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98)
나는 귀족이다 1302화
[헬조선 편]
66장 패왕 유지웅(1)
어린 안슐은 헬기가 고장 나서 비 상 착륙했다고 둘러댔다.
추락한 게 아니라 비상 착륙을 하 고 탈출을 한 후에 헬기가 폭발했다 고 한 것이다.
현장을 과학적으로 검증했다면 미 심쩍은 점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 다. 하지만 어차피 죽은 사람도 없 었고 안술도 무사한 터라,자세한 현장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상황이 안전해지자 몸을 감싼 빛의 막은 사라졌다.
어린 나이지만 안술은 그것이 자신 을 위험에서 보호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동시에 제니스 타운에서 불에 타죽 을 뻔했을 때도 이것이 보호해주었 음을 알게 되었다.
“이게 대체 뭘까?”
그 뒤로 그 빛의 막은 다시 나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안술은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 신비로운 힘은 사라진 게 아니라,자신의 내면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음을.
또다시 위험에 처하면 자신을 구해 줄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 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근거 없는 느 낌이 아니었다.
열다섯 살이 되던 해,안술은 탱커 로 각성했다. 왕가에서는 매우 기뻐
하며 그를 왕실공격대에 입단시켰 다.
그 즈음,전 세계는 공격대와 레이 드가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었다. 공 격대를 관할하는 주무부처가 없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책적으로도 레이드 인적 자원 및 공격대의 관리는 주요한 쟁점 사항 이었다. 결정체 산업 역시 마찬가지 였다.
제니스 컴퍼니가 세계에 끼치는 영 향력은 막대했다.
결정체 산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 르자,결정체를 이용한 동력원이 석
유를 하나둘씩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과 한국,유럽에서 달리 는 자동차는 석유를 사용하지 않았 다. 오로지 결정체 배터리를 사용하 는 전기자동차들만 볼 수 있었다.
내연기관자동차,수소연료전지 자동 차,천연가스자동차,하이브리드자동 차 등등은 이미 시장에서 퇴출되었 던 것이다.
내연기관자동차는 석유가 풍부한 산유국,혹은 자동차 산업을 전반적 으로 교체할 비용이 없는 낙후된 국 가에서나 볼 수 있는 기종이 되었 다.
그렇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겨우
5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부다비 왕가 또 한 최고급 결정체 배터리 자동차를 보유하고 운행했다.
중동의 일반 국민들은 내연기관 자 동차를 사용하지만,왕족이나 대부 호들은 거리낌 없이 결정체 자동차 를 타고 다녔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한국은 원자력 발전소는 물론이고 수력,지열,풍 력,화력 등 모든 종류의 발전소를 완전히 폐기했다.
그 대신 결정체 발열기관을 이용한
발전소 하나만을 운영했다.
결정체 발전소는 다른 발전소에 비 해 유지비가 적게 들었으며,무엇보 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했다. 발전단 가가 크게 비싼 편도 아니었으니, 다른 발전소들을 운영할 이유가 없 었던 것이다.
탱커로 각성한 안슐은 가장 먼저 국제공격대연합에 가입하고,자원활 동 사전신청을 냈다.
자원활동 사전신청이란 연합이 세 계 공공의 안전질서를 위한 작전을 펼칠 때 기꺼이 지원하겠다는 의사 를 미리 밝히는 것이었다.
일종의 자원입대 같은 것이다.
안술은 그렇게 하면 유지웅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 고,그 기대는 들어맞았다.
“여러분들께 약속드립니다. 저의 지시만 충분히 따르면 아무도 죽지 않고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이상입니다.”
중국에 레드 몹이 출현하고 한 달 뒤,연합은 정식으로 공격대 투입 결정을 내렸다.
사납기 그지없는데다가 활동 반경 이 넓고,비행체라서 이동 속도마저 빠른 레드 몹은 3주도 안 되는 사
이에 중국의 거대 도시들을 속속히 박살냈던 것이다.
주요 군사,행정시설이 파괴당하고 국가조직체계가 무너진 중국은 더 이상 국가로서의 틀을 유지할 수 없 는 상황이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오랜 미중 무역 냉전을 벗어던지고 드디어 강국으로 다시 발돋움하려는 찰나에,국가가 무너지는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사실 중국이 다소 안일하게 대처한 것도 있었다.
기존에도 이스라엘의 티라노,보라 질의 아마조니온 등 레드 몹이 출현
한 나라가 여럿 있었다.
하지만 그 나라들은 레드 몹 때문 에 특별한 피해를 입은 적이 없었 다. 오히려 레드 몹의 존재 덕분에 경제 발전을 이루는 진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티라노 덕분에 분 쟁이 종식되고,교섭의 여지가 성립 됨에 따라 평화적으로 팔레스타인이 분리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물론 여기에는 제니스 컴퍼니와 미 국의 지속적인 압박이 있어서 가능 한 일이었지만,애초에 티라노가 분 쟁을 오랫동안 억누르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때문에 중국은 레드 몹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심지어 레드 몹이 서식하는 장소 부근에 공단을 짓기 위해,군용 장 비를 동원해서 유인 작전을 펼치려 는 대담한 작전을 실행하기도 했다.
그 무모함이 대참사를 낳은 것이 다.
전 세계는 비행형 레드 몹의 활동 반경이 얼마나 넓으며,하루 만에 몇 개의 도시를 파괴할 수 있는지, 그 전투력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전투기보다 빠르게 하늘을 날아다
니는 레드 몹 앞에서 공격대는 그저 무력하기만 했다.
레드 몹이 하늘에서 뿜어대는 불꽃 숨결을 맞고 딜러진과 힐러진은 말 그대로 녹아버렸다. 탱커진은 간신 히 살아남았지만,날개도 없는 그들 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 다.
통치체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난 무 렵,드디어 국제공격대연합은 중국 진격을 결정했다.
비장한 각오를 품은 레이더들이 저 마다 자원하고 나섰다. 그들은 대부 분 중국과 인접한 지역의 레이더들 이었다.
비행형 레드 몹의 가공할 활동 반 경과 전투력을 직접 목도한 그들은 행여나 자국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 염려했다.
녀석이 얌전해졌다면 모를까,한 번 발광을 시작한 녀석은 하루도 쉬 지 않고 보이는 대로 인간들이 거주 하는 시설을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그딴 녀석은 가볍게 잡아버리 고 술이나 왕창 마시자고요.”
안술은 호탕하게 웃는 유지웅을 보 며,5년 전 제니스 타운에서 그를 마주쳤던 때를 떠올렸다.
유지응은 작전 하루 전날, 자원한
100여 명의 대원들을 모두 모아놓 고 밤새 잡담을 나누었다. 아마도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의도였으리 라.
“늦게 자도 돼요.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레이드는 내일 점심 먹고 시 작할 거니까. 다들 처음 보는 얼굴 도 있을 텐데 안면도 익히고 잡담도 좀 나눕시다.”
안슐은 유지응의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
5년 동안 훌쩍 성장해버린 탓일까, 아니면 그때의 기억이 그에게는 그 만한 존재감을 남기지 못한 탓일까.
다들 긴장에 잔뜩 젖어 있는데,이 상하리만치 유지응은 차분했다. 마 치 소풍이라도 나온 사람 같았다.
다른 이들은 브라질의 레드 등급 아마조니온을 혼자 잡았던 과거 경 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슐은 달랐다.
‘그럴 리가 없어. 저 남자에게는 그보다 더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
다음 날,마침내 레이드가 시작되 었고,두 시간이 걸린 고행 끝에 결
국 비행형 레드 몹을 잡을 수 있었 다.
까마득한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는 레드 몹이지만,원거리 딜러들이 화 망을 형성해서 공격하자 녀석은 몇 차례나 땅으로 떨어지곤 했다.
다른 이들은 근접 딜러를 완전히 빼고,원거리 딜러만으로 진형을 짠 구성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안슐은 내내 유지웅을 의식 한 덕분에 볼 수 있었다.
그가 쏜 화살이 맞을 때마다 레드 몹이 잠시나마 고통스러워하며 바닥 으로 떨어지는 것을.
그렇게 단 한 명의 희생 없이 비 행형 레드 몹을 잡았고,연합 공격 대는 한껏 영응 대우를 받으며 당당 하게 철군했다.
“고생했어,자기야.”
가장 먼저 배웅을 나온 것은 유지 응의 아내,정효주였다.
레이더가 아닌 일반인이지만 그 어 떤 여배우보다 아름다웠고,그래서 유지웅이 애지중지 아끼기로 소문났 다. 부부 사이에 아이는 없었지만 금슬이 무척 좋았다.
안술은 그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부럽다는 감정을 받았다.
왕족으로 태어나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며 왕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 탔다. 다른 이가 부럽다는 감정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부부임에도 서 로를 향해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 는 모습이 너무 순수해 보였던 것이 다.
유지웅은 끝까지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지만,안슐에게는 유익하고 보 람찬 기억이었다.
스무 살이 되던 해였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레드 몹이 수도
를 습격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라 연합 혹은 유 지응의 지원을 기다릴 틈이 없었다. 왕가가 연합에 지원 요청을 넣은 사 이,왕실공격대는 조금이라도 레드 몹의 진격 속도를 늦추기 위해 레이 드에 나섰다.
피해가 컸다. 열다섯 명이 넘는 공 격대원들이 죽어버린 것이다.
힐러가 힐을 할 틈도 없이,그저 한 방 맞기만 해도 죽으니 답이 없 었다.
심지어 메인탱커조차 단 한 방에 즉사하고 말았으니.
안슐은 죽음을 각오하고 덤볐다.
그러나 레드 몹의 앞발이 자신을 가격한 순간,그는 십여 년 동안 잊 고 있었던 감각을 떠올릴 수 있었 다.
‘아,아프지 않아?’
분명 맞은 감각은 있다. 하지만 전 혀 아프지 않다.
안술은 뒤로 조금 밀려났지만,곧 바로 중심을 되찾고 일어섰다. 패닉 에 빠진 대원들 중 누군가가 알아보 고 외쳤다.
“서,서브 탱커가 살아 있어! 어서 힐을!”
“힐! 힐! 힐! 서둘러!”
“제발 죽지 마! 버려 줘! 제발!”
힐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무 의미한 힐이었다. 지금 자신은 전혀 부상당하지 않았으니까.
자세를 다잡은 안술은 레드 몹을 향해 다시금 덤볐다.
그는 잊고 있었던,빛의 막이 자신 을 감싸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 다.
십여 년 전 자신의 목숨을 두 번 이나 구해준 그 힘이 위기의 순간 또다시 발동한 것이다.
‘의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틀림없다. 이 힘은 유지웅이 자신 에게 준 것이다.
참으로 거룩한 힘이 아닌가. 남을 살해하거나 빼앗는데 유용한 힘이 아닌,소중한 이들을 괴수로부터 지 켜낼 수 있는 힘이라니.
안술의 활약으로 왕실 공격대는 더 이상의 피해 없이 약 네 시간에 걸 친 레이드 끝에 레드 몹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명실공히 왕가의 영웅이 된 안술은 당당히 왕실공격대장으로 승급했다. 아무도 그의 자격을 의심하지 않았
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축복했다.
“오,대단한데? 어떻게 잡았어요? 저놈은 꽤나 강해서 이 인원으로 잡 진 못할 텐데……
유지웅은 여전히 안슐을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어쩌면 자기 힘을 감 추고 싶어서 모른 체하는 걸지도 모 론다.
그래서 안술도 일단 모른 체해주었 다.
그는 십 년 전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주 용감했어, 친구. 근데 오늘의 일은 비밀이다. 알지?’
‘네,의장님. 비밀은 반드시 지켜드 리겠습니다.’
안술이 20살이 되던 그해,테드 몹 을 잡고 왕실공격대장으로 승급한 그해,제니스 타운은 마침내 오랜 공사를 마치고 드디어 완공되었다.
단독 도시임에도 불구하고,1억이 넘는 통일한국의 인구 1/3이 거주 하는 한반도 최고의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