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482)
00482 중년의 히어로? =========================================================================
원정 레이드를 마친 제니스는 귀국한 후 줄곧 쉬었다. 멀리 해외까지 파견을 나간 것도 있고, 전무했던 대규모 레이드를 마쳤던 터라 피곤했던 탓이다.
“근데 이거 분배는 어떻게 되죠?”
“다같이 나누기로 하지 않았나요? 외부 경계팀이든 직접 레이드를 한 팀이든 상관없이.”
“아니, 그거 말고요.”
“그럼요?”
“결정체가 좀 많잖아요? 이거 한 번에 현금으로 바꿀 수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라…….”
“듣고 보니 그렇네요.”
결정체는 반쯤 현금 취급을 받는 현물이다. 유동성으로 치자면 거의 금에 버금간다.
그렇다 해도 너무 많은 결정체를 단번에 현금으로 바꾸는 것은 조금 무리다. 블루 결정체만 60개가 넘어가고, 그린 결정체는 그 수를 셀 수도 없었다. 돈으로 치면 수십 조는 거뜬할 텐데, 국내 유통업체에서 그런 현금을 상시 쌓아두고 있는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린 결정체는 전량 정부에서 매입하기로 했대요.”
“웬일이래요? 정부 돈 좀 있나 봐요?”
“우리 거 사서 WCO에 예치할 모양인가 봐요. 그래도 다행이다.”
선진국에 들지 않은 나라는 블루 결정체보다는 그린 결정체를 더욱 필요로 한다. 주로 에너지원, 그리고 산업 자재 제조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기술 수준이 받쳐주지 않는 나라에 있어 블루 결정체는 그림의 떡이랄까. 아, 물론 블루 결정체로 만든 완제품은 어느 나라든지 선호한다. 컴퓨터든, 의약품이든 간에.
“블루 결정체는 몇 개 안 되니까 형, 아니 공대장님이 자비로 매입해서 분배해줄 거 같아요.”
“그래요?”
“좋네요. 빨리 빨리 분배받으면 우리야 편하죠.”
60개나 되는 블루 결정체는 그 값만 대략 30조 원이다. 이 많은 물량을 한 번에 매입해줄 수 있는 국내 유통업체는 없다. 그래서 유지웅이 일단 매입하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처분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뭐, 그냥 쌓아두고 있어도 상관은 없고.
“근데 이제 미국은 어떻게 되는 거죠? 철희 씨, 뭐 들은 이야기 없어요?”
누군가 그렇게 묻자 김철희는 어깨만 으쓱했다. 고향 동생이라고 어떻게 그걸 다 알겠는가.
근래 뜨겁게 떠오른 관심사는 과연 미국이 연방 해체의 수순을 밟을 것이냐였다.
한때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나라. 지금은 레이드 부문에서 제니스 때문에 후순위로 밀려났지만, 그래도 국가 규모로서는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나라. 그런 나라의 몰락이 예고되자 매스컴은 물론이고 여론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유지웅은 연방 해체를 요구하지 않았다. 최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가려질 때까지 미국 선박은 베링 해역을 통과할 수 없다고 선언했을 뿐이다.
물론 베링 해역은 유지웅 영역이 아니다. 미국 선박이 지나가는 것을 강제로 나포하거나 할 순 없다. 하지만 모비딕의 해역 감시를 멈추고 철수할 순 있다.
이럼 미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들도 베링 해역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유지웅이 안 나서도 다른 나라들이 나서서 미국 선박이 지나가지 못하게 막는다. 미국도 유지웅이 모비딕을 빼내서 다른 나라들 선박까지 통행 불능에 처하면, 문제가 더 커지는 걸 알기에 자국 선박을 보내지 않고 있었다.
「하나의 단일 연방, 이대로도 좋은가?」
「위임한 외교권, 이제 돌려받을 때.」
「무능한 연방 정부를 언제까지 믿고 있어야 하나?」
선박 통행이 막히자 바로 그 효과가 나타났다. 항구에는 컨테이너가 쌓여갔고, 해로에 의존하는 물품 수출입이 눈에 띄게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이에 주정부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유지웅은 해체를 언급한 적 없지만, 러시아가 뒤에서 열심히 공작한 덕분에 주정부는 연방 탈퇴만이 이 사태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는 인식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런 인식과 불만은 자연히 연방 정부에 대한 불만 표출로 나타났다. 어느 주정부 인사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노골적으로 연방 탈퇴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다 마침내 일이 터졌다.
“우리 오리건 주는 연방 탈퇴에 관한 주민 투표를 실시합니다.”
북태평양을 끼고 있는, 서부 해안 주 하나가 본격적으로 연방 탈퇴를 언급하며 주민 투표 실시 계획을 밝혔다. 다들 쉬쉬하던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낸 것이다. 누가 봐도 총대를 메고 나선 것임을 알 수 있는 행동이었다.
“백악관은 하나 된 연방 유지를 위해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비시 행정부에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어떤 경우라도 연방 해체, 혹은 개별적인 연방 탈퇴는 두고 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 여론도 용광로처럼 들끓어올랐다. 동쪽 지역 시민들은 어떤 경우라도 연방 해체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나 된 미국이 흩어지는 순간 다수의 약한 중소국으로 나뉘어 결국 시대에 뒤쳐지게 될 거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서쪽 지역 시민들은 입을 모아 연방 탈퇴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탈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적지는 않으나, 워낙 찬성파가 강세여서 묻히는 분위기였다.
“해로가 막힌 건 전부 연방 정부 책임이다! 연방 정부가 제대로 외교적 노력을 다하지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 무능한 연방 정부에 외교권을 위임한 채 놔둘 수는 없다!”
“맞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회복 불가능한 타격만 입을 뿐이다!”
베링 해역 통행 금지는 지나치다, 폭정 아니냐는 반발도 적진 않았으나 지지를 받진 못했다. 유지웅에게는 확실한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깨어 있는 시민들은 휘버 박사의 뒤를 이어 인류에게 빛을 밝혀줄 걸출한 과학자를 잃은 유지웅의 비통함을 이해했다. 이미 CIA가 한 번 그에게 테러를 가한 적이 있기에, 그의 분노는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다.
“연방 정부가 잘못했네.”
“잘못한 건 잘못했다 치고, 왜 우리까지 연방 정부 때문에 피해를 받아야 하나? 절대 사양이다. 차라리 연방을 탈퇴하는 게 낫다.”
러시아의 뒷공작, 주정부 인사들의 집단이기주의적인 결정, 서부 지역에 팽배해진 불안감, 그 모든 것이 맞물린 결과가 바로 오리건 주의 연방 탈퇴 선언이었다.
세계의 눈이 오리건 주의 주민 투표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푸른 등지느러미가 수면 위로 솟은 채 첨벙거리듯이 둥글게 유영한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지그시 응시하던 나미는 조용히 일어섰다. 단추를 하나둘씩 풀어 상의를 벗어내리자 파란 튜브탑 비키니가 드러났다. 이어 그녀는 하의도 벗은 채, 아찔한 비키니 차림으로 물에 몸을 담갔다.
기다렸다는 듯이 피즈가 맹렬히 돌진해 온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덮치는 줄 알고 기겁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녀석은 단지 어미 품에 덥석 안기려고 달려드는 것뿐이다.
“잘 지냈어?”
나미는 피즈의 머리를 껴안고 쓰다듬으며 물었다. 피즈는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만큼은 충분히 이해했다. 자신을 예뻐하고 염려하는 어미의 마음을.
피즈는 신이 나서, 나미를 등에 태우고 수면 근처를 바쁘게 돌아다니듯 헤엄쳤다.
‘편안해…….’
나미는 피즈가 헤엄치는 대로 맡긴 채, 녀석의 등을 껴안듯이 누워 지그시 눈을 감았다. 피즈와 함께 호수를 누비고 있을 때처럼 편안한 순간이 없었다. 언제쯤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남자라면…….’
불현듯 안슐이 떠올랐다. 커다란 성을 선물하며 구애해온 아랍의 왕자. 그녀는 대답을 보류했고, 그는 기다리겠다고 했다.
듣기로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부자라고 하던데, 나미는 그런 재물에는 관심이 없었다. 동료 여직원들이 왜 먼저 호들갑을 떠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피즈를 빼내는 것은 쉽다. 그 남자에게 부탁하면 간단히 틈을 만들 수 있다. 그게 아니라도 방법은 많다. 나미에 대한 유지웅의 신뢰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피즈가 그녀의 말을 무척이나 잘 듣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미가 아직 인간의 땅을 떠나지 않은 건,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해명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그녀는 예전에 비해 거의 힘을 쓰지도 못하고, 심지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지도 못한다.
현재 레지나가 약속에 따라 관련 연구를 하는 중이었다. 결실을 맺기 전까지는 섣불리 떠날 수 없었다. 피즈가 조금 답답해하는 것 말고는 크게 불편하거나 위험한 것도 아니고.
“……?”
지그시 눈을 감은 채 피즈를 어루만지던 나미는 불현듯 이상한 기척을 느꼈다. 눈을 뜬 그녀는 경계하듯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미가 보인 경계심에 흠칫 한 피즈는 ‘왜 그래?’하듯이 유영하던 것을 멈추고 지느러미를 떨었다.
“피즈야, 가만히 있어 봐.”
나미는 새끼를 달래듯이 속삭이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주변을 탐색하는 눈빛에는 차가운 경계심이 가득했다.
‘이상해. 뭔가 있어.’
희미한 결정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렇게 멀지않은, 지척이다.
정확히 가늠할 순 없지만 옐로 몹 수준? 하지만 사방이 탁 트인 호수 어디에도 옐로 몹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물속?’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물속이라면 피즈가 더 빨리 눈치 챘을 것이다.
‘왜 안 보이지?’
괴수는 통상적으로 몸집이 크다. 곤충형, 혹은 바이러스형이 아닌 이상 대부분은 거대한 동물 형태를 하고 있다. 그런데 분명히 결정 에너지는 느껴지는데, 괴수는 보이지 않는다.
‘결정체? 아니야.’
혹시 주변 어딘가에 결정체가 떨어졌나 하고 생각해봤으나 나미는 곧 부정했다. 확신할 순 없지만 이 파동은 분명히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는, 괴수가 내는 생명 반응이다. 인간의 모습을 얻은 대가로 예전이 비해 감지 능력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기척을 식별할 수 있었다.
‘가까워.’
나미는 바짝 긴장감을 곤두세웠다. 거리가 더욱 좁혀졌다. 30미터는 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이상했다. 이렇게 가까운데 왜 보이지 않을까?
애애애애앵! 애애애애앵!
순간 묘한 날갯짓 소리에 나미는 흠칫 했다. 기척이 느껴진 방향과 동일했다. 그녀는 얼른 눈을 돌렸다. 동공이 커졌다.
‘저건 뭐지?’
모기? 아니, 모기 치고는 너무 컸다. 지난 시간 동안 인간과 부딪치며 쌓은 상식 중에서, 저렇게 큰 모기는 없었다. 마치 사람 손바닥만한 크기 아닌가.
날개를 빠르게 파닥이며 날아온 모기는 피즈의 등에 앉았다. 나미와 불과 7미터 정도 떨어진 부위였다.
순간 나미는 재빠르게 달려가 모기를 낚아챘다. 나미의 손에 꽉 잡힌 모기는 애처롭게 몇 번 날개를 파닥거리다가 그만 축 늘어지고 말았다.
나미는 바로 이 녀석이라고 확신했다.
곤충형 괴수? 하지만 곤충형 괴수가 옐로 몹에 버금가는 결정 에너지를 지닐 수 있나? 의아해하며 죽은 듯 늘어진 모기 괴수를 자세히 살펴보던 나미는 흠칫 했다.
“이게 뭐야?”
기이하게도, 모기의 몸체는 차가운 금속으로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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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앙 쥬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