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56)
— —
유지웅이 초토화시킨 면적을 본 므야브루스 부족은 신의 사자라도 본 것처럼 정신없이 빌고, 빌고, 또 빌었다.
“크르띠야! 끄르띠야!”
“크르띠야! 끄르띠야!”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지만, 신 같은 초월적인 존재에게 비는 용서의 의미라고 한다. 유지웅은 손을 툭툭 털면서 흡족해져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역시 메시지는 짧고 파괴적일수록 좋아. 안 그래요?”
“…….”
“…….”
“자, 갑시다. 우린 먼저 가 있을 테니까 페르난도, 넌 이들을 데리고 천천히 돌아와.”
“Yes, Your Majesty!”
유지웅은 반쯤 넋이 나가 있는 지모를 재촉해서 함께 차에 올랐다.
차량이 멀어지기 시작했지만, 지모는 멀어지는 초토화 풍경을 언제까지나 눈에 담고 있었다.
‘이게 가능해? 말이 돼?’
미국은 원거리 딜러, 근접 딜러의 전투력을 다양한 방면으로 비교하여 전력 표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결과에 따르면, 원거리 딜러의 표준 파괴력은 한 방의 공격으로 개인 승용차를 전소시킬 수 있을 정도다.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큰 빌딩도 무너뜨릴 수 있다.
특수 장갑을 두른 전차나 장갑차 등은 파괴하지 못한다.
때문에 국가 체제 전복 우려에서 원거리 딜러는 큰 위험 대상군이 아니다. 오히려 근접 딜러가 더 위험하지만, 근접 딜러 역시 일반 저격총에 맞으면 바로 잡을 수 있다.
아무튼 유지웅이 보인 파괴력은 통상적인 원거리 딜러의 파괴력을 아득히 뛰어넘은 수준이다.
저 정도면 다연장로켓포에 맞먹는, 아니 그 이상 가는 수준의 파괴력이 아닌가?
“우리가 지금 뭘 본 거죠, 보스?”
한편 원주민들을 수습하기 위해 남은 페르난도 조직원들은 그저 멍한 얼굴이었다.
유지웅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쉴 새 없이 절을 올리는 므야브루스 원주민 부족, 그리고 부채꼴 모양으로 깔끔하게 초토화된 대지.
눈으로 보고 있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마치 한바탕 꿈을 꾸고 일어난 듯한 기분이다.
“저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입니까? 레이더들은 정말 다 저런 겁니까?”
“그럴 리가 있겠냐. 저건 오직 그랜드 빅보스만이 가능한 일이시다. 그분 정도 되니까 저런 것도 해낼 수 있는 거야.”
오금이 저리는 놀라운 광경을 봤다. 하지만 페르난도의 마음속에는 형언할 수 없는 뿌듯함만이 가득했다.
‘이게 바로 다른 시청자들은 보지 못한…… 빅브라더의 진정한 힘이구나!’
게다가 자신은 유지웅과 직접 주먹을 나누면서, 그가 지닌 가공할 대인 전투력까지 겪어보지 않았던가.
다른 팬들은 알지 못하는 그의 진짜 모습을 두 번이나 겪었다는 것에, 그는 실실 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이런 분이니까 다른 동료는 필요 없이 혼자서 괴수를 잡을 수 있는 거겠지. 대단해. 정말 대단해!’
“자,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 빨리 원주민들을 데리고 돌아가자!”
“근데요 보스, 차가 모자랍니다. 빈자리가 얼마 되지 않아요.”
“내가 먼저 가서 차량을 더 보내겠다. 그 동안 이들을 데리고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어라. 헤리샤, 당신이 여기 남아서 혹시 사람들이 쓰러지면 힐을 줘.”
“알았어.”
페르난도는 힐러 애인 한 명과 부하들을 남긴 채 먼저 차를 타고 출발했다.
도시로 돌아온 페르난도는 원주민들을 태울 대형 트럭을 다수 동원해서 밀림으로 보냈다. 조직원들 차를 따라 천천히 걸어 나오던 원주민들은 트럭에 올라타 이동했다.
원주민들은 급한 대로 페르난도의 저택 정원 한쪽에 야외 천막을 치고 임시로 머무르도록 했다. 정원이 워낙 넓은 덕분에 수십 여 명의 원주민 부족이 충분히 머무를 수 있었다.
“언제까지 여기에 머물러야 할까요?”
지모의 질문에 유지웅은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일단 이 문제는 브라질 정부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거 같아요. 과잉 축적의 원인, 즉 물을 오염시키는 오염원이 뭔지 찾아봐야 합니다.”
“브라질 정부는 아직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을 겁니다.”
유지웅은 마침 저택을 방문해 죽치고 있는 브라질 관료를 호출했다. 연락을 받은 고위관료는 헐레벌떡 달려왔다.
유지웅은 그에게 므야브루스 족이 겪은 문제, 과잉 축적 반응 등 오늘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하던 고위관료는 설명이 길어질수록 상황을 파악하고 표정이 점점 어둡게 변했다.
“그러니까 의장님 말씀은 아마존 우림 일대의 물이 결정 에너지로 오염되고 있다는 뜻이군요.”
“오염이라고 하기에는 결정 에너지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만, 뭐 대충 그렇습니다. 원래 소금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독이 되죠. 자연계의 모든 물질이 다 그렇습니다. 생각해봐요, 니코틴도 치사량이 체내에 들어오면 죽어요.”
니코틴 비유에 관료는 바로 이해했다. 결정 에너지 그 자체가 해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 국제공격대연합에서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싶습니다. 그를 위해서는 브라질 정부의 승인과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합니다.”
“대통령 각하께 보고하겠습니다.”
“서둘러 주세요.”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대통령의 흔쾌한 승낙 의사가 전달되었다. 대통령은 기왕 하는 김에 아마조니온 레이드도 한 번 고려해달라고 슬쩍 요구 사항을 끼워 넣었다.
그에 대한 유지웅의 대답은 간단했다.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꼭 좀 부탁드립니다. 아마조니온 덕분에 가난한 농부들이 농사를 짓기 어려워 고통받고 있습니다.”
정부관료를 뒤로 하고, 유지웅은 곧바로 공항 격납고에서 정비 중인 전용기로 향했다. 전용기 내부의 통신 장비를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그가 이용하는 모든 전용기는 날아다니는 집무실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끔 충분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제니스 컴퍼니 의장, 국제공격대연합 부의장, 북한 총괄총리로서의 업무 지시를 언제 어디서든 내릴 수 있고, 또 보고를 받을 수도 있으며, 화상 회의를 할 수도 있다.
유지웅은 가장 먼저 연합 전술사무장인 장태준을 호출했다.
그는 마침 레이드 지휘 의뢰를 받고 유럽에 며칠째 머무르며 지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부르셨습니까, 부의장님.」
공식적으로 연합의 의장은 황백호다.
때문에 유지웅은 때에 따라서 의장, 부의장, 총리로 나뉘어서 불린다. 지금은 연합 부의장으로서 호출한 것이기에 부의장이 맞는 호칭이다.
“유럽 원정은 어때요?”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대한 안정적으로 레이드 숙련도를 다듬는 중입니다. 여기 대원들의 사기나 결속력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단 의뢰받은 만큼 최선을 다해야지요.」
“장태준 전술사무장님.”
「……말씀하십시오.」
화상 화면에 나타난 장태준의 표정에 긴장감이 어렸다.
평소 ‘팀장님’이라고 부르던 유지웅이 지금 자신을 전술사무장이라는 정식 호칭으로 불렀다. 가볍지 않은 주제가 이어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전술사무장님을 총사무장에 임명합니다. 물론 겸직입니다. 앞으로 전술사무장님은 총사무장의 역할까지 해주셔야 합니다.”
「예?」
과로와 야근, 격무를 예고하는 듯한 통보에 장태준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총사무장이라니요? 연합에 그런 직위가 있었습니까?」
“없었는데요, 이제 있습니다. 오늘 막 만들었거든요. 근데 전술사무장님 말고 총사무장을 맡길 만한 사람이 없네요. 믿고 있을 테니 잘 해내주시길 부탁합니다.”
「총사무장이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총사무국의 수장, 말 그대로 전술사무국을 포함해서 다른 모든 사무국을 아우르며, 연합의 모든 업무에 관해서 종합적이고 최종적인 판단 및 결정을 내리고 집행을 이행하는 겁니다.”
「아, 아니. 황백호 의장님과 두 분 부의장님까지 계시는데 총사무장이 필요한 겁니까?」
장태준은 황당했다.
사장과 부사장 둘이 있는데, 거기에 사장직무대행 자리를 만드는 셈 아닌가?
마치 대통령이 멀쩡히 있고 국무총리까지 두 명이 있는 나라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새로 세우는 꼴?
“황백호 의장님은 북한 통치에 바빠서 연합 내부 일에 거의 신경을 쓰시지 못합니다. 정효주 부의장도 제니스 타운 살림살이 감독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지요. 저 역시 스트리밍 때문에 시간이 나지 않아서 연합 살림살이까지 감독할 역량이 되지 않네요. 그래서 총사무장이란 자리를 새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의, 의장님의 승인은 받으신 겁니까?」
“황백호 의장님이야 ‘우리 웅이 하고 싶은 대로 다해’ 마인드이시니까 승인 같은 거 안 받아도 됩니다.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마시고, 앞으로 총사무장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해 주세요. 믿고, 기대하고, 희망하고 있겠습니다.”
「…….」
“자, 그럼 장태준 총사무장 및 전술사무장 겸직께 먼저 지시할게요. 일단 총사무국 조직 편성부터 갖추시고요. 그리고 브라질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문제를 인지하고 계셔야 할 거 같아서요.”
그리고 유지웅은 오늘 하루 겪은 일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물론 설명을 듣는 내내 장태준의 표정은 썩어 있었다.
느닷없이 씌워진 총사무장이란 감투, 듣기만 해도 버거워 보이는 업무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과잉 축적 반응이란 재앙에 대한 경계심이 교차하며 만들어진 표정이다.
「저는 과잉 축적 반응이란 것에 관해 아는 게 전혀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대비해야 합니까? 대략적인 지침이라도 정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어허, 무슨 총사무장 지위를 얻은 지 하루 만에 벌써부터 삐댈 생각을 하시면 어떡해요.”
「아니, 삐대려고 하는 게 아니고요. 저도 지금 모든 게 당황스러워서 최소한의 방향만이라도…….」
“일단 자세한 내용 정리해서 연합 내부 DB에 올려두겠습니다. 확인하시고, 박사님들하고도 공유하세요. 그분들하고 머리 맞대고 대책 세우시고요. 저도 제가 지금 설명 드린 것 이상으로는 아는 게 없어요. 아! 효주가 알고 있는 게 있을지 모르니 한 번 문의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예, 일단 업무 시작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런 태도. 아주 마음에 듭니다. 역시 내가 총사무장을 잘 뽑은 거 같아요.”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법이다. 초반에는 우왕좌왕 하겠지만 장태준은 곧 어렵지 않게 총사무장 직위에 적응할 것이다. 전술사무장을 맡았을 때에도 그랬듯이.
‘난 언제나 그렇듯이 이 자리에서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줘야지. 그것 말고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유지웅은 과잉 축적 현상,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을 전자문서로 정리해서 DB에 올렸다. 이제 남은 것은 장태준과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근데 효주가 더 알고 있는 게 있을지 모르겠네.”
결정 에너지 과잉 축적 반응은 괴수 시대 초기에나 겪었던 문제다.
유지웅과 정효주 입장에서는 천연두 바이러스 같다. 겪어보지도 않았고 겪을 일도 없어서, 대충 전해지는 내용을 듣기만 한.
“그래도 네 분이 머리를 맞대면 잘 해내겠지. 아, 가렌 박사님까지 포함하면 다섯 명이구나. 숫자도 아주 딱이네.”
아랫사람에게 적절한 지위와 업무를 부여한 뒤 믿어주고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주인 의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