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25)
00725 황제의 마실 =========================================================================
제니스의 주축 멤버라 하면 어디까지일까? 이에 관해서는 확장설, 축소설, 보통설 등 다양한 학설이 존재한다.
확장설은 제니스의 주축 멤버를 유지웅의 힘이 닿는 모든 인맥까지 확장해서 포함시키는 해석론이다. WCO는 물론이고 세종시 연구단지, 청와대, 심지어는 러시아와 미국의 수뇌부까지 이에 포함시키기까지도 한다.
축소설은 제니스 공격대 그 자체까지만 포함시키는 해석론이다. 즉 가장 그 규모가 작다.
보통설은 확장설과 축소설의 중간쯤에 해당한다. 제니스 공격대 외에 한국에서 가용한 인맥을 포함하는 해석론이다. 주로 정부 인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유지웅이 제니스 전원을 소환한다는 지시를 내리는 바람에 비서실은 때 아니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먼저 ‘어디까지 제니스 주축 멤버로 봐야 하는지’를 놓고 해석을 하느라 의견이 분분했다.
“일단 공격대원 전부를 소환하고, 청와대 직통 라인 일부를 같이 보내죠.”
“그걸로 될까요? 안 그래도 요즘 한창 확장설이 다수설로 먹히고 있는데…….”
“정 뭣 하면 러시아와 미국 외교부 인사도 옵저버로 몇 명 보냅시다.”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참여 멤버가 결정이 났다. 여기에 한창 육아에 바쁜 브라우니까지 동원되었다.
결국 소환 인원은 제니스 공격대원, 세종시 연구단지 주요 정책 담당자, 청와대 외교수석, 미국과 러시아 전권대사 등으로 결정이 났다.
아닌 밤중에 아프리카까지 날아온 그들은 유지웅이 모습을 드러내자 바짝 긴장했다. 유지웅은 그들을 둘러보고는 호흡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스팟 필드 조성에 앞서 아프리카를 해방시키겠습니다.”
“……!”
“부패를 숭상하는 혈맹과는 어떠한 타협도 없습니다. 제 결정은 이상입니다. 그를 위해 여러분들을 모셨습니다.”
참여자들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황제’가 드디어 공식적인 명을 내렸다. 이제 황명의 본의와 취지, 범위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오갈 것이다. 그 혼란 속에서 나온 결론을 토대로, 모든 이들이 무한 질주를 해야 한다.
“회장님은 아프리카가 직접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고 혈맹을 몰아내기를 바라셨습니다. 그 선두이자 중심축으로 바츠해방전선을 후원하신 거구요.”
“직접 나서지 않으시고 그늘 속에 숨어서 후원하신 건 역시 아프리카가 스스로 압제를 몰아냈다는 자긍심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혈맹의 선택은 일반적인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레드 몹을 자극해서 알제리, 아니 아프리카 전역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막나갈 줄은 회장님도 미처 예상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제니스 공격대원을 비롯한 소환 멤버들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의논했다. 그들은 무엇보다 유지웅의 의중을 해석하는데 모든 심력을 쏟았다.
“브라우니 하나만 불러들여도 레드 몹을 처리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헌데 왜 회장님은 제니스의 모든 힘을 소환하셨을까요?”
“아프리카의 해방, 거기에 답이 있습니다.”
“……회장님은 더 이상 기존 혈맹의 질서가 유지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시는 거군요.”
그렇게 방향이 정해졌다.
브라우니가 아프리카 대륙 하늘 위로 광활할 날갯짓을 펼쳤다. 아프리카를 혼란과 지옥으로 몰아놓던 레드 몹들은 브라우니의 포효 한 번에 얌전해져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이에 당황한 아슛카드함 패주 세력들은 다시 한 번 목숨을 걸고 레드 몹들을 자극했지만 애꿎은 희생만 치러야 했다. 레드 몹들은 어떤 일에도 자기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미국과 러시아 외교부는 모든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서 북부 아프리카 대륙 국가수반들을 협박했다.
“아프리카는 제니스의 뜻대로 다시 한 번 질서가 재편될 거요. 그것을 거스르고도 무사하리라 생각하시오?”
물론 북부 국가 정치인들이 순순히 받아들이지만은 않았다.
“이것은 명백한 내정 간섭이오!”
“제니스가 뭐라고, 감히 다른 나라 내정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단 말이오!”
그러나 민중은 해방을 원했다. 바츠해방전선을 그리워하는 민중은 근본적으로 국가가 변하기를 바랐다. 그 거센 불꽃의 봉기 앞에서 기존 혈맹이 발을 디딜 곳은 없었다.
유지웅의 이름을 들먹인 국제 사회의 강경한 압력과 협박 속에서 국가수반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한정되어 있었다.
제니스 예비대는 아프리카 북부 대륙 곳곳에 균일하게 흩어져 무력시위를 했다. 거대 혈맹에 보내는 협박 카드였다.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거대 혈맹은 수도와 전기, 통신 등 모든 기반 시설이 차단되었다. 제니스에 굴복한 정부가 취한 조치였다.
이에 마지막을 직감한 혈맹들은 최후의 반격을 가했다. 사전에 자신들끼리 치밀하게 작전을 짠 후 제니스, 정부 주요 시설을 습격한 것이다.
그러나 치밀한 작전이라고 해봐야 첩보전에 잔뼈가 굵은 미국과 러시아의 정보팀의 눈에는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모든 습격 경로는 사전에 파악되었고, 그저 그물을 들어올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작전명, 데우스 엑스 마키나.
고대 그리스에서 자주 사용하던,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하고 결말로 이끌어가는 수법이다. 연극 무대에서 기계를 탄 신이 등장하여 모든 갈등을 해소하고 결말을 짓는다는 점에서, 이번 작전명은 절묘하게 본질을 노렸다는 극찬을 받았다.
마침내 모든 거대 혈맹은 제니스의 힘 앞에 굴복했다.
유지웅은 제니스의 모든 힘을 총동원하여 단시간 안에 모든 혈맹을 굴복시켰다. 끝까지 항거한 이들은 해당 국가의 법정에 세워 그 죄질을 가감 없이 짊어지도록 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해당 국가의 정치권마저 완전히 물갈이해서 정화해버렸다.
그리고 좋은 소식이 있었다.
“바츠 공대장이 살아 있다고요?”
“예! 큰 부상을 입었지만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휘하 대원들의 희생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바츠는 마지막까지 싸우고자 했으나 그의 죽음을 원하지 않는 휘하 부하들이 그를 구출했다. 그는 민중을 위해 죽기를 바랐으나 민중은 그가 살아남기를 원했다.
유지웅은 그를 만났다. 그는 부상은 모두 회복되었지만 기력이 쇠진해 한동안 침대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다.
“당신이…… 안티 블러드였군요. 역시…….”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기대에 미치지 못해…… 미안합니다.”
“미안한 것은 오히려 저입니다.”
유지웅은 병석에 누운 바츠와 굳은 악수를 나누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은 아마 세상에 공개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아프리카의 혼란은 유지웅의 공식적인 개입으로 단시간에 모든 것이 끝났다.
거대 혈맹은 몰락했으며, 부패한 정부는 유지웅의 후원에 힘입은 군중의 손에 몰락했다. 자정주의 운동이 아프리카 대륙을 뒤덮었으며, 인권과 정의를 부르짖는 인사들이 힘을 얻었다.
「스팟 필드! 아프리카의 부흥을 위한 과감한 결정!」
그리고 스팟 필드를 조성한다는 다자조약이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 간에 체결되었다. 해외 메이저 언론들은 스팟 필드가 향후 아프리카 및 국제 경제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를 놓고 칭찬을 쏟아내기 바빴다.
병석에서 회복된 바츠는 압도적인 표차로 알제리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앞으로도 민중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민주 정부가 될 것이라는 힘찬 다짐으로 취임사를 장식했다.
리비아에 피신해 있던 카르타고네 연합은 기다렸다는 듯이 제니스가 주도한 해방 운동에 힘을 보탰다. 자신들이 보호하고 있던 민중과 군소 공격대를 과시하며, 자신들이야말로 혈맹 최후의 양심이자 정의의 보루라 천명했다.
「우리는 지난날의 잘못을 깨닫고 정의 질서 유지를 위해 모든 힘을 보탤 것을 맹세합니다!」
제니스의 힘이 막강하다 하나, 한 명이라도 많은 아군을 끌어들이는 것은 커다란 이익이다. 말귀 못 알아듣고 세상 돌아가는 흐름 읽을 줄 모르는 혈맹들이 수두룩한 가운데, 재빠르게 옳은 판단을 내린 혈맹의 힘은 귀중한 지원이 되었다.
의기양양하게 알제리로 금의환향한 카르타고네는 공식석상에서 신임 대통령으로 취임한 바츠와 굳은 악수를 나누며, 자신의 영향력을 새삼 과시했다.
* * *
“결국 황제의 유흥이었단 말인가.”
로암 필츠버그는 변화한 아프리카 정세를 보고 받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측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지웅 회장이 아프리카를 놓고 거대한 실험, 혹은 유흥을 즐긴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습니다만, 여론의 힘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론화한 곳은 몇 군데나 되지?”
“그게, 가십 잡지에서나 간신히 기사를 올렸을 뿐 조금이라도 규모가 있다 싶은 곳은 죄다 거절했습니다.”
“벌써 손을 썼단 소리군.”
“그렇습니다.”
로암 필츠버그는 새삼 전율했다.
유지웅은 단지 스팟 필드라는 자원 식민지를 건설한 것만이 아니었다. 식민지를 탐낼 만한 쥐새끼들을 모조리 제거한 것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당당하고 정의로운 명분까지 얻었다. 식민지 주민들의 열광적인 지지까지 얻었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즐거움까지 함께 획득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손에서 모두 계산된 것이라 생각하니, 등줄기에 서늘한 소름이 흘렀다.
“아프리카마저 그의 손아귀에 넘어갔다.”
세계 지도를 보며 로암은 신음을 흘렸다. 자신들이 숨어 지낼만한 땅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어디로 가야 하지? 설마 남극이나 북극으로까지 도망쳐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
============================ 작품 후기 ============================
살이 쭉쭉 빠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