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86)
00886 %3C프리시즌 딜러편%3E 아이돌 라이벌 =========================================================================
“낚시는 세월을 낚는다는 말이 있죠. 저는 세월은 필요 없지만, 그래도 소소한 행복은 낚고 싶군요. 그 느낌을 맛보기 위해서 가끔 낚시를 하곤 해요. 대부는요?”
“…….”
“대부?”
“아! 죄,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고…….”
“쯧쯧, 대부. 이것도 다 접대의 일종인데 접대 중에 그렇게 딴데 정신을 팔면 어떡합니까. 집중하셔야죠.”
그러면 어떡하냐는 듯이 혀를 쯧쯧 찬다. 대부는 기가 막히고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었다.
유지웅이 직접 빌리고 조직 카드로 결제했다는 낚싯배에 처음 걸음을 디딘 순간, 대부는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울화를 씹어 삼켜야만 했다.
‘이게 어디가 낚싯배라는 건가! 대체 이 놈은!’
낚싯배랍시고 빌린 배가 초호화 유람 크루즈선이었다. 선체 가격만 수억 달러가 넘어서는 놈이다. 간 크게도 그것을 통째로 빌렸다고 한다.
“좀 더 근사한 낚싯배가 있으면 했습니다만, 아쉽게도 쓸 만한 배는 이미 다른 데서 다 빌려가고 이 놈만 겨우 남아 있더군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이 놈으로 했습니다만, 대부가 보기에는 어떤가요?”
“저는, 그게, 그…….”
“이해합니다. 초라하지요? 하지만 이런 작은 낚싯배에서도 세월을 낚는 조촐한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답니다. 그러니 대부, 너무 실망하지 말아요.”
“…….”
실망은커녕 지금 숨이 넘어가게 생겼다. 인간아.
“월척이구나!”
그때였다. 유지웅의 낚싯대가 격렬하게 떨렸다. 그는 활처럼 휘어진 낚싯대를 있는 힘껏 들어올렸다. 낚싯대 끝에 달린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곧이어 하늘 높이 당겨져 올랐다.
그 끝에는 몸길이가 3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참치가 매달려 있었다. 밧줄을 문 채 높이 튕겨져 오른 참치는 이내 크루즈 갑판 위에 떨어졌다.
팔딱! 팔딱!
500kg이 넘어가는 거대한 참치가 팔딱거리자 승무원들이 기겁을 하고 대피했다. 호위를 위해 따라붙은 조직원들도 놀라서 몇 걸음씩 물러섰다. 저 꼬리에 채였다가는 갈비뼈가 몇 대는 나갈 것만 같았다.
“가, 가볍게 들어올리시는군요.”
대부는 보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못해도 500kg은 넘을 텐데, 저 거대한 참치를 가볍게 낚아올리다니! 그것도 높디높은 크루즈 갑판에서! 그것도 겨우 한 손으로!
“이야, 월척이군요. 아주 맛있어 보입니다. 그렇죠, 대부?”
“그, 그렇습니다. 맛있어 보이는군요.”
“회는 싱싱할 때 먹어야 제 맛이지요. 어서 먹어 봅시다.”
말은 그리 하면서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부는 그가 왜 그러나 싶어 속으로 식은땀만 줄줄 흘렸다. 그가 갸웃거리며 말했다.
“안 뜨세요?”
“……예?”
“회 안 뜨시냐고요.”
“저더러 회를 뜨란 말씀이십니까?”
“회 뜨는 거 잘하잖아요. 사시미 같은 거 막 들고 다니면서, 아니에요?”
대부는 통역을 들으면서도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 쩔쩔 맸다. 난데없이 사시미니 회를 잘 뜨겠다느니 하는 소리는 대체 무슨 말일까. 일식을 즐겨 먹은 적이 있어 사시미가 뭔지는 알지만, 지금 유지웅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가 안 갔다.
그때 눈치 빠른 조직원이 얼른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대부, 직접 회를 뜨라는 말 같습니다. 대부가 회를 잘 뜰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회를?”
대부는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회를 뜰 줄을 모르는 사람한테 회를 뜨라고 시키다니?
“한국에서는 마피아가 사시미 칼을 들고 다니는 관습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걸 빗댄 조롱 같습니다.”
“조롱, 조롱이라고?”
조롱이라니. 늙은 대부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기 어려웠다. 지금 회를 뜨라고 한 게, 자신을 조롱하기 위한 짓이란 말인가?
“대부, 참으셔야 합니다. 그가 보고 있습니다.”
조직원이 얼른 말렸다. 사실 유지웅은 또 다른 물고기를 낚기 위해 낚싯대를 이미 던진 뒤였다. 그래서 이쪽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조직원은 가슴이 벌렁했다.
“실수하시면 안 됩니다. 대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조직의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크으윽!”
늙은 대부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이러다가 없던 협심증마저도 생길 판이다.
“월척이로구나! 풍년이로세!”
그때 유지웅이 또 다시 탄성을 내질렀다. 그세 참치를 또 한 마리 낚아 올린 모양이다.
실은 유지웅이 들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낚싯대가 아니다. 두꺼운 강철봉 끝에 밧줄을 달아 만든, 참치를 낚기 위한 전용 낚싯대였다.
당연히 보통 사람은 사용할 수조차 없다. 낚싯대로 참치를 낚아 올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수백kg이 넘는 몸뚱이를 어떻게 들어올리겠는가? 아니, 미끼를 무는 순간 낚싯대를 놓치거나 아니면 바다에 빨려 들어갈 것이다.
“아직 안 뜨셨군요. 저 배고픈데요?”
“…….”
회칼을 잡은 대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조직원들은 수모의 극치에 달한 대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실수해서는 안 됩니다, 대부.’
저 사악한 동양의 테러리스트는 지금 꼬투리를 잡기 위해 도발하는 게 분명했다. 만약 대부가 어떤 식으로든 도발에 반응했다가는 그것을 핑계로 조직을 집어삼킬 것이다. 아니면 송두리째 갈아버리던가.
그런 의도가 아니고서야 은닉을 핑계로 케이넌파에 이렇게 오래 머무를 리가 없다. 초호화 크루즈선을 고작 참치 낚시를 한답시고 빌릴 이유도 없다.
분노로 떨리는 손을 겨우 누른 채, 대부는 먼저 잡은 참치를 서툴지만 회를 떠갔다. 승무원들이 다행히 숨통을 끊어준 덕분에 일단 회를 뜰 수는 있었다. 만약 숨이 붙어 있었다면 버둥거림 때문에 크게 다쳤을 것이다.
“에잉, 서투네요. 대부씩이나 되는 분이라 회는 잘 뜨실 줄 알았는데, 이거 영 먹을 게 못 되는군요.”
유지웅은 대부가 떠놓은 회를 보고 투덜거렸다. 그래도 성의를 봐서 몇 조각 집어서 먹기는 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어느 충직하고 젊은 조직원이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뒤늦게 발견한 동료가 기겁을 하고 놀랐다. 동료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조직원을 막으려 했다.
안 돼! 니가 열뻗친 건 이해하지만, 저 괴물을 쏴선 안 돼!
타앙!
그러나 한 발 늦었다. 혈기를 참지 못한 조직원은 대부가 치욕을 겪는 것을 보다 못해 권총을 발사했고, 탄환은 정확히 유지웅의 미간에 명중했다.
바로 그 순간!
쿠우우웅!
배가 요란하게 뒤흔들렸다. 하마터면 전복이 될 정도로 좌우로 크게 뒤흔들렸다. 겨우 무게 중심을 복원한 선체 위에서, 사람들은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이, 이게 무슨 일이냐!”
“제가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대부의 외침에 어느 조직원이 서둘러 뛰어갔다.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서 있던 유지웅이 말했다. 그는 총에 맞은 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대부. 모든 이들을 갑판으로 나오라 하세요.”
“예?”
아니, 갑판으로 나오라니? 그러다가 배가 흔들려서 사람이 바다에 빠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다 죽일 셈인가?
“선실 내에 있으면 오히려 위험합니다. 배가 언제 전복될지 몰라요. 모두 갑판으로 나오고, 구명조끼를 착용하라 해요.”
유지웅의 표정은 장난기가 없었다. 대부도 직감적으로 뭔가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조금 전, 회를 뜨라고 시킨 것에 대한 치욕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무슨 일입니까?”
“해양 괴수입니다.”
“해, 해양 괴수! 이곳은 안전한 항로일 텐데……!”
해양 괴수라는 말에 대부는 뒤집어질 듯이 놀랐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해양 괴수를 만나면 신께 명운을 빌어야 한다. 괴수가 부디 배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바닷속으로 사라지기를.
“절대로 안전한 항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서 나오라고 하세요. 자칫 배가 뒤집어지면 안에 있다가 다 죽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래도 대부는 희망을 품었다. 유지웅이 어떻게 해주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아까만 해도 치욕을 느끼며 이를 갈던 대상이 지금은 유일한 구원줄이 되었다.
‘뭐지? 낯선 물고기에게서 느껴지는 이 익숙한 기운은…….’
한편 유지웅은 갑판에 우두커니 선 채 푸른 수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짙은 해수면 때문에 보이지 않지만, 거대한 뭔가가 바다속을 맴도는 것이 느껴진다.
녀석은 지금 장난을 치고 있다. 배를 맛있는 먹이감으로 인식하고 조롱을 하고 있다. 선체에 직접 부딪쳐오지 않고, 물살을 일으켜서 중심을 뒤흔들어놓은 게 그 증거다.
유지웅은 왼손을 내려다보았다. 왼손이 희미한 빛에 휩싸여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반가움의 표시였다.
그는 눈을 치켜떴다. 바다 아래 있을, 보이지 않는 괴수를 향한 어떤 확신이 눈동자에 떠올랐다.
“설마?”
* * *
한편, 분노를 참지 못해 총을 쏜 마피아는…….
“끄, 끄덕없잖아! 이게 말이 돼!”
“말이 돼! 저건 괴물이라고, 괴물! 총 따위로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하지만 총에 맞은 것도 느끼지 못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이야! 먼지라도 닿은 것처럼 굴잖아!”
그 와중에 동료들에게 총을 뺏기고, 심한 구타까지 당했다고 한다.
============================ 작품 후기 ============================
위 내시경을 했는데 제가 걱정한 위암, 위궤양은 쓸데없는 짓이었고 십이지장 궤양이었습니다…
근데 궤양이 좀 심하다네요. 의사 말로는 개판도 이런 개판이 다 있냐고. 게실인가 아무튼 장 모양 변형까지 확인됐답니다. 내시경을 하는 순간에도 십이지장에서는 새빨간 출혈이 나오고 있더군요.
뭐 술 일절 끊고 몇 달 간 약 잘 먹으면 완치될 수 있답니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제 십이지장의 건강을 위해서 앞으로 악플이나 싸우자는 식의 리플은 한층 더 엄격하게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것은 제 십이지장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