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28)
00928 %3C프리시즌 딜러편%3E나는 간신이다 =========================================================================
유지웅이 김포공항 부지를 매입해서 사택을 새로 지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했다. 재계는 물론이고, 일반인 중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었다.
이정우는 가끔 궁금했다.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스무살 청년은 과연 어떤 집을 지었을까 하고. 넓기만 무식하게 넓은 그런 집을 지은 것은 아닐까?
‘돈을 써본 적도 없을 테니.’
테러리스트니 독재자니 해도, 어쨌든 간에 그 전에는 별 볼일 없던 청년이다. 이정우는 그 점에서 유지웅의 씀씀이를 다소 얕보고 있었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건 안다.(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아마 통장에 쌓여있는 돈을 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지 않을까? 그래서 무턱대고 김포공항 부지를 질러서 새 집을 짓는다는 식으로, 흥청망청 노느라 바쁘지 않을까?
이정우는 그 점에 기대를 걸었다.
한강을 따라 올림픽대로를 달리는데 전화가 왔다. 박희원 의원이었다.
「이 회장님.」
“예, 의원님.”
「혹시 공항동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올림픽대로입니다.”
「잘 됐습니다. 나도 마침 가는 중입니다. 근처에서 만나서 같이 들어가는 게 어떻습니까?」
“알겠습니다.”
올림픽대로를 빠져나온 이정우는 박희원을 만나 같이 공항동 저택으로 향했다. 그리고 저택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입을 떡 벌렸다.
“이건 무슨…….”
공항 전체를 매입했다는 건 들었다. 부지가 넓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직접 보는 것과 막연히 생각한 것은, 피부에 와 닿는 게 전혀 달랐다.
으리으리한 정문을 중심으로, 끝없이 벽이 뻗어 있었다. 저 멀리 어렴풋이 관제탑이 보이고, 공항청사가 있었으며, 활주로에는 이륙을 준비 중인 대형 점보기가 보였다.
문득 이정우는 부끄러워졌다. 자신이 살고 있는 한남동 대저택은, 저거에 비하면 그야말로 초가삼간 수준이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정문 경비원 초소에서 나왔다. 이정우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SKK에너지 사장일세. 이정우라고 하네. 회장님을 뵙고 싶은데, 안에 계신가?”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아! 박희원 국회의원님도 함께 오셨으니, 잊지 말고 같이 말씀드려주게.”
“알겠습니다.”
경비원은 통신기로 어딘가에 연락을 했다. 재벌인 자신을 앞에 두고도 별로 긴장하는 듯 보이지 않는다. 사무적인 태도에서, 이정우는 새삼 유지웅의 위상을 실감했다.
“안에 들어오라십니다.”
정문이 열렸다. 이정우는 끄덕이고는 기사에게 눈짓했다. 이정우의 차가 먼저 출발하고, 박희원의 차가 그 뒤를 따랐다.
정원은 매우 크고 넓었다. 이건 저택이 아니라 마치 공원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본채는 정문에서 꽤 들어가서야 도달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린 이정우는 저택의 크기에 숨이 턱 막혔다.
이렇게 큰 게 집이라니. 눈으로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재벌인 자신이 이럴진데 박희원은 어떻겠는가.
“의원님, 들어가시지요.”
“음. 들어갑시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둘은 나란히 안에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두 분이 같이 오셨네요?”
유지웅이 반갑게 둘을 맞이했다. 다른 사람을 시키지 않고 그가 직접 나온 것이다. 이정우는 속으로 조금 안심했다. 이거 그린라이트 맞지?
“자자, 이리 앉으세요.”
유지웅은 둘을 응접실로 안내했다. 이정우는 은근슬쩍 실내 인테리어를 살폈다. 화려하게 잘 꾸며놓긴 했는데 명화 등 미술품 같은 것은 일절 보이지 않는다.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내 집에 온 손님을 맞이하는 건 집주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어요?”
“저, 그게…….”
말을 꺼내려니 조금 주저된다. 이정우는 저도 모르게 박희원의 시선을 살폈다. 눈이 마주치자 그가 작게 끄덕였다.
“사실 감사 말씀을 드리러 왔습니다.”
“감사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유지웅이 갸우뚱거렸다. 이정우는 사근사근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가 외국의 음모와 협잡에 빠져 UN에서 탈퇴당하고 무역제재도 당하는 등, 여러 가지로 힘든 일이 있었지 않습니까. 나라 없는 기업이 어디 있습니까. 그때 저희 회사도 거의 무너질 뻔했습니다.”
“흠.”
“하지만 회장님께서 이 나라를 구해주셨죠. 덕분에 저희 회사도 살아날 수 있었고, 수많은 직원들이 직장과 가정을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진작 감사 인사를 드리려 했지만, 회장님께서 워낙 바쁘신 분이라 이제야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니 덕에 잘 됐다는 칭찬, 듣기 싫은 사람 아무도 없다. 처음에 영문을 몰랐던 유지웅은 잔뜩 기분이 좋아서 실실거렸다.
이정우는 그걸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뭐야, 알고 보니 감정이 얼굴에 바로 드러나는 사람이잖아. 이거 상대하기 쉽겠어.
“여기 약소하지만 감사의 뜻을 담은 선물입니다.”
이정우는 정중하게 불상이 든 함을 내밀었다. 포장을 풀어서 붉은 천에 담긴 불상이 드러나게 했다. 어른 팔뚝만 한 불상은 전체가 순금으로 되어 있었다. 곁눈질로 그걸 본 박희원이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아니, 이 불상은?”
근데 유지웅이 알아보는 눈치였다. 이정우는 살짝 의아했다.
“순금미륵반가여래…… 아무튼 그 불상 아닌가요? 통일 신라 시대에 만들어졌다던?”
“알아보시는군요!”
놀람은 잠시, 이정우는 기쁨에 차서 감탄했다. 어린 청년에 졸부자인 줄만 알았는데, 이런 식견이 있을 줄이야.
“정말 약소한 선물이군요. 하지만 정성이 느껴집니다. 고맙게 받겠습니다.”
“예? 아, 아무튼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이정우는 무심코 반문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억눌렀다. 지금 뭔가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내가 잘못 들었나?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고 판단한 박희원이 나섰다.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국가 발전의 큰틀이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아, 두 분이 같이 오신 게 아니었나요?”
“원래 친분이 있었는데, 오늘은 마침 우연히 회장님 저택 앞에서 마주쳤지 뭡니까. 그래서 같이 들어왔습니다.”
“그렇군요. 아무튼 잘 오셨어요.”
박희원은 부드러운 화술로 이야기를 끌어나갔다. 국정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국회에 바라는 것은 없느냐, 어떤 나라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느냐, 등등 거시적인 이야기를 주로 했다.
박희원과 이정우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10억 가방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오늘 온 목적은 그걸 봐달라는 청을 하기 위해서지만, 직접 입에 올리는 것은 무례한 짓이다.
이 정도까지 했으면 유지웅은 충분히 이해했으리라. 그리고 자신들의 뜻을 받아준 것이리라.
금으로 된 불상을 흔쾌히 받은 것을, 둘은 그런 식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화기애애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치고는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갔다.
“잘 됐군요.”
“다행입니다. 회장님께서 이해심이 많으신 분이라.”
* * *
“어, 오빠. 이거 뭐야? 못 보던 건데? 어디서 났어?”
정혜주는 틈만 나면 공항동 저택에 놀러온다. 꿈에서나 보던 궁전 같은 집이니, 자꾸만 오고 싶어지게 되나 보다.
오늘도 주말이 맞이해서 놀러온 정혜주는 한쪽에 방치되다시피 진열돼 있는 불상을 발견했다.
“아, 그거? 선물 받은 거야.”
“이거 진짜 금 같은데?”
“금 맞아. 그거 꽤 무겁다. 전체가 금으로 돼있거든.”
“정말? 와아, 비싸겠다.”
정혜주는 신기해서 불상을 이리저리 만져봤다. 그러다가 물었다.
“근데 이걸 누가 줬어?”
“이정우 사장이라고, SKK에너지 대표이사 있어.”
“……이정우 사장?”
정혜주는 굳어버리듯이 멈췄다. 그녀도 잘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얼마 전까지 한창 이슈를 만들어내다가, 며칠 전부터 갑자기 보도가 뚝 끊긴 인물 아닌가.
‘설마?’
이상했었다. 정치자금 제공으로 이정우와 박희원이 한창 여론을 달구고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든 언론에서 입을 다문 게. 그러고 보니 선물 받은 거랑 시기가 비슷하네?
“응. 저번에 와서 선물이라고 주더라. 내가 이 나라를 경제 제재에서 구해서 자기네 회사가 살아난 게 너무 고마워서, 직원들 대표해서 감사하러 왔대. 박희원 의원인가 하는 사람도 같이 왔었는데.”
“오, 오빠!”
정혜주는 기겁을 했다. 설마 진짜였어? 그 두 사람이 갑자기 헤드라인에서 사라진 이유가, 우리 오빠한테 뇌물을 갖다 바쳐서? 그런 거였어?
“설마 뇌물을 받고 넘어가줬단 말이야?”
“응? 무슨 소리야?”
“오빠 몰랐어? 이정우 사장이랑 박희원 의원, 정치자금 제공으로 조사받고 있었어. 그랬다가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게 뚝 멈췄단 말이야. 오빠가 뇌물 받고 봐준 거 아니야?”
“뭐?”
유지웅은 전혀 몰랐다는 듯이 놀라서 반문했다. 그는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불상을 바라봤다. 눈빛에는 불신이 가득했어.
“이거…… 뇌물이었어?”
“뇌물이잖아. 오빠한테 봐달라는.”
“하……. 전혀 몰랐네.”
유지웅은 깊이 탄식했다.
“싼 거라 뇌물인 줄 전혀 몰랐어.”
유지웅은 오랜만에 신선함을 맛봤다.
============================ 작품 후기 ============================
편의점 과자를 선물받았는데 그게 뇌물이래요.
PS : 근 며칠 간 좋은 일이 있어서 너무 신나서 글을 못 썼습니다ㅋㅋ
나중에 말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