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329)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329
58. 자아(5)
눈을 떴을 때.
백유설은 스텔라 아카데미의 어느 복도 한복판에 서 있었다.
‘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 니, 노을 지는 햇빛이 희미하게 새
어 들어와 복도를 비추었다.
,뭐야……
방금까지 뭘 하고 있었더라?
천천히 기억을 더듬던 백유설은, 담갈토이월을 떠올렸다.
그래, 분명 담갈토이월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연두림사월의 신물을 사용하 여 마침내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명 을 얻게 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어마어마한 생명력의 파도에 휩쓸렸 고….
그 직후 정신을 잃은 뒤, ‘나’와 마 주하게 되었다.
어쩌면 백유설의 スト아.
어쩌면 또 다른 백유설.
자아 속에 구현된 PC방에서 그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별자리가 잘 보이는 언덕으로 이동했고, 그 별들 사이로 또 다른 백유설이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한 것까지는 떠올랐다.
‘그런데, 나는 왜 여기에?’
무심코 한 걸음 발을 내디딘 백유 설은 온몸을 묵직한 무언가가 감싸 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 이건……?”
마치 달빛을 머금은 듯 은은한 은
백색을 띠는 갑옷이 몸을 철저하게 감싸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허 리춤에는 기다란 검 한 자루가 착용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나 백유설은 이것의 정체를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신화급 갑주.
‘회광반조 (回光返照)’.
죽음의 위기에 닥쳤을 때, 단 한 번이지만 목숨을 되돌리는 말도 안 되는 개사기 아이템.
제작 조건도 굉장히 까다로웠는데, 은세십일월이 이 갑주에 직접 가호 를 부여해야만 했으며 세상에서 가
장 희귀한 달빛을 머금은 광석 월광 석(月光石)을 대량으로 구해야만 했 으니…….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럼 설마 이것도……r
스르릉!
검을 뽑으니 귀가 녹아내릴 듯한 맑고 고운 음률이 복도를 진동하였 다. 노을빛을 받아 은은한 황금색으 로 빛나는 이 검의 이름은.
신화급 신검.
‘섬광예찬 (閃光禮讚)’.
순간적으로 빛에 가까운 속도를 내
어 적을 ‘반드시’ 베어버리는 기능 을 가진 무식한 아이템.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라 할 지라도 섬광예찬에게 닿는 순간 가 볍게 베어지고 만다.
“진짜잖아……r
이걸 만드느라 몇 년 동안 얼마나 개고생을 했던가. 전 세계 플레이어 중에서도 단 한 명, 자신밖에 가지 고 있지 않았던 초희귀 아이템.
현물로 보게 될 줄은 몰랐기에 손 을 벌벌 떨며 검신을 쓰다듬던 백유 설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잠깐.’
이 아이템들은…… 현실에 존재하 던 것이 아니다. 아이테르 월드 ‘온 라인에서 제작했던 것들이란 말이 다.
즉, 게임 속 물건이라는 뜻인데.
‘이게 왜 현실에……?,
그는 서둘러 장갑을 벗어서 손바닥 을 만져보았다. 그제야 아까부터 느 껴지던 이질감이 단순히 장비 때문 은 아니란 것을 알았다.
‘내 몸이 내 몸 같지가 않아.’
마치 또 다른 누군가의 몸을 뒤집 어쓴 듯한 어색한 감각.
육감이 둔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더욱 선명해져서, 낯설게만 느껴졌다.
’……여기가 어딘지 알아봐야 해.’
서둘러 복도를 달렸으나 학생은 아 무도 보이지 않았다. 학교 바깥으로 뛰어나가 제1 본탑을 향해 달리는 데, 기존의 스텔라 아카데미와 다른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여긴 원래 정원이 있지 않았나?’
정원이 있던 자리에는 웬 석상 같 은 것이 자리하였고, 분수대가 있던 자리에는 못 보던 건축물이 생겨 있 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뭐야, 이건……
제1 본탑의 높이가, 거의 두 배 이 상 높아져 있었다. 본래는 80층 정 도였기에 고개를 들면 바라보는 것 정도는 가능했는데 이제는 목이 꺾 일 지경이었다.
본탑의 정문에는 갑옷 차림의 스텔 라 기사 두 명이 서 있었는데, 그들 에게 달려가자 갑작스레 백유설을 향해 경례하였다.
“수고하십니다!”
“네, 네?”
갑작스러운 경례에 백유설이 놀라자 도리어 당황한 것은 기사들이었다.
“저희가 뭔가 실수했습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왜 저 한테 경례하십니까?”
그러자 기사 두 명이 서로를 물끄 러미 바라보더니, 그게 무슨 생뚱맞 은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야, 기사단장님이시까요.”
“누가요? 내가?”
,,예.,,
“아레인 기사단장님은 어쩌고?”
기사들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돌아가셨잖습니까. 몇 년도 더 전의 일입니다.”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평소와 너 무 다르십니다.”
“맞습니다. 평상시에는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침묵만 을 고수하셨는데…….”
“하하, 갑자기 말이 많아지시니 저 희는 좋군요. 개인적으로 너무 존경 하고 있습니다. 저희 세상을 구하셨 잖습니까? ……비록 스텔라를 제외 한 대부분은 무너졌지만요.”
칼 그 얘기는 왜 하는가!”
“앗! 죄송합니다!”
이럴 수가.
백유설은 아찔한 기분이 되었다.
그제야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긴…… 게임 속이잖아?’
고등학교 1학년의 게임 속이 아닌, 최종보스 흑야심삽월을 물리친 이후 의 세계.
단순히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그 세 상이, 실제의 현실이 되어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더듬더듬 묻는 백유설의 질문이 기 사들의 표정이 또다시 어두워진다.
”돌아가셨지……r
예, 스텔라를 지키려다가……. 대
륙 하나가 통째로 떨어져 나갈 정도 의 위력이었는데, 스스로를 희생하 셨죠.”
어지럽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그리고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백유설은 퍼뜩 생각난 것을 물었다.
“풀레임, 풀레임은?”
“예에?”
“풀레임은 찾았어? 분명, 찾고 있 었는데……
“아, 천상탑의 탑주님을 말씀하시 는군요. 저희도 찾아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천사 들도 지금 완전 패닉 상태에 빠졌더 군요. 만나보시겠습니까?”
“그, 그래. 만나봐야겠어.”
백유설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으 나, 그 순간 갑자기 귓가에 목소리 가 들려왔다.
-딴짓하지 마.
그것은…….
-시간이 없어.
-너는 곧 돌아가야만 해.
-네가 살아날 힌트를 찾아.
-그것만이 희망이니까.
틀림없는 나 자신의 목소리.
그런데, 모든 목소리가 전부 다른 백유설의 목소리였다.
한 명, 한 명이 같은 백유설이 아 니라 마치 수십 명의 또 다른 백유 설이 말하는 듯한 오싹한 감각에 그 는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났다.
“어라? 왜 그러십니까?”
“아니…… 천사는 나중에…….”
횡설수설 대답한 백유설은 허겁지 겁 질주하여 서쪽 정원으로 향했다.
인적이 아예 없는 장소. 새가 지저 귀는 소리가 아주 간혹 들려온다.
‘시간이 없다.’
또 다른 백유설들이 했던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 었다.
‘이 세계에 내가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눈을 감고 조용히 감각을 되살리 니,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앞으로, 고작해야 30분.’
목소리들은 말했다.
되살아날 힌트를 찾으라고.
이곳에 오기 전, 자아 속에서 또 다른 백유설이 말했다.
힌트를 주겠노라고.
’……그런 거였나.’
단순히 키보드의 단축키로 조작하 던 게임 속 ‘자연천기ス]체’의 감각 을 현실의 백유설이 느낄 수 있을 리는 없다. 하지만, 만약 그 감각을 백유설에게 체험시켜 준다면?
”후우…….”
그는 눈을 감고서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이미 이 육체는 완벽하게 성 장을 끝마친 상태.
마력누설지체를 극복하여, 자연천 기지체를 터득하여 무한한 생명력을 얻었으며 호흡을 통해 체내로 들어 온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 다.
마법검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마나 를 검의 형태로 발산하는 게 고작인 현실의 백유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경지.
이곳의 백유설은 피부에 아주 얇지 만 강철보다도 튼튼한 마나 실드를 두르는 것도 가능했고 맨손에서 투 명한 마법검을 뽑아내 다이아몬드를
자르는 것도 가능했다.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경 ス].
‘감각을 기억해야만 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체내 에 쌓이는 마나의 감각이 어색하기 만 하다.
마력누설지체는 체내에 마나가 거 의 존재하지 않아 자연계의 마나에 큰 영향을 받는다. 탁한 마나에 노 출되면 그대로 타락해 버리기 일쑤 였고, 신성한 마나에 노출되면 순식 간에 신령화되어 육체를 잃어버리기 도 했다.
하지만…… 이 신체는 반대였다.
육신에 확실한 색이 존재했다.
그것으로 하여금, 체내로 들어온 모든 마나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인 다.
자연의 마나에 내가 물드는 게 아 니라 자연을 도리어 나로 물들여 버 리는 경スI.
눈을 감고 있음에도 주변의 모든 것들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저 멀리 날갯짓하는 나비.
열을 이뤄 기어 다니는 개미와 코 를 골며 잠들어 있는 강아지.
그 모든 것들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이런 건가……
나만의 색.
나만의 존재감.
그것을 강렬하게 발산할 수 있어야 만,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다.
여태까지 자연천기지체를 잘못 생 각하고 있었다. 무협 소설에서 본 것처럼 자연과 하나가 되어야만 한 다기에, 나의 몸을 자연에 동화시키 는 줄로만 알았다.
‘그 반대였어.’
백유설은 팔다리를 움직이듯 익숙 하게 존재감을 사방으로 퍼뜨렸다.
본래의 신체였다면 결코 할 수 없 었을 일이건만 이 신체로는 너무나 도 자연스럽게 이것이 가능했다.
손을 슬며시 들어, 멀리 떨어진 꽃 잎을 향해 손짓하니 잎이 떼어져 허 공으로 날아올랐다.
‘대단해…….’
단순히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시절 에는 몰랐다. 나의 캐릭터가 얼마나 대단한 경지에 도달했는지를.
‘현실의 내가 이 경지에 다시 도달 할 수 있을까?’
모른다.
하지만, 가능하도록 해야만 한다.
그래야 죽지 않을 수 있으니까.
나는 살아남아야 하니까.
-너는 살아야 해.
-살아서, 모두를 구하는 거야.
바람에 흩날리듯 들려오는 목소리.
백유설은 한이 맺힌 그들의 이야기 를 가슴에 담으며 서서히 감각을 확 장하였다.
마음 같아서는 천천히 이 감각을 음미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터무니 없이 부족했다. 고작 30분이라는 짧
은 시간 안에 익히기에는 너무나도 위대한 경지였기에, 어설프게나마 흉내 내는 법을 배우는 수밖에 없었 다.
‘찾아야 해.’
어떻게 하면 이 위대한 신체를 따 라 할 수 있을까.
수박 겉핥기식으로라도 좋으니, 아 주 잠깐만이라도…….
정말 찰나의 순간, 단 1초라도 자 연천기지체에 머무르는 게 가능하다 면
순간, 백유설은 눈을 크게 뜨고서
숨을 내뱉었다.
심장에서부터 고동치는 알 수 없는 이질적인 감각이 너무나도 낯설었던 것이다.
‘이, 이게 뭐야?’
마치 팔다리가 하나씩 더 돋아난 듯한 기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 을 움직이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 었다.
‘이거였나……!’
이 세계 속 백유설의 심장에는 거 대하고 강렬한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곳에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묶인
채 자연에게 발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야, 이 감각을 기억하면 돼!,
백유설은 눈을 질끈 감고서, 심장 에 갇혀 있던 기운을 발산하였다.
감각이 점차 멀어진다. 시간이 다 되어 현실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조금만 더…….’
이 세계를 전부 백유설의 존재감으 로 물들이겠다는 심정으로, 그는 심 장 속에 갇혀 있던 기운을 폭발적으 로 발산하였고.
“아……!”
노을이 지고, 밤이 찾아와 서서히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던 하늘이 완전 한 흰색으로 물드는 광경을 마지막 으로 백유설은 눈을 감았다.
– 명심해.
– 해가 뜨지 않는, 영원의 밤이 찾 아오고 있어.
백유설의 목소리가 흘러간다.
– 너는.
– 우리는.
– 밤을 거둬들이는…….
– 빛이 되어야만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