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7)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267
50. 고결한 영혼(17)
육중한 거체가 움직이면 필시 소음 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하물며 길이 400m, 폭 55m의 초 거대 비행유람선이 움직이면 어떻겠 는가.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 하늘에 떠 있는 흰색의 비행정에서는 거의 소
음이 들리지 않았다. 마치, 부상 입 은 환자를 배려하려는 것처럼.
“’세인트 흘릭 호’인가. 모델명 참 시시하게 지었단 말이지…….”
마법학회장 아류문 블르슌은 비행 정을 수집하는 독특한 취미를 가지 고 있었는데, 그 수준이 어느 정도 냐 하면 엔진음만 듣고도 해당 비행 정이 어디 회사의 것인ス], 어떤 튜 닝을 했는지, 언제 만들어졌는지, 어 느 엔진을 사용하는지 전부 파악할 수 있는 정도였다.
세인트 홀릭 호는 아류문이 좋아하 지 않는 비행정 중 하나였다.
“저게 왜 마음에 안 드시나요?”
마법사 한 명이 묻자 아류문은 혀 를 차며 답했다.
“스텔라 놈들의 비행정이니까.”
스텔라 아카데미는 어마어마한 자 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친 짓을 자주 벌이기로 유명했다.
이를테면 ‘날아다니는 공증도시’라 는 별명으로 불리는 초거대 비행정 을 만들어서 학생들의 휴식터로 사 용한다든가 반아공간 ‘스텔라 돔’을 만들어 한낱 실습장 따위로 쓴다던 가, 교내에 초소형 워프 홀 게이트 를 수십 개씩이나 설치하는 등 다른
마법기관에서는 상상조차 못 하는 짓을 벌이고는 했다.
세인트 흘릭 호는 그런 ‘스텔라의 쓸데없는 돈지랄’ 중 하나였다.
외부로 파견 나간 학생을 구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엠뷸런스와도 같은 비행정, 세인트 홀릭.
그런데 말이다.
다른 마법기관이 정말 돈이 없어서 저런 걸 만들지 못했을까?
아니다.
교내에 초소형 워프 홀을 도배하는 미친 짓은 못 벌이더라도 저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하지 않은 이유는 그럴 필 요도, 의미도, 쓸모도 없어서다.
그냥 평범한 전투형 모델 비행정으 로 구출 작전 좀 하면 큰일이라도 난단 말인가?
허세다.
스텔라의 교장 엘트먼 엘트윈은 허 세 부리기를 좋아해서 저딴 비행정 이나 만드는 것이다.
“쯧. 저딴 비행정 들고 다니면 누 가 멋있게 봐주기라도 할 줄 아나 보지. 어림도 없는 소리…….”
아류문이 피로한 눈으로 엘트먼을 씹어대자 옆에서 지켜보던 마법사가
고개를 저었다.
‘당신도 허세 부리려고 비행정 수 집하지 않습니까……
잠시 후 비행정이 착지하더니, 허 공에 입자가 모이며 계단의 형상을 이루었다. 계단에서 두 명의 마법 전사가 모습을 드러내자 아류문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누구야……r
스텔라 1학년 s반 교관 이한월.
스텔라 총괄기사단장 아레인.
아카데미 내에서도 아주 특별한 마 법 전사나 다름없는 그 둘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
세인트 흘릭 호가 난데없이 나무화 란의 과수원으로 찾아온 이유는 부 상을 입은 백유설을 직접 데리러 오 기 위함이었다.
고작 학생 한 명을 데려온답시고 세인트 홀릭 호를 움직인 것도 이상 한데, 거기에 거물급 스텔라의 마법 사 두 명이 직접 움직였다?
이건 아류문으로서도 상당히 홍미 가 돋는 일이었다.
이한월은 아류문의 앞에 서서 짧게 목례를 했고 아레인은 먼저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그래… 내가 더 반갑지. 젊은 영 웅 두 명이 한 자리에 서 있는 모 습을 보는 건 쉽지 않으니까.”
“저희도 이제는 저물어가는 세대입 니다.”
“어허, 다 죽어가는 늙은이 앞에서 그런 소리 하면 큰일 나지. 쿨럭!”
아류문은 말을 끝내기 무섭게 기침 을 했는데, 피가 한 바가지 주륵 홀 러 나와서 주변에 서 있던 마법사들 이 기겁하였다.
마법사와 간호사들이 달려와 부축 하려고 하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그 들을 물러냈다.
“아아, 별것 아니야. 그냥 평범한 각혈이니까 신경 쓰지 마라.”
피를 한 바가지나 각혈한 이상 이 미 ‘평범한이 붙기에는 무리가 있 는 것 같지만, 일단은 아류문이 그 렇다고 하니 마법사들은 뒤로 물러 날 수밖에 없었다.
“백유설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래, 그렇지. 귀중한 인재를 위해 젊은 영웅들이 직접 행차하셨는데 늙은이가 시간을 끌었구먼.”
아류문은 아레인, 이한월을 포함하 여 그들을 수행하기 위해 찾아온 마
법사들을 이끌고서 나무화란의 과수 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치유의 열매’라는 장소로 데려갔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인간들의 용어 로 따지면 평범한 병원이다.
다만 세계수가 신비로운 열매를 맺 어준 덕분에 엘프들은 그 안에서 휴 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치 유되고 피로도가 회복되는 놀라운 효과가 있을 뿐.
백유설에게는 그런 특별한 효과가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의료 마법사가 진료를 봐주었다고 했다.
“이쪽이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침대 머리맡에 앉아 서 책을 읽고 있던 여인이 고개를 들어서 마법사들과 눈을 마주쳤다.
횐색의 가면에 흑색의 로브와 드레 스로 온몸을 감싸고 있었으나 아레 인과 이한월은 그녀의 정체를 단번 에 직감하였다.
“……모든 신수와 요정의 왕을 뵙 습니다.”
“아…… 반가워요.”
꽃서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법사 들에게 가볍게 목례하였다.
“거 참 거창하게도 찾아왔어. 그렇
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엘프왕?”
“내일 신문에 또 대문짝하게 박혀 있겠어 안 그래?”
아류문의 비꼬는 말에도 아레인과 이한월은 반응도 보이지 않았으나, 그들도 알고는 있었다.
고작 학생 한 명을 데려가겠답시고 세인트 홀릭 호를 움직인 것에도 모 자라 자신들이 직접 출동한 일이 언 론에 큰 파장을 불러오리란 것쯤은 말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자신들의 출동은…… 스텔라의 교
장, 엘트먼 엘트윈의 명령이었으니.
최근까지는 그런 적도 없었으면서 갑자기 오늘, 백유설 학생을 과잉보 호하는 둣한 명령을 내린 그의 의도 가 상당히 의문스러웠으나 어찌 되 었든 명령을 받았으니 그들은 충실 히 이행할 뿐이었다.
“학생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많이 나아졌어요. 재생력이 평범한 마법사에 비해 몇 배나 월등히 뛰어 나다고… 주치의가 그러더군요.”
꽃서린의 대답에 이한월은 그럼 그 렇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재생력이 뛰어난 건 예전부터
백유설이 하도 입원을 해대던 탓에 이미 알고 있었다.
“……백유설 학생이 싸운 적은, 어 떻게 되었습니까?”
이번에 입을 뗀 사람은 아레인이었 다. 그의 정중한 질문에 꽃서린은 잠시 고민하더니, 주변의 눈치를 보 고서 조심스레 말했다.
“상대는… 절대무적의 철리번. 백 유설 씨는 그의 가슴에 치명상을 남 겼으나, 패배하고 쓰러졌어요.”
“口 人.”
그녀의 말에 아레인과 이한월은 충
격을 받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평소에 가면을 쓴 듯 철저하게 표정 관리를 하는 아레인조차 놀란 두 눈 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 철리번이라면…… 설마, 제가 아는……r
“그래. 자네들이 생각하는 그 철리 번이 맞아.”
아류문은 아직도 상처가 욱씬거리 는지 복부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야. 나와 엘프 왕이 합심해서 공격해도 제대로 된 일격조차 먹이지 못했거늘…… 일개 학생 따위에게 가슴을 관통당하는
치명상을 입다니. 나도 엘프왕이 보 여준 기억의 파편이 아니었다면 믿 을 수 없었을 거야.”
철리번에 관한 일화는 유명하다.
흑마도왕과 맞서 싸워 살아남은 유 일한 흑마인.
300년 난공불락의 요새 카나단을 단신으로 무너뜨린 スト.
절대무적의 신체를 가진 사나이….
여태까지 백유설이 강한 흑마인을 마주해왔고 그들을 성공적으로 쓰러 뜨렸다지만…… 그 정도는 정예 마 법 전사라면 누구라도 보일 수 있는
업적이 었다.
하지만 철리번은 다르다.
그를 상대한다는 건, 어지간한 마 법 전사조차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 아니, 목숨을 걸어도 털끝에 상 처 하나를 입힐 수 있을지 없을지조 차 의문인…… 최강의 사내였다.
“나는 말이야…… 개인적으로,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 겠다고 생각해. 이 학생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건 이한월과 아레인도 동감하는 바였다. 백유설이 철리번에게 치명 상을 입힌 것은 사실이었으나, 실제
로 그의 능력이 철리번과 맞먹는 수 준은 절대로 아니다.
그는 머리가 굉장히 비상했고, 그 장점을 점멸이라는 특수성에 접목해 상상 이상의 시너지를 보여주는 학 생이었다.
아마도 이번의 철리번과의 결투 역 시 그러한 요행 증 하나에 불과했을 터.
그런 백유설에게 ‘철리번을 상처 입힌 마법사■’라는 타이틀이 부여되 면…… 그 명예를 노리는 흑마인이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마 우리가 아무리 숨기려고 애
써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게 될 거야. 하지만, 최대한 조용히 넘어가 도록…… 노력해 보자고. 친구들.”
아류문은 그리 말한 뒤 아레인과 이한월의 어깨를 툭툭 치고서 병실 을 빠져나갔다.
그들은 그 자리에 서서 백유설을 잠시 바라보았다.
“……크게 될 놈이군.”
“위험한 놈이기도 하지.”
아마도 그것을 알고서, 엘트먼 엘 트윈 교장이 이 학생을 직접 챙겨주 시는 게 아닐까.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으나…
어찌 되었건 이곳까지 직접 찾아오 는 것은 귀찮았을지라도 엘트먼의 판단은 옳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면 이만, 백유설 학생을 데리 고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이한월은 꽃서린에게 정중히 인사 한 뒤 백유설을 데리고 사라졌고, 그녀는 그들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이나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백유설을.
‘결국, 같이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 네……
주말의 짧은 이틀 동안 함께 즐거 운 시간을 보내리라 다짐하고서, 큰
마음을 먹었거늘.
제대로 이루어진 게 아무것도 없었 다. 그 사실이 씁쓸하고 가슴을 공 허하게 만들었으나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어쨌든 간에 지금은 백유설이 무사 히 생환한 게 더욱 중요했으니.
‘아, 잎하넬……!)
그러다 자신의 친우가 퍼뜩 생각난 그녀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당초 나무화란의 과수원이 탁기로 물들기 시작한 원인이기도 하였으 니, 곧바로 잎하넬에 대한 대처를 세워야만 했다.
모두가 자리를 비워서 더 이상 이 곳에 있을 필요가 없어진 꽃서린 역 시 잎하넬의 정원을 향해 바삐 발걸 음을 옮겼고, 병실에는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일렁!
커튼의 그림자가 흔들거리며 새하 얀 눈동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으음……? 내가 늦었나? 백유설 이라는 아이 좀 보려고 왔더니만, 내가 늦었나아……?
어린 소녀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 목소리를 들은 누구라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결코 평범한 소녀가 아니라 는 것을. 애당초 아류문이 임시로 쳐놓은 결계를 가볍게 뚫고서 사념 을 보낼 정도였으니, 소녀 역시도 최소 9클래스의 마법사라는 의미가 되겠다.
-그나저나아 엘트먼 그 꼬맹 이, 자기 물건에 대한 집착이 상당 히 강하네에? 윈디? 지금 있니?
소녀가 누군가를 부르자, 바람이 한차례 불어오며 여인 한 명이 모습 을 드러냈다.
일전에 소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
기 위해 찾아온 적이 있기도 했던 여인, 윈디 멜시룬.
거의 헐벗은 복장에 가까운 로브자 락을 휘날리며 그녀는 요염하게 웃 으며 자신의 주인을 맞이했다.
“네, 어머니. 부르셨나요?”
-일전에 토아에게 제대로 내 말을 전달하지 않았니이?
토아 레그론.
감히 연녹탑의 마탑주를 어린아이 부르듯 칭하는 소녀였으나, 윈디는 그게 당연하다는 듯 반응했다.
“그럴 리가요, 어머니. 똑바로 전달 했어요. 어머니께서 백유설에게 흥
미가 있으시니, 깔끔하고 온전한 상 태로 내놓으라고 하셨잖아요.”
-그렇지이? 그렇다면, 저건 대체 뭐 하는 짓일까…….
소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맑고 청량한 목소리에 노파의 분위기가 담겨 있는 느낌은 퍽 이상 할 수도 있었으나, 어째서인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반항하는 거려나……?
엘트먼 엘트윈이 공간 계열의 마법 사로서 ‘최근에 9클래스를 달성했 다고 알고는 있다.
그 역시도 9클래스가 되어 ‘천상계
의 영역’에 발을 들여 놓았다면 여 간 상대하기가 까다로울 터.
-흐응, 나도 귀찮은 건 싫은데….
그녀는 늙고 지쳐서 엘트먼 같은 젊은 마법사와 정면으로 싸워서 이 길 수 없다. 하지만 엘트먼은 지켜 야만 하는 무언가가 있는 입장이었 고, 소녀는 그런 게 전혀 없다.
그러니 자신이 일방적으로 들이댄 다면…… 틀림없이 엘트먼이 먼저 두 손 들고 항복할 터.
-후훗, 고작 학생 한 명 지키자고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한번 보자 구, 꼬마야.
소녀는 그리 말한 뒤 눈을 감았고, 커튼에서 일렁이던 눈동자가 마치 환상이었다는 듯 사라졌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윈디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았 다. 이제 막 날아오른 세인트 홀릭 호의 엔진음이 고요하게 들려온다.
“대체 그 꼬맹이라 뭐라고……
세계를 저울질할 수도 있는 위대한 마법사들이 이렇게나 관심을 가진단 말인가?
식견이 좁은 윈디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어찌 되었든 그녀는 어머 니의 의지를 따를 뿐이었다.
그편이…….
더욱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