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37)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037
10. 동아리(3)
물론,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해서 대뜸 수락하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는 않았다. 이런 호의에는 반드시 구릿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으니 까.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물었 다.
“조건이 뭔가요?”
“조건이라……. 속상하네. 나는 순 수하게 네가 좋아서 그런 건데, 너 는 나에게 계산을 먼저 하는구나?”
너].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는 반드 시 계산이 필요하거든요. …특히나, 저 같은 여자에게는 더욱더.”
에이젤. 분명히 매력적인 소녀다. 열일곱의 나이에 3클래스를 달성한 천재 중의 천재였으며 세상 어디에 가도 조명을 받는 아름다운 외모까 지.
하지만 그 이면에 ‘배신자 모르프 의 자식’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는
탓에 그녀를 가까이에 두고자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일전에 함께 사냥했 던 카시프 데릭처럼 집안만 빵빵하 고 골통이 아예 비어 있다면 모를 까.
하지만 제레미 황태자는 다르다.
저 남자의 심장에는 지저분하고 더 러운 뱀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그에게 목적 없는 행동은 없다.
자신에게 접근한 데에도 반드시 이 유가 있을 터. 차라리, 어떤 정치적 인 이유라도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그 어떤 의도조차 없다면….
아마도, 그저.
‘내 얼굴을 보고 접근했겠지. 나 를…… 트로피로 삼으려고.’
그 예상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제 레미에게는 에이젤이라는 소녀의 과 거가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스칼벤의 황태자는, 그래도 된다.
아니, 어쩌면 에이젤의 과거가 참 혹하고 끔찍하기에 더욱 접근하기가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다른 사 람의 약점을 물어뜯고, 그것을 인질 로 잡아서 자신의 곁을 떠날 수 없 게 만드는 게 특기였으니까.
“에 이젤.”
제레미는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에
이젤에게 더욱 가까이 붙었다.
“네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 없어. 나는 네게 그 어떤 조건도 걸 지 않아. 그저 내 동아리에 들어와 서, 나와 쭉 함께하는 것. 그뿐이 야.”
“대신, 나는 네게 정말로 많은 것 을 해줄 수 있어. 너도 알잖아. 내 가 누군지.”
안다. 알다마다.
제레미의 동아리에 가입하는 순간,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는 사실을 알면서도 에이젤은 자꾸
만 흔들렸다.
스칼벤 제국은 그녀의 원수가 있는 아돌레비트 왕국과 대치 관계에 있 다.
단순히 그런 이유를 넘어서서, 제 레미 황태자의 권력이라면 지금까지 의 고되고 힘든 생활을 모두 청산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1,200크레딧의 싸구려 빵 에 만족하지 않아도 좋다.
더 이상 차별 대우를 받고 무시를 받으며 왕따로 살아가지 않아도 좋 다.
다시 한번 귀족으로서 인맥을 쌓으
며 후일을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 고, 훌륭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 고, 좋은 교육을 받으며, 덤으로 그 의 권력을 이용하기만 한다면 복수 에 도달하는 것이 더욱 쉬워질지도 모른다.
‘아.’
자꾸만 흔들렸다.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 르는데. 그저 트로피로서 살아가야 만 할지도 모르는데.
지금 당장, 너무 힘들어서.
편한 길을 택하고 싶었다.
“저는……
에이젤이 멍한 눈으로 무어라 말하 려고 입을 여는 순간.
짜악!!
그녀의 고개가, 옆으로 휙 젖혀졌 다.
,……아?’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왼쪽 눈이 얼얼하다. 눈물이 고인 것 같 기도 하다.
왼손을 들어 뺨을 만지니, 그제야 통증이 느껴졌다.
아프다.
그 사실 이전에.
‘왜?’
누가?
고개를 돌려보니, 혹색의 단발머리 를 한 귀염상의 소녀가 자신을 무표 정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무표정한 얼굴과는 대비되게도 입에 서는 험악한 말이 튀어나왔다.
“이 쓰레기 같은 년! 나랑 잘해보 자고 해놓고서, 나 몰래 남자 꼬시 고 있는 거야?”
“뭐, 뭔가요?”
“내가 좋다면서! 그때 그랬잖아! 근데 이제 와서, 이제 와서…… 나 를 버리려는 거야?”
아예 소녀는 눈물까지 흘리기 시작 했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그 눈동자 에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아서, 에이 젤은 적잖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풀레임…?’
가슴팍의 명찰에 적혀 있는 이름. 몇 번 오고 가며 마주친 적 있는 S 반의 학생이다.
‘그런데, 왜 나한테……?’
도저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를 않아서 무어라 물어보기 위해 입술
을 뻥긋거렸는데, 그녀가 대뜸 손목 을 낚아챘다.
“따라와! 너, 나랑 얘기 좀 해!”
”잠깐. 에이젤은 나와 이야기 중이 었는-”
“넌 빠져!”
풀레임이 소리를 와락 지르자, 제 레미가 크게 당황한 듯 눈동자를 크 게 떴다. 거기까지 확인한 뒤 풀레 임은 에이젤을 이끌고서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한참이나 걸어서, 제레미가 더 이 상 보이지 않을 때쯤이 된 이후에야 에이젤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잠깐, 잠깐만요! 대체 뭔가요? 이 게 무슨 짓이에요?”
손을 탁 치면서 놓자, 그제야 풀레 임이 뒤를 돌아보았다. 아까와는 달 리 이번에는 그 눈동자에 인간다운 감정이 담겨 있었다. 어쩐지 안도하 는 듯한 표정이다.
“휴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그러니까, 제가 당신과 무슨 사이 라구요?”
“아, 그거? 그냥 그 자리에서 벗어 나려고 대뜸 지른 말이었어. 이유도 없이 거절했으면 너 아마 죽을 때까 지 괴롭힘당했을걸? 그래서 내가 이
유를 만들어준 거야. 나한테 감사해. 덕분에 난 졸업할 때까지 그 개자식 눈치 보느라 연애도 못 해보겠네.”
풀레임은 이를 아드득 갈았다.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그런 짓 을 했냐구요.”
“왜겠어? 너도 알고 있잖아? 그 자식 동아리에 들어가는 건 자살행 위야. 지금보다 생활이 조금, 아주 조금 나아지긴 하겠지. 근데 그런 삶에 의미가 있을까? 저번보다 더 욕을 먹으면 먹었지, 덜 먹지는 않 을 텐데.”
“……당신, 저 알아요?”
그러자 풀레임은 뭔가 뜨끔했는지, 살살 눈치를 살피는 고양이처럼 에 이젤을 힐끔거리다가 헛기침을 했 다.
“알지. 난 네 팬이었거든. 그래서 네가 존나 싫어.”
,,예?,,
“왜 그딴 입에 발린 소리에 쳐 흔 들리냐고 멍청한 여자야. 너 진짜 내가 구해준 거니까 오늘 일은 평생 잊지 말고 나중에 술이나 한잔 사.”
“저희 미성년자인데요…….”
“아오, 새끼 거 더럽게 말 많네. 3 년 뒤에 사든가! 그때 안 사면 죽을
줄 알아.”
그리 말한 뒤 풀레임은 손을 흔들 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수업 종이 쳤다면서.
행동과는 달리 생각보다 모범생이 었다.
“하아…….”
뒤늦게, 자신이 무슨 선택을 하려 고 했는지 깨달은 에이젤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래. 그녀의 말이 맞다.
만약 제레미의 동아리에 들어갔다 면, 그리고 그의 트로피가 되었다 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게 있
었을까? 그가 과연 자신에게 인격적 인 대우를 해주었을까?
그럴 리가.
스칼벤의 동아리에 들어가서 받을 수 있는 모든 혜택은, 사실 에이젤 의 망상이자 희망에 불과했으니까.
그녀는 그 자리에서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한참이나 움직이지 않 았다.
* * *
띵 一•有ー댕 一
“흐 〇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풀 레임은 책상 위로 늘어졌다. 다음 강의를 위해 이동해야만 하건만, 불 과 2시간 전에 있었던 일 때문일까 아직도 머리가 복잡하다.
‘잘한 일, 맞겠지?’
원작 로판의 전개대로였다면 에이 젤은 제레미의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다.
그리고, 아주 끔찍한 지옥을 맛본 다.
여자로서 입에 담기도 힘든 온갖 수치스러운 모욕과 뒷담화가 퍼지게
되고, 그녀가 스스로 이루어낸 성취 조차 스칼벤의 덕분이라며 그 누구 도 인정하지 않게 된다.
그 이후 에이젤의 우울증은 점점 더 심해져 갔으나 제레미에게 있어 서 그건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소녀가 피폐해지면 피폐해질수록,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의지할 사람은 이 세상에서 자신밖 에 없다는 말이 되니까.
그래서 제레미는 보이지 않는 곳에 서 에이젤을 더욱 지독하게 괴롭히 고 옥죄였고, 보이는 곳에서는 그녀 를 따스하게 감싸주었다.
‘너는 내가 없으면 안 돼.’
그건 한때 독자로서 꽤 무서운 전 개였다. 제레미는 소문난 바람둥이 였고, 에이젤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그녀에게서 흥미가 떨어진다 면? 금세 내치고서 다른 여자를 자 신의 올가미로 끌어들이겠지.
훗날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제레미는 진심으로 에이젤을 사랑하게 됐다고 하지 만…… 어쨌든 그녀를 피폐하게 만 드는 전개는 발생하지 않는 편이 옳
‘아냐, 나는 잘했어. 잘한 거야.’
여태까지, 풀레임은 ‘원작’의 전개 를 최대한 방해하지 않고서 작은 틀 을 바꿔나가려고 생각했다.
자신이 모르는 미래가 발생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백유설의 행동을 보고서 생각을 바꾸었다.
그는 미래에 대한 기억을 거의 다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희미하게 남 아 있는 기억 속 사건들을 바꾸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었다.
자신보다도 미래에 대해 아는 게 없음에도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미래를 바꾸려는 모습에, 자괴감이 든 것이다.
‘나는 대체 뭘 하려고 했던 거지.’
미래가 바뀌는 게 무섭다니.
미래를 바꾸려는 주제에, 아이러니 한 말이 아니던가?
그래서, 오늘 처음으로 풀레임은 적극적으로 ‘원작’에 개입했다.
덕분에 제레미 황태자가 자신을 주 목하게 되겠지만, 괜찮다.
어찌 되었건 주인공이 더욱 올곧게 성장할 수만 있다면, 그거면 충분하 다.
*……그나저나, 거짓말인 거 모르 겠지?’
솔직흐], 조금 무섭긴 했다.
* * *
제레미는 식사를 즐기는 편이 아니 다. 미식에 취향이 없는 문제도 아 니고, 미각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 니었지만…… ‘맛있다’라는 느낌을 잘 알지 못하였다.
달고, 짜고, 쓰고, 그냥, 그런 느낌 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최소한의 영양소만을 섭취해도 좋았으나 굳이 전속 쉐프 까지 두고 있었다.
“오늘도 맛있었어.”
제레미는 전속 쉐프에게 매번 그런 말을 하고는 했다. 이 역시도 이유 는 없다. 그냥 버릇이다.
냅킨으로 입술을 닦으며 제레미가 접시를 내밀자 하인이 빠르게 테이 블을 치웠다.
아마도 쉐프들은 오늘도 제레미가 남긴 음식을 연구하면서 ‘황태자 전 하께서 이 요리는 싫어하고, 이 요 리는 좋아하시는군’이라며 연구를
하겠지. 전부 무의미한 것도 모르는 채로.
식사를 마친 뒤, 제레미는 곧 사색 에 잠긴다. 이전에 있던 일을 떠올 리기도 하고, 앞으로 있을 일을 예 상하기도 한다.
지금은…… 풀레임을 떠올렸다.
귀여운 소녀였다.
얼굴이 귀여워서가 아니라, 그 행 동 자체가 귀여웠다.
뻔한 거짓말을 해가며 에이젤을 자 신의 앞에서 데리고 나간 그 행동 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흥미로운데……:
에이젤에게 접근한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몰락한 모르프 대공 의 후손이 천재 마법사이며, 심지어 빼어난 외모까지 갖추고 있으니…… 그 얼마나 훌륭한 트로피란 말인가?
약점을 하나 만들어서 단단히 틀어 쥐고 놓아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에이젤 따위보다 더 욱 홍미로운 존재가 나타났다.
‘궁금해.’
그녀가 궁금했다.
어디에서 왔는지.
평소에는 무얼 하는지.
취향은 무엇인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친구와 사귀는지.
모든 게 궁금했다.
꼭 첫사랑에 빠진 소년이 된 것만 같았다. 그래서 제레미는 이것을 첫 사랑이라고 여겼다.
다만, 첫사랑이라기엔.
‘갖고 싶어.’
소유욕에 더욱 가깝다는 사실을,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