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69)
00769 %3C프리시즌 딜러편%3E 내가 천민? =========================================================================
파라곤은 이 당시 엔시디아와 더불어 국내 1, 2위를 다투는 최고 정규 공격대였다. 최고의 실력자만 받았으며 대원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다. 파라곤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수십 명의 비전투 직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레이드 한 번에 평균 30의 결정도를 지닌 몹을 사냥하는 정규 공격대가 아닌가. 그 말인즉슨 하루 매출이 30억에 달한다는 소리가 된다.
당연히 딜러들은 남들은 쉽게 구하지도 못할 최상급 장비로 무장한 상태였다. 그들은 ‘우리 정도 클라스라면 힐러 못지않은 경쟁력이 있어!’라는 자신감에 쩔어 있었다.
따라서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돌이 굴러온 것에 강한 반발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딜러장님. 저 사람은 뭐죠?”
“근딜이래요.”
“아니, 무슨 도적이 장비도 없어요?”
“설마 B급 장비도 없는 거예요?”
“B급은 무슨, C급도 없어 보이는구만.”
자고로 여자의 적은 여자라 했고, 딜러의 적은 딜러라 했다. 딜러들은 장비 하나 없이 맨손으로 혼자 앉아 있는 유지웅을 보고 저마다 수군거렸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태평하게 앉아 있을 수가 있죠? 우린 다 서 있는데!”
더 화가 나고 참을 수가 없는 건 감히 딜러 주제에 태평하게 앉아 있다는 것이다! 아니, 일찍 도착한 힐러들이 보고 있는데 어찌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머리를 맞대고 공략 숙지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부족할 판에!
딜러장이 침울하게 말했다.
“공대장님 추천이래요.”
“……아.”
“그럼 어쩔 수 없죠.”
“쳇. 한 가닥 하는 사람인가 보네. 근데 왜 처음 보는 얼굴이지?”
공대장이 직접 추천했고, 딜러 주제에 저렇게 무사태평이라면 분명히 대단한 뭔가가 있을 것이다. 최상위급 실력을 지닌 딜러는 어떤 면에서는 힐러보다 희소성이 있으니까. 물론 그런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렇게 대단한 이라면 잘 알려져 있을 텐데, 왜 얼굴이 눈에 익지를 않지?
“저기요.”
“네, 말씀하시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어서 말해봐라’라는 유지웅의 태도에 다가왔던 딜러는 조금 당황해서 머뭇거렸다. 이 남자, 뭔가 사람을 압도하는 포스가 있다.
‘뭐야, 같은 딜러 주제에…….’
되게 여유 넘치네, 하고 투덜거리던 딜러는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딜러분이시죠? 오늘 처음 참가하시나요?”
“네, 맞아요.”
그런데요? 라고 되묻는 듯한 눈빛에 딜러는 다시금 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게 더 자존심 상했다.
“장비 없이 참가하셔도 괜찮나요? 우리 정공 딜은 국내에서도 알아주는 수준인데.”
“제가 알아서 할게요.”
“알아서…… 네? 뭐라고요?”
“알아서 할게요.”
거 귀찮게 왜 자꾸 묻냐고 얼굴에 써져 있다. 딜러는 울컥해서 그만 소리를 높였다.
“아니, 장비 없으면 딜이 안 나오는 건 상식인데, 우리 파라곤에서 활동하려면 A급까지는 아니어도 B급은 있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공대장님 추천이라 해도 그 정도 예의와 센스는 지키셔야죠!”
“딜만 잘하면 된 거죠. 그게 예의고요.”
“……네?”
“제 말이 틀렸어요?”
틀린 게 아니다. 아니, 원론적으로 맞는 말이라 딜러는 아무 것도 반박할 수 없었다.
유지웅은 내심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혀를 찼다.
“애초에 딜 장비 없어도 딜 충분한데 힐러나 탱커한테 잘 보이려고 무리해서 장비 마련하고 쪼들리는 게 잘하는 짓은 아니죠. 결국 장비 제조업체만 배불리는 거 아닌가요? 그런 식으로 스스로 길들여지니까 딜러들이 맨날 천민 소리 듣는 거예요.”
“처, 천민…….”
“자기 쇠사슬이 더 무겁다는 노예의 자랑질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없으니까 놔두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이, 이……!”
딜러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그만 돌아서고 말았다.
“뭐야? 그런 말을 했어?”
“그렇다니까.”
“미쳤네. 저거 대체 뭐야?”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딜러들은 화를 냈다. 어떻게 천민 중의 천민이라는 근딜 주제에 저딴 폭언을! 그것도 원거리 딜러에게!
“딜러라고 다 같은 딜러인 줄 아나?”
“레이드 끝나면 두고 보자. 아주 그냥 웃음거리로 만들어주겠어. 우리 오빠한테 말해서 가만 안 놔둘 거야.”
“맞다. 네 남친 박상규 힐러였지?”
“마음이 든든하구나.”
정공 내 힐러와 사귀는 여자 근접 딜러는 주변에서 치켜 세워주자 기분이 좋아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유지웅은 딜러진 사이에서도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았다. 원래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는 건 그에게 익숙한 일이었다. 무릇 용상은 군중과 멀리 떨어져 있는 법이었으니까. 어떤 놈이 미쳤다고 감히 용상에 접근할 일이 있을까?
오히려 혼자 떨어져 있는 지금이 딱 맞춘 수트를 입은 것처럼 몸과 마음이 편안했다. 한편으로는 신선한 기분까지 맛보고 있었다.
‘힐러가 깔 줄 알았는데…….’
딜 장비가 없어서 누가 한 마디 할 것은 예상했다. 하지만 힐러도 아니고 원거리 딜러라니, 이것까지는 예상 못했다.
‘옐로 몹 잡는데 무슨 딜 장비가 필요해?’
옛날부터 줄곧 문제로 제기되던 사항이었다. 딜러들의 딜은 딜 강화 장비가 없어도 옐로 몹을 잡는데는 충분하다. 딜러들이 개인 경쟁력 상승을 위해서 값비싼 딜 장비 구입에 매달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심한 낭비였다.
그러나 전의 인생에서 그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딜 강화 장비 매각으로 이익을 보는 업체 카르텔과 정부의 보이지 않는 담합 때문이었다.
그 카르텔 구조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레이드 수익을 고스란히 장비 구입에 쏟아 붓는 딜러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노예라는 것도 모른 채, 누구 발에 채워진 쇠사슬(딜 장비)이 더 반짝이는지를 겨루며 자랑할 뿐이다.
“폴링합니다.”
레이드가 시작되었다. 귀에 꽂은 통신 장치를 통해 탱커 이유리의 긴장한 음성이 들렸다. 선두에 선 그녀는 저 멀리 있는 괴수를 노려보며 장비를 움켜쥐었다.
“하앗!”
그녀가 몹을 공격했다. 딜러들은 어그로가 어느 정도 굳어지기를 기다렸다. 유지웅은 태평하게 팔짱을 끼고 이유리가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옐로 몹 한 마리에 쩔쩔매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후방 지원팀이 소란스러워졌다. 유지웅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다가갔다.
“무슨 일이에요?”
유지웅이 누군지 모르는 비전투 직원이 조금 창백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 근처에서 다른 두 개 팀이 레이드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레이드 정보망이 꼬여서 저희도 이제 알았습니다.”
“근처라면 얼마나 가깝죠?”
“2km 정도?”
“뭐라고요?”
레이드는 사전 신고제다. 신고 절차가 간편하지만 몇 가지 지켜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바로 레이드 구역이 서로 겹치지 않게 조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2km면 상당히 가까운 거리다. 만약 전투 도중에 어그로 조절이 잘못 돼서 레이드 구역이 서로 얽히게 되면 그야말로 지옥이 되고 만다.
“당신, 뭐야? 용병 레이더가 여긴 왜 왔어?”
그때였다. 유지웅을 알아본 후방지원팀장이 화를 내며 다가왔다. 유지웅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반문했다.
“지금 그게 중요해요? 레이드 구역이 서로 얽힐 위험이 있잖아요?”
“우리가 알아서 보고할 거야! 당신은 빨리 가서 투입될 준비나 하고 있어! 용병 레이더가 자리를 이탈하면 어쩌자는 거야!”
본래라면 비레이더 직원은 레이더에게 함부로 못한다. 하지만 유지웅은 천민 중의 천민인 근딜인 데다가, 아직 파라곤의 정식 대원도 아니다.
그에 비해 지원팀장은 파라곤 설립 초기 때부터 지원팀에서 일을 해온, 그야말로 잔뼈가 굵은 창립 공신이다. 비전투 직원이라 해도 그의 존재감은 상당하다는 소리다. 유지웅 한 명 정도한테는 큰소리를 쳐도 될 만큼.
“아아악!”
“저게 뭐야!”
그때였다. 11시 방향과 3시 방향에서 먼지구름이 요란하게 다가왔다. 지원팀장은 3시 방향을 바라보고는 경악해서 눈을 부릅떴다.
“검은발톱사자! 저 녀석은 레이드 금지 대상인데!”
“힐플러스 정공에서 착오가 있었나 봐요!”
“빌어먹을! 이래서 신생 정공은 안 된다니까! 레이드 금지 대상을 착각하고 공격하면 어떡해!”
난리가 났다. 이유리도 양쪽 방향에서 몰려오는 두 마리 괴수를 그제야 발견했다.
즉 상황은 이렇다. 세 개의 공격대가 혼전의 위험이 있는 가까운 거리라는 걸 모르고 제각각 레이드를 개시했고, 그 중 하나가 하필이면 레이드 금지 대상이었던 것이다. 레이드 금지 대상으로 꼽힐 만큼 강한 몹은 당연히 어그로가 조절이 되지 않았고, 공격대는 진형이 붕괴했다.
그것을 시발점으로 두 번째 괴수를 자극했고, 미쳐 날뛰는 두 마리 괴수들이 이유리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 더욱 흥분해서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다. 괴수끼리는 곧잘 협력하기도 하니까.
“도, 도망쳐요!”
이유리는 목청이 찢어져라 외쳤다. 괴수는 두 마리만 모여도 지옥이 된다. 어그로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물며 세 마리, 그것도 레이드 금지 대상까지 끼어 있는 상황 아닌가.
다른 두 개 정공팀이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파라곤이 궤멸하리라는 것은 100% 확실했다.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살려 보내야 했다. 그것도 공대장의 임무이기도 하니까.
“으아악!”
“도망쳐! 뛰어!”
이미 공격대 진형은 붕괴했다. 힐러와 원딜은 제 살 길 찾아 흩어져 달아나고 있었고, 비전투 요원도 지원장비를 내팽개친 채 있는 힘을 다해 뛰고 있었다.
“이야, 완전히 개판이네.”
그 와중에 유지웅은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고는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왼손에 내재된 묵직한 힘이 느껴진다.
한때 화이트급 괴수를 애완조로 키우던 몸이다. 심심하면 녀석을 걷어차고 발로 까고 그랬다. 그랬던 귀하신 몸인데 고작 옐로 몹 세 마리가 날뛴다 해서 긴장할 것 같은가? 가소로울 뿐이지.
유지웅은 번개처럼 내달렸다.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양 가벼웠다. 이런 게 바로 근딜의 감각이라는 건가?
한 줄기 섬광이 세 번 꺾이며 세 마리 괴수를 각각 빠르게 치고 지나간 뒤 멈췄다. 괴수들은 균형을 잃고 그 자리에 쿵 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
“…….”
사방이 고요해졌다. 유지웅은 가볍게 손을 툭툭 털고는 쓰러뜨린 괴수를 바라봤다. 역시 원샷 원킬이다.
“이야, 근딜 좋잖아. 나도 앱서버 말고 근딜이나 할 걸 그랬어. 이거 되게 재밌네.”
사실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보호막만 치는 것은 재미가 하나도 없다.
도주를 멈춘 대원들은 패닉이 가라앉은 눈으로, 아니 아까와는 다른 패닉이 실린 눈으로 유지웅을 질린 듯 바라봤다.
“저, 저 남자 뭐야?”
“괴수를 단 한 방에 쓰러뜨렸어! 그것도 세 마리나!”
“미쳤어! 말도 안 돼! 뭐가 잘못된 거야!”
경악, 불신, 놀람, 존경, 패닉, 황당, 당혹 등 온갖 복잡한 감정이 그를 쫓고 있었다. 군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쯤이야 이미 익숙한 몸이다. 유지웅은 창백하게 질린 이유리를 보고 말했다.
“입금은 전의 그 계좌로 하세요.”
“네? 어, 어디 가시게요?”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요. 좀 중요하거든요.”
아까 스마트폰으로 봤는데 오늘 드디어 흑석동 저택 부지가 시중에 매물로 나왔다고 한다. 유지웅은 얼른 가서 매매 계약을 체결할 생각이었다.
============================ 작품 후기 ============================
“너에게 이 용살검을 내린다.”
“오, 이게 뭐죠?”
“이것은 최초의 신룡의 영혼으로 만든, 용은 물론이고 신조차 죽일 수 있는 천계 최고의 위대한 무기…..인데 그걸로 지금 뭐하는 거냐아아아아아아!!”
“개구리 해부요. 이거 날이 잘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