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21)
00921 %3C프리시즌 딜러편%3E 나는 마당 고양이 =========================================================================
항모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만 갔다.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어울려서 먹고 마셨다. 아직도 못 먹은 고기를 아쉬워했다. 쉬지 않고 굽고, 붓고, 마셨다. 풍악은 끊어지지 않았다.
그 틈을 타서 유지웅의 모습이 사라졌다. 보물을 숨기기 위해 나선 것이다.
니트로는 노구임에도 분함을 감추지 못하며 연거푸 술잔을 마셨다.
“아! 바로 내가 지나친 그곳에 있었는데! 내가 차지할 수 있었는데! 으으!”
“교수님. 진정하세요.”
“내가 지금 진정하게 됐냐! 그 비싼 놈을 바로 코앞에서 놓치고 말았는데!”
WCO파는 비행갑판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참고로 WCO파란 칠드그린, 니트로, 가렌, 최윤의 모임을 말한다.
남기철과 대통령으로 이뤄진 한국 정부파도 은근슬쩍 WCO파에 합류했다. 남기철이 못내 궁금증을 드러냈다.
“그게 그렇게 비싼 보석인가요?”
“비싸다?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에 한국 대통령은 물론이고 칠드그린까지 호기심을 보였다. 칠드그린은 WCO파임에도 인피니티 스톤에 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그 보석은 인피니티 스톤의 부산물이오.”
“인피니티 스톤?”
“유지웅 회장이 어느 블랙 몹을 잡고 획득한 전리품이요. 즉 결정체지.”
여기까지 설명했는데도 말을 못 알아듣는 이는 없었다. 적어도 이 그룹에서는.
“그렇다면 그 보석이 설마 결정체란 말입니까?”
“그것도 고순도의 결정체지. 작은 조각이기 때문에 아마 결정도로 치면 5,000은 될 거요. 그렇지만 그것만 해도 엄청난 거지.”
“오천!”
남기철, 칠드그린, 대통령은 경악했다.
오천이면 단순 환산했을 때 5,000억 원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린 결정체, 즉 에너지원으로만 따졌을 때 이야기. 그린 결정체 5,000과 블루 결정체 5,000은 그 가치가 다르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은 칠드그린이 퍼뜩 말했다.
“하지만 그건 푸른색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보셨소. 그 놈은 블루 결정체가 아니라 그 상위 결정체인 퍼플 결정체요. 아까 블랙 몹을 잡고 나온 부산물이라고 하지 않았소.”
“퍼플 결정체 오천!”
“그 가치는 가늠조차 할 수 없지.”
인피니티 절반은 퍼플로, 절반은 레드로 이뤄져 있다. 퍼플을 잘라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부분이 다시 재생된다.
유지웅이 보물로 내건 결정체는 그 퍼플 부위를 여러 개의 작은 조각으로 자른 것이다. 리처드 이등병이 얻은 것은 결정도 5,000 가량 되는 조각이다.
“가격이 의미가 없소.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오. 현 결정체 시장에서는 그렇소. 나라면 백배의 프리미엄을 주어도 팔지 않을 거요. 단순한 연료나 보물이 아니라 전략 물자나 마찬가지니.”
칠드그린은 몹시 배가 아파졌다. 이등병 따위가 그런 대박을 얻다니! 그냥 내가 찾았어야 했는데!
백배라는 말에 남기철은 눈이 뒤집혔다. 오천억 원의 백배면 대체 얼마야? 그 정도로 비싼 보물인가?
문득 대통령이 불안한 얼굴로 나섰다.
“아니, 잠깐. 그런데 그런 건 극비 아닙니까? 우리 앞에서 말을 해도 되는 건가요?”
“회장님이 여러분들이라면 알아도 상관없다고, 아니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만.”
“…….”
뭔가 당한 기분이다. 아니, 그런 거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아아! 즐겁게 먹고 마시는 중에 방해해서 미안합니다! 드디어 보물을 다 숨겼다고 합니다! 자, 음주가무는 잠시 내려놓으시고 피날레를 보낼 준비를 하세요!」
“우와아아!”
먹고 마시며 떠들던 직원들은 일제히 일어나서 두 팔을 높이 들고 함성을 질렀다.
김범석이 호쾌하게 외쳤다.
「무려 5개의 보물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보물찾기, 스타트!」
* * *
“찾았다! 찾았어! 드디어 보물은 내 거야!”
“으하하하! 나도 찾았다!”
약 세 시간 뒤 명암이 갈렸다. 다섯 개의 보물이 모두 발견된 것이다.
제일 먼저 보물을 찾아낸 것은 이지섭이라는 직원이었다. 경호원들에게 지급할 급여 등 각종 지출을 관리하는 이였다.
다음으로 보물을 찾아낸 것은 니트로였다. 가렌과 최윤이 그 뒤를 이었다. 마지막 보물을 찾아낸 것은 바로 남기철이었다.
“내가 찾았다!”
남기철은 그 어느 행운아보다 격렬한 기쁨을 보여 주었다. 이것으로 이제 아이들 학비는 더 이상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박봉에 시달린 나날이여, 안녕.
“이거 칠드그린 의장님만 보물을 찾지 못했군요.”
유지웅은 안 됐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 칠드그린의 저력이라면 보물 한두 개쯤은 찾아낼 줄 알았는데, 전혀 의외의 결과였다.
그러나 칠드그린은 낙심하지 않았다.
“운이 따라주지 않았나 보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보물을 눈앞에서 놓쳤음에도, 역시 대범하다. 과연 칠드그린답다. 유지웅은 그렇게 생각했다.
‘나중에 뭐라도 챙겨드려야겠어.’
어느덧 날이 밝았고, 그렇게 6박7일의 짧지만 긴 여정이 끝났다.
먹고, 마시고, 놀고, 경쟁하고, 협력하고, 그러는 동안 직원들은 어느덧 하나가 되었다. 모두 하나 된 그룹에 소속되었다는 공동의식이 투철해졌다.
어느덧 저 멀리 부산항이 희미하게 보였다. 직원들은 이제 단합회가 끝났다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해산 직전 유지웅이 마이크를 잡았다. 모두가 그를 주목했다.
“6박 7일 동안 우리는 모두 한 마음, 한 가족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 마음을 잊지 말고, 앞으로도 뭉쳐서 헤쳐 나갑시다. 그럼 어떤 풍파가 밀려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와아아아!”
“제니스 그룹 만세! 만세!”
“유지웅 회장님, 만세! 만세!”
유지웅도 못내 아쉬웠다. 그에게도 즐거운 일주일이었으니까. 오랜만에 옛날 생각도 나고 좋았다. 아, 전생에서는 자주 항모 타고 다니면서 유람회도 하고 그랬는데…….
함교에 선 채 유지웅은 멀어지는 수평선을 응시했다. 그러다가 입을 열었다.
“김기영 실장님.”
“예, 회장님.”
“수고하셨습니다. 갑작스러운 단합회라서 여러 모로 정신없었을 텐데, 무사히 잘 치렀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범석이.”
“예! 회장님!”
“자네도 수고했어.”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 범석이, 언제든 회장님의 말씀이라면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 그래.”
일주일 동안 푹 쉬었다.
이제 일상으로 복귀해서 밀린 일을 처리해야겠다.
‘아! 그러고 보니…….’
기르고 있던 동물 세 마리, 앵무새, 금붕어, 고양이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 * *
항모가 부산항에서 출항하기 전이었다.
행운아로 소문난 리처드 이등병은 한 남자의 방문을 받았다.
“미스터 리처드?”
“그렇습니다만, 당신은 누구죠? 못 보던 얼굴인데?”
“나는 칠드그린 페이커라고 합니다. 현재는 유지웅 회장님 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만, 그 전에는 EIS 부국장이었죠.”
“EIS?”
처음 들어본다는 듯이 리처드는 갸우뚱거렸다. 칠드그린은 웃으며 설명했다.
“CIA 같은 정보기관입니다. 동아시아 파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제게는 무슨 볼일인가요?”
리처드는 살짝 긴장했다.
그렇지 않아도 결정체 조각을 얻은 것 때문에 여기저기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그도 결정체라는 걸 알았을 때에는 무척 놀랐다) 동료와 선배들은 곧 정부에서 협상단이 나올 거라 했다. 귀한 전략물자이니만큼 정부에서 적극 매입하려 들 것이라고.
그래서 리처드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놈을 얼마에 팔아야 하나, 하고 말이다.
“이번에 미스터 리처드가 얻은 보물 때문입니다.”
“정부에서 나왔습니까?”
“그렇진 않습니다. 오히려 개인적인 제안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개인적인 제안?”
“리처드 이등병은 그 보물의 가격이 어느 정도나 할 것 같습니까?”
“글쎄요. 못해도 5천만 달러는 하지 않을까요?”
리처드 이등병은 상급 결정체 시세를 잘 모른다. 특히나 자신이 얻은 게 퍼플 조각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다. 아니, 애초에 퍼플이란 등급 자체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어렴풋하게, 널리 알려진 레드 몹의 결정체 가격에 빗대어 상상한 것이다. 그것이 5천만 달러.
칠드그린은 풉 하고 웃었다. 리처드는 살짝 불쾌해졌다.
“왜 웃습니까?”
“아니, 보물을 쥐고 있으면서 그 가치를 못 알아보는 것에 그만 웃음이 났습니다. 그대로 정부 협상단과 만났다면 헐값에 넘길 뻔했군요.”
“오천만 달러가 헐값이란 말입니까?”
“저라면 적어도 그 백배는 넘는 가격을 부르겠습니다.”
“오, 오십억 달러라고요!”
리처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가슴 안주머니에 꼭 넣어둔 보물을 내려다보았다.
상상조차 가지 않는 숫자였다. 실감조차 나지 않는다. 이 녀석이 그렇게 비싼 놈이란 말이야?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먼저 그 물건의 정확한 가치를 측정하고, 다음으로 구매자의 구매욕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해야하죠. 마지막으로 수요와 공급이 어느 정도이냐를 가늠한 뒤에 가격을 불러야 합니다. 그래야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할 수 있죠.”
“…….”
“제가 그걸 대신 해드리겠습니다.”
“……즉, 당신이 이 보물을 제값 받고 팔아준다는 겁니까?”
이제야 칠드그린의 목적을 이해한 리처드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대가로 뭘 줘야 합니까?”
“수수료로 판매 가격의 2할을 주십시오. 대신, 50억 달러 밑으로 판매할 경우에는 수수료를 받지 않겠습니다.”
눈앞의 남자는 50억 달러 이상 받아낼 자신이 있다는 소리다. 리처드는 구미가 동했다.
“귀중한 보물입니다. 그런 보물은 제대로 살 수 있는 구매자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미 정부만이 꼭 구매자가 되리란 법은 없죠. 나는 정보기관 실무장이었고, 그런 정보에 관해서는 훤히 꿰뚫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유지웅 회장님 밑에서 일하고 있지요.”
능력을 믿어라. 그리고 신원도 믿어라. 요지는 그런 말이다.
리처드는 그래도 고심했다. 상대방의 신원이 믿을 만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워낙 큰 보물인지라 망설여졌다.
“보물의 점유를 내게 맡길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협상하고, 귀하는 마지막 거래에 나타나 보물을 인도하고 그 자리에서 대가를 받으면 되는 겁니다.”
“그렇군요. 좋아요, 하겠습니다.”
“콜.”
리처드와 칠드그린은 굳은 악수를 나누었다.
후일담이지만, 리처드 외 다른 다섯 명의 행운아도 같은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칠드그린이다.
============================ 작품 후기 ============================
칠드그린 개이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