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0)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210
46. 옛날이야기⑹
에이젤과 풀레임이 참가한 탐사대 가 카라코른 산맥을 헤매인 지도 어 느덧 일주일이 넘었다.
탐사라는 게 말은 거창하지만, 실 상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가까웠 다. 인간에게 비협조적인 지형을 헤 쳐나가며 괴수와 싸우고 야생에서
불편한 밤을 지새우고, 또다시 앞으 로 꿋꿋하게 나아가는.
체력과 정신력이 튼튼하지 않고서 야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여정.
“저 꼬맹이들…… 지치지도 않아 보이는군.”
“아니. 잔뜩 지쳤어. 지쳤는데 버티 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에이젤과 풀레임을 바라보는 탐사대원들의 눈빛이 서서 히 바뀌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처음에는 철부지 학생들이라고 생 각했다. 하지만 탐사대에 도움이 될
만한 잡기술을 익히고 있어서 그럭 저럭 데리고 다닐 만하다는 판단이 떨어질 무렵, 이제는 그들의 실질적 인 존재감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진지할 땐 진지하고 싸울 땐 전력 으로서 크게 도움이 되었으며 휴식 할 때는 쉴새 없이 떠들어서 분위기 를 띄우거나 각종 잡기술로 탐사대 에게 도움을 주는 등, 이번 탐사에 서 결코 그녀들의 존재감이 적지 않 게 된 것이다.
풀레임은 다양한 사람들과 말을 섞 었지만, 에이젤은 그러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는 경계심이 많이 누그 러졌지만…… 10년에 가까운 세월
을 배신자의 자식이라는 낙인이 찍 힌 채로 살아왔기에 다른 누군가에 게 쉽사리 다가가기가 어려운 것이 다.
그래서, 에이젤은 하룻밤의 탐사가 끝나고 풀레임과 나란히 간이 텐트 에 누워서 그녀에게만 자신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했다.
“……풀레임 양은, 제 아버지에 대 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거 참 어려운 질문을 한다 싶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묻는 친구는 여태껏 존재했던 적이 없으니.
그런데 어디 에이젤이 일반적인 친
구였던가. 그녀는 일반적인 소녀도 아니고 일반적인 학생도 아니며 일 반적인 인간도 아니다.
그녀는…… 아주 특별한 존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새삼 특별 취급해 줄 생각은 없었던 풀레 임은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툭 털어놓았다.
,,몰라.,,
“…그런가요?”
“어. 사실 나, 너네 아빠가 누군지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어. 시골 촌 구석 고아원에서 하루하루 감자 캐 먹으면서 사는데 다른 동네에서 일
어나는 일, 내 알 바냐?”
풀레임이나 에이젤이나, 그들은 서 로의 어린 시절을 공유했다.
“동생이 열 명 넘게 있는데, 하루 끼니를 감자 다섯 알로 때우라는 거 야. 원장 그 미친년 모가지를 붙잡 고 흔들고 싶었지만, 내가 그땐 열 살이라서 그러질 못했어.”
입을 것도 부족하고, 먹을 것도 부 족했던 풀레임의 어린 시절.
“저희 아버지는 줄곧 제게 말씀하 셨어요. 너]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 을 가거라’고. 이제 와서는 잘 모르 겠어요. 무엇이 옳은지.”
언제나 듬직하고 존경하는 아버지 와 함께했던 에이젤의 어린 시절.
단둘이 있을 때면, 유독 에이젤의 이야기보따리가 많이 풀리는 편이었 으며 풀레임은 조용히 경청하였다.
회상 (回想).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단어다.
평범한 인간조차 시간을 여행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니까.
에이젤이 회상할 때마다 풀레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 확히는 할 수 없었다고 하는 게 옳 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여행에서 실패하더라도 상관 없어요. 쉽지 않으리라는 건 잘 아 니까요. 하지만, 저는 언젠가 반드시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드릴 거예요.”
에이젤의 추억 속, ‘아이작 모르프’ 는 정의롭고 올곧은 아버지였다. 자 신의 강직한 신념을 거대한 기둥처 럼 이 땅 위에 꼿꼿하게 세우고서 세상을 수호하였던 위대한 마법사.
“저기, 에이젤.”
조심스럽게, 풀레임은 입을 열었다.
”네에. 말씀하세요.”
“혹시 말이야. 아주 만약의 일인데, 정말 만약에…….”
무언가 주저하면서도 그녀에게 무 언가를 물어보려고 했으나…… 타이 밍이 좋지 않았던 것일까.
떼엥-!
위이잉! 위잉!
텐트 외부에 설치해 두었던 결계의 경보음이 요란스레 울리며, 불침번 이 기상 신호를 보내왔다.
“기상! 전원 기상! 긴급상황이다!”
“뭐, 뭐야?”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기에 그녀들 은 당황하면서도 서둘러 텐트 바깥 으로 기어나갔다.
이미 다른 탐사대원들은 진작 기상 한 뒤 장비와 지팡이를 챙겨서 집합 한 채였다. 군인이 아니었기에 오와 열이 정리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당 장 전투가 벌어져도 별문제가 없을 정도로 깔끔한 채비였다.
저들 역시 4클래스의 마법사가 대 다수였으나, 같은 레벨인 풀레임과 에이젤보다 확실히 경험이 짙은 베 테랑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슨 상황이지?”
탐사대장이 굳은 표정으로 묻자 불 침번은 당황한 표정을 여전히 지우 지도 못한 채 횡설수설했다.
“저쪽, 저쪽으로…… 빨리! 설명하 는 것보다 눈으로 확인하는 게 좋습 니다!”
그의 말을 따라서 탐사대 전원 임 시 야영지를 처리하지도 못한 채 산 속 깊은 곳으로 향하였다.
‘뭐지?’
진득한 위화감이 심장으로부터 시 작하여 혈관을 타고 홀러 뇌리에 종 착지를 찍었다.
**……카일라는 어디에 있지?”
그리고 그 위화감 중 하나를, 탐사 대장이 직접 해소해 주었다.
“어? 그러고 보니..
카일라.
뭣도 모르는 스텔라의 생도 두 명 을 탐사대에 들이자고 제안했던 베 테랑 모험가. 탐사대장의 신임을 받 고 있는 그녀는 탐사대의 중요한 결 정을 할 때 항상 함께했었는데, 이 런 중요한 자리에 그녀가 없다니?
“이봐, 카일라는? 어떻게 된 거냐?”
탐사대장이 묻자, 불침번은 표정을 힘껏 구기고서 말했다.
“실종…… 됐습니다.”
“…뭐라고?”
“밤중에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고 숲속으로 들어가는데, 말릴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불침번은 2인 1조로 구성된다.
카일라 역시도 불침번을 서고 있었 는데, 화장실을 가겠다며 숲으로 들 어간 뒤 소식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리 카일라가 남자처럼 막돼먹 게 행동한다지만 그래도 유전적인 성별은 여자였기에, 볼일을 보는 와 중 간섭하기는 껄끄러워서 찾지 않 았으나 30분이 지나자 무언가 이상 한 점을 눈치채고서 숲으로 직접 들 어섰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을, 발견했습니다.”
마침내 당도한 장소에는.
웬, 거대한.
……대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폐허였다.
옛 시대에 멸망했던 도시의 폐허.
“이, 이게 어떻게 된……!”
그 베테랑 탐사대장조차 당황하여 입을 뻥끗거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다. 아니, 이 상황에서는 누구 라도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단 한 사람.
풀레임을 제외하고서.
,……마침내 도달했구나.’
전방에 펼쳐진 저 멸망한 도시의 이름은 ‘카라코르니아.’ 먼 옛날 번 성하였던 자그마한 왕국이었으나….
어느 날 갑작스레, 하룻밤 사이 지 도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려 미스테 리를 남긴 신화 중 하나였다.
그것도 벌써 900년도 더 전의 이 야기였고, 이제는 역사에서 거의 기 록되어 있지 않아 그저 전설로만 치 부될 뿐이었거늘.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지금껏 수많은 탐사대가 이곳으로 파견을 나왔다. 탐사대장 본인을 포 함하여 이 자리에 있는 대다수가 카 라코른 산맥 탐사 경력이 몇 번이나 있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그런데, 그들은 여태까지 이런 유 적지를 한 번도 발견하지 못하였다.
“이상한 점이… 그뿐이 아닙니다.”
천천히 도시를 향해 걸어가며 탐사 대원 중 한 명이 말했다.
“저기, 저걸 보십시오.”
탐사대원은 허공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무너지는 도중의 건물이 있었다.
이는 정확한 묘사였다.
‘무너지는 도중의 건물.’
건물이 무너지던 와중…… 정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 것 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가 순간을 포착하여 그 림을 그려놓은 듯한 신비로운 풍경.
“그게 끝이 아닙니다. 자세히 보시 면…… 도시가 전혀 낡지 않았어 요.”
본디 오래 전 멸망한 도시를 현대
에 이르러서 굳이 칭하자면 ‘유적 ス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옳을지 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 도시는 유적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최신의 것이었다.
조금 낡고 깨어지긴 했어도 멸망한 폐허에 가까울 뿐, 그렇게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저 국기는 틀림없이 카라 코르니아야. 몇 번이나 설화를 읽어 서 안다고!”
“카라코르니아가 아니라는 게 아닙 니다! 그래서 더욱 이상한 거구요.”
“미치겠군. 진짜로.”
보통의 상황이라면 이 상황에서 공 포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 험가는 다르다.
탐사대장은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렸다. 그의 눈에 물든 감정은 공 포가 아니었다.
호기심.
그리고, 흥분.
그는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모르겠어. 하나도 모르겠다고. 어 떻게 저런 게 존재할 수가 있는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정말, 하 나도 알 수 있는 게 없어서…….”
다음의 말은 또다른 탐사대원이 받 아쳤다.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군요……广
탐사대장은 뒤를 돌아보며 탐사대 전원을 향해 말했다.
“여기까지 와서, 꽁무니 빼고 도망 치는 머저리는 없겠지?”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 흥분 가득한 분위기로 대체 언제 출발할 거냐는 표정을 지 은 채 탐사대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에 탐사대장은 만족스러운 듯 고 개를 끄덕이고서 말했다.
“본래는 본부로 돌아가서 제대로 된 원정대를 꾸리는 게 정상이 나…… 우리는 실종자가 발생하여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카일라가 사라졌는데 어찌 동료의 정을 버리 고 돌아갈까? 가서 그 미친년을 찾 아야 할 것 아니겠나?”
“맞습니다!”
“샅샅이 뒤져라! 개미 시체 하나조 차 놓치지 말고, 모조리!”
탐사대원들은 각자 조를 이루어서 홑어졌다. 에이젤과 풀레임은…… 그 누구도 따라가지 않았다.
본래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카일
라와 3인 1조를 이루어서 행동했었 거늘, 그녀가 사라진 탓이다.
“저희는…… 어떡하면 좋을까요?”
에이젤은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말 했다. 여태까지 믿고 의지해왔던 카 일라의 실종.
처음에는 경계심이 들었던 게 사실 이었으나, 여태까지 탐사를 하면서 카일라의 도움 덕분에 이곳에 적응 을 쉽게 할 수 있던 것도 사실이었 기에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도 가 봐야지.”
풀레임은 에이젤을 향해 말했다.
“우리에게는 지식이라는 무기가 있
잖아. 비록 이 도시에 대해서는 전 혀 알지 못하지만…… 하나 알 수 있는 건, 저곳에 은세십일월의 신물 이 존재한다는 거야.”
“……그렇죠.”
“네 느낌이 향하는 곳으로 가는 거 야. 어렵지는 않아. 어차피 정석적인 길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네가 걷는 곳이 곧 길이 될 거야.”
에이젤은 멸망한 도시를 훑어보고 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가장 수상한 곳은 살펴보지 않는 게 낫겠어요.”
그런 장소는 탐사대장을 비롯하여 베테랑 모험가들이 수색할 것이다.
“그렇게 뻔한 장소를 가지는 않을 거지?”
“네. 그리고 실은…… 여기에 왔을 때부터, 무언가 강렬한 느낌이 드는 장소가 있어요.”
에이젤은 도시를 바라보았다.
카라코르니아는 현대의 도시와 판 이하게 다른 생김새를 보여주고 있 었는데, 마치 수많은 큐브가 얽히고 설킨 듯 네모난 모양체가 여기저기 뒤섞인 것만 같았다.
당연히 시야가 멀리까지 향할 수는
없었으나, 그 와중에도 유난히 우뚝 솟아 있는 탑 하나가 눈에 띄었다.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탑이었으나 유난히 드높은 그곳은…… 이상하리 만치 시선이 잘 가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쳐다보기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그래?”
풀레임은 희미하게 웃었다. 여기까 지 온 이상 이제는 막을 수 없다.
아니, 애당초 ‘카일라’가 찾아왔을 때부터 이 순간이 다가오는 것은 필 연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 가 볼까요? 저희가 먼저 찾
아내는 거예요!”
“응……. 물론이지.”
에이젤은 당찬 발걸음으로 앞서나 갔고, 풀레임은 근심 가득한 표정으 로 그녀를 뒤따랐다.
만월탑의 수색대, 블랙 팀은 백유 설의 합류 이후 아주 순조롭게 멜리 안의 행방을 추적해 나갔다.
멜리안은 소멸된 것이 아니며, 그 의 육신과 영혼이 지금쯤 어딘가에
묶여 있을 것이라는 해성월의 추리 에 알맞게도 백유설은 고대 카르멘 세트 던전의 위치를 역으로 추적하 는 방법을 이용했는데, 그 방법은 꽤 성공적으로 먹혀들었다.
“찾았습니다.”
일전에 젤리엘의 원정대가 고대 카 르멘세트의 유적지를 찾을 때보다도 훨씬 더 빠른 속도였다.
백유설이 제시하는 키워드는 하나 하나가 핵심을 관통하였고, 세계에 서 가장 뛰어난 수색대라고도 할 수 있는 블랙 팀이 현장에서 직접 활동 하니 당연할 수밖에.
“여기는…….”
도착한 장소는 완전히 낯설지는 않 았다. 하월평원 중심부에 위치한 ‘침묵하는 미로의 숲’.
이곳은 평범한 종족의 출입을 완전 히 금지했는데, 내부로 들어가는 순 간 방향감각을 상실하여 외부로 빠 져나오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최첨단 마법 장비를 이용 하여 얼마든지 출입할 수는 있다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서 그러지 않 고 있었다.
하지만, 백유설이 개발해 낸 추적 기는 침묵하는 미로의 숲을 가리키
고 있었다.
‘유적지가 이동하다니……
일전에 고대 카르멘세트의 유적지 를 완전히 돌파하여 소울 체스를 승 리하는 순간, 유적지가 온데간데없 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완전히 소멸했다고 생각했 거늘, 이렇게 다른 장소로 이동해 있었다니.
“그렇군. 파장을 보니 알겠어. 이 던전은 공간 좌표에 제약을 받지 않 는군.”
블랙 팀의 마법사들은 이 신비로운 상황을 마법적으로 이해한 듯 고개
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공간이 문제가 아니라, 카르멘세트에게는 시간이 결정적 키 워드에요.”
백유설이 답하자, 마법사들은 저들 끼리 머리를 맞대고 궁리했다.
“흐음, 그럼 필라입스의 나선 시간 입자 이론이 맞는 게 되는 건가? 돌아가서 논문을 좀 써봐야겠는데.”
”아뇨. 그건 아닐 겁니다.”
“그래? 이유는?”
“나선 시간 입자 이론에 따르자면 고대 카르멘세트의 유적지는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다른
시간대’로 이동했어야 합니다. 하지 만 젤리엘이 고대 카르멘세트를 돌 파한 이후 2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서 이곳에서 발견된 건, 시간적 제 약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죠.”
“아차, 그렇게 되는군. 하지만 시간 의 랜덤성에 의하여 현재에 두 번 연속 나타났을 수도 있잖아?”
“마법이 탄생한 이래로 천 년이라 는 시간이 흘렀는데, 그 수많은 시 간 속에서 현재라는 시간에 2번 연 속으로 던전이 등장할 만큼의 확률 이라고 설명해 드리죠.”
“……0.000001%도 안 되는 끔찍 한 확률이잖아? 내 이론은 글러먹었
군. 정정해야겠어.”
젤리엘은 백유설을 뒤따르며, 멍한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 다. 이제는 블랙 팀을 완전히 자유 롭게 부려먹는 것에도 모자라, 그들 과 동등한 위치에서 마법에 대한 토 론을 나눈다.
심지어 대부분의 경우 백유설의 말 이 옳았다.
’……정말, 나보다 한 살 어린 게 맞는 걸까.’
젤리엘도 나름대로 스스로를 천재 라고 생각해왔거늘, 비교가 되지 않 았다.
‘내가 별구름을 이끌지 않고, 마법 을 공부했더라면?’
아니. 그래도 부족하다.
백유설은 마법의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 혹은 교수 이상의 지식 을 갖추고 있었으니까.
젤리엘 자신이 마법을 공부했어도 기껏해야 한 과목에서 특출나게 뛰 어난 정도에 불과했을 것이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가 느껴진다. 천재일수록, 그 격차를 더 욱 선명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질투가 나기는커녕…….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누구보다도 완벽한 저 소년이 지금 이 순간에는 든든한 아군이 되어 자 신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었으니까.
“……그쪽은 그만 쳐다보고, 집중 하는 게 어떻겠나?”
“네, 네?”
해성월이 뒤에서 말을 걸어오자 젤 리엘은 처음으로 당황한 듯 말을 더 듬었다.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해성월은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아까부터 저 소년의 등짝을 뚫어
져라 쳐다보고 있지 않던가. 그러다 등에 구멍이라도 나겠더군. 지금은 집중하도록 하게나. 미로의 숲은 잠 깐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완전히 방 향을 잃어버릴 테니까.”
“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인지 하지 못하고 있었다니. 전혀 젤리엘 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건 부끄러워서 그랬을까.
잘 모르겠다.
아마, 젤리엘 본인도…….
알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정신차려. 나는 이럴 자격이 없 어.’
여태 수많은 죄와 업을 쌓아 올린 주제에 다른 무언가에 한눈이나 팔 고 있다니.
이토록 추악할 수는 없다.
눈을 감고서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다시 눈을 떴을 땐 젤리엘의 눈 빛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나는…… 조금 더 냉정해질 필요 가 있어.’
다른 누군가가 그녀를 아는 사람이
저 말을 들었다면, 퍽 어색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냉정하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젤리엘은 현재, 여러모로……. 스스 로도 제어하지 못하는 기묘한 감정 으로 인해 혼란을 겪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