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8)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168
39. 괴담(4)
헤드릭 시리번은 스텔라 마법부 1 학년 E반에 재학 중인 평범한 소년 이었다. 스텔라에 입학했다는 사실 부터가 이미 평범하지 않았지만, 이 곳에서는 평범하다 못해 하위권에 머무는 일개 학생일 뿐이었다.
저 위에는 너무나도 대단한 학생들
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괜찮다.
모든 학생들이 고개가 꺾어져라 위 쪽만을 바라보지는 않으니까.
헤드릭은 자신의 등수와 클래스에 만족하였다.
변경의 남작가에 불과한 시리번 가 문에서 무려 스텔라 재학생이 나왔 다는 것은 굉장한 영광이었고, 그 덕분에 현재 가문이 어마어마하게 부흥하고 있었으니까.
아무도 관심없던 시골 촌구석의 시 리번 남작이 현재 도시의 귀족들과 어울리는 이유도 헤드릭이 스텔라에
입학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만 가 봐야겠다.”
“다음 수업 가냐?”
“응. 일정 너무 빡빡해.”
“여름방학인데도 쓸데없이 개고생 하네. 놀 땐 좀 놀지?”
“그러게 말이다. 우리 중에서 성적 도 제일 안 좋은 주제에.”
“축구나 하러 가자고.”
스텔라에는 대단한 천재들이 많았 기에 헤드릭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만 했다. 그들을 따라잡
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뒤를 바짝 쫓아서, 졸업할 수만 있 다면 그것으로 족한다.
“……나는 됐어. 먼저 가 볼게.”
그와는 달리 D반과 C반의 생도들 에게는 상당히 여유가 있었는지, 여 름방학에는 수업을 거의 듣지 않고 매일 놀러 다니기만 했다.
‘올여름에는… 내가 역전해 주겠어.’
친구? 라이벌일 뿐이다.
저들이 노는 동안 나는 더욱 성장 한다.
헤드릭은 그리 생각하며 복도를 걸 었다.
다음 수업은 기이한 식물학.
식물학 실험실은 제3본탑에 위치해 있었기에 헤드릭은 빠르게 걸었다. 제6본탑에서 그곳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스텔라 내부에는 자 체 소형 워프 홀 등 이동수단이 존 재하여 학생들은 편하게 장거리를 왕복할 수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헤드릭은 게이트를 향해 걸었다. 그러다 문득 정면을 바라보았는데, 앞장서서 걷는 어떤 소녀의 행색이 조금 수상쩍었다.
‘흰색 교복?’
스텔라의 교복은 흑색으로 바뀐 지 벌써 50년도 더 되었다.
하지만 저 소녀가 입은 교복은 흰 색에 금색 테두리로 마감이 된, 분 명 옛날의 교복이었다.
수상하다.
최근 스텔라에서 각종 사건이 발생 했던 만큼 수상한 무언가를 발견하 면 결코 지나치지 말고 신고하라고 했던 담당 교관의 말이 떠오른다.
‘잡아서 심문해야겠어.’
나름대로 마법 전사 생도로서 자부 심을 가지기도 했고 상점을 받을 기 회였기도 해서 헤드릭은 망설임 없
이 소녀를 향해 걸었다.
그런데 아무리 걸어도 걸어도 거리 가 줄어들지 않았다. 보폭은 분명 내 쪽이 더 넓을 텐데 말이다.
탓!
서서히 걸음의 속도를 빠르게 하다 못한 헤드릭은 아예 자리를 박차고 뛰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도 뛰어 도 여전히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마치, 신기루처럼.
“허억… 헉, 헉……!”
그렇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무 렵 헤드릭은 어느 순간 자신이 게이 트를 통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범한 복도의 문처럼 설계된 이 워프 홀 게이트는 항상 수많은 학생 이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u……뭐야?”
기이할 정도로 적막하다.
분명히 이쪽 방향은 제3본탑으로 향하는 복도였고, 그러니 게이트도 제3본탑으로 향하는 것이었을 텐데 주변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제3본탑은 실험실이 밀집되어 있어 연구학부의 학생들이 자주 들락거리
는 편이었기에 상당히 복잡하고 시 끌벅적한 게 정상이었다.
비정상적인 침묵은 사람을 공포에 젖게 만드는 법.
“무슨…… 아냐, 정신 차리자.”
꿀꺽.
침을 삼킨 뒤 헤드릭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이곳은 스텔라 아카데미.
이해하지 못할 일이 발생하지는 않 을 것이다. 그렇게 굳게 믿으며 천 천히 걸어 나갔으나, 그 누구도 보 이지 않았다.
연구원들도, 교수님들도, 강사와 학 생들조차.
아무도 없었다.
그맘때쯤 이건 뭔가 아니라는 생각 이 불현듯 들어서, 그는 서둘러 뒤 를 돌았다.
다시 게이트를 통과해서 돌아가기 위함이었다.
“아..?”
그런데, 게이트가 사라져 있었다.
아무것도 없이 그곳에는 그저… 평 범한 복도의 통로만이 남아 있을
“이, 이럴 리가 없어.”
헤드릭은 황급히 달려 그곳을 통과 하였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 았다. 다시 뒤돌아 게이트가 있던 자리를 지나쳐보아도 게이트를 통과 하는 감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어떻게…….”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게이트가 있 어야만 하는 자리를 보던 그는, 무 언가 눈에 띄는 문구를 발견하였다.
[제 7본탑]
스텔라에 존재하지 않는 일곱 번째 탑. 그 문구가, 선명하게도 헤드릭의 안구에 각인되었다.
왜일까.
지금 이 순간 다른 무엇도 아니고, 학생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떠돌 던 괴담이 떠오르는 이유를.
안타깝게도… 헤드릭은 괴담에 대 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또래 아이 들이 그런 헛소문에 정신이 팔려 있 는 동안 공부를 하는 게 더욱 현실 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 문이었다.
즉,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만 하는 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
“。。..”
천천히 뒷걸음질 치던 헤드릭은 고
개를 무심코 돌리다가 중앙복도에 놓여 있던 거대한 전신거울을 바라 보았다. 다른 복도에도 똑같은 위치 에 존재하는 평범한 전신거울이었거 늘, 오늘따라 기괴하게 느껴지는 이 유는 무엇일까.
그는 저도 모르게 흘린 듯 전신거 울을 바라보았고, 그 속에 있는 자 신과 눈을 마주쳤다.
웃고 있었다.
거울 속의 내가.
나는 웃고 있지 않는데.
– 하하하하!
거울 속 내가 나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그 웃는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지 며 서서히 내게 다가오는 듯하였다.
■아…….”
그것은 헤드릭을 한참이나 쳐다보 더니, 입꼬리를 반대로 쭈욱 늘어뜨 리고서는 말했다.
-넌 아니야.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 * *
웅성웅성.
1학년 학급 게시판이 유난히 시끌 벅적했다. 얼마 전 올라온 공지사항 때문이었다.
그 앞을 무심코 지나치려던 에이젤 은 눈에 띄는 문장을 발견하여 걸음 을 멈춰 세웠다.
[최근, 교내에서 학생 한 명이 쓰 러지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현재 스텔라의 마법 기사단과 교 직원들이 힘을 합쳐서 수색 중이니 학생 여러분께서는 염려 말고 학업 에 열중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내용이야 참으로 간단했다. 고작 한 명의 학생이 쓰러졌다는 게 뭐 대수란 말인가. 간혹가다 공부에 너 무 열중한 나머지 피로해서 기절하 는 학생들도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경우가 너무 특수 했다.
“그거 들었어? 쓰러진 헤드릭이 발 견됐을 때 복도 상황이……
“어. 나는 직접 목격한 애한테 들 었는데, 복도의 창문이 전부 열려 있었고 벽에는 ‘너는 아니다’라고 적혀 있었다더라.”
“그거 완전… 괴담이랑 똑같잖아?”
“지금은 없겠지?”
“교수님들이 다 지웠대.”
불안한 분위기는 전염병처럼 빠르 게 확산되어 학생들을 집어삼킨다.
평범하게 쓰러진 것도 아니고, 하 필이면 최근 유행하는 ‘괴담의 내 용과 쏙 빼닮은 사건이 발생하다니.
학생들이 걱정하는 것을 깨닫고서 학교 측에서는 ‘누군가의 장난’이라 고 일축하였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 다.
“이러다 정말 무슨 일 생기는 건
아니겠지……r
어떤 학생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 였지만 정말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누구도 대꾸하지 못했다.
,으음……
에이젤은 가만히 공지사항을 바라 보며 생각했다.
최근 발생한 저 사건, 그저 우연이 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 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최근에 엿들 었던 레이딘 교수의 그 대화가 마음 에 걸렸다.
저17본탑 괴담…… 무슨 관련이 있 는 걸까?’
그녀도 괴담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다. 제일 친한 친구가 된 마 릴렌이 워낙에 마당발이고 유행이나 소문에 민감해서 식사 시간 때마다 쉴 새 없이 떠들어대고는 했는데 덕 분에 에이젤도 괴담에 빠삭한 지식 을 갖게 된 것이다.
마침, 헤드릭이라는 학생이 실종된 장소도 제6본탑에서 제3본탑으로 향하던 길이라고 했으니 괴담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그건 괴담일 뿐인데……
뭔가가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이런 속마음을 털어놓기에,
그녀의 친구들은 너무 여리고 보호 해 주고 싶은 존재였다.
믿고 의지할 만한 존재… 이를테 면, 백유설이 학교에 있었다면 곧바 로 찾아가 털어놓았겠지만 안타깝게 도 현재 그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 다.
‘어쩌지……
머뭇거리며 고민하는 와중에도 시 간은 흘러갔고, 학생들은 다시금 각 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하는 수 없이 에이젤도 돌아가려는 데 저 앞에서 걷고있는 누군가의 뒷 모습이 시야에 확 들어왔다.
흑색 단발머리의 소녀, 풀레임.
그녀는 자신과 키가 비슷한 양갈래 머리의 소녀와 함께 무언가를 읽으 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문득 에이젤은 떠올렸다.
굳이 백유설이 아니더라도 많은 비 밀과 진실을 공유한 풀레임이라면, 충분히 믿고 의지해도 되지 않을까.
이 비밀을 털어놓아도 괜찮은 세상 에서 몇 없는 존재.
‘사건은 이미 발생하고 있어.’
만약 이 모든 게 착각이라면, 그래
도 좋다.
오히려 마음을 놓고 안심할 수 있 으니까.
하지만 내가 알고있는 무언가가 이 미스테리한 사건의 해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면, 일단 한번 말해보 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세상 모두에게 미움받으며 살아온 그녀였지만 자신마저도 세상을 미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주변인이 다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다.
이미 그런 일을 겪어본 적이 있기 에, 더더욱 이런 사건을 가만히 지
나칠 수는 없었다.
고민은 거기까지.
에이젤은 냉큼 풀레임에게 다가가, 그녀를 붙잡았다.
“……저기, 잠시 실례 좀 할게요.”
“앙? 뭐야. 에이젤?”
“네.”
먼저 말을 걸어온 적은 거의 없던 에이젤이었기에 풀레임은 눈을 동그 랗게 떴다.
외견은 그저 깨물어주고 싶은 귀여 운 여동생이었지만 저 속내에 잠들 어 있는 마음이 철옹성처럼 튼튼하
다는 사실 정도는 이미 알고있었다.
그래서 에이젤은 망설이지 않고 자 신이 알아낸 사실을 그녀에게 털어 놓을 수 있었다.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나는 천령나무의 요람을 떠난 뒤, 곧바로 스텔라에 돌아가지 않았다.
여름방학은 사실 내게 굉장히 중요 한 기간이다. 스텔라 내부의 이벤트 만으로 내가 강해지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했으니 외부에서 발생하 는 서브 이벤트와 던전을 병행하여 성장하는 수밖에 없었다.
수련을 통한 성장?
분명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태령신공을 비롯하여 호흡을 통한 점멸의 컨트롤에 익숙해져 지금은 3 클래스의 마법사와 맞붙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 근본은 플레이어였고 가장 확실 하고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 험치 수급이 제일이었다.
주인공들은 이미 4클래스를 넘어서
그 앞을 바라보고 있을 것인데, 내 성장은 너무 늦다.
주인공들을 겉돌며 그들을 지키고 세상에 닥쳐오는 위기를 미리 방지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들을 도울 수 있을 정도로 동급의 힘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마침 꽃서린을 위한 ‘신물’ 찾기와 이후에 있을 흑마 침식에 대비할 겸 직박구리 안경에서 그럭저럭 꽤 괜 찮은 이벤트 하나를 캐치해 냈다.
[낭만 가득한 꿈의 도시, 말렌타이 레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도시의 초입.
커다란 전광판이 나를 반겨주었다.
전광판은 이미 낡을 대로 낡은 데 다가 몇몇 글자는 불이 들어오지도 않아서 글을 제대로 읽는 것조차 힘 들었다.
낭만과 꿈이 가득한 도시?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말렌타이레스 라는 이름의 도시는 사실상 거대한 슬럼가라고 봐도 무방했다.
도시의 분위기가 죽어 있었다.
거리에는 활기가 없었고 사람들은 대화조차 나누지 않은 채 제각각 갈 길을 향해 떠난다. 제대로 챙겨 먹 지 못한 듯 도시 주민들은 죄다 비 쩍 말른 채 누더기 같은 것을 걸치 고서 생활하였다.
나는 그 사이를 걸었다.
스텔라의 교복은 탈의하고서 그럭 저럭 평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괜히 슬럼가에서 귀족이나 다름없 는 스텔라의 교복을 입었다가는 두 려움과 증오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 었으니까.
하지만 평범한 옷을 입었음에도 스
텔라에서 지내며 내 미관이 꽤 번지 르르해진 것인 ス], 사람들의 시선은 나를 꿰뚫듯 쏠리고 있었다.
‘거 참 무섭게도 째려보네……
이곳 거리에는 마법 전사나 용병들 이 거의 없었다. 사냥감이 없기 때 문이었다.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특산품이 있 는 것도 아니고, 교류에 유리한 지 역인 것도 아닌데 심지어 마법 전사 의 방문조차 적으니 도시가 죽어가 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곳에는 커다란 보석이 잠 들어 있다.
아주 먼 옛날 연홍춘삼월이 숨겨놓 은 ‘온화한 마음의 꽃잎’.
그것이 바로 이 도시 근방에 잠들 어 있었으니까.
거기다… 게임 내에서도 인기가 상 당히 많았던 이벤트 중 하나, [그곳 에 아무도 없었다]가 이곳에서 진행 될 예정이었으니까.
완료 경험치가 상당하여, 이벤트를 참여하기 위한 플레이어가 바글바글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막상 휑하 고 으스스할 뿐인 도시를 보고 있자 니 느낌이 상당히 묘했다.
‘지금쯤 풀레임은 잘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네.’
원작과 내용이 너무 많이 바뀌어서 상당히 불안했지만, 그래도 나는 풀 레임을 믿는 편이었다. 선택지를 잘 못 고르기라도 하면 매번 픽하고 죽 어버리는 개복치 주인공이라지만 그 럼에도 그녀는 모든 상황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 극복해 내는, 그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주인공이었으니까.
아마 지금쯤 내 부탁을 받고서 [흑 마 침식]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지 금쯤 열정을 쏟아붓고 있을 터. 이 번 이벤트를 마치고 돌아갈 때쯤에 슬슬 에피소드가 제대로 시작될 테 니, 나도 늦지 않게 돌아가도록 최
대한 서둘러야 한다.
그럼 우선……
주변의 눈치를 슬쩍 살피던 나는 최대한 어둡고 음침한 골목길을 따 라 걸었다.
그러자 행색이 추레한 무리가 내 주변으로 슬금슬금 모여들기 시작한 다. 내 뒤쪽으로는 다른 볼일이 있 는 척 들어선 노파와 거지가 길을 막아섰고, 전방에는 머리를 산발로 풀어헤친 미친 행색의 여자가 비틀 거리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애써 무시하고서 지나치려고 하는 데 미친 행색의 여자가 갑작스레 내
양쪽 어깨를 부여잡고서 소리쳤다.
“왜!!! 눈 마주쳤으면서 무시해!!”
귀청 떨어질라.
나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그녀 를 쳐다보았다.
연홍춘삼월의 가호 덕분에 이런 일 로 괜히 놀라거나 쫄지 않는다. 없 었어도, 딱히 겁먹을 이유는 없다.
“왜 왜! 왜애애애애!!”
그녀는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소 리쳤지만, 내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다시 말하지만, ‘미친 행색’이다.
미친 것처럼 보이도록 꾸몄다는 말 이다. 일반인이 지레 겁먹도록.
“……뭐, 뭐어야. 왜 그렇게 쳐다보 는 건데?”
내가 감흥 없다는 표정으로 그저 뚫어지게 쳐다보고만 있으니, 오히 려 겁을 먹은 건 상대 쪽인 듯 그 녀는 내 어깨에서 손을 떼고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그쯤 하지.”
잠시 기다리니, 중절모를 쓴 코트 차림의 꽤 멀쩡한 남자 한 명이 골 목에 나타났다. 그는 거지와 행인들
을 밀치고서 성큼성큼 내게 다가오 더니 미친 행색의 여인을 뒤쪽으로 슬그머니 잡아당겼다.
“학생. 네가 이해해라. 여기 사람들 은 최근 발생하는 좋지 않은 사건 때문에 정신이 반쯤 나가 있거든.”
“압니다. 귀신이 자꾸 출몰하죠?”
“……알면서 찾아왔나? 귀신이 나 온다는 소문 때문에 비행정은 아예 오지도 않고, 열차도 끊겨서 방문객 이 드문데 말이야.”
“여기까지 찾아오는 데 한참 걸렸 습니다.”
“그런가. 소문에 관심이 있나 보
군.”
그는 곰방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거지와 행인들이 슬금슬금 물러났 고, 여인은 내 눈치를 살피더니 후 다닥 골목 사이로 사라졌다.
사내는 잠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 더니, 쳐다보지도 않고서 내게 말을 던졌다.
“그럼, 묻자. 너는 사람이냐, 귀신 이냐?”
“귀신이라고 답하면, 어쩔 겁니 까?”
”소멸시켜야지.”
성불도 아니고 소멸이란다.
어지간히 귀신이 싫겠지.
나는 저 사내를 잘 안다.
아이테르 월드에서도 몇 안 되는 고스트 헌터 ‘풍류진’.
“하지만…… 제 입으로 귀신이라 말하는 귀신은 없으니, 너는 사람이 든 귀신이든 살려둬도 상관은 없겠 군.”
“고맙네요.”
나는 그를 도울 생각이다.
풍류진이 이번 서브 이벤트의 주인 공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조만간 있을 흑마 침식에 아주 큰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그가 보유하 고 있는 탓도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풀레임에게 흑마 침 식 에피소드에 대비하라고 말은 했 으나 아무리 대비해도 마땅한 해결 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원작 게임대로 평범하 게 흘러가면, 풀레임은 온갖 역경과 고난을 겪어가며 개고생을 할 것이 고 스텔라 내부에서도 수많은 사상 자가 발생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스텔라로 돌아가 서 나 또한 대응하는 게 맞으나, 의
미 없다.
나 따위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해 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방법은 외부에 있었다.
풍류진이 보유한 아티팩트, ‘사령 의 원혼 부적’.
그것을 가지고 돌아갈 수만 있다 면, 흑마 침식 에피소드의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지금쯤 고생하고 있을 풀레임에게 는 정말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열심히 뛰고 있으라고.’
이 오빠가 조만간 사기 아이템 들
고 돌아가서 한 방에 해결해 줄 테 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