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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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일대를 덮친 대폭발은 어마어마한 공포를 낳았다. 다행히 외딴 지역이라 민간인 피해는 별 없었으나 사망자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레이드 중이던 이치로 공격대 전원이 폭발에 휘말려 사망한 것이다. 그들은 시체 하나 남기지 못했다.
당연히 일본 전역은 공포에 빠졌다. 특히 일본 정부는 공황 상태에 빠져 어찌 해야 할 바를 모르고 허우적거렸다.
“대체, 대체 왜?”
“우리한데 무슨 감정이 있어서?”
따지고 보면 한국과 일본이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다. 일제치하 역사 등 해묵은 감정을 떠나서, 최근에 UN탈퇴 및 유지웅 비난 건으로 한결 더 사이가 악화된 상태였다.
그러나 유지웅이 북경 참사를 일으킨 이후 일본은 목소리를 낮추고 납작 엎드려왔다. 유지웅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막무가내 인물이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국과 일본은 매우 가깝다. 미국이 편을 들어준다 해도 유지웅이 작정하고 설치면 일본은 답이 없다. 한국 정부마저도 유지웅을 통제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형편 아닌가?
그래서 그간 침묵해왔고, 덕분에 유지웅의 눈을 어느 정도 피해 갔다고 생각했다. 그가 이번에 미국 대통령과 공동 선언을 함으로써 일본 정부는 한층 더 안심했다.
그런데 이렇게 뒤통수를 맞았다. 정말 이유도, 원인도, 아무 것도 모른 채 갑자기 한 대 맞았다.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누가 이렇게 묻는다면, 일본 정부는 주저 없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으리라.
‘화도 나지만 억울합니다. 왜 맞았는지 이유라도 알고 싶은 심정입니다.’
따지기보다는 이유라도 알고 싶다. 잘못 따졌다가는 유지웅의 폭격이 연이어 날아올지도 모르니.
“대체 이유가 뭐랍니까? 왜 우리 일본에 무력시위를?”
무력시위라고 하기에는 이미 수위를 한참 넘었다. 그러나 대책을 논하는 일본 각료들은 표현이 조심스러웠다. 강자에게는 굽히고 들어가는 게 자연, 아니 국제사회의 법칙 아니던가. 하물며 그 강자는 지금 몇 번의 화려한 전과가 있다. 심지어 예측도 되지 않는다.
“전에 중국이 한국에 압력을 넣을 때 간접적으로 거든 것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럴 거면 그때 한 마디 하던가, 왜 아무 소리도 없다가 이제 와서랍니까?”
“맞습니다. 미국과 사이좋게 공동선언까지 한 마당 아닙니까. 왜 후쿠시마에 갑자기 포격을…….”
“희생자는 정말 이치로 공격대 말고는 없습니까?”
“네, 없습니다.”
“대체 그들은 왜 포격에 휘말린 거랍니까?”
“원래 후쿠시마 일대가 레이드 지역이긴 한데, 이치로 공격대가 변을 당한 곳이 외딴 지역이랍니다. 다른 공격대들은 잘 안 가는 곳이라더군요.”
“왜요?”
“그 지역은 주로 결정도 20 안팎의 약한 개체들이 서식하는 곳이라서요. 후쿠시마에서도 비인기 레이드 지역입니다.”
“아니, 그런데 이치로 공격대는 그곳은 왜 갔답니까?”
총리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 표정은 마치, ‘왜 하필 거기 기어 들어가서 변을 당한 거야!’하고 이치로 공격대를 탓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심정적으로 다른 각료들도 총리와 크게 마음이 다르지 않았다.
“그게…… 신입 대원들을 데리고 첫 레이드를 하는 것이다 보니 훈련 겸 해서 일부러 약한 개체를 사냥하러 갔다고 합니다. 관행적으로 보통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아니, 왜 하필 그때 갔냐는 말입니다! 제 말은!”
“…….”
총리는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쳤다. 누가 봐도 유지웅보다는 이치로 공격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양새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다. 일본 전역이 유지웅의 느닷없는 공격에 몸을 떨면서도, 그래도 보복은 해야 한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일본도 세계에서 나름 손꼽히는 레이드 강국이자 경제부국이다. 아무리 상대방이 무서워도, 일개 개인한테 국가가 공격을 당했다. 그 때문에 사망자까지 다수 나왔다. 당연히 응징해야 하지 않는가?
‘젠장!’
총리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숨구멍이 막힐 듯이 답답하고 가슴이 벌렁거렸다.
바로 국가 정책 자문에서 내놓은 분석 보고서 때문이다.
「……유지웅 딜러의 공격 능력 최대 사거리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 정확도가 수천km 밖에서도 괴수를 타격할 만큼 높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중략…… 그는 일부러 후쿠시마 외딴 지역, 사람이 없을 허허벌판을 노려 공격을 했다. 이는 인명을 살상할 의도라기보다는 가진 바 무력을 자랑하고자 하는 의도가 두드러진 것으로…….」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유지웅은 애초에 사람을 죽일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냥 텅텅 빈 벌판에 포격을 해서 일본을 움츠러들게 만들 작정이었다는 소리다.
만약 그의 의도대로 됐다면, 일본은 자존심은 좀 상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손실로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치로 공격대가 재수 없게 휘말려 전멸했다. 왜 하필 그날, 그 시간, 그 장소에 약한 옐로 몹을 잡는답시고 거기로 가는 바람에!
전 일본이 패닉에 빠진 상황에서도 슬퍼했고, 분노하고 있었다. 이제는 일본도 국가 체면 입장에서 적당히 타협하고 물러설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끝까지 가야 했다.
유지웅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적당히 일본을 겁줘서 목적을 달성하고자 했으나, 인명 피해가 났다. 그가 지금까지 보인 행적대로라면 적당히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사실 나 처음부터 이럴 의도였다.’라면서 더욱 강경하고 잔혹하게 나오지 않을까? 런던과 북경이 증거 아니던가?
“총리 각하의 우려는 이해합니다만, 그러나 그것은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태도가 아닐까요? 어쨌거나 우리 일본은 피해자고 유지웅 딜러 그 자의 공격에 수십여 명의 귀중한 레이더들이 사망했습니다. 국가의 체면도 땅에 떨어졌고요.”
“아오키 외상, 그럼 외상이 가서 따질 겁니까? 후쿠시마를 공격하고 국민들을 해쳤으니 사죄하고 그 배상을 하라고요?”
아오키 외상은 마른 침만 삼킬 뿐 대답은 못했다. 그 잔학무도한 테러리스트에게 따졌다가는 면전에서 총살당하진 않을까? 실제 총도 필요 없다. 손가락만 가볍게 겨누면 그대로…….
“그 자는 사실 사망자가 나오든 안 나오든 아무래도 좋았던 겁니다. 사망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걸 빌미로 우리 일본을 압박할 의도였을 테고, 나온다 해도 어차피 쌓인 악명이 있으니 상관없다는 식일 겁니다.”
“하지만 말이 되지 않소. 왜 하필 이 타이밍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오? 미국과 공동선언을 한 직후 아니오?”
“…….”
그게 딜레마였고, 답답했다.
아니, 미국과 사이좋게 공동선언을 한 직후에 왜 갑자기 일본을 공격해? 빌클런과 협상하면서 뭐가 마음에 안 들었나? 그래서 그 엿 먹으라고 사이좋게 공동선언하는 척 연기를 하다가…….
“아!”
순간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총리가 벌떡 일어났다.
“바로 그거요! 그 자의 목적은 현 빌클런 정부를 정치적으로 몰아붙이는 데 있소!”
“정치적으로 몰아붙이다니요?”
“총리 각하, 그게 무슨…….”
정치적으로 몰아붙여? 처음에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했던 이들은 곧 하나둘씩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비로소 놓치고 있던 맹점을 깨달은 것이다.
“미국은 그 자와 앞으로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공동선언까지 했소! 그 직후에 그 자가 우리 일본을 공격했소! 보기 좋게 미국의 체면을 구겨버린 것이오!”
빌클런이, 나아가서 미국이 유지웅한테 개망신을 당한 것이다. 그것도 전 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말이다.
과연 그것을 공화당이, 그리고 미국 시민들이 두고 볼까? 아마 태풍 같은 반발이 밀려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유지웅의 노림수이리라.
“그렇다면 왜 미국, 아니 빌클런 정부를?”
“뻔하오. 한국을 UN에서 탈퇴시킨 것 때문에 당해보라고 보복을 한 것 아니겠소? 아주 뒤끝이 긴 자요.”
후쿠시마에 나타난 블랙 몹은 현대 MD기술로는 탐지가 되지 않는다. 일본은 히카리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 때문에 이런 오해를 빚고 말았다.
* * *
유지웅의 일본 공격은 전 세계를 숨죽이게 했다. 이건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었다. 그 눈부신 빛이 창공을 가로지르는 것을 수많은 사람들이 봤기 때문이다.
워싱턴을 비롯한 미국은 물론이고, 동유럽과 서유럽, 중국, 한국, 심지어 일본 시민들까지 아무튼 셀 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다.
그들은 후쿠시마에 닥친 참사에 분노했으며, 슬퍼했고, 그리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폭발 에너지로만 따지면 10킬로톤급 전술핵의 위력이다.’
폭발의 위력은 폭심지에서 수십km 떨어진 후쿠시마 레이드 도시에서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미국 서부 방향으로 쏜 게 아니라 동부 방향으로 쐈다는 것이다. 굳이 더 가까운 거리를 놔두고 먼 곳으로 쏜 이유가 달리 있는가?
지구 전역이 사정거리라는 사실을 전 세계 사람들 앞에서 똑똑히 과시할 목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정거리. 파괴력. 그리고 공동선언 이후 미국을 보기 좋게 엿 먹이는 속 좁음과 독기까지.
그 놀라운 삼박자 앞에서는, 유지웅에게 쌓인 게 많던 영국조차 순간 숨을 죽일 정도였다.
“각하……. 공화당에서 탄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 미국 내에서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
정보팀의 분석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동선언 직후 유지웅이 일본을 공격한 것은, 현 빌클런 정부를 엿 먹이기 위함이라는 해석이었다. 아마도 상임이사국으로서 한국의 UN탈퇴 등 여러 가지 원한이 쌓여 벌인 일이겠지.
빌클런은 허탈했다. 야만스러운 맹수였지만,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맹수는 그 야만스러움을 결국 벗어던지지 못했다. 아니, 처음부터 벗어던질 마음이 없었다.
“각하. 그 자가 찾아왔습니다.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들어오라고 하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들어봐야 할 것 아닌가.”
총동원령이라도 내려서 그 자를 붙들어볼까? 그러나 무적의 탱커를 무슨 재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만 입는 것 아닌가?
‘칠드그린이 틀렸나?’
칠드그린이 틀렸을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아닌 것 같았는데? 대체 뭐가 잘못되었단 말인가?
“EIS 부국장을 부르게! 지금 당장!”
“예! 안 그래도 이미 연락을 넣었습니다!”
빌클런은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러나 칠드그린이 도착하기 전 유지웅이 먼저 당도했다. 빌클런은 경직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맞이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주 많소.”
의례적인 인사 후에 입술을 달싹이던 빌클런은 마침내 그렇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유지웅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제대로 노리고 쐈는데 아쉽게도 비껴가는 바람에 치명타를 주진 못했습니다. 대통령, 미국이 절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네, 네?”
“도와주세요. 같이 없애버립시다.”
뭐, 뭘 없애자고?
설마 일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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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클럭으로 그만 진공관이 타버렸어요!
미국의 도움이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