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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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요? 당신이……?”
“예, 내가 바로 세계 최초의 탱커입니다. 황백호 통령이 아닌, 바로 이 내가 최초입니다.”
유지웅은 멍한 얼굴로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졔이크 안슐 빈 지예드 알 나얀……. 졔이크 안슐 빈 지예드 알 나얀……. 안슐 왕자…….”
한 글자도 틀리지 않은, 완벽하게 똑같은 이름이다.
원래의 시간 축에서 자신의 절친이자, 스승이었던 인물.
아낌없이 모든 가르침을 베풀어주며 자신의 정신적인 성장을 도와주었던 사람.
그 사람하고 완벽하게 이름이 똑같은 것을, 그저 우연의 일치라 치부할 수 있을까?
크고 훤칠한 체격은 안슐과 똑같다.
다만 운동으로 다부진 체격과 달리, 눈앞의 남자는 좀 더 날씬하고 샤프한 느낌이다.
‘탱커라고? 안슐이? 이 시간축에서는?’
자신이 알기로 안슐은 처음부터 끝까지 레이더가 아닌 일반인으로 남았다.
무엇보다 나이대도 너무 다르다. 눈앞의 청년의 얼굴은 아무리 봐도 삼십이 채 안 되어 보였다. 얼굴만 따져보면 십 대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앳되었다.
“IACP라면……. 혹시 그 IACP를 말하는 건가요?”
“그래요. 내가 바로 IACP의 숨은 주인입니다. 아마 내 이름을 들어보지는 못했을 겁니다. 왕가에서도 내 존재를 공개한 적은 없으니.”
안슐을 전혀 찾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슐의 풀네임을 검색해도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그 뒤로 유지웅은 안슐을 찾는 것을 포기했다.
만약 이 세상에 안슐이 정말 존재하지 않는다면, 혹 존재하더라도 자신이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면…….
그런 생각에 겁이 났던 것이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안슐은 늘 커다란 벽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하지만 넘지 못하는 그 거대함이 기분 좋게 느껴지는 듬직한 기둥이었다.
본래 시간 축에서 어느 순간 자신은 안슐의 재산이나 영향력을 넘어서게 됐지만, 단 한 번도 그를 능가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자신은 여전히 그보다 낮은 곳에 머물러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고, 그런 우러름이 기분 좋은 삶의 보람이었던 것이다.
그 추억을 깨고 싶지 않았기에,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안슐을 찾지 않았다.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되는구나. 역시 운명이란 어쩔 수 없는 거였어…….’
눈앞의 안슐은 너무 젊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쌓은 추억도 존재하지 않는다.
즉 그는 자신이 알던 안슐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모르는 안슐이기도 했다.
스승이자 절친이었던 안슐은 앞으로도 계속 가슴 속에서만 묻어둔 채, 혼자 꿈에서 들여다봐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만남이 반갑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운명에 이끌리듯이 이렇게 만나고 만 것이 신기하면서도, 흥분되기도 했다.
“반갑습니다, 안슐 왕자.”
안슐은 물끄러미 유지웅을 주시했다.
‘여전하군, 여전해.’
기억 속에 있는 얼굴 그대로다. 변한 구석은 조금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동시에 기억 속에 있는 얼굴이 아니기도 했다.
그가 알고 있는 유지웅은 저런 해맑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사진이나 영상 속에서는 존재할지 모르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과거의 모습은 철저히 사라졌다.
개개인의 소장본을 알음알음 거래하는 경우는 있어도, 온라인에서 찾아보는 것은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그가 온라인을 지배했으니까.’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그는 구글, 트위터 등 온라인 교류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회사를 모조리 사들였다. 국적, 규모, 가격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
반독점을 우려한 각국 정부의 반발이 있었지만, 그 어떤 정치인도 감히 그에게 기업 분할 요구를 할 수 없었다.
한때 세상에서 제일 유명했지만, 그는 자신이 사들인 기업의 힘을 통해 자신의 흔적을 세상에서 지워버렸다. 대중이 그의 존재를 잊는 데는 불과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장기 은거에 들어가자 사람들은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해 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포털에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뉴스나 신문 기사, 정보는커녕, 그의 이름을 언급한 개인의 블로그나 일기장조차 검색되지 않는다.
그에 관한 이야기를 적으면 귀신같이 삭제된다. 자기만 볼 수 있는 비밀글로 적어도 마찬가지다.
본래 빅브라더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 빅브라더가 되었다.
어둠의 그늘에 숨어 전 세계의 모든 것을 감시하는, 그런 인물이 되고 만 것이다.
그가 인터넷 등 정보를 쥐고 세상의 모든 통신을 감시하는 이유는 바로 단 하나였다.
자신의 존재가 지워지기를 바라는 것.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오프라인 사석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제외하면, 그의 존재가 언급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의 존재를 담은 방송국 테이프 등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버렸고, 모바일 사설 챗방에서 그의 존재를 언급하면 이상하게 바로 핸드폰이 고장 났다.
그런 기괴한 일들이 전 세계적으로 자꾸 누적됨에 따라, 세상 사람들은 결국 깨달았다.
그는 세상이 자기를 기억하길 원치 않는다는 것을. 세상에서 잊혀지기를 바란다는 것을.
그 하나를 이루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포탈, 인터넷, 통신 회사 등을 닥치는 대로 사들인 것이다.
그래서 세상도 점차적으로 그에게 적응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존재는 술자리에서조차 언급되지 않게 되었다. 혹시라도 그를 언급할 경우가 되면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이라고 조심스럽게 돌려 말했다.
마치 그의 이름을 언급하기라도 하면, 그가 당장이라도 찾아와서 자신을 때려눕히기라도 할 것처럼 모두 조심스럽게 굴었다.
안슐은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앞으로 20년 후인가.’
측정할 수 없는 거대한 선을 가슴에 품은 자.
세상을 이끌고, 인류를 한층 더 높은 번영과 평화로 앞당겨줄 최고의 지도자.
지금 이 순간, 안슐의 기억은 오래 전의 과거로 돌아가고 있었다.
안슐은 아부다비 왕가의 자랑이었다.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탱커로 각성했고, 왕가의 공격대에 들어가 갖은 활약을 펼쳤으며, 국제공격대연합에서도 우수한 활약을 펼쳤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안슐은 공격대원들의 만장일치로 공격대장이 되었다. 기존 공격대장이 레이드 도중 사망했기 때문에 새 공격대장을 선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브 탱커로 레이드에 참여했던 안슐은 메인 탱커인 공격대장이 사망했음에도 침착하게 레이드를 이끌었고, 결국 더 이상의 피해 없이 무사히 레이드를 종료할 수 있었다.
“레드 몹 레이드, 역시 어려워.”
“왜 연합에서 레드 몹은 절대 잡지 말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아.”
레드 몹은 여전히 레이드 금지 대상이다. 어느 나라든 레드 몹을 경제적 이유로 잡으려 하지 않는다.
레드 몹 레이드를 시도하는 경우는 그만한 위험을 무릅써야 할 필요가 생긴 경우뿐이다.
즉 도시 등 사람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한 경우가 되면, 어쩔 수 없이 레드 몹 퇴치 작전에 나선다.
범죄 조직이 선량한 시민을 납치했을 때, 대테러 조직이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는 것처럼 말이다.
공격대장이 죽은 이후 더 이상 큰 피해 없이 레이드를 마친 덕분에 안슐은 팀원들의 각광을 받았다.
그것은 뛰어난 전술 지휘 능력도 있었지만, 팀원들이 패닉에 빠진 상태에서도 안슐이 침착하게 레이드를 지휘했고, 또 레드 몹의 공격에도 기절하거나 즉사하지 않고 버텨냈기 때문이다.
“왕자님, 어떻게 레드 몹의 공격을 버텨내신 거죠? 샤우도는 내내 잘 피해다가 한 방 맞고 죽어버리고 말았는데.”
“내가 샤우도보다 조금 더 단단한가 봅니다. 그래도 죽을 만큼 아프기는 했어요. 힐러진이 다행히 침착하게 힐을 잘해준 덕분에 잡을 수 있었어요.”
안슐은 그렇게 대답하며, 기억의 저편을 가만히 짚어 보았다.
‘유태조……. 빅브라더……. 당신은…….’
어떻게 레드 몹의 강공에도 즉사하지 않고 살아남아서 탱킹을 할 수 있었는지, 안슐은 알고 있었다. 단지 그 이유를 남들에게 설명할 수 없었을 뿐.
기억한다.
십여 년 전, 탱커로 각성하기 전인 열 살 무렵, 자신은 제니스 타운을 찾았다.
부푼 꿈을 안은 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를 찾아 정신없이 구경했다. 수행원으로 지하크 한 명만 데리고, 한창 지어지고 있는 도시를 열심히 구경했다.
그러다가 사고가 터졌다.
“이 개자식아! 너 때문에 내 인생이 거덜났다고! 저놈 집에서 처먹는 니 새끼들도 다 똑같아!”
당시 UAE까지 소문이 난 알 요리를 먹기 위해 제니스 타운 최고의 맛집 가게를 찾았고, 식사를 마친 후에는 만족스러워하며 일어났다.
그러다가 정신이 나간 한 남자가 라이터와 휘발유를 들고 달려드는 것을 보았다.
안슐은 어린 마음에도 정의감에 막아보려 했지만, 그만 남자가 부어버린 휘발유를 머리부터 뒤집어쓰고 말았다.
라이터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순간, 안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기름을 끼얹은 채 타들어가는 죽음이라니.
고귀한 왕족으로서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형태의 죽음이었다.
불이 붙는 순간, 안슐은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 이상했다. 조금도 뜨겁지 않았다.
아니, 뜨거운 느낌은 있으되 고통과는 거리가 전혀 멀었다. 옷이 타들어가고 있는데 아픈 느낌이 없다.
안슐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니면 신이 마지막 자비를 베풀어, 고통 없이 자신의 곁에 오도록 온정을 내린 것인가?
그러나 신의 자비도, 꿈을 꾸는 것도 아니었다.
“아주 용감했어, 친구. 근데 오늘의 일은 비밀이다. 알지?”
불이 꺼진 후 자신을 부축한 청년이 찡긋 하고 의미심장한 눈웃음을 보냈다.
바로 유지웅 의장과의 첫 만남이었다.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누거나 연락처를 교환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 유지웅은 아마 외국에서 온 손님 정도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 모양이었다.
하긴, 현재 그의 지위를 생각하면 아랍의 왕자라 해도 기껏해야 외국 손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된 거지?’
자신은 분명 불을 뒤집어썼다.
하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다. 심지어 옷이 홀라당 타서 눌어붙었는데도 통증은 없었다. 화상도 남지 않았다.
‘힐을 받은 것은 아냐.’
힐은 부상을 치유하는 것이지, 부상을 입는 당시의 고통까지 경감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아직 어리지만 안슐은 그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지하크,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유지웅 의장은 워낙 신비한 인물이니…… 무언가 남 몰래 손을 쓰지 않았을까요?”
끔찍한 사고를 겪은 덕분인지 지하크는 하루빨리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본국에 돌아온 뒤 안슐은 늘 그 일을 가슴에 담아둔 채, 한시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선물 받은 헬리콥터를 조종하며 놀던 안슐은 기체가 갑자기 말을 듣지 않는 고장을 경험했다. 하필 지하크 몰래 파일럿 없이 혼자 몰고 나온 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헬기는 300미터 상공에서 추락했다.
하지만 안슐은 죽지 않았다. 심지어 다치지도 않았다.
산산조각 난 헬기 잔해 사이에서, 안슐은 자신의 온몸을 감싼 희미한 빛을 보고 아무런 말도 잇지 못했다.
“이, 이게 뭐야?”
동시에 그는, 그날 유지웅이 자신에게 무엇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