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563)
나는 귀족이다 1465화
[헬조선 편]
86장 은밀한 쿠데타(2)
이형원이 가진 해외 은닉 비자금.
그것은 유죄 선고 및 몰수,추징, 배상금 강제집행이라는 수모를 당하 는 순간까지도 들키지 않고 지켜낸, 최후의 보루 같은 것이었다.
현재까지 남은 액수는 약 100억 달러 이상.
조금의 과장 없이,이형원이 가진 마지막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존재 다.
하지만…….
‘겨우 그걸로?’
100억 달러라고 해봤자 제니스투 자가 보유한 담성그룹 지분의 가치 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제정신이라면 그런 말도 안 되는 비율의 거래를 제시하지도 않을 것 이다. 저쪽이 힘이 없는 것도 아닌 데.
결국 이형원은 직접 상대의 의사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지시를 내렸다.
“책임 있는 자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전해. 시간은 저쪽에 얼마든지 맞추겠으나 장소만큼은 서 울로 하자고. 그렇게 전해.”
“알겠습니다.”
이형원은 솔직히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제니스투자가 자신을 흔들기 위해 서,혹은 견제하기 위해서 수작을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제니스그룹과 척질 마음은 절대
없다는 걸 강조하면 되겠지.’
의외로 답변은 지시를 내린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받을 수 있었다.
“괜찮다면 지금 바로 서울로 출발 하겠다고 합니다. 제니스투자 김범 석 사장이 직접 을 모양입니다. 어 떻게 할까요?”
“김범석이가?”
이형원은 이마를 살짝 찡그렸다.
한때 판단력 좋고 쓸 만한 임원으 로 여겼지만,그룹의 풍파 속에서 그는 교묘하게 제니스그룹에 붙었 다.
아니,판단력이 좋은 인물이기에 황금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적절히 변질 과정을 마쳤다고 봐야 할 것인 가.
“알았다고 전해.”
“네,그럼 장소 정해서 전달하겠습 니다.”
이형원은 스케줄을 대충 정리하고, 김범석을 만날 준비를 갖췄다.
측근은 강남의 한 특급호텔 스위트 룸을 빌려서 회담 자리를 만들었다.
이형원은 차를 타고 먼저 호텔에
도착해서 김범석이 도착하기만을 기 다렸다.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 군.’
한때 자신의 밑에 있었던 사람,하 지만 이제는 가장 두려운 이의 오른 팔.
그는 어떤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것인가.
“반갑습니다,제니스투자 김범석입 니다.”
이형원이 희미하게 안고 있던 우려 는 그와 첫 대면을 하자마자 씻은 듯이 날아갔다.
김범석은 덤덤한 미소를 머금은 채,이형원을 처음 만나는 사업가처 럼 대했다.
옛 인연을 들먹이지도 않고,굳이 상기하게끔 암시를 건네지도 않았 다.
그런 깔끔한 태도를 대하니,이형 원은 괜히 고민한 자신만 바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제니스투자가 보유한 담성그룹 지 분을 팔고 싶으시다고 들었습니다.”
“네,얼마 전에 순환출자 구조도 모두 정리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 환했습니다. 지금은 ‘담성홀딩스’가
수직구조로 모든 계열사들을 지배하 고 있는 구조죠. 그 담성홀딩스를 매각할 의사가 있습니다.”
지분 지배구조가 꼬리에 꼬리를 무 는 순환출자 구조를 수직지배계열로 정리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 을 것인가.
“물론 아시겠지만 전자와 물산, 생 명은 그룹 체계에서 완전히 이탈했 습니다.”
“……알고 있어요. 그렇지 않고서 야 ‘그 가격’에 그룹을 판다고 할 리가 없을 테니까요. 물론 지금 제 시한 *그 가격’도 터무니없이 싼 가 격이긴 합니다.”
담성전자와 담성물산,담성생명.
담성그룹에서 가장 가치 있고 중요 한 위치를 차지하는 계열사들이다.
그 세 회사까지 포함돼 있다면,
100억 달러의 비자금으로 그룹을 팔겠다는 제안을 허무맹랑하게만 들 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담성홀딩스 가 지닌 가치만 해도 내가 가진 돈 으로는 살 수 없을 정도입니다. 말 도 안 되는 헐값이죠. 나야 좋지만, 그래서 귀사에 무슨 이득이 있는지 궁금하군요.”
이형원 입장에서는 나름 조심스러
운 도박이자 모험이었다.
제니스그룹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남은 생의 중요한 이정표였으니까.
하지만 달콤한 냄새가 나는 먹이에 독이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넘죽 받 든가 말든가를 할 것 아닌가.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귀하가 가진 비자금이 이 나라 최대 규모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 밖의 일에 너무 신경을 쓰지 말자는 의장님 의향이 확고하기 때문입니다.”
성 밖의 일에 너무 신경을 쓰지 말자…….
이형원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대번 에 알아들었다.
그는 억지로 미소를 지은 채 말했 다.
“의장님은 제니스타운을 정말 한 나라로 만드실 생각인가 보군요.”
“이미 한 나라나 다름없는 상황이 지요.”
“의장님의 힘이라면 충분히 이 나 라 전체를 제니스타운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어둠이 크고 넓어야 빛이 더욱 부 각되는 법 아니겠습니까.”
제니스타운 외의 대한민국이 어둠 이란 말인가.
이형원은 그 오만한 말에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지만,부정하고픈 마 음은 들지 않았다.
‘차라리 잘됐다……
저런 생각이 확고하다면 오히려 자 신에게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계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 * *
제니스 컴퍼니는 한국 증권시장에 서 가장 큰 투자자였다.
국민연금공단이 굴리는 돈보다 훨 씬 많은 돈을 굴리고 있는 기관이었 으니.
특히 제니스그룹이 보유한 회사 중 에서(제니스 타운 소속을 제외하고) 가장 큰 회사는 바로 담성홀딩스였 다.
전자,물산,생명이라는 핵심이 빠 졌지만,그래도 수십 개의 계열사를 수직지배하고 있는 담성홀딩스는 한
국 증시 최고의 대어였던 것이다.
그런 대어가 ‘HW투자’라는,듣도 보도 못한 기업 소유로 넘어가자 증 시 시장이 술렁거렸다.
“HW투자? 여기가 어디야?”
“처음 듣는 회사인데? 애초에 우리 나라 기업도 아니고.”
“검은머리 외국인 기업이겠지,뭐. 재벌 중 누가 조세피난처에 설립해 서 외국 기업인 양 국적 세탁하고 들어온.”
“제니스그룹이 담성홀딩스를 왜 다 른 회사에 넘긴 거야? 그래도 알짜
배기 기업이잖아.”
대중은 알지 못했다.
이형원이 형 집행정지 처분을 받고 서울로 돌아온 것도,HW투자는 이 형원이 세상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서 해외에 설립한 투자회사라는 것 도.
이형원은 은닉 재산을 고스란히 넘 김으로써,그보다 훨씬 많은 가치를 지닌 담성홀딩스를 받을 수 있었다.
“제니스투자가 왜 부회장님을 도와 주는 걸까요?”
박철원의 물음에 이형원이 반문했 다.
“자네는 제니스투자가 지금 날 돕 는 거라고 생각하나?”
“돕는 게 아닙니까?”
“겉으로만 보면 그렇겠지. 하지만 아니야. 제니스투자, 아니,김범석 사장 그 친구는 지금 제니스그룹을 돋보이게 할 어둠을 만드는 거야.”
“어둠을 만든다……
“그 친구의 목적은 단 하나야. 유 지응 의장이 한국에서,아니,세계에 서 돋보이게 만드는 거지. 수익을 올린다거나 회사를 많이 거느린다거 나 하는 것하고는 일절 멀어.”
영웅의 위상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빌런이 필요하다. 빌린이 없는 시대 가 오래 지속될수록,아이러니하게 도 영웅의 존재감은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는 빌런이라고 할 만한 세력이 없다.
유지웅의 영향력이 너무 강했고, 또 괴수 시대를 맞이함에 따라 적폐 세력이 무참히 썰려 나가고 만 것이 다.
“김범석 사장, 그 친구는 나를 중 심으로 담성그룹이 재기해서 이 나 라의 새로운 어둠이 되기를 바라는 거지. 바로 제니스타운의 위상을 드 높여줄 어둠,하지만 감히 그 존재 를 어찌하지는 못하는 그런 존재로
남기를 원하는 거라네.”
“무서운 사람이로군요.”
“그래,그런 친구인 줄 진작 알아 봤다면 내 운명이 조금은 달라졌을 지도 모르지.”
그러는 한편 이형원은 생각해 보았 다.
김범석이 벌이는 일을 유지웅이 정 녕 모르고 있는 걸까?
‘알면서도 모른 체하는 거라면,유 지옹 의장이야말로 소름 끼치게 무 서운 사람이겠지.’
木**
정신없이 이어지던 괴수 습격 사태 가 마침내 진정되었다.
정확히는 담성그룹이 더 이상 나즈 에 괴수 습격 의뢰를 하지 않은 것 이지만.
릴레이 습격이 남긴 피해는 상당했 다.
5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으 며,그중 사망자가 1만 명을 훌쩍 넘어갔다.
현대화 이후 대한민국이 겪은 민간
피해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였 기에,온 나라가 슬픔에 젖은 분위 기였다.
가족과 지인을 잃은 국민들은 ‘은 밀한 쿠데타’가 벌어진 동안, 정계 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여겨볼 겨를이 없었다.
계엄 기간 동안 청와대는 국회의원 들을 감금하고 원하는 법안을 모조 리 통과시켰다.
이형원 등 몰락했던 기득권들이 다 시 부활할 수 있는 발판을 정성스럽 게 만들어준 것이다.
HW투자를 통해 담성그룹을 되찾
은 이형원은 재계의 큰 별로 떠올랐 다.
물론 언론사에서 전혀 다뤄주질 않 으니,일반 국민들은 이형원이 서울 로 돌아온 것을 알지 못했다.
발로 뛰어다니는 일부 양심 있는 지식인, 언론인들이 그 사실을 널리 알리려고 했지만,전파가 쉽지 않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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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타운 주민 숫자가 천만을 돌파했습니다.”
류이한의 꺼낸 말에 사장단은 잠시 정적에 빠졌다.
그만큼 충격적인 내용이었던 것이 다.
“800만을 돌파한 게 얼마나 됐다 고, 벌써 천만을 돌파했다는 겁니 까?”
“그렇습니다. 바로 어제 임대차계 약을 토대로 확인을 한 내용입니 다.”
주소 이전을 하지 않은 이들이 워 낙 많다 보니,제니스타운의 실제 주민 수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 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행정부 이 야기다.
제니스그룹은 누구보다 간단하고 정확하게 실제 거주하는 주민 수를 파악할 수 있다.
바로 임대차 계약 덕분이다.
제니스타운은 그 전부가 사유지이 기에, 제니스타운에 거주하려면 제 니스 컴퍼니와 임대차 계약을 맺어 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함께 거주하는 가족이 나 동거인의 신원도 정확히 제출해 야 한다.
그 모든 자료는 실시간으로 전산처
리되기에,제니스그룹은 앉은 자리 에서 간단히 조회 버튼을 누르는 것 으로 주민 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도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800만 명이 채 안 됐던 것으로 아 는데요. 그사이에 거주 계약이 그렇 게 늘었단 말입니까?”
“거주 계약이 늘긴 했습니다만,그 보다는 1인 가구원들이 세대원 증가 통보를 한 게 컸습니다. 기러기 가 족들이 외지에 있는 가족을 데려오 기도 했고,미혼 남녀가 결혼을 해 서 세대 구성원이 늘어나기도 했으 니까요.”
꿈의 숫자,천만.
대한민국에서 단일 도시로서 천만 을 넘겨본 것은 서울이 유일했는데, 이제는 제니스 타운이 그 계보를 잇 게 되었다.
“앞으로 인구 유지에 있어 이전보 다 더 큰 신중함을 가해야 합니다. 과천을 시작으로 광범위한 괴수 습 격을 입은 적이 있는 만큼, 제니스 타운에 대한 국민들의 선망이 더더 욱 높아졌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가려 받아야죠. 특 히 전과 없는 범죄자들은 절대로 안 될 일입니다.”
전과 없는 범죄자란,죄를 저지르
고도 돈을 써서 미꾸라지처럼 잘 빠 져나간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런데 김호 정부 움직임이 요즘 심상치 않은데,이거 정말 괜찮은 겁니까?”
어느 사장이 우려가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고,회의 분위기가 순식간 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괴수 사태 때문에 난리가 난 동 안,대한민국을 다시 작년으로 되돌 려 놨어요. 이형원은 사실상 사면 처리 받아서 복귀했고,정치보복 때 문에 해외로 피신했던 9대 재벌가들 도 청와대와 화해하고 속속들이 귀 국했습니다. 야당 의원 상당수도 청
와대에 붙어버렸고요.”
질문을 꺼낸 이가 한쪽에 앉아 있 는 김범석의 얼굴을 향하자,다른 사장들의 시선도 덩달아 그쪽으로 향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청와대에 엄 중한 경고를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