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40)
00840 %3C프리시즌 딜러편%3E 이건 미친 짓이야 =========================================================================
최현석은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선명했다.
“당신이 최현석입니까?”
“그렇습니다만, 누구……?”
한 청년이 느닷없이 레스토랑으로 찾아와 물었다. 얼떨결에 대답을 하는데 왠지 눈에 익은 얼굴이다. 분명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인데. 어디서 봤더라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상대방이 다짜고짜 종이를 내밀었다.
“평소 팬이었습니다. 여기 사인 좀.”
“네?”
방송을 보고 온 건가? 최현석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일단 사인을 해줬다. 상대는 사인을 받아들고는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제 냉장고는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근데 왜 아직도 안 불러주시는 거죠?”
“저기, 그건…….”
“아무튼 오늘 제가 찾아온 용건은 이것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면서 청년은 뭔가를 내밀었다. 조그마한 상자였는데 뚜껑을 열자 찬란한 빛을 내뿜는 구슬이 들어 있었다. 아니, 구슬처럼 생긴 보석이었다. 진주를 닮은 생김새였지만 색의 파랗다는 게 달랐다. 한눈에 보기에도 귀해 보였다.
최현석의 얼굴이 바로 굳어졌다.
“죄송하지만 저는 이것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는 실력 있는 요리사이자 한창 뜨는 예능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나라의 통치권을 지닌 인물의 아들이기도 했다. 이런 접근은 이미 질리도록 겪어 봤다.
상대가 팬을 가장하고 접근해온 것이 씁쓸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한눈에도 매우 비싸 보이는군요. 그래서 받을 수 없습니다. 저는 아버지한테 누가 되는 짓은 할 수 없습니다.”
“허…… 아니, 최현석 씨. 이것을 받지 않는 게 아버님께 해가 되는 겁니다. 왜 그걸 모르시죠?”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하십시오.”
“지금 대통령 사임설이 떠도는 건 알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는 것은요?”
“……뭐라고요?”
최현석은 당황했다. 대통령 사임론, 이 나라의 국민인 그가 모를 리는 없다. 하지만 절대로 아버지가 그럴 리가 없다고 굳건히 믿어 왔다. 부친은 그럴 위인이 아니었으니까.
“당신이 이걸 받지 않으면 대통령은 정말로 사임해버리고 말 겁니다. 그래도 좋습니까?”
“저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말을 하다 말고 최현석은 멈칫 했다. 문득 상대가 누군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경악했다.
맙소사! 유지웅 딜러잖아! 국제 사회에서 악명 높고, 국내에서는 위명 높은, 세계 최강의 근접 딜러 아닌가!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말 한 마디, 아니 손가락 하나로 대통령과 정치가들을 갈아치울 수 있다고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그가 지닌 힘은 흉악하기 그지없으며, 사람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잔혹함과 과감함은 가진 자들을 벌벌 떨게 한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을 찾아왔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임을 들먹이면서 비싸 보이는 귀중품을 받으라고 한다.
이걸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정치하고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왔던 그는 혼란스러웠다.
“결정을 못 내리시는 것 같군요. 이해합니다. 정치와는 무관한 인생을 걸어 오셨으니까요.”
유지웅이 차분히 말을 이었다. 이상했다. 왠지 그의 목소리에 믿음이 간다.
“대통령은 지금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초야에 파묻혀 유유자적하게 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발명 특허로 겸사겸사 돈도 많이 벌면서요. 저는 절대로 그 꼴은 못 봅니다.”
“왜, 왜죠?”
“유능한 인재가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않고 탱자탱자 노는 꼴을 어떻게 봅니까! 배알이 꼴려서 놔둘 수가 없단 말입니다! 자, 그러니 받아요! 어서 이걸 받고 아버지의 약점이 되란 말입니다!”
“시, 싫습니다! 싫어요! 시, 싫다…… 웁! 웁! 웁!”
유지웅은 강제로 최현석의 입을 틀어막고 그의 주머니에 블루 결정체를 쑤셔 넣었다. 최현석은 있는 힘껏 반항했지만 힘으로 그를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자, 됐다.”
만족스러운 듯이 유지웅은 손을 탁탁 털고 일어났다. 그때였다.
“어? 이거 색이 왜 이래?”
블루 결정체의 색이 미묘하게 변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알아차리지 못할 미세한 변화였다. 허나 오리나를 왼손에 품은 그는 꿰뚫어볼 수 있었다.
“쉐프! 당신 설마 레이더였습니까!”
“그, 그렇습니다만 그건 왜…….”
“이럴 수가!”
유지웅은 기가 찼다. 알고 보니 최현석은 원래 힐러였다. 그러나 싸우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고 요리하는 게 너무 좋아서 레이드는 안 하고 쉐프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집안에 돈도 많으니 딱히 레이드에 목매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온 인생이란다.
“귀중한 힐러의 능력을 유용하게 사용하지 않고, 자기 인생의 즐거움을 위해 낭비하다니! 이래서 핏줄이란!”
유지웅은 깊이 탄식했다. 그러나 그는 곧 잘 됐다는 듯이 밝게 웃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어쨌든 결정체가 귀속됐으니 오히려 잘 됐군요. 자, 이제 당신과 나는 공범입니다. 함께 대통령의 사임을 막아 봅시다.”
“공범이라니요? 무슨 공범이란 말입니까?”
“뇌물공여와 뇌물수수 공범이요.”
“…….”
최현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고 보니 유지웅은 초법률적인 인물이다. 이 나라에서, 아니 국제 사회에서 누가 감히 그에게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까.
16만 명을 죽이고도(그렇게 알려져 있다) 영국 정부는 물론이고 국제 사회가 어쩌지 못하는 인물 아닌가. 뇌물공여죄가 추가된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그에 비하면, 자신은…….
* * *
“보다시피 대통령은 이런 천문학적인 비리를 저질렀습니다.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저 블루 결정체를 팔아 남은 생을 따뜻한 외국에서 평생 호의호식할 생각이었겠죠. 국민 여러분, 그 꼴을 가만히 두고 볼 작정입니까?”
“…….”
멘트가 참 시원하고 당당하다. 시선을 피하지 않고, 대강당에 모인 이들을 차분하게 둘러본다. 그것은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이만이 가질 수 있는 오연함이었다.
물론 대강당에 모인 이들은 그런 당당함에 감동을 받거나 그러진 않았다.
‘저거 정말 블루 결정체?’
‘블루 결정체를 뇌물로 줄 만한 사람은…….’
‘당신뿐이잖아!’
저거, 당신이 준 거잖아! 그건 세 살 먹은 아이라도 알겠다!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올 뻔했다. 하지만 그들은 가까스로 참았다. 아마 방송을 보고 있는 국민들도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지금 지구에서 블루 결정체를 통제하는 게 누군데? 혼자 레드 몹 때려잡는 저 사람 밖에 더 있나? 일개 대통령 아들, 그것도 비정치권 인물에게 블루 결정체를 줄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은 유지웅뿐이지 않은가?
“자, 이런데도 사임을 할 겁니까?”
대통령은 주위를 둘러봤다. 모든 이들이 동정의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렇다. 이들은 자신의 결백을 믿는 것이다. 아니, 이건 상황이 너무 뻔하잖아?
그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원래는 이 청문회가 끝나고 사임을 선언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이런 터무니없는 음해를 받았는데, 아무리 상황이 뻔하다 한들 마무리 짓지 않고 사임해버리면 끝이 좋지 못하다.
“저는…….”
막 뭔가 말을 하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요란하게 비상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대강당에 모인 이들은 놀라서 두리번거리다가 누군가의 외침에 얼른 엎드렸다.
“괴수 경보입니다! 괴수가 나타났어요!”
“뭐? 괴수?”
“아, 이거 참. 이런 중요한 순간에 방해하다니.”
유지웅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몸을 돌렸다. 터벅터벅 강당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여유로워 보인다. 그가 손을 까딱거리자 국회 경호팀장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괴수가 어딨어요?”
“해양 괴수입니다! 한강을 타고 왔습니다! 저쪽 방향입니다!”
“결정도는 얼마래요?”
“8,000까지 측정했다고 합니다! 이미 측정 한계치에 달했습니다!”
“아, 저깄네. 안 봐도 알겠다.”
한강에서 물 분수가 높이 솟구치는 게 보였다. 누가 봐도 괴수가 저기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유지웅은 천천히 달리다가 속도를 높였다. 어느새 건물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그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댔다.
「인근 시민들에게 알립니다! 한강에 괴수가 출현했습니다! 반복합니다! 한강에 괴수가 출현했습니다! 가능한 강에서 멀리 떨어지기를……!」
마침 한강 주변을 날고 있던 소방 헬기가 외부 스피커로 정신없이 피난 방송을 했다. 한강 근처에 있던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물분수와 경보 방송에 놀랐다.
“저, 저게 뭐야?”
“괴수다! 해양 괴수인가 봐!”
“강 타고 올라온 거 아냐?”
“아무튼 피해!”
그들은 놀라서 정신없이 달아났다. 그러나 곧 발을 멈추고 말았다. 뒤에서 굉장한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끼에에에엑!
괴수가 애처롭게 비명을 질렀다. 시민들은 뭔가 하고 살피다가 누군가를 발견하고 기겁했다.
“유지웅이다! 유지웅 딜러야!”
“세상에! 유지웅 딜러가 괴수를 잡고 있어!”
“야! 찍어!”
어느새 시민들은 도주를 멈췄다. 레드 몹을 혼자서 때려잡는 인물 아닌가. 그가 나타났으니 괴수한테 희생당할 위험은 이제 사라졌다. 돈 주고도 못 볼 구경거리를 놓칠 수야 없지 않은가.
수백 개가 넘는 카메라가 일제히 한 방향으로 렌즈를 향했다. 어느새 괴수의 등에 올라탄 유지웅은 있는 힘껏 괴수를 때리고 있었다. 괴수는 몸집이 워낙 큰 탓에 잠수하지도 못했다.
“근데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배려하는 거지. 잘 좀 찍을 수 있게.”
“어, 그런 거야?”
마침내 괴수의 움직임이 멈췄다. 괴수는 한강에 몸을 누인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경호원들과 함께 밖에 나온 대통령은 유지웅의 무지막지한 힘에 경이로워하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근데 왜 괴수가 사라지지 않지? 아, 설마…….”
“한강에서 죽여 버리면 결정체가 강에 빠져서 찾기 힘들어집니다. 아마 그거 때문에 강 밖으로 끌어내서 죽이려고 한 게 아닐까요?”
한참 후 괴수가 조금씩 움직였다. 괴수는 등에 탄 유지웅의 재촉대로 천천히 강 밖으로 나왔다. 거대한 고래의 형상을 한 모습을 시민들의 카메라가 정신없이 찍어댔다.
“대통령님. 다시 아까 그 이야기를 해볼까요.”
“……사임은 일단 안 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역시 말이 잘 통하는 분이셔. 아, 이놈은 사임 안 하셨으니까 드리는 선물이에요. 아직 새끼니까 잘 키워서 나라 산업에 써먹어보세요.”
“네? 이게 새끼라고요? 이렇게 큰 게?”
놀라야 할 포인트가 그 부분이 아닐 텐데.
============================ 작품 후기 ============================
나귀족 본편은 예~전에 완결됐습니다. 프리시즌은 팬서비스 차원에서 적는 덤입니다. 그런데 프리시즌을 끝내라 마라 하는 것은 흠, 글쎄요. 제 입장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매우 무리한 요구입니다.
본편이 미완인 것도 아닌데, 팬서비스로 적는 덤을 중지해라? 글쎄요…. 매우 무리한 요구가 가끔 보입니다.
신작은 제가 준비가 되면 적을 겁니다. 아직 준비도 안 됐는데 억지로 시작할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신작을 기다려주시고 기대해주시는 분들에게는 항상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그러나 제가 준비가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신작을 강요하는 것은 달갑지 않습니다. 뉘앙스가 강압에 가깝게 신작 요구하시는 분들 있는데 그러지 마세요.
근래 연재가 뜸해서 저도 정말 죄송한데… 제가 요즘 정신없이 바쁩니다. 글 적을 시간을 내기가 정말 힘듭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연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