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7)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107
28. 저 애인 있어요(2)
이튿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등교한 풀레 임은 귀찮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도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수업을 들었 다.
이 한순간, 한순간이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시
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그런데 뭔가.
오늘따라…… 분위기가 이상했다.
어수선하다고 해야 할까. 묘하게 시선이 많이 쏠린다고 해야 할까.
‘바지 찢어졌나?’
아니면 얼굴에 뭐 묻었나?
수업이 끝나고 화장실에 가서 이리 저리 몸을 돌려보기도 했지만, 특별 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흐음, 뭐지?’
묘하게 스쳐 지나가는 여학생들이 이쪽을 바라보면서 수군거리고는 했
는데, 딱히 욕을 하는 것 같지는 않 았다. 뭔 얘길 그렇게 하냐고 쳐다 보면 저들끼리 화들짝 놀라서 반대 로 고개를 돌려 버리는 통에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러나 풀레임의 성격상 이런 사소 한 일로 끙끙 앓고만 있지는 않는 다.
강의 하나가 끝난 뒤, 다음 수업을 위해 복도를 걷는데 반대쪽에서 다 가오던 여학생 무리들이 묘하게 풀 레임에게 다가오더니, 의도적으로 어 깨를 툭 쳤다.
“어머, 잘 좀 보고 다니지 그랬 니?”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진 풀레임은 그 여학생의 마빡을 손바닥으로 후 렸다.
뻐억!
“아아!‘‘
참으로 경쾌한 소리가 아닐 수 없 다.
“이게 돌았나.”
“무, 뭐… 너 지금 무슨 짓…….”
“왜. 한 대 더 처맞을래?”
“틱!”
풀레임이 손바닥을 치켜들자, 마빡 을 맞은 여학생이 본능적으로 고개
를 움츠렸다.
키는 풀레임보다 10cm는 더 큰 주 제에 순식간에 몰아붙이는 그녀의 기에 짓눌린 것이다.
“야, 됐고. 뭔 일인지나 말해봐.”
“무, 뭔 일이냐니……
“아오 이 새끼가 진짜 쉽게 쉽게 좀 가려니까. 야, 너 옥상으로 따라 와. 좀 처맞으면서 대화하자.”
“미, 미쳤어? 어떻게 이런 경박한 여자가 제레미 도련님의 애인…흡!”
그 소녀는 무언가를 말하다 말고 입을 틀어막았으나, 이미 전부 들었 다.
“뭐? 내가 누구 애인이라고?”
여학생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더니, 이를 뿌득 갈면서 말했다.
“이제 와서 시치미 떼는 거야? 이 여우 같은 년! 네가 제레미 도련님 한테 꼬리친 사실, 이미 교내에 쫙 퍼졌거든?”
“…아니, 뭔 개같은 소리지 이게?”
풀레임은 저 소리가 진심으로 이해 가 볼펜으로 관자놀이를 긁었다.
“내가 누구한테 꼬리쳤다고? 빠따 를 친 적은 있는 거 같은데.”
“하, 이미 증거도 있어.”
그녀는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서 풀레임에게 보여주었다. 그곳에 는 정말로 남학생 기숙사에 잠옷 바 람으로 찾아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풀레임의 근황이 제대로 찍 혀 있었다.
비록 기숙사 안쪽에 누가 서 있는 진 찍히지 않았으나, 복도의 색과 기숙사 문짝의 화려함으로 S반의 남 학생 기숙사라는 사실을 알아내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건…… 어제잖아?’
확실흐】, 논란이 될 만한 사진이기 는 했다. 여학생이 한밤중에 잠옷
바람으로 남학생의 기숙사에 찾아갔 다는 건 곧, 애인…… 어쩌면 그 이 상의 사이라는 뜻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왜 하필이면 제 레미의 애인이라는 소문이 퍼졌는 가?
사진 속에는 남자가 누군지 나와 있지도 않은데 말이다.
그것도 하룻밤 새, 누군가가 의도 적으로 퍼뜨린 것처럼 이렇게나 빠 르게.
……아니.
애당초 어젯밤 그의 기숙사에 찾아 갔을 땐 분명 근처에 아무도 없었
다. 누가 이 사진을 몰래 찍도록 지 시했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
‘허, 참나.’
어이가 없어진 풀레임은 허탈하게 웃었다.
‘제레미, 이 미친 새끼. 결국 이렇 게 나오는 거냐……
정말 어린애다운 생각이라는 생각 이 들면서도,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이런 상황을 조작하기 위해 교내의 학생들을 부려먹어 심부름을 시키 고, 실제로 교내에 소문을 쫙 퍼뜨 릴 정도의 행동력이라니.
‘하긴…… 원작 로판에서는 이보다
더한 일도 밥 먹듯이 하던 놈이니 까.’
괜히 두통이 지끈거려서 풀레임은 관자놀이를 볼펜으로 꾹꾹 눌렀다.
“됐고, 이 사진은 압수.”
“뭐, 뭐야!”
“참고로, 그거 개소문이니까 믿지 말고.”
“개소문이라고……?”
“아무 사이 아니라고 병신아.”
“벼, 병… 그런 천박한 단어를…!”
저 여학생들이 괜히 시비를 거는 이유도 대충은 짐작이 간다.
제레미는 그 순진무구한 외모 덕분 에 현대의 아이돌 저리 가라 할 정 도로 상당한 팬층을 자랑하였는데, 그 와중에 웬 여우 같은 놈이 꼬리 를 친다고 하니 빡이 안 돌겠는가.
실제로 현대에서도 남자 아이돌이 일반인 여자와 열애설이 터 ス]자, 극 성의 사생팬들이 그 일반인 여자의 집에 찾아가 테러를 하거나 SNS로 협박을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 으니까.
‘아오, 기분 엿 같네 진짜……
아무리 아니라고 부인해도, 이미 쫙 퍼져 버린 소문을 막는 건 단
한 사람의 입으로는 힘들다.
어쩔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수업을 빠질 수는 없어서 풀레임은 묵묵히 남은 강의를 들었 다.
아까처럼 풀레임에게 괜히 시비를 거는 학생은 드물었다.
오히려 ‘황태자와 평민 소녀의 로 맨스’랍시고 새로운 화젯거리에 흥 분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오늘 강의가 끝날 때까지만 얌전히 참고 기다리자는 그 판단이 실책이 었던 것일까.
‘풀레임과 제레미가 그렇고 그런
관계다’라는 소문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점점 더 불어 나, 거의 기정사실이 되고 말았다.
오후, 마지막 강의 시간.
수업을 끝마친 뒤 곧바로 기숙사로 돌아가려던 풀레임의 앞으로, 강의 실의 문이 열리며 제레미가 걸어 들 어왔다.
“어머?”
“도련님이 직접 찾아오셨어.”
그는 따스한 눈빛을 머금은 채, 가 만히 서 있는 풀레임에게 다가와 말 했다.
“풀레임. 오늘 저녁 함께 먹으러
가지 않을래?”
그러スト, 주변에서 소리는 작지만 격렬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소, 소문이 진짜였나 봐!’
‘어떡해! 정말로 황태자님과 풀레 임이 그런 사이였다니……
‘미쳤어, 진짜 미쳤어!’
그제야 그녀는 제레미의 의도를 완 전히 파악하였다.
은근슬쩍 교내에 떠돌던 소문.
증거도 있고, 증인도 있지만, 본인 들이 직접 이야기해 주지 않아서 이 슈는 커다란 장작이 되어 불타기만
할 뿐 제대로 정답이 해소되지 않은 채 답답한 와중.
제레미가 직접 풀레임에게 식사를 권유한다?
그는 소문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 도 않았다.
그러나 그 단순한 행위는, 이 소문 이 사실이라고 종지부를 찍는 것이 나 마찬가지였다.
‘미치겠네……
여기서 격하게 부인하고 도망쳐도 소용없다. 떡하니 증거 사진이 있고, 제레미가 사실이라고 몸소 행동한 와중이었으니 ‘풀레임이 부담을 느
껴서 도망쳤다’는 식으로 포장될 게 뻔했다.
그래.
어떻게든 ‘나는 네 애인이 아니야.’ 라고 강력하게 주장을 했다고 쳐보 자. 지금 당장은 넘어갈 수 있을 것 이다.
하지만, 제레미의 계획은 폐동맥 고혈압처럼 숨통을 서서히 조여와, 마침내는 급성 심근경색처럼 상대방 을 단단히 옭아매어 움직일 수도 없 도록 만든다.
이번의 소문 사태는 그 계획의 ‘씨 앗’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떻게든
빠져나간다 해도 씨앗은 점차 자라 나, 그에게 사로잡힐 수도 있다는 말이다.
풀레임은 식은땀으로 흥건해진 손 을 움켜쥐었다.
원작 로판에서 제레미가 얼마나 치 밀하게 에이젤을 옥죄였는지 잘 알 았기어1,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도망치는 건 의미없어.’
씨앗이 결코 싹을 틔우지 못하도 록, 완전히 죽여 버려야 한다.
“풀레임, 어서 가자.”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제레미는 점점 더 다가오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흐!!야, 이 헛소문을 한 번에 꺼뜨릴 수 있을까.
풀레임은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필사적으로 떠올리다가, 문득 예전 에 보았던 어떤 로맨스 웹툰을 떠올 렸다.
“……야.”
“응?”
“내가 왜 너랑 밥을 먹는데?”
제레미는 예상했다는 듯 빙그레 웃 었다.
“아, 미안. 내가 배려심이 부족했
어.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부담스러 울 수도 있겠네……. 먼저 가 있을 게.”
자기 할 말만 하고선, 뒤돌아 돌아 가려는 제레미. 풀레임은 거기서 멈 추지 않았다.
“아니, 너 왜 자꾸 나랑 무슨 사이 인 것처럼 구냐고.”
“응? 그야…….”
“나 이미 남친 있는데?”
우뚝.
시종일관 미소를 짓고 있던 제레미 의 표정에, 순간적으로 금이 간 듯 어색하게 굳었다.
주변의 반응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랑을 응원한다는 둥, 질투가 난다 는 둥, 온갖 감정이 뒤섞여서 뜨겁 게 불타오르던 학생들 역시 순식간 에 고요해지고 말았다.
풀레임은 아까 여학생들에게서 압 수한 사진을 꺼내서 팔랑거렸다.
“이 사진, 내가 네 방에 찾아간 것 처럼 소문나 있더라?”
제레미는 여전히 침착하게 미소 짓 고서 되물었다.
“응. 내가 아니면 누군데?”
“말했잖아.”
남친, 남자친구, 애인
풀레임은 필사적으로 이 상황에서 할만한 변명거리를 떠올렸다.
일전에 제레미를 상대로 ‘에이젤이 사실 내 애인이야!’라고 반쯤 장난 삼아 거짓말을 치긴 했지만, 그건 정말 아무도 속지 않을 거짓말이다.
게다가 에이젤은 툭하면 멘탈이 깨 져버리는 개복치 같은 꼬마였기에 이런 어마어마한 규모의 소문에 끌 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애당초, 사진 속 배경이 남자 기숙 사였기에 그럴 수도 없겠지만.
’1 학년 S반에다가, 남학생……
자신의 변명에 말을 맞춰줄 수 있 으며 그 어떤 소문이 나더라도, 제 레미가 마수의 손길을 뻗더라도 모 조리 개무시하고서 마이웨이를 걸어 갈 수 있는…….
그런 1학년 S반의 남학생을 필사 적으로 떠올렸다.
,……있다.’
단한명.
그에게는 정말로 미안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이름 좀 빌려 써야 겠다.
,,백유설.”
“……뭐?”
“내 남자친구가 백유설이라고.”
“하하… 풀레임.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제레미가 눈에 띄게 당황한 게 보 였다. 효과가 있다. 풀레임은 내친김 에 사진을 펄럭이며 말을 이었다.
“이 사진, 어제 백유설 기숙사에 몰래 찾아가다가 걸린 사진이야. 그 런데 왜인지 모르겠는데, 네 방에 찾아갔다고 소문이 났나 보네.”
그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갔다.
“미안해, 제레미 황태スト. 평민 따위
와 엮이는 안 좋은 일을 겪게 해서. 그럼, 나는 가 볼게. 남친이랑 저녁 약속이 있거든.”
풀레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재 빠르게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강의실은 순식간에 고요로 뒤덮였 다. 제레미의 눈치를 보느라 그 누 구도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다.
匸ヨ己륵I
그런 와중, 구원자처럼 먼저 일어 난 사람이 있었으니.
“뭣들 해? 너희는 밥 안 먹냐?”
홍비연 공주였다.
그녀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거칠 게 걸어서 복도를 빠져나가자, 다른 학생들 역시 황급히 어색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일어났다.
“마, 맞아. 저녁, 저녁 먹어야지.”
“하하… 저녁 맛있겠다.”
“아〜 배,배고프다
그렇게 하나둘 학생들이 모조리 빠 져나가고, 그 자리에 혼자 남게 된 제레미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손바 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러고선, 희미하게 웃었다.
“하하…… 역시 쉽지 않네.”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 정 도만 해도 덫에 걸려들 텐데.
풀레임은 이마저도 가뿐히 회피하 여 빠져나갔다.
그래서, 더욱 흥분되었다.
갖기 힘든 것을 가졌을 때 찾아올 그 쾌감이 너무나도 기대돼서.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가슴이 부글부글 뜨겁게 타오르는 게… 당장에라도! 사지를 산산조각 찢어! 발겨서! 눈깔을 모조리 뽑아
내! 죽여 버리고 싶은데 말이다!
‘•••음?’
죽이고 싶다고?
왜 죽이고 싶은 거지?
순간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제레미였으나,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