중국 도시들에 입힌 피해를 다시금 고찰하게 될 것이다.
“켈루자를 혼자서도 잘 잡으니까 옛날에 일부러 중국에 피해 입혀가면서 레이드 한 거 아니냐고요?”
“중국 입장에서 한 번쯤 그런 이야기가 나올 거 같군요. 물론 이번 협의에서는 그렇지 않겠지만, 서명을 하고 나면 나중에 언제라도 한 번 나올 것 같지 않습니까?”
“걱정 마세요. 둘러댈 말이 있으니까요.”
북중미, 세 국가의 외교부 수장이 한데 모였다. 모인 장소는 바로 전남 제니스 타운이었다.
그 자리에서 중국은 필드 드래곤 진압 과정에서 프라임 공격대에 허락을 구하지 않고 핵을 투하한 것에 관해 조용히 사과했다.
“도시가 위험에 처하는 것을 두려워한 일선 지휘관의 단독 일탈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사과인 듯 사과 아닌 사과 같은 두루뭉술함.
중국 지도부는 자국의 체면을 크게 구기지 않는 표현에 만족했고, 유지웅이 그 이상의 표현을 요구하지 않는 것에 한 번 더 만족했다.
한때 전면전 직전까지 갔었던 중국과 미국은 그 일을 일단 공식적으로 덮어두기로 합의를 보았다.
화해를 하거나 없던 일로 하자고 한 것은 아니고, 덮어두자고 서로 정식 합의를 본 것이다. 표현이 다소 복잡하지만 외교 관계는 원래 그런 법이니 대충 넘어가도록 하자.
가장 큰 실리를 얻은 것은 바로 북한이었다.
향후 100년 동안 중국 내 철도를 최우선 순위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은 것이다. 유럽을 향한 육로 진출의 발판이 열린 것이다.
합의 자리가 끝난 후, 미국 측 인물이 가벼운 화제로 분위기를 이끌다가 옵저버로 참석한 유지웅에게 말을 꺼냈다.
“켈루자 1인 레이드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뭘요. 별 거 아니었습니다.”
“참으로 인상 깊게 봤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 실력을 갖고 계시면 과거 필드 드래곤도 좀 더 수월하게 잡으실 수 있지 않았을까요?”
마치 중국더러 들으라는 듯한 질문이었다.
중국은 이런 상황이 유쾌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유지웅이 뭐라고 반응할지 궁금하긴 했다.
중국 역시 이번 켈루자 레이드를 통해 유지웅의 진짜 실력을 다시 보게 되었고, 과거 중국에서 행해졌던 필드 드래곤 레이드가 일부러 과도한 피해를 낳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즉 얼마든지 쉽게 잡을 수 있었는데 중국에 피해를 야기하려고 두 달 넘게 끌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중국 내에 커진 것이다.
유지웅은 흔쾌히 대답했다.
“아, 그때는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정도가 한계였어요. 물론 지금 와서 다시 잡으라면 얼마든지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중국 측 인물이 참다못해 상기된 채 물었다.
어쨌든 1차 외교 관문도 통과했겠다, 어느 정도 간이 커졌다보니 저도 모르게 본성이 나온 것이다.
“아, 전 원래 그냥 가만히 숨만 쉬어도 강해지는 체질을 타고 나서요.”
“……?”
“……?”
“그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압도적으로 다릅니다. 전혀 비교 대상이 아니죠. 그리고 방금 질문을 했을 때의 저와 지금 대답을 하는 저의 강함은 또 다릅니다. 저는 매초마다 거듭해서 강해지거든요, 하하.”
한 마디로 그때의 자신은 필드 드래곤을 혼자 잡을 수 없을 만큼 약했었다는 대답. 그 말에는 중국 측도 더 이상 따지고 들 구실이 없어 입을 다물고 말았다.
북한이 얻은 중국 내 철도 이용권은 한반도 경제에 커다란 호재를 불렀다.
해외 투자자들은 앞을 다투어 북한에 투자하고 싶어 했으며, 부호들을 태운 전용기가 하루가 멀다 하고 평양을 향해 항적을 띄웠다.
그간 철저히 해외 투자를 거부해온 북한은 진지하게 투자 유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유지웅이 정한 주요 투자 지침은 변하지 않았다.
“기간산업은 반드시 정부가 쥐고 있어야 합니다. 실무 경영은 맡기더라도 경영권, 인사권은 정부가 쥐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간산업에 대한 해외 기업의 지분을 전량 회수한다는 조항도 삽입해야 합니다.”
“그런 식이면 아무도 투자하려고 하지 않을 텐데요…….”
“왜 투자를 안 해요? 투자 원금과 일정 이익을 회수할 때까지는 경영권 회수와 지분 회수를 않겠다고 보장을 해주면 되죠. 저 사람들 지금 돈만 쌓아놓고 투자할 데가 없어서 환장하는 이들입니다. 20%의 이익만 보장해줘도 환장하고 투자하려고 들 걸요?”
정확히는 이익을 보장하는 개념이 아닌, 그만한 이익을 확보할 때까지 경영을 보장한다는 의미였다.
투자자들은 황백호 정권의 뜻을 제대로 파악했다.
“정리하자면 적당히 이익 챙기고 나면 완전히 손을 떼라는 의미군요.”
“맞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런 좋은 투자처를 놓칠 수는 없지요.”
북한은 한창 성장하고 있는 국가, 투자 이익이 확실히 보장되는 수익원이다. 너도 나도 돈을 싸들고 와서 대기 중인 상황에서 나중에 손을 떼야 한다는 것 때문에 물러나면 바보다.
사실 북한에 진짜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니었다.
바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인력 지원 및 경영 노하우였다. 돈은 차고 넘칠 만큼 많았다.
북한은 철도와 도로 건설을 해외 기업에 이양했다.
투자는 북한이 51%, 해외 기업이 49%를 출자하되 경영은 해외 기업에 맡기는 방식이었다.
투자기업은 사업 완공 이후 20년이 경과하거나, 혹은 30%의 이익률을 실현하면 보유 지분 전량을 북한 정부에 양도한다. 이때 양도 가격은 시세 가치를 고려해서 책정한다.
워낙 대규모 사업이다 보니 단일 기업 참가 신청은 없었고, 전부 컨소시엄 형태로 맺어진 기업 연합이 대세를 이뤘다.
그리하여 철도는 유럽 측 컨소시엄이, 도로는 미국 측 컨소시엄이 각각 개발운영권을 따냈다.
한편 한국 정재계 반응은…….
“대체 왜 우리는 끼워주지 않는 거야!”
저 어마어마한 개발 시장에 단 1원도 투자하지 못하고 있으니, 한국 기업가들은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황백호 통령은 제니스 컴퍼니와는 세상에 둘도 없이 친하게 지냈지만, 한국 정부나 한국 기업들과는 철저히 선을 그었다.
북미 정상 회담에서 종전을 선언하고, 동맹 및 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한국 정부는 철저히 패스당했었다.
아니, 사실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김호 대통령이 일본 출신이라서 그렇습니다.”
“원래 북한이 일본이라면 이를 바드득 갈긴 합니다. 제가 황백호 통령이었어도 지금 우리나라 정부하고는 거래하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김호 정권하고 거래하면 결국 일본 좋은 일만 시켜주는 셈이니까요. 북한도 그걸 인지하고 있으니까 철저히 거리를 두는 거고 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것은 김호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건데……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아 있죠.”
“그럼 김호 대통령이 임기 꽉 채우는 동안 우리 한국 기업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겠군요. 그 동안 다른 해외 기업들이 북한에서 빈 땅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깃발을 잔뜩 꽂아놓을 테고요.”
“김호 대통령이 일찍 물러나면 되지 않겠어요?”
“하지만 어떻게 일찍 물러나게 합니까?”
“지금 여당은 최형식 때문에 전멸 상태잖습니까. 야당에서 탄핵을 추진하면 청와대는 방어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