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6)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106
28. 저 애인 있어요⑴
20대가 된 이후, 사회에 치이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고는 했다.
‘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 다.’
근심 걱정 없이 친구들과 함께 매 일매일이 자유로웠던 학창시절.
전생의 풀레임도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그때는 몰랐다.
학창생활을 정말 다시 하게 될 줄 은. 그것도, 지구와는 또 다른 세계 에서 말이다.
‘여긴 지옥이야…….’
한때, 대한민국에는 모든 학생이 야간자율학습을 의무적으로 받던 시 절이 있었고, 풀레임 또한 그 세대 의 학생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야자 시간 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 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하
면 되는 게 뭐가 어려워?
이 개같은 실습.
실습을 하지 않아도 좋은데!
스텔라의 스케쥴은 인간이라는 종 족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려는 것처 럼, 조금의 쉴틈조차 주지 않았다.
물론 그녀가 S반인 것도 있고 강 의를 지나치게 많이 신청한 탓도 있 겠지만…… 아무튼 패밀리어 계약식 이 끝난 이후, 풀레임은 매일매일 극한을 체험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미 ‘원작 로판’의 스토리와는 많
은 것들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래도 큰 뼈대 스토리는 계속해서 이어질 터.
그중에서도 앞으로 벌어질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라고 하면, 역시나 제7 본탑에서 발생하는 ‘흑마 침식 사 태’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사건이 어떻게 되는지는 풀레임조차 모른다.
제7본탑을 점거할 예정이었던 메이 젠 티렌이 예정된 미래보다 훨씬 더 일찍 죽어버린 탓이다.
‘하지만…… 흑마인 놈들이 그걸 포기할 리는 없는데.’
흑마인들은 지금 연기를 하고 있 다. ’우리는 아직 멍청하게 날뛸 줄 밖에 모르는 야만인이다’라고 마법 사회에 계속 어필하기 위해 사건 사 고를 터뜨리는 것이다.
그러고서는 조용히 사회에 암약하 여, 야금야금 마법 사회를 잡아먹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진행하는 능 구렁이 같은 놈들이다.
그런 능구렁이들조차 눈을 번쩍 뜨 이게 만든 ‘어떤 물건’이 제7본탑에 잠들어 있다.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메이젠 티렌 이 흑화하여 그곳을 점거한 것이고.
메이젠 티렌이 예정보다 먼저 죽었 다지만 흑마인들이 그 물건을 포기 하지는 않을 터.
대비를 하긴 해야 하나…
현재로서 제7본탑에 접근하는 건 완전히 불가능하다.
학교 측에서 접근금지 명령을 내 렸다는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 라, 제7본탑은 존재 그 자체가 하 나의 소문이나 괴담 정도로 취급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뜸 ‘제7본탑에 흑마인이 습격할 거래요!’ 하고 소리친다고 누가 믿어주기는커녕 괴담에 살이
덧붙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래도 조금 나중의 일이니 까……
최근에는 그래도 꽤 재미있는 실습 을 해서, 몸이 피곤하긴 해도 정신 은 괜찮았다.
마법전 실습.
솔직히 말해서, 풀레임은 이 실습 에 전혀 자신이 없었다. 살면서 싸 울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데 의외로 스스로에게 전략과 전술에 대한 재능이 있음을 깨달았 다. 다짜고짜 주먹 맞대고 머리채 붙잡고 싸우는 건 못할지라도, 마법
으로 심리전의 간극을 재며 상대방 의 수를 읽고, 그보다 더 앞선 수를 생각해 내는 건 그녀에게 너무나도 손쉬웠다.
“크헉! 기, 기권!”
A반의 남생도 한 명의 전신을 단 단한 줄기로 속박한 뒤, 빛의 구체 세 개를 연달아 소환하자 곧바로 기 권 사인이 나왔다.
풀레임은 식은땀을 훔치며 기분 좋 게 웃었다. 어린 애들이랑 싸우는 기분을 버릴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이기는 건 기분이 좋았으니까.
가뿐히 승리를 쟁취한 그녀는 저쪽
구석에서 또 다른 A반 생도와 대련 중인 백유설을 바라보았다.
촤아아악!!
“미친.”
필드 전체를 장악하며 다가오는 자 그마한 파도. 철벽같은 실드를 두르 지 않고서야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그것을 검으로 아예 두 동강을 내버린다.
‘이제는 대놓고 드러내겠다 이거 야?’
하긴, 어차피 마유성과 함께 메이 젠 티렌도 사냥한 마당에 굳이 힘을 숨길 이유도 없기는 하겠다.
어차피 그가 진정으로 숨기고 있는 건 ‘능려보다는 ‘미래의 지식’일 테 니까
쩌저저정!!
가만히 딴생각을 하는 와중 무언가 가 깨지는 소리가 요란스럽게도 들 려오上, 풀레임은 그곳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웬 황금색의 거대한 창이 필드에 꽂혀 있었다.
“와…….”
*’미친, 저게 뭐야.”
학생들이 감탄하는 소리가 여기저 기서 터져 나왔다.
‘황금의 마법.’
공격력과 방어력을 완벽히 갖춘, 세계관 탑급의 사기 마법.
원작 로판에서는 ‘가장 비싸 보이 는 마법’이라는 평을 받았던 제레미 스칼벤 특유의 혈통 마법이었다.
마력이 다하면 마법으로 인한 파생 물은 자연히 사라지게 마련이었기에 저 황금을 떼어다가 내다 팔 수는 없다만, 공방일체 완벽한 데다가 심 지어 눈으로 보기에도 호화스러운 덕분에 독자 사이에서도 어마어마한 팬층이 있었다.
심지어 제레미 스칼벤은 [예술가의
혼]이라는 특성이 더해져, 황금 마 법에 조각과 보석을 부착하는 등 아 예 데코레이션 아트를 하고는 했다.
정말 가뿐하게도 상대를 쓰러뜨린 제레미는 황금을 닮은 자신의 금색 머리칼을 쓸어 올리다가, 문득 풀레 임과 눈을 마주쳤다.
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서 눈 을 반짝이며 손을 위로 크게 흔들었 다.
,윽!’
제레미의 인사는 정말 순수하기 짝 이 없어, 받아주지 않으면 쓰레기가 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풀레임은
애써 고개를 돌려 외면하려 했지만, 그가 먼저 훌쩍 그녀에게 다가왔다.
“풀레임. 너도 벌써 끝낸 거야?”
“어. 가 본다.”
“잠깐만……. 조금만 시간을 내주 면 안 될까?”
,,안 돼,,
풀레임은 매정하게 제레미를 쳐내 고서 빠르게 걸었다. 뒤에서 그가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마침 타 이밍 참 잘 맞게도 실습장을 찾아오 신 교수님 한 분과 마주칠 수 있었 다.
“오, 풀레임 학생. 여기 있었군.”
“네? 찾으셨나요?”
“그래! 이번 쪽지 시험에 네가 제 출한 ‘광휘 계열 마법이 식물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가 뒤늦게 학 계에서 큰 화제가 되었거든! 세상 에, 광합성을 통해 식물의 성장력을 높인다니. 지금 엘프 마법사분들도 너를 만나보고 싶어 하신다더구나.”
“……예에?”
그러고 보니, 쪽지 시험 때 대충 그런 내용을 적은 것 같기도 하 고….
“이례적인 일이다! ’떠오르는 샛별 12인’의 법칙은 수백 년 동안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는데, 네 놀라운 논문이 뒤늦게 발견되어 그 법칙이 깨지려 하고 있어! 일이 잘 풀린다 면, 네가 열세 번째 샛별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교수는 자신이 더욱 흥분한 듯 콧 김까지 내뿜으며 풀레임을 향해 열 변을 토했다.
떠오르는 샛별 12인이 아슬란 세 미나에 참석할 수 있는 조건인 건 잘 알겠으나, 평소에 별 관심도 없 었던 그녀였기에 감흥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레미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고개를 끄 덕였다.
“와! 신난다! 어서 가요 교수님!”
“그래, 너도 기쁜가 보구나! 하핫, 당연히 그렇겠지!”
풀레임은 슬쩍 뒤쪽을 확인해 보았 다. 제레미는 여전히 침울한 표정을 연기하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 * *
스칼벤 동아리 부실.
부장 전용 휴게실로 돌아온 제레미 는 편안히, 자신의 소파에 등을 기 대었다. 그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으 니, 억지로 얼굴 근육을 혹사시킬 필요가 없었다.
그는 가만히 책장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지팡이도 없이 발동된 마법.
촤아악!
황금의 칼날이 벽면에서 튀어나오 더니, 값비싼 고급 책장이 반으로 갈라지며 책을 모조리 찢어버렸다.
공통적인 주제를 다루는 수많은 서 적들.
[여자에게 호감을 얻는 17가지 방법]
[마음이 끌리는 이성의 특징]
[김팔구 박사가 말하는 연애학개
론]
등亏….
그답지 않게, 이런저런 노력을 해 보기 위해 평범한 시도를 해보았으 나 역시나 소용이 없었다.
‘어떻게 하나같이 쓸모가 없는 거 지?’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지 만, 알 수 없었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모두의 호감을
얻을 수 있었던 그였기에, 반대로 호감을 얻기 위해 접근하는 상황 자 체가 퍽 낯설었다.
그리고 슬슬.
짜증이 났다.
,흐음…….’
차라리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낫지 않을까. 풀레임은 스텔라 내에서도 수많은 인연을 만들었기에 별로 외 롭지 않았으며, 근처에 남자가 많아 서 굳이 한 사람만을 바라볼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강압적으로 그녀를 구속할까 하다 가, 당장 그런 짓을 하기엔 풀레임
이라는 소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함부로 망가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갖고 싶었던 소중한 무언가를 망가 뜨리는 건, 완전히 손에 넣었을 때 해야 그 쾌감이 배로 올라가는 법이 었으니.
그렇다면…….
차라리 환경을 구성하는 건 어떨 까. 풀레임을 크게 망가뜨리지도 않 으면서, 주변의 인연을 흩트려놓는 방법.
그녀가 어쩔 수 없이 나만을 바라 보게 되는 방법.
‘흐음,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방법이 생겼다면, 망설일 필요 따 위는 없다.
따악!
제레미가 손가락을 튕기자 동아리 부실에서 대기 중이던 학생 한 명이 들어왔다.
작년까지 스칼벤 동아리의 부장을 맡고 있던 2학년 베라제인이었다.
“예, 도련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대충 풀레임과 교류가 있는 1학년 여학생 한 명을 들여보내줘.”
저 속내 시커먼 도련님이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썩 불안했으나,
베라제인은 군말 없이 시키는 대로 하였다.
“알겠습니다.”
제레미는 편안한 마음으로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
갖기도 전부터 그녀를 망가뜨릴 생 각은 없다. 그러나 온전한 상태로 가질 수 없다면, 아주 조금 정도는 망가뜨려도 되지 않을까.
그런 합리화가 들었다.
* * *
늦은 저녁.
풀레임은 퀭한 눈을 비비며 비척비 척 기숙사로 돌아왔다. 뭐가 그리도 신났는지, 교수는 ‘떠오르는 샛별’에 대한 앞으로의 일정을 술술 읆어댔 다. 솔직히 귀찮아 죽겠어서 탈출하 고 싶다는 생각만 수백 번쯤 든 것 같다.
이 씨, 오늘은 수업 짧아서 간 만에 좀 쉬나 싶었는데.’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니, 다른 친 구들이 오순도순 모여서 놀고 있었 다. 그녀는 S반이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기에, 저들끼리 놀러와
서 노는 모습은 늘상 있는 일이었 다.
“헉, 좀비다.”
“풀레임! 우리도 들었어. 떠오르는 샛별에 뽑힐 수도 있다면서?”
“버으어어……
침대에 곧장 얼굴 파묻고서 대답하 는 둥 마는 둥 하자 소녀들은 저들 끼리 신나서 떠들어댔다.
‘에휴, 그래도 몸은 씻어야지….’
흐느적흐느적 몸을 일으킨 풀레임 은 정말 씻는 둥 마는 둥, 몸을 물 로 끼적인 뒤 빠르게 나왔다. 잠옷 을 주섬주섬 입으려는데, 왠지 옆자
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소녀의 표정 이 심상찮다.
“야, 라밀카. 넌 왜 죽상이냐.”
“어? 으 웅…. 그게……
그녀는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는 편지를 만지작거렸다.
“이거, 오늘 줘야 하는데…… 타이 밍이 늦어서…….”
“뭐야. 남친한테 주는 러브레터냐?”
“나, 남친 아냐! 러, 러브레터도 아 니고……
“짝남이냐? 아니면 썸남?”
“비, 비슷해…….”
“이야~ 좋을 때네
아이테르 월드는 스마트폰이 발달 해 있지 않아서 러브레터는 흔하게 오고가는 일상적인 물건이었다.
내용 또한 상당히 일상적이다. 무 슨 시를 써놓는 것도 아니고, 평범 하게 대화를 나누는 정도에 그쳤으 니까
하지만 평범한 대화조차 몰래, 비 밀스럽게 편지로 나누는 게 바로 청 소년 연애의 묘미 아니겠는가.
“걍 갖다 줘.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니고.”
스텔라에서의 연애는 금지가 아니
다. 애당초, 스텔라에서 결혼 상대를 찾으러 오는 귀족가 자제도 상당히 많았고 신분 상승을 노리는 평민들 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성의 기숙사 내부로 들어 가는 건 일단 겉으로는 금지는 되어 있었으나, ‘연애하는 관계’라면 잠깐 찾아가서 교류하는 정도는 암묵적으 로 허용하고는 있었다.
귀족가 자제들의 결혼 사업은 제아 무리 스텔라라도 막을 수는 없던 탓 이다.
“그게, 그, 부끄러워서…….”
“평소에는 어떻게 줬는데?”
“다른 친구한테 부탁해서…….”
“상대는 그걸 또 받아주냐?”
“어, 어? 버卜, 받아줬어.”
묘하게 당황하는 라밀카. 그런 반 응 또한 부끄러워서 그런 것이라 생 각하여 풀레임은 음흉하게 웃었다. 아무리 피곤해도 이런 연애사를 듣 는 건 삶의 낙이라고 할 수 있었으 니까
“그래서 그런데……
라밀카는 머뭇거리며 자신의 침대 에 벌러덩 드러눕는 풀레임을 향해 말했다.
“이거, 혹시…… 대신 전해주면 안 될까?”
“뭐? 귀찮아.”
“제, 제발! 부탁이야. 너 아니면 없 어.”
“쟤들한테 부탁해.”
기숙사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서 간 식을 까고 있는 친구들을 가리키スト, 라밀카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많이 부탁해서 이제는 좀 미 안하거든…….”
“어휴, 알았다 알았어.”
애당초 저 아이와는 별로 많이 친
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꼬맹이들 이 저런 순수한 고민으로 부탁해 오 니 또 매정하게 거절하기도 찝찝했 다.
어차피 남자 기숙사는 중앙의 홀을 기준으로 맞은편이기에 멀지도 않 다. 그녀는 대충 잠옷 바람 위에 가 디건 하나를 걸치고선 일어났다.
[S-109X]‘흐음, 뭐야. S반 기숙사잖아?’
누군진 몰라도 S반의 남학생을 꼬 시다니. 평범한 여자아이라고 생각 했는데 생각보다 능력 있는 친구라 고 생각하며 풀레임은 대수롭지 않
게 ST 09호에 찾아가 노크했다.
“거, 누구 계십니까.”
그러자.
…딸칵!
기숙사의 문이 열리며.
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제레미가 그 얼굴을 드러냈다.
“응, 안녕. 풀레임.”
그는 방긋 웃으며 당연하다는 듯 인사를 건넨다. 풀레임은 황당한 표 정으로 편지와 제레미를 번갈아보았 다.
‘미친, 짝사랑하던 남자라는 게 제
레 미였어?’
흐卜기야, 제레미는 여학생들의 우상 과도 같은 존재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의 성격이라면 이미지 관리를 하 느라 이런 편지도 일일이 다 받아줬 을 테고
“그건 뭐야? 나한테 주는 편지?”
그러면서 밖으로 나오려는 제레미. 직감적으로 귀찮아질 것을 눈치챈 그녀는 재빠르게 편지를 휘릭 넘겼 다.
“아니. 친구가 너 주래. 난 간다?”
괜히 엮이는 건 질색이다.
에휴, 재수 옴 붙었지.’
그녀는 그런 생각으로 빠르게 발걸 음을 돌려, 기숙사로 돌아갔고.
“흐음……
풀레임이 건네준 편지를 바라보며, 제레미는 묘하게 미소지었다.
첫날부터 생각한 대로 계획이 잘 풀려서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자신 이 나가기도 전에 그녀가 돌아가버 린 것은 안타까웠으나, 그래도 괜찮 다. 이 정도면 충분한 증거가 되었 으니까.
그는 슬그머니 기숙사 밖으로 나 와, 구석을 향해 말했다.
“이제 나와도 괜찮아.”
“…네, 넵.”
그러자 화분 뒤에 숨어있던 남학생 한 명이 의기소침하게 나와서, 제레 미에게 ‘카메라 수정’을 건넸다. 순 간의 장면을 고화질로 포착하는 값 비싼 물건이었다.
카메라 내부의 필름에는…….
남학생 기숙사에 찾아와 문을 열고 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풀레임 의 옆모습이, 아주 선명하게 포착되 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