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359)
00359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
제니스는 회사가 아닌 단순 정공이지만, 더 이상 단순한 공격대로 치부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커졌다. 대략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공격대는 40명을 1개 대로 하는 예비대 6개로 이뤄진다. 단, 제1예비대는 38명이 활동한다. 유지웅과 정효주가 남긴 빈 자리인 것이다.
유지웅과 정효주는 합동훈련이 아니면 더 이상 다른 이들과 레이드를 함께 가지는 않는다. 레드 몹을 잡을 거면 둘이서만 잡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레이더 외에 제니스는 전투지원팀을 두고 있다. 총책임자는 장태준이며, 아래 딸린 부하 직원만 2,500여 명에 달한다. 저마다 맡은 역할도 다양하다. 레이드 전술 지휘, 전투 자료의 분석 및 보관, 지원장비의 관리와 보수 등이 있다.
전투지원팀이 보유한 지원장비만 해도 엄청난 규모다. 근 1조 원에 달하는 공중감시기 호크아이만 6기에, 각종 광역 스캐너만 백여 개가 넘어간다. 얼마 전에는 원활한 공격대 이동을 위해 수송 목적의 V-23을 12기나 매입했다.
그 많은 장비들을 관리하고, 또 레이드 전술 지원을 해야 하니 2,500여 명의 직원도 많은 것은 아니다.
또 제니스는 하위부서 중에 괴수관리부를 두고 있다. 모비딕과 브라우니를 통해 몇 번 재미를 본 유지웅이 아예 전문적으로 괴수를 관리할 팀을 만든 것이다.
본래 브라우니를 감시 및 관리하던 인원을 받아들이고 규모를 확충하고 조직을 정비해 만든 팀이다. 총책임자는 동물학자 출신인 박태주이며, 모비딕 가족과 브라우니, 트리스티나를 맡아 관리한다.
미국의 위탁을 받아 훈련 중인 새끼 상어 괴수 피즈도 현재 이들이 관리하고 있었다. 나미도 현재 이 부서 소속이었다.
“신기하네요. 괴수도 스트레스를 받나요?”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특이한 생명체이기는 하지만 괴수도 엄연히 동물이니까요. 넓은 바다에서 살던 녀석에게 지금의 인공호수는 사실 매우 좁습니다.”
피즈가 현재 머무르는 곳은 말이 인공호수지, 사실 좀 큰 수영장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형태가 고작 지름 200미터의 원형에 불과했으니까.
“나미 통제관은 적어도 지름이 2km, 깊이가 100미터는 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땅덩이도 좁은 곳에 그런 호수를 무슨 재주로 만드나요?”
한국은 지리적인 면에서 불리한 점이 많다. 지름 2km의 인공호수를 만들고자 한다면 못 만들 것은 없다. 하지만 깊이 100미터는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가뜩이나 땅덩어리도 좁은데 그런 것을 만들어서 한국에 무슨 이점이 있을까? 피즈가 한국 소유물도 아니고 엄연히 카네기 가문의 것인데.
“인공호수 중에 찾아보면 그보다 더 큰 호수도 많이 있을 겁니다. 다만 생태계 파괴가 문제가 되겠지만요.”
“그냥 피즈는 지금 있는 곳에 두는 게 좋겠습니다. 스트레스를 조금 받아도 할 수 없지요.”
새로 만드는 것도, 다른 호수에 풀어넣는 것도 전부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기각되었다. 박태주는 조금 아쉽긴 했지만 납득하고 물러났다. 다른 나라 괴수 사육을 위탁받은 입장에서 그렇게까지 해줄 이유는 없으니까.
* * *
수많은 기대를 안고 제니스 자선재단이 출범했다.
작년 CIA의 테러 이후, 피해 배상으로 받은 SC컴퍼니의 지분 40%는 유지웅이 임시로 보험재단을 통해 운용해왔다. 하지만 근래 들어 효율성의 한계를 느꼈다. 짧은 기간이기는 하나, 평범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체험한 그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제니스의 이름으로 자선재단을 설립하고, SC컴퍼니의 지분의 관리를 위탁한 것이다.
“테러 피해자분들과 유족분들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많은 약자들을 위한 재단이 되었으면 합니다.”
단상에 선 유지웅은 당당하게 포부를 밝혔다. 의젓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정효주도 흐뭇해서 지켜봤다.
“제니스 자선재단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용되는 겁니까?”
“당장은 SC컴퍼니의 지분을 운용한 수익으로 테러 피해자분들을 돕겠습니다. 향후 출연 재산을 지속적으로 늘리며 사회의 약자들을 위해 노력하는 재단으로 성장시키겠습니다.”
이제는 가장 아래를 봐야 할 때다. 유지웅은 안슐의 조언을 따르기 위해 그렇게 한 걸음을 떼었다. 그에게는 별 거 아닌 한 걸음이지만 남들에게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보폭이다. SC컴퍼니의 지분 가치만 해도 2,400억 달러에 달하므로.
재단 출범식에는 학교 동기, 교수진은 물론이고 정재계의 주요 인사와 심지어 국무 총리까지 참석했다. 원래는 대통령도 참가하려고 했는데 급한 국정 문제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며, 따로 양해를 구하는 전화까지 해왔다.
“아드님이 정말 귀엽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보물입니다.”
유지웅은 금동이, 유세현을 품에 안은 채 뺨을 쓰다듬었다. 아이는 손가락을 입에 문 채 빤히 사람들을 바라봤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유세현에게 관심을 쏟았다. 머지않아 세계 제일의 부호 가문이 될 유씨 집안의 차기 후계자다. 이제 두 살 된 아이가 뭘 알겠느냐만은, 벌써부터 눈도장을 찍어두기 위해 난리였다.
“이런 자리 올 때마다 진짜 형이 우리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느껴요.”
동기이자 학과 측근을 자처하는 장권재가 다가와서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학교에서는 그냥 돈 많은 동기 형으로 대하느라 잊어버리기 일쑤지만, 이런 자리에 초대받을 때마다 얼마나 그가 대단한 사람인지 실감하게 된다.
“그러지 마. 그냥 똑같은 사람이야. 돈이 조금 더 많은 거 빼곤 다를 거 없어.”
“조금 많은 정도가 아니죠. 근데 형, 그거 사실이에요?”
“뭐가?”
“통합 학교인가 뭔가 지으신다면서요?”
“아아, 그거?”
유지웅은 최근 흑석동 저택 인근 부지를 무차별로 매입하는 중이었다. 그것을 놓고 세간에서 말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저택 규모를 넓히려는 줄 알았다. 그러나 곧 학교를 짓기 위해서라고 밝혀졌다.
“유치원부터 초중고교까지 한 울타리 안에서 운영되는 그런 학교로 만들어보려고.”
“갑자기 그런 학교는 왜요? 설마……?”
“우리 아들 때문에. 몇 년 뒤면 유치원도 가야 하는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거 아니야?”
“우와, 쩐다.”
장권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이제 두 살 된 아이를 위해서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까지 담당하는 학교를 지을 생각을 하겠는가?
“장난 아니다. 우리나라 최고 명문 학교가 되겠네요. 아무나 함부로 못 들어가겠죠?”
세게 제일의 부자가 아들을 위해서 직접 짓는 통합 학교다. 당연히 시설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최고급일 것이다. 소위 말하는 사회 귀족층이 아니면 입학도 불가능하겠지?
“아닌데? 최고의 시설을 갖추긴 할 건데, 재벌집 애들은 안 받아. 집안이 평범하거나, 아니면 집에 돈이 없는데 똑똑하거나 재주가 좋은 아이들만 받을 거야.”
“아니, 왜요?”
장권재는 당연히 아이 교육을 위해서 부호층만 입학하는 학교로 만들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하니 의아했다.
“태어날 때부터 다 가진 애들이랑 어려서부터 같이 어울려 지내봐야 좋을 거 없으니까.”
“하지만 원래 다 끼리끼리 지내지 않아요?”
“어차피 시간 지나면 그런 애들은 우리 아들 주변에 알아서 몰리게 돼있어.”
“하긴…….”
“난 우리 아들이 보통 아이들, 평범한 아이들 틈에 섞여서 뛰고 놀면서 자라게 해주고 싶거든. 유치원이나 학교 다닐 때도 내 아들이라는 거 비밀로 할 거야.”
이것은 전부 첫 아들을 훌륭한 인성을 가진 아이로 잘 키우고 싶은 정효주의 욕심이 반영된 계획이었다. 유지웅도 그녀의 육아 계획을 듣고 찬성했다.
소중한 아이가 다닐 학교를 최고의 시설을 갖추게끔 공을 들여 짓는다. 하지만 그 호화로운 학교에 함께 다닐 친구들은 평범한 아이들이 될 것이다. 물론 친구들은 아이가 제니스 가문의 후계자라는 것을 모르게끔 한다.
아이에게 고생을 시킬 마음은 없다. 다만, 어려서부터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직접 몸으로 겪고, 또 두 눈에 담아두기를 바랐다. 어려서부터 이해관계로 맺어진 게 아닌, 순수한 친구 관계를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재벌이나 정치인의 자녀들? 그런 친구들에게 순수한 우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머리를 숙이고 들어올 이들인데, 굳이 그들에게 유년 시절을 할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와, 장난 아닌데요.”
장권재는 감탄을 거듭했다.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벌써부터 그런 부분까지 자식 교육을 생각하고 있다니.
“형 생각대로 되면 세현이 커서 정말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아요.”
“난 버스 요금이 얼만지도 모르는 아이로 키우긴 싫거든. 저번에 청문회 보고 엄청 웃었잖아.”
“그런 형은 버스 요금 얼만지 알아요?”
“당연히 알지! 내가 그걸 왜 몰라?”
“얼만데요?”
“아, 저기 교수님들 계신다. 뭐해? 가서 인사해야지.”
눈에 띄게 당황하는 게 영 수상하다. 장권재는 더 추궁하고 싶었지만 거기서 멈췄다. 오늘 이 자리는 자선재단 출범을 축하하는 자리이지 청문회가 아니다.
막 교수들이 서 있는 곳에 가려던 유지웅은 누군가 쿡쿡 찌르는 것을 느꼈다. 뭐지 해서 돌아보니 나미가 뒤에 서 있었다.
그녀는 흰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무릎을 살짝 넘는 치맛단 아래로 하얗고 가느다란 다리가 시원하게 뻗어 있었다. 탐스럽게 붉은 머리카락은 하나로 묶어 왼쪽 어깨에 걸쳐 가슴으로 늘어뜨렸는데, 숨이 멎을 정도로 예뻤다. 아닌 게 아니라 언젠가부터 홀 안의 시선이 전부 그녀에게 쏠려 있었다.
“아, 반가워요. 나미 연구원. 와줘서 고마워요.”
“제 요청을 거절하셨다 들었어요.”
나미는 덤덤하게 말했다. 톤이 살아있지 않아 무슨 감정을 담고 있는지 느끼기 어려웠다.
“아, 피즈 말인가요?”
끄덕끄덕.
“어쩔 수 없어요. 나미 연구원이 말한 커다란 인공호수를 파려면 환경오염이 아무래도 심하거든요. 원래 있던 호수에 밀어넣는 것도 생태계 파괴 문제가 있어요. 피즈가 우리 것도 아니고 엄연히 카네기 가문 것을 위탁 관리해주는 처지인데, 그럴 필요가 없죠.”
“하지만 피즈가 좁은 공간 때문에 괴로워해요.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요.”
“그렇다고 인근 바다에 풀어둘 수도 없잖아요?”
“모비딕으로 감시하면 되지 않나요?”
“모비딕은 할 일이 있어요. 모비딕을 그런 데 운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에요.”
원래라면 일개 연구원이 회장님을 이런 자리까지 찾아와서 저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허용될 수 없다. 아마 해당 부서는 난리가 날 것이다.
하지만 나미는 괜찮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은 그런 결례를 결례가 아니게 만들어줄 요소가 된다. 더군다나 나미는 피즈가 유일하게 잘 따르는 사람이다. 회장님이라고 함부로 뭐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나미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다시 말했다.
“그럼 미국으로 가는 건 어때요?”
“미국이요?”
“미국은 땅도 넓고, 피즈를 수용할 수 있는 호수도 얼마든지 있어요. 한국의 환경오염 같은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요. 어차피 피즈는 미국 소유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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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올 땐 맘대로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