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03)
00803 %3C프리시즌 딜러편%3E 에피소드 : 나는 챌린저다 =========================================================================
―롤비군이 정모한다더라!
―1대1 개인 교습이랑 강의도 한다더라!
전설대전, 줄여서 롤이라 부르는 게임을 즐겨하는 유저들 사이를 휩쓴 소문이다. 롤 유저들은 두 명만 모였다 하면 롤비군 정모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다.
“들었어? 롤비군이 정모한대.”
“미친. 이제 하다하다 별 짓을 다 하네.”
“그래도 인생 승리자잖아. 궁금하지 않냐?”
“왜, 가보려고?”
“어. 600억짜리 펜트하우스에 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싶어서…… 솔직히 평생 가도 그런 사람 볼 일 없잖아.”
“그리 말하니 나도 한 번 보고 싶긴 하다.”
“혹시 아냐? 와이프도 나올지?”
“야, 남의 와이프 봐서 뭐 하냐. 배만 아프지.”
“그래도 직접 한 번 보고 싶다.”
게이머들은 정모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지웅은 열심히 게임 방송을 했다.
펜트하우스의 위용 덕분일까. 늘 채팅방을 도배하던 비방과 욕설이 줄어들었다. 돈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건들기 힘들다. 아니, 이건 그냥 돈 있는 정도가 아니지 않은가.
―월세일까? 자가일까?
―월세든 자가든 간에 저 나이에 600억짜리 펜트하우스에 혼자 산다는 것 자체가 상위 0.0001%라는 이야기다.
―그럼 최소 재벌 직계겠네.
―이름만이라도 알 수 있으면 유추해볼 텐데……. 너무 알려진 게 없다.
―혹시 레이더는 아닐까? 힐러라든가.
―아! 그럴 수 있겠다. 힐러면 저런 집에서 충분히 살 수 있지. 자가는 몰라도 월세는 가능함.
―근데 그런 거 물어보긴 좀 그렇지 않냐?
게이머들에게는 힐러만 해도 완전히 별 세계 사람이었다. 관련 직종에 일하지 않는 한 평생 가도 마주칠 일이 없는 것이다. 거리에서 혹 마주치는 일이 있더라도 알아보지도 못하겠지만.
“자, 오늘은 이렇게 탑 그라가슴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참 쉽죠? 별로 어렵지 않아요. 아쉽게도 제 팀원들이 너무 못하는 바람에 아깝게 지고 말았지만, 뭐 게임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법이죠.”
―암 걸리겠다…….
―팀원들이 너무 못해서 졌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진짜로.
“참, 내일 정모는 11시부터 벡스타몰에서 합니다. 정모에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얼마든지 오세요. 따로 공지글은 안 적겠습니다.”
―벡스타몰역?
―삼성동 거기?
―무슨 정모를 거기서 함?
―벡스타몰역 근처에서 한다는 소리겠지. 근데 자세한 장소를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님?
―롤비군님 지금 방송 꺼버렸는데? 이거 어쩌지?
채팅창은 다시금 소란이 일었다. 아니, 정모 장소를 전날에 말해주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방송 게시판이 난리가 났다. 하나같이 자세한 장소가 어디냐는 질문을 올려댔다.
―벡스타몰역 어디?
―그냥 벡스타몰 역이라고만 하면 어떡해요? 몇 번 출구 앞 어느 건물인지 알려줘야죠!
―롤비군님 지금 어디 가셨나요?
―이 사람 지금 우리 낚은 거 아님?
―정모 할 생각도 없는 거 아냐?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벡스타몰역이라고만 하고 역 근처 어디로 오라는지 일절 추가 설명이 없기 때문이었다.
사실 벡스타몰이라고 했지, ‘벡스타몰역’이라고는 한 적 없는데 말이다. 글로 공지를 한 게 아니라 방송으로 한 말이라 사람들의 기억이 그렇게 변질된 것이다.
―대체 벡스타몰역 어디?
―역 어디로 오라는 거야, 진짜!
―롤비군 이 새끼! 이 트롤 새끼 어디 갔어!
―안 가! 더러워서 안 가! 치사해서 안 가!
―하여튼 금수저 처물고 태어난 것들은 다 똑같아. 애초에 우리 갖고 장난 친 거임.
―맞아, 맞아. 그런 놈이 정모 같은 것을 할 리도 없잖아? 우리 같은 천한 서민들 상대나 하겠어?
그런 반발심이 엄청나게 들끓었지만 끝내 롤비군은 게시판에 나타나지 않았다. 실망한 시청자들은 자기들끼리 떠들다가 자러 갔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었다.
“안 온다더니?”
“그, 그러는 너야말로 안 온다면서?”
늦은 아침, 10시 30분쯤 벡스타몰역에는 수십 명의 남자들이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대략 50여 명쯤 될까. 그들은 이내 서로 롤비군 정모 때문에 왔다는 것을 서로가 알아보았다.
친구한테 숨기고 몰래 왔다가 서로 들킨 이들은 끼리끼리 어울려 있었지만, 그 외 나머지는 혼자 서성거리며 괜히 어색해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11시 15분이 되었다.
“뭐야, 롤비군 안 오잖아?”
“역시 거짓말이었나?”
롤비군이 제대로 공지만 했으면 아마 수백 여 명 이상은 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장소 공지를 워낙 개떡같이 하는 바람에 장난을 친 거라고 많은 이들이 실망했다.
이 와중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품고 50명이나 왔다. 장난 혹은 거짓으로 치부한 상황에서도 50명이 온 거면 참 많은 거다. 구체적인 장소를 말하지도, 밤새 추가 공지를 올린 것도 아니었으니까.
“가자.”
“그래, 가자…….”
“내가 그 새끼 방송 다시 보면 사람이 아니다.”
막 발길을 돌리려던 중 누군가 친구에게 말했다.
“야, 근데 내 기억으로는 벡스타몰이라고 했지 벡스타몰역이라고는 하지 않았거든?”
“그게 무슨 소리야?”
“그니까 벡스타몰이 정모 장소인 건 아닐까? 그래서 몇 번 출구 어디로 나오란 말이 없었던 것 같은데.”
“벡스타몰역이라고 한 거 아니었어?”
“아닌데. 난 분명히 벡스타몰이라고만 들었거든.”
“그런가?”
실망해서 떠나려던 다른 게이머들도 그것을 훔쳐듣고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기억력이 뭔가 가물가물하다.
“벡스타몰이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벡스타몰역이라고 했던 거 같기도 하고…….”
“긴가 민가 하네…….”
“그럼 벡스타몰에 한 번 가볼까? 어차피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데?”
“근데 아까 버스 타고 오면서 언뜻 봤는데 벡스타몰 오늘 큰 행사 있던데? 모델들 수십 명이 막 왔다 갔다 하더라. 거기서 무슨 정모를 해?”
“부스 하나 빌린 거 아니야? 방송하려면 그래야 하잖아.”
“무슨 정모한다고 부스까지 빌려?”
“야야, 펜트하우스 사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어, 납득 되네. 그래, 롤비군 돈 많으니까 부스 하나 빌리는 것쯤이야…….”
“밑져야 본전이니 한 번 가보자.”
게이머들은 결국 ‘이왕 온 거 헛걸음 몇 분 더 하자!’라는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벡스타몰은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종합전시행사몰이다. 층수는 1층 밖에 안 되지만 높이가 20여 미터가 넘으며, 전시장 면적만 20,000㎡에 달한다. 최신 건물답게 냉난방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과 인테리어도 잘 갖추어져 있다.
게이머들은 조심조심해서 벡스타몰에 들어섰다. 젊은 경비원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지만, 그들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볍게 꾸벅 인사를 하기까지 했다.
‘뭐, 뭐야? 왜 인사해?’
‘일반 오픈 행사 뭐 그런 건가?’
‘입장권 끊는 데도 없네?’
보아하니 어느 기업이나 단체에서 무슨 전시회 행사 같은 것을 하는 것 같다. 롤비군이 정말 여기서 정모를 한다면 한쪽 부스를 빌려서 업혀가는 식이리라.
“근데 벡스타몰에서 무슨 행사한다는 거 들었어?”
“몰라. 그런 거 못 봤음.”
“지금 검색해봤는데 오늘 행사 일정 없는데? 아예 일정 자체가 비어 있음.”
“근데 저 부스걸들은 다 뭐냐? 행사 있으니까 부스걸들 불러놓은 거 아니야?”
전시회장 안에 들어서는 순간 게이머들은 기가 죽었다.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유니폼을 입은 늘씬한 부스걸들이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거 전시회장 맞아?”
“무슨 피시방 옮겨놓은 거 같은데……?”
전시장 내부는 수많은 PC석이 질서정연하게 차 있었다. 각 좌석마다 넓은 책상 위에 27인치 모니터와 헤드셋 등 부수장비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 PC석이 수도 없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과장 안 하고, 전시장 전차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대략 천 개쯤은 될 것 같다.
“어서 오세요. 행사 참가자분들이신가요?”
“네? 무, 무슨 행사요?”
“롤비군 행사 참가자분들 아니신가요?”
장권재는 숨 막힐 듯이 늘씬한 부스걸들이 친절하게 웃으며 말을 건네자 당황했다. 왠지 여기 있는 것 자체가 죄를 짓는 듯한 부담감이 폐를 눌렀다. 그는 겨우 입을 열었다.
“로, 롤비군 행사요?”
“마, 맞긴 한데…….”
“그럼 이쪽으로 앉으세요. 아직 자리가 많이 비어 있습니다.”
부스걸들은 앞을 다투어 친절하게 안내했다. 참가자들이 나이도 어리고 순진해 보이는 게, 꼭 남동생들 같았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멍한 상태로, 게이머들은 앞 PC석에 앉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어떻게 알아!”
“서, 설마 아니지? 아니지?”
롤비군은 벡스타몰에서 정모를 한다고 했다. 근데 와보니 전시장 전체가 PC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부스걸들이 롤비군 행사에 온 거냐고 물었다. 그렇다는 것은…….
“진짜……?”
누군가 마른침을 삼켰다. 혹시나 하는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지금 모두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벡스타몰을 통째로 빌렸어? 겨우 정모하는데?’
* * *
“이거 게임 방송 행사 아니었어?”
“그렇다고 들었는데?”
“근데 왜 참가자가 50명뿐이지? 설마 비공개 초청식이야?”
“에이, 설마. 좌석만 천 개잖아.”
“늦는 것 같진 않은데? 지금 30분이 넘었는데 참가자가 더 올 기미가 없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상관이야. 우리야 페이 쎄고 일 편하니 좋지.”
행사 도움을 위해 참가한 모델들 일부는 잠시 한쪽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청 바쁜 행사가 될 줄 알았는데 참가자가 겨우 50명 밖에 되지 않아서 매우 편했다. 그냥 제일 앞줄에 일렬로 앉히기만 하면 됐으니까.(자리 배치가 50X20이다)
“아무튼 일하러 가자. 행사 시작할 모양이야.”
“근데 어떻게 하지? 참가자가 50명뿐인데?”
“한 명 당 우리가 둘씩 붙으면 되겠네.”
“어, 그러면 되겠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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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으라. 그러면 너에게 양손의 꽃을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