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04)
00204 프렌드 컵 =========================================================================
“그거 들었어?”
“뭐?”
“이번에 전설대전컵을 한대.”
“진짜? 라이언은 뭐래?”
“당연히 좋다고 난리지. 협찬 업체가 상금이랑 부대 비용만 대고, 나머지 절차는 라이언이 다 알아서 해주겠대.”
“규모는?”
“장난 아니라는데? 작년이랑은 비교가 안 된대.”
“작년이 총 상금 200만 달러였지? 1위가 100만 달러였고. 그것보다 더 많아?”
AOS 게임의 한 축인 전설대전 한국 리그는 언젠가부터 나돌기 시작한 대회 이야기에 술렁거렸다. 작년, 즉 2012년도에 게임 제작사인 라이언이 주최한 대회 총상금 규모는 200만 달러였다. 그 중 1등 상금인 100만 달러는 그때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대만 선수들이 받아갔다.
그런데 이번에 주최한다는 대회 상금은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한다. 전설대전에서 활동하는 프로게이머들은 과연 상금이 얼마나 될까 하고 술렁거렸다.
그것은 제니스를 후원자로 두고 있는, 국내 제일의 프로팀인 팀 제니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팀 제니스의 리더인 이형우는 전의를 불태웠다.
“작년 전설컵처럼 외국 선수한테 우승을 넘기는 건 절대로 있을 수 없어. 이번엔 꼭 우리가 우승하자! 오케이?”
“오케이!”
“오늘부터 연습, 또 연습이다!”
“근데 우승팀 상금이 얼마래?”
“글쎄? 협찬업체가 누군지 몰라서 뭐라 말을 못하겠는데, 작년보다 훨씬 많다고 하니 200만 달러쯤 되지 않을까?”
작년에는 총상금이 200만, 우승 상금이 100만 달러였다. 거기에 근거해서 이형우도 그렇게 생각했다.
“구단주도 기대 엄청 하고 있을 걸? 구단주가 우리보다 어린 거 알지? 게임 엄청 좋아한다고.”
“저번에 나더러 리플레이 보여달라고 하더라.”
“난 개인 교습도 해줬어. 하루 했는데 오백 주던데?”
“야! 구단주 개인 교습해준 걸 돈 받으면 어떡해!”
“내가 받으려고 한 게 아닌데? 나도 안 받으려고 했는데 그냥 주는 걸 어떡해? 돈 오백 구단주한테 푼돈인데 괜히 질질 끌면서 거절하면 구단주 자존심만 더 스크래치 내는 꼴이라고.”
“……뭐, 그건 그래.”
현재 전설대전의 한국 제일 프로팀인 팀 제니스의 구단주는 국내 제일의 부자인 제니스 공격대장이었다. 국내 E 스포츠 리그를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창설한 팀이었다.
부자 구단주를 두고 있는 팀답게 팀 제니스는 연습실, 최고의 컴퓨터, 그리고 최고의 연봉 등 업계에서 따라올 수 없는 대우를 받고 있었다. 제일 연봉이 적은 팀원이 1억이 넘으니 말 다한 수준이다.
동종업계의 다른 이가 잘 나가면 질투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이건 너무 잘 나가니 아예 질투의 대상조차 안 된다. 구단주로 있는 인물의 배경도 너무 빵빵하고.
사람이 너무 배가 부르면 딴소리를 하기 마련이다. 리더인 이형우는 항상 그것을 조심하고 경계해왔다.
“너네 종옥 감독이랑 기타 등등이 별1 리그 어떻게 말아먹었는지 기억하지? 우리 팀에서 그 꼴 나는 건 내가 절대 못 본다. 내가 구단주한테 팀 운영 전권 위임 받은 거 알지? 배 부르다고 투정 부리는 놈 나오면 나한테 젤 먼저 디질 줄 알아라.”
이형우가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소리였다. 항상 바짝 고삐를 조인 탓인지 다행히 아직까지 별다른 분열은 없었다.
프로 선수들끼리는 서로 복잡한 인맥 관계가 형성돼 있다. 소속이 다르다 해도 경기에서 매회 부딪치고, 또 연습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친분 관계가 쌓일 수밖에 없다.
선수들은 소속에 상관없이 연습을 하다가도 이번에 열릴 전설컵 대회를 놓고 썰을 풀곤 했다.
―우승팀 상금이 최소 200만 달러로 추정된다며?
―우와, 장난 아니네. 20억 원쯤 되나?
―야, 그럼 뭐 해. 선수들 다섯 명이 나누고, 구단에 일부 주고, 감독이랑 코치들한테도 주고 나면 솔직히 남는 거 얼마 안 돼.
―야, 그래도 그게 어디야. 못 해도 몇 억은 될 거 아냐?
―몇 억 받고 겜 접을 거야? 아니잖아? 우승팀은 결국 한 번 뿐이고 매년 있는 대회도 아닌데.
―하긴, 그건 그래.
―아참, 거기다 세금도 있지.
우승상금이 적은 돈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돈이다. 하지만 세금을 떼고, 또 팀원 머릿수로 나누고, 거기다가 구단과 감독 및 코치진에 돌아갈 것도 고려하면 ‘우승 한 번 하고 게임을 때려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물론 프로선수가 세계 대회 우승 한 번 했다고 프로 인생을 때려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우승 한 번으로 프로 인생 때려치워도 걱정 없을 정도의 규모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을 생각하면 국제 E스포츠 리그의 규모가 아직은 축구 등 육체 스포츠 규모에는 턱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너네 팀은 낫지 않아? 상금 받아도 세금만 내면 그만이잖아? 우리 팀은 구단이랑 코치진이랑 나눠야 돼.
―그래. 나도 팀 제니스 진짜 들어가고 싶었는데.
―예비 선수는 더 안 뽑는대? 7명 갖고 되겠어?
동료 선수들이 부러워할 때마다 팀 제니스 선수들은 뿌듯했다. 국내 제일의 부자인 구단주는 아낌없이 투자를 했고, 그 투자는 각종 대회를 석권한 성적으로 나타났다.
‘배가 불러야 문화 산업이 발전하는 법. 헝그리 정신은 착취자의 명분일 뿐.’
구단주의 지론이라고 하는데 사실 여부는 확인 못했다. 어린 나이에 그 정도 부를 쌓았고, 게다가 자수성가한 사람인데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꽤 괜찮은 사람일지도?
그렇게 리그 관련 선수들 모두가 설레어하고 있을 때 충격적인 발표가 이뤄졌다. 그동안 쭉 비공개였던, 2013 전설대전컵 협찬업체가 밝혀진 것이다.
「2013 전설대전컵! 상금협찬은 제니스 공격대장 개인?」
일반적으로 협찬측이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라면 당연히 그 규모도 실망스러워야 한다. 하지만 개인도 개인 나름이다. 그 개인이 국내 제일의 부자이며 세계 50위권 안에 드는 부자라면?
「총 상금 규모는 무려 1,000억!」
기절초풍할 상금 규모에 난리가 났다. 모두가 뒤집어졌다. 주류 방송국에서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찾아왔다. 선수들은 이게 사실인지 혼란스러웠다. 액수가 너무 엄청나다 보니 오히려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제니스 공격대장인 유지웅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를 했다. 그는 언제나처럼 알이 크고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회견장에 나타났다.
“총 상금 1,000억 원의 후원은 사실입니다. 과하다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것은 국내 E스포츠계의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입니다.”
기자회견장에는 수백 명의 기자는 물론이고 관련자들의 참석으로 발디딜 틈도 없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시 속에서 유지웅은 말을 이었다.
“단, 대회의 재미를 위해 상금 배분은 제 나름대로 규칙을 정했습니다. 이긴 자가 대부분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All or nothing.
승자 독식. 유지웅이 밝힌 배분 규칙에 프로 리그는 다시 한 번 뒤집어졌다.
우승팀은 총 상금의 900억을 차지한다. 나머지 100억은 2위 등 다른 팀을 위한 상금으로 배분된다. 이 파격적인 상금 배분에 프로 팀은 난리가 났다. 실력 없는 팀은 ‘1등만 좋아하는 규칙’이라고 비난했으며, 실력 있는 팀은 ‘인생 역전의 기회’라며 흥분했다.
누구도 유지웅을 비난하지는 못했다. 따지고 보면 그는 사비를 들여 전설대전 리그를 후원하는 것이다. 그가 상금을 어떻게 분배하는지는 순전히 그의 의도에 달린 것 아닌가?
그리고 말이 100억 원이지, 작년 전설대전컵 총 상금 규모가 200만 달러였다. 작년 우승팀을 포함한 전체 상금 규모가 겨우 20억 남짓했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였다.
1등을 한 팀에는 900억의 천문학적인 상금이 돌아간다. 이 놀라운 사실에 대중은 흥분했다. 단번에 전설대전이 검색어 1위로 떠올랐다. 게임에 흥미 없는 이들도 ‘도대체 그게 무슨 게임인데?’라며 관심을 보였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전설컵의 유력 우승 후보를 다루었다.
우승을 하면 인생 역전.
어마어마한 상금 규모에 모든 팀이 전의를 불태웠다. 특히 팀 제니스는 더했다.
“야. 구단주가 이번 전설컵에 1,000억 상금 건 거 알지?”
“알지. 누가 그걸 몰라.”
“구단주가 상금 걸었는데 우리가 그거 못 먹으면 구단주가 얼마나 실망하겠냐? 안 그래?”
“……실망하겠지.”
“실망시키지 말자. 잘하자. 응?”
팀 제니스는 미묘한 입장에 처했다. 구단주가 후원하는 대회다. 당연히 구단주는 큰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이다. 구단주 뿐만 아니라 팬들도 큰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이다. 우승을 하면 다행이고, 못하면 욕을 먹을 수도 있다. 부담감이 장난 아니었다.
상금 규모가 작았으면 ‘구단주는 우리 부담되게 왜 이런 걸 다 했어’라고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총 상금 1,000억 원의 대회, 그것도 승자 독식의 배분 방식은 이미 그런 단계를 아득히 넘어섰다.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 무조건 900억을 먹어야 한다. 그것이 팀 제니스 모두의 생각이었다. 팀 제니스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전설대전 프로 팀의 생각이었다.
여기까지였으면 전의를 불태우는 선에서 끝났으리라. 그러나 사건은 유지웅이 기자회견을 가진 다음 날 벌어졌다.
「IACP 회장, 국제 전설대전컵에 기꺼이 동참.」
「원화 1,000억의 상금을 추가로 내놓아.」
아부다비의 왕자이자 국제 결정체 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IACP의 회장이 전설대전 후원에 동참했다. 유지웅이 내놓은 상금과 똑같은 액수를 내놓은 것이다. 게다가 배분 규칙도 똑같았다.
「Winner takes all.」
IACP 회장인 안슐은 유지웅과 마찬가지로 승자에게 상금 900억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제 전설대전계는 핵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난리가 났다.
우승을 하면 총 상금이 1,800억이다. 아무리 한 팀이 5명으로 이뤄지고, 또 소속 구단 및 코치진과 나눠야 한다 해도 이건 액수가 지나치게 어마어마했다.
전설대전계는 뒤집어졌다. 아니, 대체 왜 게임과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아랍의 왕자가 개입한 거지?
일이 잘못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팀 제니스가 불안해하고 있을 때 유지웅이 찾아왔다.
“절대 질 수 없어요. 이 경기.”
“아, 예. 저희도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다른 팀엔 다 져도 돼요. 하지만 TPA 팀에는 절대로, 절대로 져선 안 돼요. 알았나요?”
“……예?”
이형우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우승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말도 아니고, TPA한테 져서는 안 된다니? TPA는 작년 전설대전컵 우승 팀이다.
구단주도 전설대전을 좋아하는 한국인 유저이니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래도 이 경쟁심은 너무 과열된 게 아닌가?
“TPA는 무조건 이기세요. TPA를 무너뜨리면 제 사비로 1,000억의 추가 보너스를 지급하겠어요.”
“바,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진짜 구단주 미친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없지는 않았으나, 팀 제니스는 의욕을 불태웠다. 우승을 하면 900억의 상금이 지급된다. 우승도 하고, TPA도 이기면 1,000억의 보너스가 추가로 나온다. 이것이야말로 한 방에 인생 역전 아닌가?
팀 제니스는 하루에 3시간만 자면서 연습에 골몰했다. 전략을 짜고, 최적의 조합을 구성했다. 매일 같이 컨트롤을 연습하고 모든 변수에 대비했다. 모든 것은 단 하나, 작년 전설컵 우승팀인 대만의 TPA를 이기고, 우승 상금도 손에 넣고, 특별 보너스도 타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7명의 팀원이 눈에 불을 켜고 연습에 몰두했다. 예비 선수라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팀 제니스는 예비 멤버라 해도 상금의 20%는 권리가 있다. 직접 경기에 참가한 선수가 1억의 상금을 받을 때, 2,000만 원의 상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연습에 몰두한 성과가 있었다. 약 열흘에 걸친 대회 일정에서 팀 제니스가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분루를 씹는 작년 우승팀 TPA를 보면서, 팀 제니스의 서포터인 매라갓은 환희와 감동을 느꼈다.
팀 제니스는 1,800억의 상금을 지급 받았다. 구단 내규에 따라 모든 상금은 선수진에게 돌아갔다. 그뿐만 아니라 유지웅이 따로 사비로 지급한 1,000억의 포상금도 지급받았다.
“아, 게임 접고 싶다. 이제 평생 놀고 먹어도 되겠네.”
“지금 니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서 평생 놀고 먹는지, 평생 다른 사람을 부리며 놀고 먹는지가 달렸어. 자, 연습이다! 다음 대회를 위해서!”
* * *
유지웅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안슐을 응시했다.
“내가 이겼어요.”
안슐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대답했다.
「인정하네. 자네가 이겼어.」
“후후, 우리 팀 대단하죠?”
「우승팀의 저력을 내가 너무 대단하게 생각했어. 아니면 작년 우승팀이라고 다들 너무 자기 스스로를 과신했던 것 같네.」
기쁨에 취한 유지웅은 터지려는 웃음을 참느라고 필사적으로 인내해야 했다.
안슐은 차분히 반박했다.
「하지만 방심하지 말게. 내 팀은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깨달았다네.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힌 대가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깊이 반성하고 있네. 다음에는, 다음에는 아마도 지금 같은 결과는 없을 걸세.」
“기대할게요.”
「근데 상금 규모가 너무 조촐하지 않나? 다음에는 두 배로 늘리는 게 어떤가?」
“음…… 그러죠. 솔직히 5명이 나누면 누구 코에 붙이라는 건지 애매하더라고요.”
두 친구는 다음 대회 상금은 두 배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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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 1승.
그리고 이거 단편짜리 에피소드입니다.. 서리한에 굶주렸다 편 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