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3)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253
50. 고결한 영혼(6)
사예란 오르칸.
그녀는 아돌레비트 왕국의 양대 산 맥 중 하나인 오르칸 공작가의 장녀 로서, 먼 옛날 전쟁 영웅 아스란 오 르칸의 ‘마도후술 사법책’이라는 특 별한 마법 전술을 이어받아 어렸을 적부터 마법전의 대가로 키워졌다.
장차 오르칸 가문을 이어받을 후계 자로서 스텔라 아카데미에 입학한 지도 어느덧 3년째.
3학년 1등의 자리에 당당히 올라 선 그녀는 실습과 실전은 물론 이론 까지 모두 A+라는 최고 등급으로 당당하게 수료하여, 졸업할 날을 기 다리고 있었다.
“아가씨. 마젤란 교수님께서 ‘졸업 앨범’을 준비하자며 연락하셨습니다.”
사예란의 개인 동아리 부실.
따로 소속된 동아리가 없음에도 교 수들이 직접 마련해 준 으리으리한 이 사무실에서 오르칸 가문의 업무
를 보던 사예란은 자신에게 말을 걸 어온 학생의 말에 귀찮다는 듯 고개 를 저었다.
대부분의 스텔라 학생은 졸업 앨범 을 혼자서 찍는다. 그러나 아주 간 혹 우수한 학생의 경우 교수님과 함 께 졸업 앨범을 찍을 영광을 갖게 되는데 이때 논문을 함께 쓰거나 혹 은 마탑의 연구원으로 취직할 기회 까지 주어져서 많은 학생들이 바라 는 것이기도 했다.
물론…….
사예란 정도 되면, 그 반대로 오히 려 교수들이 학생에게 매달리는 상 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교수가 학생을 인정하는 게 아닌 학생에게 인정받아서 함께 졸업 앨 범을 찍는다는 아이러니한 상황.
“거절해.”
사예란은 무심하게 말한 뒤 시선을 내리깔았다. 대학 수준의 공부는 이 미 학기 초에 끝마쳤고 졸업 논문도 마무리한 지 오래.
당장은 가문의 업무가 상당히 밀려 서 학교 생활을 하면서도 그녀가 대 신 처리해 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졸업 앨범? 우습기는.
그런 귀찮은 짓을 할 생각은 없다.
졸업하는 순간 스텔라 아카데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청산하고 오르칸 가문으로 돌아가 본업에 충실할 예 정이었으니까.
“아가씨. 곧 ‘정화의식’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휴가를 대신 신청해 드리 면 될까요?”
정화의식이라.
오르칸 가문과 아돌레비트 왕가가 합동해서 1년에 한 번씩 하는 의식 으로서, 10년 전 과거 ‘모르프란 숲’ 이 아이작 모르프 대공의 흑마력으 로 인해 오염된 이후 주기적으로 하
는 의식이었다.
홍시화 공주의 주도하에 오르칸 가 문의 정화술식을 펼치는 이 의식은 극소수의 인원만이 참가할 수 있었 는데 내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과 관련해서는 철저하게 정보통제가 되 고 있었다.
오죽하면 관련 의식에 참가하는 마 법사들에게 금지된 마법 중 하나인 ‘금제’까지 걸어둘 정도일까.
금제 마법이 암암리에 쓰이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으나, 이것이 세간 에 들통나는 순간 어마어마한 질타 를 받게 되므로 ‘정화의식’이 상당 히 중요한 기밀 사항이라는 것 정도
는 쉽사리 알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예란의 동아리 부실에서 그녀를 보좌하는 학생 모 두 정화의식에 대한 그 어떠한 이야 기도 듣지 못했다.
그저 그런 게 존재하며 아가씨가 하는 일이고 자신들이 보좌해야 한 다는 사실만을 인지하고 있을 뿐.
‘정화의식……
사예란은 잠시 펜을 내려놓고서 생 각에 잠겼다.
이번에 성인이 되면서 정화의식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나, 그 비밀에 대해서는 진작 아버지에게 들어서
알고는 있다.
‘모르프란 숲에서 발생했던 사건의 진실된 내막.’
10년 전 아이작 모르프 대공의 흑 마 폭주로 모르프란 숲이 모조리 흑 마력으로 물들어버렸다고 세간에 알 려져 있으나, 그건 거짓이었다.
사실은 ‘백요호 화령’을 아돌레비 트 가문에서 억지로 부활시켰으며 아이작 모르프 대공은 그것을 막으 려다가 스스로 흑마인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라는 것이 진실이다.
사예란에게는 사사로운 감정이 없 다. 흑마인을 반드시 척결하여 마법
계를 지켜내야만 한다는 사명감도 없고 반드시 대마법사가 되어야 한 다는 신념도 없다.
오로지 홍시화 공주님을 왕위에 앉 히는 것만이, 사예란에게 ‘주입된 삶의 목표’였기에 여태까지 달려오 면서 단 한 번도 스스로 무언가 목 적의식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이 이야기를 듣고 난 뒤로, 어째서인지 사예란의 머리 가 살짝 혼란스러워졌다.
‘흥시화 공주는 어째서 그런 일을 해야만 했는가.’
아돌레비트 가문의 공주들에게 숨
겨진 비밀이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 고 있으나,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 하므로 10년 전의 사태가 전혀 이 해되지 않았다.
백요호 화령에게서 대체 얻을 게 뭐가 있다고 그런 짓을 벌였는가.
그리고…… 모르프 대공은 어째서 스스로를 희생했는가.
‘의문투성이.’
백지에 의문점을 하나씩 적어 내려 가던 사예란은 학생 한 명이 다가오 자 고개를 들었다.
“아가씨.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돌려보내.”
“그게…… 홍비연 공주님이십니다.”
어쩐지 표정이 좋지 못하더라니 불 청객이 찾아온 모양. 그러나 사예란 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홍비연이 아무리 자신이 모시는 공 주님과 적대 관계라지만, 왕가의 공 주였기에 감히 무시하는 것은 금지다.
그녀는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았 고, 더욱이 공적인 상황에서는 사사 로운 감정을 감추는 일에 능숙했다.
달칵!
수행원들이 문을 열어주자, 사예란 은 그 앞에 서서 홍비연 공주를 맞
이하였다. 평상시와는 달리 혼자의 몸으로 찾아온 그녀는 대뜸 동아리 부실로 들어오더니 내부를 힐끗 흘 겨 보았다.
“소소하네.”
“감사합니다.”
“칭찬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앉아.”
흥비연은 그리 말하곤 딱 봐도 사 예란의 자리로 추정되는 상석에 엉 덩이를 걸치고서 다리를 꼬았다.
팔짱까지 낀 채로 소파에 등을 기
대니, 사예란이 그 앞에 말없이 착 석하였다. 대놓고 기분 나쁘라고 하 는 행동에도 무반응이다.
“홍차를 내오면 되겠습니까?”
“필요 없어. 용건만 말하고 갈 거 니까. 너, 이번에 정화의식에 참여한 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거기 나도 갈 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
“……그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사 안이 아닙니다.”
곤란해 한다.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홍비연 은 눈치챌 수 있었다.
“알아. 근데 갈 거야. 아돌레비트의 공주인 내가 거기에 못 갈 이유는 없잖아? 그렇지?”
사예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홍비연 공주가 굳이 자신에게 이야 기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녀의 아버지가 정화의식의 총괄 책임자였 기 때문이겠지.
하필이면 올해의 정화의식에는 흥 시화 공주가 무슨 바쁜 일이 있다며 불참이었기에 공석인 상황.
홍비연의 간섭을 막는 건 힘들다.
‘곤란해……
홍비연은 홍시화와 적대 관계다.
모르프란 숲은 틀림없이 홍시화의 약점. 그것을 홍비연에게 내보인다 는 것은…… 치부를 그대로 드러낸 다는 말과도 같다.
‘막아야 해.’
하지만 무슨 수로?
홍비연은 붉은 입술을 비스듬히 비 틀었다. 어디 한번, 핑계를 대보라는 듯이
•……이미 다 알고서 찾아왔군.’
여왕은 이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
오롯이 홍비연과 홍시화 둘이서 해 결해야만 하는 일.
홍비연은 여기서 홍시화가 어떤 식 으로 방해를 한다고 할지라도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기억의 나침 반’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전 세계에 단 7개밖에 남아 있지 않은 고대 시절의 아티팩트로서, 과 거에 발생한 사건을 엿볼 수 있는 물건이었으나 그 사용료가 굉장히 비싼 까닭에 왕가에서도 중요한 일
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홍비연에게는 일 년에 단 한 번, 기억의 나침반을 사용할 권 리가 있었기에 그 기회를 이번에 사 용할 계획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끝 까지 알아내야겠어.’
그녀의 붉은색 눈동자가 차갑게 가 라앉았다.
* * *
아이테르 월드 곳곳에는 태초의 세
계수 ‘천령나무’의 씨앗으로부터 비 롯한 세계수들이 자라있다.
먼 과거에는 열 그루가 넘어갔다고 하지만 현재까지 남아 있는 세계수 는 단 일곱 그루밖에 되지 않았다.
천령나무의 요람은 엘프들의 고향 이자 뿌리로서, 유일하게 왕이 거처 할 수 있는 성이 존재하였는데 그 외의 세계수에는 왕이 살지 않는다 는 이유로 장로들이 소소하게 나무 로 엮은 집을 지어서 살고 있다.
그래서 솔직히 놀랐다.
게임을 플레이할 땐 엘프장로의 집 에 찾아와본 적이 없어서 전혀 생각
도 안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소 소할 줄이야.
“허허, 별것도 없는 곳에 초대해서 죄송합니다…….”
장로의 이름은 수학산.
그는 조촐한 오두막에 가까운 자신 의 집에 꽃서린을 들이며 고개 숙여 사과했으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엘프로서 이렇게 자연 스러운 자택이 부러운걸요.”
꽃서린은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기야, 저 성격에 괜히 쓸데없이 화려하고 과한 것을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았다.
“이쪽으로 앉으시겠습니까.”
딱딱하고 불편한 나무 의자에 착석 하였으나 놀랍게도 편안하다는 느낌 이 들었다.
뭘까.
싸구려인 척하는 명품 의자인가?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 다보았다. 별것도 없는 오두막이라 고는 표현했으나 이곳은 세계수에서 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고 바깥쪽에는 뿌리가 삼엄하게 펼쳐져 있어서 누군가의 침입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게다가 마법 전사들이 철저하게 경
계를 서고 있어서 확실하게 가장 높 으신 분의 자택이라는 느낌이 물씬 피어올랐다.
“그래서…… 정확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꽃서린의 말에 수학산 장로는 침음 을 흘리고서 고개를 푹 숙였다.
“첫 발견은 열홀 전이었습니다.”
나무화란의 과수원은 그 이름답게 세계수에서 열매가 달린다. 도시 전 체가 나무로 이루어진 만큼 언제 어 디서나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는 모 든 종류의 열매를 따먹을 수 있었는 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 열매가 잘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여,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몇몇 정원관리 마법사들을 구성해서 세계 수의 뿌리로 향했고, 그 결과 충격 적인 것을 보고 말았다.
“세계수의 뿌리가…… 흑마력에 침 식되어 있었습니다.”
“그럴 수가…….”
“저희도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았습니다. 하 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습니다.”
신령과 정령들이 특히나 흑마력에 약한 만큼 엘프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히나 정화술을 제대로 발전
시켰다. 인간의 기술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정화 마법을 펼 쳐서 뿌리의 흑마침식을 제거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문제는 그다음 이었다.
“다음 날, 잔여 흑마력이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 찾아왔으나…… 어째 서인ス 1, 하루 만에 뿌리가 또다시 침식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생각했다.
누군가가 매일 밤 이곳에 찾아와 흑마력을 투입하는 것이라고.
뒤게 누군가 침입자가 있다고 생각 하여 병력을 배치하였으나…….
소용없었다.
“침입자는 없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정화 마법을 펼쳐서 흑마력을 깨끗하게 지워도, 다음 날 이면 세계수가 스스로 흑마에 침식 되어 버린다.
나무화란의 장로를 포함하여 원로 원들이 모두 그 상황을 직접 목도하 였으나, 저 말은 틀림없으리라.
“그렇게 벌써 열흘째. 도저히 방법 이 없다고 생각한 찰나, 폐하께서 방문하셨으니 저희는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
그 말에 꽃서린은 당혹스러운 표정 을 지었다.
아무래도 꽃서린은 근원의 세계수 천령나무와 직접 소통하는 유일한 하이엘프였기에, 나무화란의 오염을 눈치채고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오해하는 모양.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찾 아왔을 뿐이다. 애당초, 꽃서린의 능 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멀리 떨어진 세계수와 소통하는 건 불가능하다.
“제가…… 나무화란에게 말을 걸어 볼게요.”
“허허, 폐하께서 힘을 써주신다니
정말로 든든합니다.”
그들의 대화를 조용히 듣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꽃서린이 나무화 란과 소통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절차였기에 굳이 막을 생각은 없었 으나, 아마도 소용없을 것이다.
애당초 근본적인 원인은 그쪽이 아 닐 테니까.
‘이거, 아무래도 잎하넬이 원인인 게 맞겠지……?
이렇게까지 에피소드가 앞당겨질 줄은 몰라서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었으나, 이 정도 왔으면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대략 1년에서 2년 뒤에 발생할 예 정인 에피소드, [흑색의 신령].
초 고레벨 플레이어들에게나 찾아 온다는 그 사건이, 에피소드를 무려 수십 단계나 뛰어넘고서 지금 내게 닥쳐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