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38)
00838 %3C프리시즌 딜러편%3E 이건 미친 짓이야 =========================================================================
처음 대통령 사임설이 터져 나온 것은 언론계였다. 기자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사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에 국민들은 긴장해서 귀를 쫑긋 세웠다.
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무난하고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임기 중에 심각한 국가적 위기(대부분 유지웅에 관련된 것이다. UN탈퇴 등)도 여럿 겪었지만, 그것은 현 정권의 능력 부족이 아니었다. 인간이 힘으로 대항할 수 없는 천재지변 같은 것이었다.
오히려 심각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무난하게 사태를 수습했다. 경제 봉쇄를 당했지만 암시장 활성화로 돌파구를 찾았기에 오히려 국가 경제는 훨씬 나아졌다.
그런 인물이, 아직 임기도 많이 남았는데 갑작스럽게 사임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뭐야? 무슨 일이야? 이거 진짜야?
―최 대통령이 왜 사임을 해? 대체 뭔 일이야?
―찌라시 아니야? 청와대나 국회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언론계에서 기자들끼리 이야기하는 거라는데?
―내가 신문사에 몸담고 있어서 아는데 지금 여기는 거의 정설로 굳혀지고 있다. 대통령이 조만간 사임 의사 발표할 분위기라고 함.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음. 건강상 문제라고는 하긴 하는데…….
사임설은 나도는데 정작 청와대와 정계는 조용하다. 충분히 이상한 상황이었지만 그 점은 부각되지 않았다. 여론은 사임 여부를 놓고 시끌시끌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사적으로 오랜 친우이자, 정치적 파트너이기도 한 강우석 의원이 찾아왔다.
“지금 뭘 노리고 있는 겁니까?”
현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별다른 스캔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정 운영을 못한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결격 사유가 없는데 사임설이 나도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라고, 강우석은 생각했다.
무언가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이라고. 지금 대통령이 뭔가를 꾸미는 것이라고.
그러나…….
“아무래도 이만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강우석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뭐지? 진심인가? 뭔가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만두고 싶어서?
“왜 그래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혹시 스캔들이라도…….”
강우석은 얼굴을 굳혔다. 스캔들, 그거 말고는 멀쩡히 잘하고 있는 대통령이 사임을 하려고 할 리가 없다. 그것도 아마 보통 스캔들이 아닐 것이다. 이미 자진 납세를 하려고 하는 걸 보면.
“어떻게 묻을 수 없을 정도의 수준입니까?”
“아니오, 그런 게 아닙니다.”
“네?”
“스캔들 같은 게 아닙니다. 저는 떳떳합니다.”
“그럼 대체 왜요?”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더군요. 지금이 사임하기에 적기입니다.”
답답해서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그러니까 대체 왜? 스캔들도 아니면서 멀쩡히 잘하던 대통령직을 왜 그만둔다는 건가? 남들은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을?
“그냥 개인적인 건강 문제로 알아두시면 됩니다.”
알아두면 된다라. 그렇다는 것은 건강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언가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대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던 강우석은 퍼뜩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설마, 아닐 거야……. 그런 불안함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주저하면서도 물었다.
“혹시 유지웅 딜러 때문입니까?”
“……개인적인 사정이라고 해두겠습니다.”
역시 그거구나! 강우석은 생각지도 못한 이유에 허탈했다.
아니, 심정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유지웅 때문에 국정 운영이 힘들어 하루하루가 늙어가는 고통도 이해가 된다. 그래도 겨우 그 정도 이유로 사임을 하겠다니. 이게 무슨 나라 망신, 정치 망신이란 말인가.
“대통령, 지금 이 나라에서 대통령직을 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것엔 나도 동의합니다. 나 같아도 사임을 해야 하나 수십 번 고뇌했을 거예요. 그러나 사임은 절대 안 됩니다.”
“그냥 개인적인 사정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사소한 개인적인 입장 때문에 사임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대통령이 무슨 화투 쳐서 딴 자리예요! 대통령을 그 자리에 올리기 위해 나는 물론이고 수많은 지지자들이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강우석은 핏발이 선 얼굴로 씩씩거렸다.
“지금 우리나라가 얼마나 위태로운지는 알지 않습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활황기 같아 보여도 한 걸음만 삐끗하면 순식간에 나락으로 치닫고 맙니다! 나라를 위해 유지웅 딜러, 그 자를 올바르게 통제할 수 있는 인물이 대통령 말고 누가 있습니까!”
속사포처럼 분노가 쏟아져 나왔다.
“본래 싸우는 도중에는 장수를 바꾸는 게 아니라 했습니다! 하물며 더 싸울 수 있음에도 장수가 겁이 나서 도망치겠다니요! 이 무슨 비겁한 행동입니까!”
“그럼 강 의원님이 대통령을 해보시겠습니까?”
“아니! 이 양반이! 왜 엄한 나는 끌어들이고 그래요! 죽으려면 혼자 죽지 물귀신처럼 같…….”
펄쩍하고 놀란 강우석은 나오는 대로 내뱉다가 아차 싶어서 말을 멈췄다. 대통령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내 심정, 이해할 수 있겠죠?”
“……그래도 사임은 안 됩니다. 내가 필사적으로 막을 겁니다.”
지금 한국은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현 정권이 어떤 방향을 잡느냐에 따라서 국가의 천년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 중요한 시기에 현직 대통령이 사임을 하고, 새 대통령을 선출하고, 그렇게 정치적 혼란으로 시간을 보낸다? 국가의 운명을 위해서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대통령 본인이 사임을 하겠다니, 강우석은 그의 고뇌가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실망스러웠다.
‘이런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정의감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는데. 겨우 몇 달의 국정 생활 때문에 저런 무책임한 결심을 굳히게 되다니. 그렇게나 힘들었단 말인가?
기껏해야 테러지원국으로 몰리고, 선전포고 당하고, 경제 봉쇄 당하고, UN에서 강제 탈퇴당했을 뿐인데?
‘…….’
강우석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하나같이 역사에 ‘희대의 실책’으로 기록될 만한 사건들이다. 사건의 본질을 떠나 단어들만 놓고 보면 을사오적 정도는 찜쪄먹을 파급력 아닌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나라를 송두리째 팔아먹은 매국노로 오해할 법하게 생겼다.
“아, 아무튼 사임은 안 됩니다. 그리 아세요!”
* * *
“사임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남기철은 냉큼 여의도로 달려가서 유지웅에게 낱낱이 고해 바쳤다. 자신이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에 과대해석된 추측까지 몽땅 더해서.
“아니, 왜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UN 탈퇴 등 여러 가지 사건들 때문에 국정 운영에 책임을 느껴서 그러는 것 같습니다.”
“저런, 그것이 대통령의 잘못이 아닌 것을. 그런데도 책임감을 느끼고 사임을 하겠다고 하다니…….”
남기철은 살짝 감동 받을 뻔했다. 그래도 이 청년, 자기 잘못인 것은 아는구나.
“시대의 탓인 것을 대통령 본인의 책임으로 돌리면 안 되는데. 역시 인물이군요.”
살짝 받을 뻔한 감동이 휘리릭 사라졌다. 남기철은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 이봐! 시대 탓이라니! 당신 탓이라고, 당신 탓! 전부 당신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
“알겠습니다. 저도 분명한 의사 표명을 해야겠군요.”
“네? 의사 표명이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지하는 대통령의 사임을 반대하는 뜻을 보여야지 않겠어요?”
“…….”
그날, 유지웅의 팬카페에 짤막한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유지웅 본인이었다. 수백만이 넘는 조회수가 수십만 개가 넘는 리플이 달렸다.
「대통령의 사임을 반대함. 같이 반대할 사람 오늘 저녁 나랑 같이 광화문으로 가죠.」
―헐, 대통령 진짜 사임하는 거? 그거 찌라시 아니었음?
―유지웅 딜러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거 보면 정말인가 보다. 사임 결사 반대!
―근데 대체 왜 사임한다는 거야? 특별한 이유가 없잖아?
―비리 스캔들? 아니면 건강 문제? 대체 뭐임?
유지웅이 허튼 소리를 할 리가 없다. 사임설은 루머가 아니다. 대체 이유가 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속 시원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모두가 이유를 몰라 답답해서 발만 굴렀다.
―어, 난 왠지 알 것 같은데…….
―뭔데?
―유지웅 딜러 때문에 홧병 나서 죽을까 봐 그러는 것 같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이거 병신이네.
―병신 인증 재미없다. 그만해라.
―…….
진실은 그렇게 진흙탕 속에 버려졌고, 그날 광화문 부근에는 백만 명이 넘어가는 무시무시한 시위대가 몰리고 말았다. 유지웅이 시위대의 통솔자로서 선두에 섰다.
그는 ‘사임결사반대’라는 붉은 글자가 적힌 흰 끈을 머리에 단단히 묶고, 커다란 피켓을 높이 든 채 광화문 앞에서 있는 힘껏 목청을 높였다.
“대통령의 사임을 반대한다! 반대한다!”
“반대한다! 반대한다!”
“사임은 인정 못한다! 인정 못한다!”
“인정 못한다!”
“일해라, 최재형! 일해라, 최재형! 몸이 부서져라 일해라! 일하다가 부서져라!”
“일해라, 최재형! 몸이 부서져라……?”
중간에 백만 명의 군중이 잠시 혼란에 빠지기도 했지만, 아무튼 시위대는 한 마음으로 목청을 높였다. 사실 분위기에 취해서 온 시위자도 많았다.
그러나 청와대는 어떤 반응도 없었다. 유지웅은 마음이 급해졌다. 이 양반, 정말로 그만둘 생각이다! 전생에 겪어봤기 때문에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침묵은 거부라는 것을.
“저, 유지웅입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대검찰청 검찰총장은 갑작스럽게 방문한 유지웅 때문에 심장이 멎을 뻔했다. 그는 허리를 숙이며 진땀을 흘렸다.
그의 입장에서 유지웅의 존재는 애매하다. 공식적으로 그는 공직자가 아니다. 따라서 그가 고개를 숙여야 할 상관이나 윗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이 어디 서류 관계만으로 돌아가던가. 그에게 있어 유지웅은 행정부나 입법부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발할 게 있어서 왔습니다. 여기 고발장 받는데 맞죠? 원래 범죄 같은 거 경찰이나 검찰에 고발하는 거 맞잖아요?”
“아, 예! 물론입니다!”
검찰총장은 기가 막혔다. 상식이 잘못된 건지 스케일이 뒤틀린 건지. 대검찰청이 그런 곳은 아니지만 뭐 어쨌든 넘어가자.
“최재형 대통령 말인데요, 비리가 있어요. 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비리가 있을 거예요. 그거 고발하려고 왔어요.”
“아, 예? 대통령 말씀이십니까?”
대통령은 재직 기간에는 형사 소추가 안 되니 의미 없다고 말하고 싶긴 한데, 그런 설명이 통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검찰총장은 일단 넘어갔다. 한편으로는 유지웅의 진의를 캐내기 위해 쉴 새 없이 머리를 굴렸다.
“대통령의 비리를 찾아내라는 말씀이십니까?”
“네! 바로 그렇습니다!”
그게 무슨 고발이야? 표적 수사 의뢰지! 옆에서 듣고 있던 차장검사는 기가 막혔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이건 총장님만 알고 계세요. 비리를 찾아내면 제가 그걸로 사법거래를 하려고 하거든요.”
“사법거래요?”
“네, 사임하면 그대로 까발리겠다고요. 절대로 사임 못하게 할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아셨죠?”
법 집행과 수호를 위해 헌신해야 할 신성한 검찰청이 정치 싸움에 끼어들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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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 털었는데 먼지가 안 나왔어요… 어쩌죠?”
“하하하. 잘 있거라, 청와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