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03)
00203 농사 짓는 브라우니 =========================================================================
공격대를 소집한 유지웅은 딜러 전원에게 S급 장비를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예상대로 대원들은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딜러들은 가지고 싶어도 못 가지는 S급 장비를 원가에 가질 수 있게 된 것을 좋아했다.
대금 지불 방식도 간편하다. 제니스 레이드를 꾸준히 참가해서 그 돈으로 갚으면 된다. 단순 계산으로, 80번만 무일푼으로 레이드를 참가하면 S급 장비가 자기 게 되는 것이다. 나흘에 한 번 레이드를 간다 치면, 일 년이면 S급 장비가 생긴다.
“장비 대금을 다 갚은 후에도 4년 간은 제니스 소속으로 남아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원가가 아니라 결정체로 얻을 수 있었을 유통이익까지 청구합니다.”
싸게 장비를 구한 대원이 나 몰라라 해버리면 제니스로서는 시간만 버리는 셈이다. 그래서 유지웅은 그런 안전장치를 두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대원들이 장비 하나 먹고 이탈할 리는 없지만,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다.
“저, 공대장님. 만약에 장비를 받았는데 불가항력적으로 레이드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면 어떡하죠?”
“본인 변덕이 아니라 정말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레이드를 중지해야 한다면 장비는 반납하면 됩니다. 공격대도 그때까지 지급한 대금을 반환해주겠습니다.”
“그럼 귀속된 장비는 아무도 못 쓰게 되니 공격대가 손해 아닌가요?”
“투자를 하려면 그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죠.”
제니스가 획득하는 결정체는 원래대로 판매하기로 했고, 장비 공급은 유지웅 커플이 획득해서 맡기로 했다. 아무래도 힐러에 대한 형평성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유지웅 커플이 대대적으로 제니스 대원들에게 투자를 하는 구조였다. 그 점 때문에 대원들은 조금 미안했지만, 유지웅의 이어진 말에 그런 부담이 조금 덜어졌다.
“우리 둘이서 십 분이면 잡거든요.”
김장호의 도움으로 전 대원들과 계약서를 쓰고 공증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유지웅은 국가로부터 대원 수만큼 방어장비를 구매해두었다. 보호막을 한 방에 찢어버리는 파괴력에서 대원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방어장비가 절대 필요했다.
한성산업에 의뢰한, 블루 결정체를 사용한 방어장비도 마침내 완성되었다. 정효주를 위한 작품이었다. 처음 완성품을 건네받고 정효주는 흡족함을 드러냈다.
“마음에 들어.”
프로토타입이 깡통 로봇처럼 생겼다면, 이것은 세련된 탈착식 갑옷처럼 생겼다. 완전히 착용하고 보니 강인한 여전사의 느낌이 물씬 났다. 특히 투구 디자인이 날렵하게 잘 되어 있어 여성 탱커의 맵시를 한껏 살려주었다.
“괜찮아?”
“응. 솔직히 저번 거 디자인은 진짜 아니었어. 무슨 깡통 로봇도 아니구.”
한성산업측 인물들은 신랄한 평가에 식은땀만 흘렸다.
“마음에 드시다니 다행입니다.”
“박문수 사장님한테 잘 받았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기뻐하실 겁니다.”
탱커는 완전히 준비되었다. S급 방어장비, S급 충전장비, 그리고 S급 강화장비까지. 이른바 트리플 S급 장비로 풀 셋을 갖춘 상태였다. 유지웅은 이 정도면 블랙 몹을 상대로 그녀가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줄 거라 보았다.
“문제는 딜러진인데.”
“딜이 모자랄까 봐?”
“아니. 사망자가 나올까 봐.”
유지웅이 보호막 능력자로 등장하기 전, 딜러들은 옐로 몹에게 한 방만 맞아도 죽었다. 유지웅이 각성하고, 또 S급 강화 장비를 얻으면서 이제 그가 있는 한 레드 몹에게 맞아도 죽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블랙 몹을 상대한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3단계 강화 보호막을 걸어주어도 딜러는 한 방에 죽고 만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차라리 퍼플 결정체로 강화 장비를 만들어볼까? 그럼 내 보호막이 더 강해질 것 같은데.”
“위험하지 않아? 그건 너무 무시무시한 물건인데……. 미국이 욕심을 부릴 거야.”
“우리 이제 이 정도 힘은 갖고 있지 않아?”
“그래도 괜히 분란에 쏠리는 거 아닌지 걱정 돼. 나 어그로 잘 먹을 자신 있어. 저번에도 어그로는 거의 튀지 않았잖아. 브라우니도 함께 했었고.”
“흠…….”
“차라리 S급 방어장비를 전원 지급하는 건 어때?”
“S급 방어장비까지?”
둘이서 열심히 2인 레이드를 다니면서 결정체를 모은다면 못할 것은 없다. 딜러들은 일 년만 더 무보수 레이드를 하면 된다.
유지웅 부부 입장에서는 돈이 아닌 시간을 투자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너무 과한 투자는 아닌지 조금 우려되기도 했다. 결국 유지웅은 장태준과 의논했다.
공격대 사무소는 오랜만에 찾아온 공격대장 때문에 분주해졌다. 장태준은 영상 자료와 데이터 수치를 동원해가며 설명했다.
“히카리 레이드 전투 기록입니다. 보신 바와 같이 한 방에 방어막이 찢어지고 딜러가 즉사했습니다. 히카리 공격의 최대 충격 수치는 약 5에서 6급으로 추정됩니다.”
장태준은 하나 하나 짚어가며 설명했다. 지금 그가 브리핑하는 것은 대외비였다.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하면서도 확실한 팩트를 알지 못해, 군침을 흘리는 자료들이었다.
“옐로 몹의 경우 최대 충격치가 1, 2급입니다. 레드 몹은 3, 4급, 블랙 몹은 5, 6급인 셈이죠. 보통 탱커는 충격 수치가 3급이면 레이드 난해, 4급이면 레이드 불가 판정을 받습니다.”
1급 충격은 부상도 1을, 2급은 부상도 2를 입힌다. 그리고 딜러나 힐러는 1, 2급 충격만으로도 죽을 수 있다.
“공대장님의 3단계 보호막은 최대 3급 충격까지 흡수합니다. 즉 충격량을 -3만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론상 괴수가 3급 충격을 가할 경우 보호막과 상쇄되어 둘 다 사라지게 되는 거죠. 물론 레드 몹의 충격 수치가 3, 4급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최대치고, 실제 전투에서는 1, 2급 혹은 그 이하의 데미지를 가할 때도 있기에 보호막이 항상 벗겨지지는 않는 겁니다.”
장태준은 다음으로 방어장비를 설명했다.
“그리고 일반 방어장비는 충격량을 -2만큼 떨어뜨립니다. S급 방어장비의 경우는 아마 -3만큼 떨어뜨릴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 이상일 수도 있지만 최소로 추정한 겁니다.”
“그럼 S급 방어장비와 제 3단계 보호막이 합쳐지면 -6만큼 떨어뜨린다는 거군요? 일반 방어장비와 합쳐지면 -5고요.”
“아마 그럴 겁니다. 블랙 몹이 6급 충격을 가한다 해도 보호막만 벗겨질 뿐 대상자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죠. 히카리 때 딜러들이 사망한 것은 보호막이 벗겨진 후에도 최대 3급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입니다. 딜러가 견딜 수 있는 데미지가 아니죠.”
“효주는 충분히 탱킹을 할 수 있겠군요.”
“히카리보다 더 강한 블랙 몹이 나타나지 않는다면요.”
“그럼 딜러는요? 일반 방어장비를 착용한다 가정하고요.”
그 질문에는 장태준도 난처해했다.
“일반 방어장비와 3단계 보호막이 합쳐지면 5급 충격을 제로로, 6급 충격을 1급 충격으로 떨어뜨립니다. 1급 충격이라는 게 좀 애매합니다. 딜러가 즉사할 수도, 운 좋으면 살 수도 있는 수치라서요.”
“확실하게 딜러를 살리고 싶다면 전원 S급 방어장비를 지급하는 게 낫고, 일반 방어장비는 반반이다?”
“그렇습니다.”
“물론 이것도 히카리 정도 개체가 나타났을 때 이야기고요.”
“예. 더 강한 개체가 나타난다면 S급 장비로도 딜러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탱커는 아마 버틸 수 있을 겁니다만.”
유지웅은 바로 결정했다. 그리고 대원들을 소집해서 물었다. 이건 힐러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히카리만큼 강한 녀석과 싸운다고 가정할 때, S급 방어장비를 걸치고 보호막을 받으면 확실히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 일반 방어장비를 걸치고 있으면 히카리한테 공격받았을 때 생존율이 반반이라고 하네요. 어떡하시겠어요?”
대원들은 당연히 두 말 할 것 없이 찬성했다.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어떻게 돈을 아낄까. 힐러들은 세금이 없으니 반 년이면 갚을 수 있지만, 딜러들은 이 년을 일해야 했다. 그래도 다들 불만은 없었다.
“그럼 생존이 더 중요하니 강화 장비보다 방어장비 위주로 먼저 제작을 하겠습니다. 일단 살아야 딜을 하든지 말든지 하죠. 안 그래요?”
“맞아요.”
“딜러분들은 A급 충전 장비라도 각자 구매해두세요. 강화 장비가 없는 상태에서 블랙 몹과 싸워야 한다면 아마 딜이 모자랄 수도 있어요. 평소에 충전해두는 습관을 들이시고요. 이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공대장님도 평소에 충전해두시나요?”
“네. 언제 사용해야 할지 모르니까요. 어차피 충전 장비는 항상 착용하고 다니니까 문제 없어요.”
대원들의 얼굴이 살짝 살짝 불안해 보였다. 하지만 누구도 빠지겠다고 하지 않았다. 유지웅은 이쯤에서 그들의 사기를 북돋워주기로 했다.
“블랙 몹 같은 경우는 결정도가 최소 10만 이상일 거라고 추정된대요. 만약 잡으면 대박이죠.”
“우와! 10만이라고요?”
“그럼 대체 얼마야? 10조?”
“10조를 40명이서 나누면 두당 2,500억?”
천문학적인 액수에 다들 정신이 번쩍 깼다. 언제 걱정했느냐는 듯이 그 돈으로 뭐 할까 이야기하기 바빴다. 계산이 빠른 어느 딜러가 대금부터 갚아야지 무슨 쓸 생각을 하느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공격대 계획을 세우고 난 뒤 정효주가 제안했다.
“오랜만에 브라우니 보러 가자.”
“브라우니?”
“응. 결정체 몇 개 모아 놨대. 보러 가자.”
“그러자. 근데 그 땅도 참 희한해. 언제까지 식물 괴수가 나오려는 건지 모르겠어.”
부부는 V-23을 타고 호남으로 이동했다.
* * *
신기하다.
브라우니의 여린 새가슴을 꽉 메운 감정이었다. 자신이 물어온 맛있는 돌멩이를 열심히 주워먹는 이 어리고 약한 놈을 보고 있으니 무언가 짠하다. 저렇게 깃털 하나 없는 날개로 어떻게 세상을 훨훨 날 것이며, 날카로운 발톱 하나 없는 발로 천적을 할퀼 수 있을까.
힘들게 잡아온 돌멩이(결정체)를 왜 이 녀석에게 족족 주고 있는지, 브라우니는 그것도 잘 이해가 안 됐다. 자기가 지금 미쳤나 싶었다. 아니면 어디가 고장났거나.
―끼이잉…….
짭짭거리며 돌멩이를 다 먹고 난 녀석이 더 달라는 듯이 부비적거렸다. 없다고 화를 내려던 브라우니는 차마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왠지 또 돌멩이 사냥하러 나가야 할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끄으응…… 끼이잉…….
녀석이 더 애처롭게 보챘다. 날개 끝이 한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브라우니는 그곳을 보고 흠칫했다. 거기에는 애지중지 모아놓은 파란 돌멩이가 있었다.
―캬아악!
브라우니는 홰를 치며 화를 냈다. 절대로 안 된다는 듯이. 저건 주인이 가져가야 할 몫이다. 저걸 손 댔다가는 너 죽고 나 죽는다고! 안 그래도 처음에 한 개가 비는 바람에 몰래 채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때 브라우니는 희미한 로터음을 듣고 흠칫했다. 절대 놓칠 수 없는 소리다. 주인이 이곳에 오고 있는 것이다.
그제야 브라우니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만약 주인이 이 녀석을 본다면, 어떻게 되지? 이 녀석도 평생 자기처럼 주인한테 맞아가며 살아야 하나?
주인한테 굴복한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세상은 넓고 쎈 놈들은 너무 많았다. 그 놈들한테서 살아남으려면 주인의 보호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이 녀석까지 그렇게 살아야 돼? 맞아가면서 시키는 대로 다 해야 하는 그런 생활을?
자기 옆에 꼭 붙어서, 같이 맞아가며 교육받고, 또 시킨 대로 넙죽넙죽 따라하는 녀석을 떠올렸다. 순간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
안 돼! 차라리 나 혼자 짊어지고 말지, 이 작은 것한테까지 그런 축생을 줄 순 없다!
브라우니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녀석이 깨고 나온 껍질은 그대로 있었다. 저걸 어떻게 해야 한다. 하지만 그냥 치웠다가는 영리한 주인이 이상한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녀석을 가볍게 입에 물고 브라우니는 날아올랐다. 이 근처 지형이라면 속속들이 안다. 비바람이 닿지 않는 어느 땅굴에 녀석을 고이 내려놓았다. 그리고 재빨리 반대방향을 향해 날았다.
브라우니가 도착한 곳은 어느 지방 산속이었다. 하늘을 빙빙 날며 탐색하던 브라우니는 목표를 발견했다. 낮잠을 자고 있는 사자 형태 괴수였다. 브라우니의 눈이 번뜩였다.
쐐액!
고속으로 급하강한 브라우니는 사자 괴수를 그대로 낚아챘다. 배가 뚫린 사자 괴수는 비명도 못 지르고 절명했다. 사자 괴수를 물고 브라우니는 재빨리 둥지로 돌아왔다. 그리고 알 껍질 사이에 사자 괴수를 내려놓았다.
흙을 주변에 조금씩 뿌리는 등 위장 작업을 하고 나자 절묘한 타이밍으로 주인과 약한 주인이 들어왔다.
“브라우니? 잘 있었어?”
브라우니는 그렇다는 듯이 끄으응 거리며 머리를 비볐다. 주인이 알 껍질을 보고 놀랐다.
“어머, 이게 뭐니? 부화했네?”
“어디? 정말? 어, 이거 왜 이래? 웬 사자가 있어? 꼭 뱅가처럼 생겼다.”
“죽었잖아?”
브라우니는 초조해서 딴 곳을 바라보며 능청을 피웠다. 주인 커플은 충격을 받은 듯 죽은 사자 괴수와 알 껍질을 이리저리 살피며 뭐라고 속닥거렸다.
실망한 듯이 약한 주인이 투덜거렸다.
“아, 뭐야. 제대로 부화하지도 못하고 죽은 거야? 그냥 사산했나 보네.”
“그러게.”
“역시 레드 몹이 알을 낳는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됐어. 이런 식으로 번식한다는 건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어떡하지?”
“어떡하긴. 사람 불러서 정리해야지.”
브라우니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근데 왜 다행으로 여기고 있지? 그 약한 놈이 대체 뭐길래.
============================ 작품 후기 ============================
프린세스를 감출 둥지를 지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