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365)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365
63. 십이신월(2)
‘언니는 불이 무섭지 않아?’
언젠가, 철없던 시절.
홍비연은 큰 언니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던 적이 있다.
큰 언니 홍에린은 잦은 신체 발화 현상을 겪으며 항상 불꽃을 두르고
살다시피 했는데, 홍비연은 그런 불 꽃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때, 언니는 말했다.
‘내게 불꽃은 산소같은 거야. 이제 는 없으면 안 되는…… 나의 일부라 고 해도 좋아.’
홍비연은 언니의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산소같은 것이라기엔 불꽃 은 흥에린의 수명을 날마다 갉아먹 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도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 올 거 야.’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 덧 홍비연의 나이가 홍에린의 나이 와 비슷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 었다.
“으..«
최근 들어, 언니의 꿈을 유난히 자 주 꾸게 되는 것 같다. 심장에 새겨 진 저주에 끝이 다가오고 있어서 그 런 것일까.
‘뜨거워…….,
온몸을 감싸고 도는 뜨거운 불꽃의 열기가 느껴져 홍비연은 무거운 눈 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시야가 흐릿하다.
초점이 잘 맞지 않아, 몇 번이나 눈을 깜빡이고 나서야 제대로 전방 을 바라볼 수 있었다.
화르륵!
“여긴……r
사방이 불타오르고 있다.
불꽃, 그 너머로 불꽃.
새빨갛고 샛노란 불꽃들이 넘실거 리며 홍비연의 시야를 한가득 잠식
해온다. 원초적인 공포감에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홍비연은 다리에 힘 이 풀리고 말았으나 안타깝게도 주 저앉을 수 없었다.
절그럭!
“.어?”
양팔이 붉은 사슬에 묶인 채, 허공 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
“이게 뭐야…….”
사슬을 아무리 잡아당겨도 무언가 에 고정된 듯 미동조차 하지 않는 다.
여긴 대체 어디이고 왜 나는 묶여 있는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침착해, 홍비연.’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불꽃보 다도 더욱 홍염빛에 가까운 붉은 눈 동자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기, 누구야?”
분명 불꽃밖에 없는 공간이었으나 무언가가 있음을 확신한 홍비연이 허공에 대고 소리ス]자, 갑작스레 불 꽃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붉은 머리 칼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
“이야, 눈치가 빠른걸?”
짝짝짝 박수까지 치며 여유로운 미 소를 띤 그 사내의 이름은 적하유 월.
일전에 만나본 적이 있었기에 홍비 연의 안색이 절로 굳어버렸다.
“당신이 나를 여기에 데려온 거 야?”
“글쎄? 나는 너를 어디로 데려간 적은 없어. 내가 너에게로 다가갔을 뿐.”
“말장난 칠 기분 아니야.”
“말장난이라고 생각해?”
그는 씨익 웃으며 양팔을 펼쳐 이 공간 전체를 가리켰다.
“여기가 어디일 것 같아? 왜? 혹 시 나만의 비밀 공간이라고 생각했
어? 내가 거기로 너를 납치했고?”
“땡〜 안타깝게도 틀렸습니다, 공주 님. 요새 누가 공주님을 마왕성으로 납치해? 그랬다가는 백마 탄 왕자님 이 찾아와서 칼질해대는데 말이야.”
“헛소리를…….”
적하유월의 말을 더 이상 듣는 것 조차 싫어서 무어라 말하려던 홍비 연은 문득, 무언가를 눈치채고 말았
다.
,……설마.’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려 하늘을 바라보는 홍비연. 그런 그녀의 모습
을 보며 적하유월은 박수를 쳤다.
“정답! 여기는 바로 네 심장. 즉, 네 마음속이다.”
“아…….”
온통 불길에 휩싸인 공간. 자연스 레 적하유월의 은신처라고 생각했 다. 이렇게까지 뜨거운 공간이 세상 에 그리 흔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데, 자신의 심장 속이라니.
“놀랍지? 네 심장은 이렇게까지 뜨 겁게 타오르고 있어.”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홍비연이 이를 악물고서 소리치자
적하유월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말했잖아. 너와 함께 살 거라고. 너를 내 권속으로 만드는 거야. 인 간의 신체 따위는 버리고, 너도 나 처럼 불꽃이 되는 거야. 그리고 나 와 함께 살아가는 거スI. 영원히
홍비연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 로 노려보자 그는 헛웃음을 쳤다.
“이쯤 되면 욕설이 터져 나와야 정 상인데, 의외로 참을성 있구나? 굉 장히 도도한걸? 꺾어버리고 싶을 정 도로.”
그는 홍비연에게 다가와 그녀의 은 색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최근에…… 백유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네 심장이 잠잠하더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직접 왔 어. 걱정하지 마. 금방 끝날 거니 까.”
……휘이잉!!
그때, 갑작스레 들이닥치는 차디찬 한기의 폭풍.
쩌저적!!
사방을 뒤덮은 푸른색의 얼음 결정 과 고드름이 삽시간에 불꽃을 모조 리 꺼트리기 시작했다.
“이야…… 네 백마 탄 왕자님이 오 셨나 본데?”
적하유월은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 정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불 꽃이 재차 거세게 타오르며 얼음 결 정을 모조리 녹여 버리기 시작했다.
“아윽……!”
“미안, 널 아프게 할 생각은 없었 는데 네 가짜 왕자님이 귀찮게 구니 까 어쩔 수 없잖아? 이건 전부 백 유설의 잘못이야. 그놈이 가만히만 있었으면 네가 아플 일은 없었다는 거 알지?”
조롱이 섞인 적하유월의 말에, 홍
비연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 았다.
“음?”
이곳은 정신세계였기에 정신을 잃 는다는 선택지는 불가능. 적하유월 이 의문을 품자, 홍비연이 어깨를 들썩였다.
”..뭐가 그리도 기쁜 거지?”
적하유월이 표정을 찡그리자 홍비 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와 눈 을 마주쳤다.
둘 다 붉은 눈동자였으나, 불꽃을 닮은 눈동자는 한 명뿐이었다.
“너는 이제 끝이야.”
“끝? 흐卜하, 네가 뭘 모르나 본데, 나도 십이신월이야. 그걸 알긴 아는 거지?”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십이신월 이면…… 죽음조차 피해갈 수 있다 고 생각하는 거야?”
“하.”
당돌한 홍비연의 말에 적하유월은 일순간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우리는 불로 (不老)지만 불사《不死)는 아니야. 그 래서? 그 꼬맹이가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눈을 질끈 감는다.
여름의 어느 날.
에이젤, 풀레임과 함께 백유설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떠났던 그 여 행에서 그녀들은 그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반복되는 수천 번의 삶.
과거의 백유설이라면, 어쩌면 십이 신월조차 베어냈을지도 모른다.
“……당연하지.”
하지만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렇게 믿으며, 홍염색 안광을 맑고 선명하게 불태
우며 적하유월을 바라보았다.
“인질극이나 벌이는 너 따위가 이 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이게…….”
순간 가슴에서 욱한 감정이 튀어나 온 적하유월은 홍비연을 단단히 묶 어둔 쇠사슬을 불로 뜨겁게 달구고 말았다.
화르륵!
‘아차!’
정신세계에서의 힘은 현실세계와는 다르다. 생각과 정신력만으로 능력 이 발동되기에 항상 조절해야 하는 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런데.
“……뭐야?”
홍비연의 몸을 불태우던 불꽃이 꺼 져간다. 또다시 백유설의 수작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확신할 수 있었다.
온통 붉은색으로 가득한 이 공간에 서도 유난히 더욱 붉게 빛나는 홍비 연의 두 눈동자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홍일점 (紅一點).
여럿 가운데 단 하나, 붉은 점이 찍혀 있음을 표현하는 단어였던가.
이상하게도 지금의 홍비연에게 가 장 잘 어울리는 단어였다.
‘어째서……?,
시조 마법사는 열두 명의 신월들에 게 각자 색과 속성을 부여하였다.
적하유월에게는 붉은색의 불꽃을.
즉, ‘붉은색’은 오로지 적하유월만 을 상징하는 색깔이어야만 정상이거
I –
어째서 이 공간에서 홍비연이 더욱 붉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인 가?
‘저것이…… 운명을 타고난 아이라
는 의미인가?’
일전에 회공시월이 운명의 아이들 을 언급했을 때, 가볍게 무시했던 적이 있다. 고작 인간이 운명을 타 고나봐야 결국 십이신월의 힘을 품 을 그릇 정도라고 생각했기에 무시 하고 넘긴 것이다.
그러나, 아니었다.
‘위험해.’
십이신월은 본디 세상에서 가장 강 렬한 존재감을 유지해야만 한다.
붉은색의 불꽃은 오로지 적하유월 만의 상징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만일 그것을 빼앗긴다면, 존
재의 의미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확실히 알겠어.”
“뭘 알겠다는 거지?”
홍비연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너, 본체가 직접 왔구나.”
“하! 내 본체는 알라만카의 심해에 잠들어 있다. 무슨 헛소리지?”
“그럼 내 눈앞에 서 있는 네 영혼 은 본체가 아니면 뭘까?”
-……뭐?”
적하유월은 눈썹을 꿈틀 떨었다.
본체에 대한 정의를 잘못했다.
과연 십이신월에게 있어서 육신 따 위가 본체일까, 그도 아니라면 정신 을 관장하는 영혼이 본체일까?
십이신월은 언제든 육신을 버리고 서 정신체가 될 수 있다. 육신이 소 멸되었지만 스스로 자연에 깃들어 새로운 육신을 만든 연두림사월 같 은 경우도 있지 않던가?
즉, 육체보다는 정신이 중요하다.
홍비연은 그러한 사정도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어】, 그 모든 것을 관통 하듯 말했다.
“그래서…… 그게 무슨 상관이지?”
자신이 살아온 삶의 단 1%밖에 살
지 못한 꼬맹이가 기어오른다는 사 실에 슬슬 열이 받기 시작한 적하유 월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왜? 네 정신세계에 나를 가둬놓을 수 있을 줄 알았어? 내가 만들어놓 은 이 불꽃은 조금 움직인 정도로? 응? 너무 기고만장해진 거 아니야? 자꾸 그러니까 너무 귀여운데, 애교 부리는 거라고 생각해도 되는 거 니?”
“말이 많아졌네?”
홍비연이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말했다.
“왜, 쫄리나 봐?”
그것은 명백히 백유설의 말투에 가 짜웠으나 정작 본인은 전혀 인지하 지 못하고 있었다.
“너……
결국, 이마에 핏줄을 세운 적하유 월이 무어라 소리치려는데.
쩌적… 쩌저적…
하늘에 자그맣게 금이 가기 시작했 다. 그것을 바라본 흥비연이 아까 전 적하유월의 것과 똑같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왔다.”
연홍색으로 빛나는 의문의 금을 바
라보며 적하유월은 무언가 불길한 낌새를 느꼈다.
‘좋지 않아……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당장 이 곳에서 빠져나가는 편이 좋을 거라 고.
그러나.
“도망치려고? 보내지 않아.”
불꽃으로 적하유월의 몸을 구속하 며 홍비연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 자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 다.
적하유월은 이를 악물고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삽시간에 하늘 전체를 뒤덮은 연홍 색, 그 사이에서 떨어져 내리는 푸 른색의 점 하나.
그것은 틀림없는 백유설.
그가 유성처럼 이곳을 향해 쏘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그래…… 와라. 지긋지긋한 연놈 드 ”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것도 여기 까지다. 백유설이 설마 홍비연의 정 신세계까지 쳐들어올 줄은 몰랐으 나, 차라리 잘된 일이다.
이곳은 정신세계.
그러나, 현실의 힘이 고스란히 적 용되는 공간.
그 원리는 참으로 간단하게도, ‘지 금의 나보다 더욱 강한 나’를 상상 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불가능하 기 때문이다.
만약 본인이 3클래스라면, 4클래스 를 달성한 나를 겪어보지 않았기에 정신세계에서도 4클래스의 마법을 사용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러한 법칙은 십이신월에게도 예 외는 아니었기에, 적하유월 또한 현 실보다 더욱 강한 힘을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것은 백유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터. 현실에서 그의 능력이 고작해야 7클래스 정도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적하유월로서는 그저 웃 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쿠콰콰광!!
……웃음이 새어 나올 뻔했다.
백유설이 요란한 굉음과 함께 착지 하기 전까지는.
“……뭐냐, 너. 그 모습은?”
홍비연의 정신세계에 나타난 백유 설은 일전에 보았던 그때와는 분위 기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달빛을 잘라내어 붙여놓은 듯한 새 하얀 검 한 자루를 쥔 채로, 푸른색 안광을 흉흉하게 내뿜는 그의 모습 은 도저히 ‘고작 7클래스’라고 할 수가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백유설은 말 한마디도 없이 먼 과 거에 자신이 사용했던 전설 속 무 구, [섬광예찬]을 적하유월에게 겨누 었다.
대화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