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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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을 대하는 황백호 통령의 태도는 평소보다 한결 더 신중해 보였다.
지금 한국에서 한창 벌어지고 있는 일 때문이었다.
“유 총리, 계엄은 괜찮은 겁니까?”
“아아, 문제없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혹시 계엄을 핑계 삼아 김호 정부가 유 총리나 제니스 타운에 해코지를 가할 작정이라면…….”
“에이, 김호 대통령은 그런 짓 못합니다. 애초에 간이 작아서요. 걱정하지 마세요.”
유지웅은 호언장담을 했지만, 황백호는 쉽게 안심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어쩔 수 없이 유지웅은 살짝 귀띔을 해주었다.
“헌재에서 탄핵을 기각시킨 건 아마 제 입김이 살짝 들어갔을 겁니다. 김호 대통령도 그걸 알고 있고요.”
“아아, 역시 그랬군요.”
궁금증 하나가 해소되자 황백호는 조금 안심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가 다시 의아함을 품고 질문했다.
“그런데 들어갔을 거다 라는 이야기는 뭡니까? 유 총리도 잘 모르는 일인가요?”
“그게…… 제 측근들이 알아서 진행하는 거다 보니 저도 정확한 내역은 모릅니다. 쓸데없는 중간보고는 생략하고 나중에 상황 다 정리되고 나면 말하라고 해뒀거든요.”
“오, 역시 유 총리는 화끈합니다. 내가 유 총리라면, 그런 중요한 일이 진행되는데 중간과정을 전혀 모르는 상황은 많이 답답했을 겁니다.”
사실은 영화 스포일러를 당하기 싫은 마음가짐이지만, 황백호가 저렇게 오해하게 놔두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럼 지금 유 총리에게 물어도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대답을 들을 수 없겠군요.”
“저도 아직 잘 모르니까요. 미국에 한 번 물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래도 되겠어요? 난 유 총리가 불편해할까 봐 일부러 미국에 문의하진 않았는데.”
“괜찮습니다. 아, 대신 미국한테 들은 내용을 저한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저는 일단 측근들이 일처리를 다 끝낸 뒤에 직접 들을 생각이라서요.”
“그런 부분은 역시 철저하군요. 과연 제니스 타운의 주인답습니다.”
유지웅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혹시 당분간 나라 밖으로 나와 있을 생각입니까?”
“일단 밖으로 피신해 있는 게 대외적으로 보기에도 좋을 것 같긴 합니다. 여차하면 김호 정부를 바깥에서 압박할 수도 있고요. 그래도 만에 하나의 가능성은 대비해야죠.”
만에 하나.
김호가 칼을 휘두르다가 정신이 나가서 칼을 들이대지 말아야 할 곳까지 건드리는 경우를 말한다.
본래 권력이란 쥐고 휘두르다 보면 그 맛에 심취한 나머지 처음의 의도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으니.
“무엇보다 해외 업무 처리할 게 쌓여 있는데 헬조선 안에 머무르고 있으면 아무래도 운신이 자유롭지 않을 것 같아서요. 어쨌든 간에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장된 상황이잖습니까.”
“이번에 우리 공화국에서 처리한다는 업무는 제니스 컴퍼니 의장으로서입니까, 공화국 총괄총리로서입니까?”
“아, 둘 다입니다.”
“기대되는데요. 대체 어떤 업무입니까?”
유지웅은 씩 웃으며 깍지를 끼었다.
“지금 일본이 내전으로 한창 정신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홋카이도와 오키나와가 떨어져 나간 채, 본토섬이 동서로 나뉘어 기약 없는 내전을 시작한 일본.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된 채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의 생존을 건 싸움이 시작된 한국.
어쩌다 보니까 두 나라가 사이좋게 시끄러운 상황에 처했다.
물론 일본이 처한 상황이 한국보다는 몇 십 배 이상으로 골치 아픈 상황일 테지만.
“사실 주요 공업지대에 있는 첨단기업 공장들에 문제가 좀 생긴 모양입니다.”
“내전에 휩쓸리기라도 했습니까?”
“절반만요. 제조라인은 무사한데 창고가 습격을 받아서 자재가 전부 소실됐답니다. 하필이면 비축한 희토류 금속들도 피해를 봤다고 합니다.”
“저런, 그랬군요.”
황백호는 무미건조하게 말을 받았다.
일본 기업들에는 안 된 일이지만, 희토류 비축분이 소실됐다는 것은 북한에는 좋은 소식이다. 추가 물량을 더 팔아먹을 수 있게 됐으니.
“그래서 제가 이번에 소니나 혼다, 아무튼 일본 대기업들 여럿에 제안을 좀 했습니다. 내전 때문에 정국도 불안정한 일본에서 굳이 본사를 놔둘 필요 있냐고요.”
“혹시?”
“예, 제가 본사 및 공장 이전을 제안했습니다. 해외공장이나 해외기지를 짓자는 게 아니고, 아예 본사를 통째로 들어다가 옮겨오는 게 어떻겠느냐고요.”
“남쪽으로 옮겨오는 겁니까?”
“그럴 순 없죠. 우리 헬조선은 지금 계엄 때문에 한창 정신없는 상황인데, 제가 일본 기업 사장이라도 헬조선 이전은 절대 안 할 겁니다. 남은 것은 하나뿐이죠.”
“그럼 우리 공화국에?”
황백호의 표정이 밝아졌다. 내로라하는 일본의 대기업들이 이전을 해온다면 두 팔을 벌려 환영할 일이다.
일본은 싫어도 일본 기업이 둥지를 트는 건 좋다. 심지어 본사가 통째로 온다고 한다.
“북한은 희토류 생산공장도 있으니, 첨단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업으로서는 이전하기 딱이지 않습니까. 지금 일본 기업가들도 일본에서는 불안해서 경영활동 못하겠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서일본 정부와 동일본 정부가 군대 제어가 제대로 안 되는 모양이군요.”
“동일본은 비교적 관리가 잘 되는 편인데, 서일본은 초강경파 세력 때문에 좀 골치 아픈 상황이거든요. 공단지역에서 민폐를 끼친 것도 바로 이 녀석들입니다. 원래 극우 활동을 하다가 반란군으로 몰렸던 놈들이죠.”
“서일본 정부도 워낙 사람이 없나 보군요. 그런 놈들까지 끌어들여다가 군인으로 쓰고 있을 정도면 말입니다.”
황백호는 혀를 끌끌 찼다.
군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규율과 통제다.
상부의 지시를 받지 않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일선부대는 용납될 수 없다.
“그래도 창고 습격 정도로 끝난 게 일본 기업들에는 다행일 수도 있겠군요.”
“애초에 창고를 습격한 게 우리 북한에서 사온 물자를 일본 땅에 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으니까요.”
“……그게 정말입니까?”
“네, 서일본 군부 강경파는 일본 기업을 없애려는 게 아니니까요. 그냥 우리 한반도에 대한 안 좋은 악감정을 해소하기만 하면 그만인 거죠.”
“이해가 안 되는군요.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원래 병신과 범죄자의 내면을 이해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다가 심연에 잡아먹혀요.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심연도 이쪽을 인식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좋은 말이군요. 가슴에 깊이 와 닿습니다. 유 총리는 나보다 어린데도 참 배울 게 많군요.”
“원래 되게 부지런한 배우인데 게으른 배역을 너무 오래 자주 연기하다 보니 진짜 성격마저 게을러진 사람도 있대요.”
“오, 그렇군요.”
이야기가 잠시 샜지만, 유지웅은 다시 원래 화제로 돌아왔다.
“아무튼 몇 몇 대기업들하고 비밀리에 접촉을 해봤는데, 무난히 이전에 동의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자기들 터전을 완전히 버리려 한다는 것은 조금 의외입니다.”
“똑똑한 자본가들이니까 더 잘 아는 거죠. 지금 일본 내전이 2, 3년으로 그칠 게 아니다, 앞으로 일본이 내전으로 어마어마한 국력을 소모할 거다라는 것을요.”
일본의 성공한 기업가들은 더 이상 일본에서의 기업 활동이 희망이 없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당장이야 특별한 문제가 없겠지만, 국가 발전을 위해 써야 할 기량을 내전에 소모적으로 낭비하는 게 장기화되면, 결국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침몰하는 배는 하루라도 빨리 탈출하는 게 맞다.
“오늘 협상을 맡은 대표단이 오기로 했습니다. 물론 비밀리에 방문하는 겁니다. 동일본이나 서일본 양쪽 모두 모르게 말입니다.”
“아, 오늘 말입니까?”
“네, 제가 전용기를 보냈어요. 혹시라도 의심을 살까 봐 일부러 미군기를 이용했습니다.”
과연 유지웅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제조기업들이 추린 대표단이 도착했다.
그 중 둘은 유지웅과 이미 면식이 있는 이들이었다.
바로 도요타 자동차 CEO 코쿠지마 겐이치로 사장, 혼다 자동차 CEO 탐 켄치 사장이었던 것이다.
당시 유지웅은 그들을 상대로 위압적인 자세를 취하며 희토류 강매 계약을 체결시켰다. 하지만 그들은 마치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유지웅과의 재회를 기뻐했다.
“서로 사정 다 알고 있고, 또 갈 길이 머니 빨리 빨리 협상을 진행할까요?”
“그렇게 해주시면 저희야 감사할 따름입니다.”
“북한 이전에 찬성하는 기업들은 모두 몇 개입니까?”
“총 12개 그룹입니다. 물론 제조업을 담당하는 계열사 전체가 일괄적으로 이전할 겁니다.”
“일부 계열사만 이전하면 남아 있는 계열사들이 동서일본 정부한테 등쌀이 긁히지 않을까요?”
“일본을 떠나서는 영업이 어려운 계열사도 있습니다. 주로 내수 금융이나 유통에 치중한 회사들입니다. 그런 회사들은 옮겨올 수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일부 인력을 북한으로 조용히 보내 공장 설립을 담당케 하고 싶습니다. 공단 완성 후 일괄적으로 설비와 인력을 옮겨오는 방식으로 이전을 하고 싶습니다.”
말 그대로 회사를 통째로 파내서 온다는 이야기였기에, 황백호는 만족스러워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계획대로 된다면 북한은 향후 몇 년 안에 일본 제조업을 쥐락펴락하는 12개의 대기업을 보유하게 된다.
물론 일본 자본에 일본인 경영진과 일본인 기술자들로 구성된 회사이지만, 회사법으로는 엄연히 북한 기업이 되는 셈이다.
첨단기술 축적 및 밀집공단 설립에 목말라 있던 황백호로서는 반갑기 그지없는 이야기였다.
“이전을 결심한 기업들의 주력 생산품은 자동차 완성품 및 세부 부품들, 엔진, 선박, 디스플레이, 반도체, 전자칩, 첨단의료설비 등 고부가가치 기술이 적용되는 것들입니다.”
“도요타와 소니가 있으면 이미 말 다 한 거죠. 통령님, 소니 회사가 콘솔게임기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만드는 오랜 정통파입니다. 저는 엑스박스원을 색깔별로 하나씩 전부 다 사서 소장하고 있다니까요?”
“의, 의장님. 엑스박스원은 소니가 아니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아, 그래요? 이거 죄송하네요. 제가 착각을…….”
유지웅은 곧바로 사과를 했고, 소니 측 인물은 웃지도 못하고 화를 내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표정만 지었다.
그래도 분위기는 제법 부드러워졌다.
일본 대표단은 눈치를 살피고는 이야기를 꺼내도 되겠다 싶었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근래 일본 상황 때문에 우리 회사들의 사정도 매우 어렵습니다. 여기에 일본 본사를 통째로 비밀리에 옮겨오는 과정에서 출혈이 적지 않게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북한 정부에서 100% 지원할 겁니다. 제가 우리 북한에 갖다 놓은 투자 자본이 5,000억 달러 정도 됩니다. 그 중 절반은 금괴 5,000톤으로 구성돼 있고요. 지갑만큼은 빵빵하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아, 살았습니다. 가장 어려운 문제 하나가 이렇게 해결이 되었군요.”
“그럼 지분으로 전환되는 시세는 오늘을 기준으로 하는 게 어떨까요?”
“예? 지분 전환이라니요?”
대표단이 당황해서 반문하자 유지웅은 오히려 놀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신규 증설 투자를 새로 하는 거니까, 당연히 그만큼의 지분을 가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