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71)
00271 재주는 불곰이 넘고 =========================================================================
중국을 둘러싼 갈등은 정점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러시아의 침공을 틈타 신강위구르 및 내몽골 자치구가 독립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무력행사에 들어갔다. 무력행사라 해봤자 전쟁을 일으킨 것은 아니고, 정부 기관 등을 점거하며 관료들을 억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레이더들이 대거 해외 망명을 시도했고, 기다렸다는 듯이 러시아와 미국이 정신없게 흡수하기 시작했다. 중국 증시는 끝없이 붕괴했으며, 중앙 정부의 통제력은 바닥을 쳤다.
이 기회에 중국을 약화하려는 미국과 러시아는 모든 방면에서 총력을 기울여 중국을 뒤흔들었다. 그야말로 사방이 적이었다.
차라리 일본이 더 나았다. 일본은 대다수의 주요 레이더를 잃고 약소국으로 전락하긴 했지만, 그리고 지불 유예 선언으로 국가 신용도가 바닥을 쳤지만, 최소한 아직도 국가의 틀 자체는 유지하고 있었다. 헌데 중국은 한술 더 떠서 기존 국가 틀이 무너지고 여러 개의 나라로 분열될 조짐이 높았다.
“비록 메이를 제니스 회장에게 빼앗기기는 했지만 지금 중국의 위기는 우리 미국에 있어서도 큰 기회입니다. 이미 물 건너간 메이에게 집착하기보다는, 향후 중국에서 흘러나올 힐러와 탱커를 대량으로 흡수하는 게 중요합니다.”
안보회의에서 루딘은 그렇게 강조했다. 대통령 및 참모진들도 끄덕이며 수긍했다.
“러시아가 가장 골칫덩어리군.”
“키틴의 의욕이 대단하긴 하지만 과반수를 우리 미국이 흡수할 수 있을 겁니다. 오랫동안 억압당해왔던 중국 레이더들은 자유의 나라 미국을 원하고 있습니다.”
“제니스가 있는 한국을 찾을 가능성은 없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째서지?”
“한국 정부는 자국 영토 안에 작은 중국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1, 2만 명의 힐러만 공급되어도 한국은 레이더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 이상은 사양할 겁니다.”
미국은 다민족으로 이뤄진 국가다. 그에 비해 한국은 혈통주의 사상이 강하다. 지나치게 많은 중국 힐러의 유입은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빌클런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가장 걱정했던 한국이 경쟁 상대는 아니라는 거군.”
“그렇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오히려 러시아와 프랑스, 독일을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 나라들도 이번 기회에 힐러 수를 늘리고 싶을 테지. 그런데 제니스 회장은 정말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나?”
“예. 역시 처음부터 메이를 확보하는 게 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차라리 처음부터 고스란히 메이를 내주는 게 나았을 거라고 생각하겠군. 이 일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안다면 말이야.”
중국으로서는 잠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우진타오 주석은 어떻게 일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었는지 죽었다 깨어나도 그 자초지종을 모를 것이다.
아마 유지웅을 건드렸는데, 그게 잘못 돼서 여러 나라들이 물어뜯을 빌미를 주었다고만 여기고 있을 것이다. 틀린 추측은 아니지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빌클런이 깍지를 끼며 물었다.
“전에 루딘 국장이 보고한 대로, 제니스 회장이 비밀리에 거느린 정보기관이 있는 게 분명하군.”
“그렇습니다. 메이의 존재를 파악한 것도 그렇고, 우리의 개입을 조기에 알아차리고 발 빠르게 움직인 것도 그렇고, 분명 독자적인 정보기관을 거느리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 EIS가 총력을 기울여 조사했음에도 그 낌새조차 알아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너무 지나치게 파헤치지는 말게. 어쨌거나 제니스 회장은 우리 우방이니까. 자극하는 것은 곤란해.”
“알겠습니다.”
“그 밖의 다른 건 없나?”
“있습니다.”
루딘이 그답지 않게 조금 주저하는 낌새를 보였다. 빌클런은 의아해서 물었다.
“무슨 일인가? 말해보게.”
“조지 켄부스 상원의원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자세한 일정은 비공개입니다만, 제니스 회장과 면담이 약속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제니스 회장이 공화당과 손을 잡으려 하나?”
“다음 대선이 위험할지도…….”
빌클런의 안색이 심각해졌다. 지금 미국은 블루 결정체의 공급으로 경기가 호황을 이루고, 또 안전지대 설치를 유치한 것 때문에 민주당의 지지도가 한껏 상승한 상태였다. 민주당의 인기 상승에는 유지웅도 직, 간접적으로 크게 기여를 한 게 사실이다.
그런 그가 공화당과 친해지는 것은 민주당에 좋지 않다. 이제 빌클런이 출마할 수 없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차기 대선 후보로 부통령을 밀고 있는데, 공화당이 그와 손을 잡으면 대선에 큰 걸림돌 하나가 생긴다.
“우리가 그에게 소홀히 한 게 있었나?”
“없습니다만, 그가 굳이 공화당을 배척할 이유는 없죠. 아니, 애초에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좋네. 근시일 내로 방한 일정을 잡게.”
마이클 비서실장이 놀라서 반문했다.
“각하?”
“뭘 그리 놀라나? 공화당에서 그를 만나러 간다면 당연히 우리도 만나러 가야지. 이러다가 다음 대선에서 공화당이 안전지대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우면 이길 수 있겠나? 우리 당의 독점 공약으로 내세울 수 있도록 확답을 받아야지.”
아직 중국 문제를 매듭지은 것도 아닌데 새 문제가 터졌다. 더군다나 외부 세력도 아니고 국내 정적과의 경쟁이다.
안전지대 설치는 지금 떠오르는 시민들의 관심사였다. 워싱턴 등 3대 안전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시민들은 자기들 도시에도 하루빨리 안전지대를 설치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안전지대 설치 공약은 대선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 * *
“아오! 젠장! 망할! 또 졌어!”
“왜 그러니?”
“트롤 한 마리 때문에 또 졌어! 미친 작슨!”
“트롤? 그게 뭐야?”
“팀원 말 안 듣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그런 애들.”
“아, 초보?”
“아냐, 초보가 아니라 그냥 모자란 애들. 인격적으로 문제 있는 애들 말하는 거야. 초보는 그냥 초보고, 트롤은 의도적으로 게임 망치는 인격 파탄자들 말하는 거야.”
정효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랑은 키보드를 몇 번 내리치더니 분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새삼 걱정이 되었다. 저러다가 성격 버리는 거 아닐까?
‘오우 할 때는 안 저랬는데…….’
무슨 AOS 계열 게임이라고 하던데, 저걸 할수록 신랑의 성격이 날이 갈수록 망가지는 것 같다. 그녀는 저대로 놔둬도 괜찮은지 염려스러웠다.
“아, 짜증나!”
키보드를 내던진 신랑이 갑자기 그녀를 보더니 눈을 빛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옷을 채 벗기지도 않고 들입다 돌진해 들어온다. 평소보다 꽤 거친 몸짓 속에서 그녀는 꽤 강하게 느꼈다.
일을 마치고 신랑을 품은 채로 그녀는 가만히 등을 어루만졌다. 왠지 저 게임, 하게 놔둬도 괜찮을 것 같다.
“나도 같이 할까?”
“너 게임 별로 못하잖아.”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그녀는 발끈했다.
“게임을 안 하는 거지 못하지는 않거든?”
“오우는 적응 못했으면서…….”
“레벨 업이 지루했던 거지 컨트롤 자체는 좋거든?”
“그럼 하자.”
결국 그렇게 와이프를 게임으로 끌어들였다. 랭크 게임을 몇 번 같이 돌려본 유지웅은 놀라워했다.
“와, 너 잘한다?”
“원래 내가 컨트롤은 좀 하거든?”
탱커는 신체 능력뿐만 아니라 반사신경도 좋다. 당연히 스포츠는 물론이고 게임도 잘한다. 유지웅은 아예 그녀 혼자 게임을 시키고 옆에서 구경하기도 했다. 기가 막힌 컨트롤과 치고 빠지기, 예술적인 움직임 등을 보며 놀라워했다.
“와, 쩐다.”
“훗, 대단하지?”
“잘 됐다. 우리 같이 듀얼 랭크 돌리자. 나도 이제 좀 심해에서 벗어나야겠어.”
“심해?”
“랭크 밑바닥 점수대를 말하는 거야. 나도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야겠어.”
신이 난 유지웅은 와이프와 같이 게임을 했다. 주요 포지션을 와이프에게 맡기니까 승승장구하며 올라갔다. 자신이 좀 실수를 하거나 못해도 와이프가 커버해주고 팀을 승리로 이끌어주니 게임 할 맛이 났다.
“이러니까 좋다. 오우 할 때는 나 혼자 해서 재미 좀 없었는데, 같이 하니까 좋네.”
“……너는 좋겠지.”
“응?”
“아, 아무 것도 아니야.”
정효주는 얼굴이 살짝 굳어 있었다. AOS 게임이 사람 성격 버리기 딱 좋다는데, 그녀는 그 말을 실감하고 있었다.
‘어쩜 저리 못할까…….’
신랑의 실력이 문제였다. 옆에서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렇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남편한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을 보면, 이 게임 정말 대단하다.
‘거기는 대체 왜 들어가는 거야? 적이 대기 중인 거 뻔히 다 보이는데. 아, 답답해. 앗, 안 돼. 내가 지웅이한테 지금 무슨 생각을…….’
맵 중앙 지역에서 대규모 교전이 일어났다. 하지만 유지웅과 팀원 한 명의 공동 실수로 그만 지고 말았다. 덕분에 건물이 쫙쫙 밀려서 매우 불리한 구도가 되었다. 그러자 적 팀이 전쳇말로 놀리며 도발하기 시작했다.
―님들 왜 이리 못해요?
―캡틴 프린스랑 절대귀족, 설마 둘이 친구임? 둘 다 진짜 더럽게 못하네.
―실력만 보면 저 둘이 친구 맞는 거 같음. 똑같이 못함.
정효주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신랑이 못하는 것 때문에 안 그래도 스트레스인데 신랑의 게임 친구라는 사람도 진짜 더럽게 못했다. 그래도 신랑이고, 신랑 게임 친구 아닌가? 못할 수도 있는 거지 무슨 저런 말까지 들어가면서 게임을 해야 하나?
정말 이 게임이 왜 사람 성격 버린다는 건지 그녀는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더군다나 같은 팀원까지 욕하기 시작했다.
―그 실력 가지고 왜 랭크 돌림? 일반이나 돌리지.
―진짜 에미없는 실력이네. 어쩜 그리 못할까.
―아, 진짜 개짜증난다. 나 이거 승급전인데.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는 폭발하고 말았다.
―사람이 좀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뭐 그런 거 가지고 뭐라고 해요?
―지금 편드는 거?
―너무하잖아요. 게임 좀 잘한다고 그리 잘났어요?
팀원과 정효주 간에 싸움이 일어났다. 정효주는 얼굴이 벌게진 채로 빠르게 채팅을 했다. 그래도 신랑이 보고 있는 앞이라서 예의와 존대를 잃지는 않았다. 내숭은 언제 어느 때라도 지켜져야만 한다.
그때 묵묵히 지켜보던 유지웅이 채팅에 끼어 들었다.
―절대귀족 : 너네 이제 큰일났다.
―답이없구나 : ?? 뭔 개솔?
―절대귀족 : 너네 이제 이 게임 못한다.
―카직스너프좀 : 할 말 없으니 개드립치는 거임?
―절대귀족 : 너네 이제 계정 영구 정지 당한다. 가족이랑 사돈의 팔촌 민번까지 전부 막힌다.
―답이없구나 : ㅋㅋㅋㅋ 저건 뭔 개소리래.
―카직스너프좀 : 허접하면 랭크 돌리지 말고 일반에서나 처 놀아. 병시나. 어디서 헛소리야.
―절대귀족 : ㅇㅇ 난 말했다. 너네 이제 내일부터는 이 게임 못하니까 오늘 실컷 해둬.
―답이없구나 : 뭐래, 저 병신이.
―절대귀족 : 거짓말 같지? 저기 캡틴 프린스가 내 친구인데 이 게임회사 최대주주임. 지분 55% 갖고 있음. ㅋ
―답이없구나 : ㅋㅋㅋㅋ 뭐라는겨. 저 병신이.
―카직스너프좀 : 간만에 큰 웃음 주시네. 게임 관두고 아예 개그로 나가는 건 어떰?
채팅만 하느라 방어하지 않은 바람에 모든 건물이 부서지고 패배했다. 유지웅은 킥킥거리며 게임에서 나왔다. 정효주가 의아해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니? 설마…….”
“캡틴 프린스, 안슐이야.”
“…….”
“안슐이 티모 디게 좋아하는데 너무 약해서 버프 좀 시켜야겠다고 얼마 전에 게임 회사 샀거든. 쟤네 이제 영구 정지 먹을 거야.”
정효주는 욕을 하던 팀원들이 차라리 불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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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 돌리면서 한 번쯤 이런 망상을 꿈꾸지 않은 자, 나와 보시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