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426)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426
70. 무도회(7)
백유설과 홍시화가 무도회장에서 퇴장한 뒤, 홍비연 공주는 더 이상 춤을 추지 않았다.
춤이 싫어져서가 아니다.
그동안은 한 명이라도 좋으니 최대 한 자신의 파벌을 형성하기 위해 파 트너와 춤을 췄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이 상당수의 귀족이 그 녀에게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그저 면식을 트 기 위해 다가왔겠지만, 홍비연은 그 런 사람들마저 놓을 생각이 없었다.
“어머머…… 공주님이 지금 열여덟 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벌써 6클래스에 도달하시다니.”
“믿을 수가 없군요.”
“공주님. 그 백유설 씨와는 무슨 관계시죠? 정말로 연애를…….”
“어허 이 사람아! 여기서 그런 질 문을 하나! 자네 발표회에 백유설이 를 초대하려고 그러는 거지? 다 알
고 있어!”
“크흠흠, 그런 게 아닐세!”
“공주님.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이 전에 결렬되었던 건을 다시…….”
그녀에게는 귀족들이 꼬리를 흔들 만한 포인트가 상당했다.
본격적으로 무역 사업을 시작한 리 스본드 항구에 마력조선소를 세우겠 다는 사람부터 알테리샤와 컨택해서 사업을 확장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상인 출신의 귀족, 백유설과 만나겠 다는 마법사들 등등.
당장 ‘홍비연 공주’의 왕위 계승 문제보다는 그냥 홍비연이라는 사람
이 가진 힘과 권력, 그리고 인맥을 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녀는 잘 알고 있다.
비즈니스로 맺어진 관계는 왕위 경 쟁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 을. 목숨까지 바쳐가며 자신을 지지 해야 그것이 비로소 진짜배기 힘이 되게 마련이다.
‘.•.그 뼈대가 지금 완성되는 거야.,
근육이 붙고, 살이 붙으려면 결국 뼈대가 필요하다.
홍비연에게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 었으므로 고위 귀족층들이 붙을 근 거와 이유가 부족했다.
하지만 홍비연의 힘이 강대해진다 면? 사업은 전 세계로 쭉쭉 뻗어 나 가고 국고를 가득 채우고 인맥은 드 래곤 부럽지 않은 수준으로 든든하 다면? 그때에는 중립에 서 있던 귀 족들과 홍시화 파벌에 붙어 있던 귀 족들 역시,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꿈에 그리던 상황이다.
홍시화 공주가 아닌 자신에게 귀족 들이 몰려드는 것.
나의 진짜 모습을 알아보고서, 등 을 돌렸던 이들이 돌아오는 것.
그녀는 정말 정신없이 사람들을 상
대했다. 단 한마디의 말조차 놓치지 않고 모두 답해주었다.
꿈에도 그리던 상황이었기에 단 한 순간도 쉬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자꾸만 출구가 신 경 쓰이는 이유는.
‘백유설…….’
외로웠던 어린 시절.
이제는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나 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럼에도 어린 시절과 다름없이 외롭다.
고작 단 한 사람의 부재가 이렇게
까지 클 수가 있을까.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이유가 그의 부재 덕분이라지만.
그럼에도, 만약 시간을 돌릴 수 있 다면…….
그녀는 귀족들의 지지보다, 백유설 한 사람을 선택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풀레임은 보이지 않는다. 방금까지 에이젤과 춤을 추고 있던 것 같았는 데, 아무래도 백유설을 쫓아간 모양 이다.
에이젤은…….
놀랍게도, 그녀는 귀족들 사이에 아주 자연스럽게 끼어들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분명히 귀족들은 에이젤이라는 인 간 그 자체를 혐오할 것이 틀림없을 터. 그런 사람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걸고, 이미지를 걷어내고, 간혹가다 가 웃음을 터뜨릴 정도로 대화를 나 눌 사이가 되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놀라운 능 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능력이 뛰어난 탓이 굉장히 크겠지만, 아마도…… 백유설이 방금 전 모르프 사건에 대한 의혹을 심어
두었기 때문에 에이젤이 저토록 자 연스럽게 섞여드는 게 가능했겠지.
결국, 백유설은 이 자리에 와서 자 신과 에이젤을 위한 거대한 판을 깔 아두고, 방해꾼이라고도 할 수 있는 흥시화마저도 쫓아낸 채 자리를 떠 버린 것이 되었다.
과연 이를 좋아해야 하는가.
”후우…….”
한참이나 사람들과 대화하던 홍비 연은 무도회의 음악이 잠시 멈춘 틈 을 타서 근처의 테이블에 앉아서 휴 식을 취했다.
구두를 오래 신고 서 있는 것은
생각보다도 고된 일이다.
다리와 발이 뻐근한 것을 느끼며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와인을 바 라본다.
타국은 성인에게 술이 금지되어 있 지만 아돌레비트는 만 15세만 넘어 가도 얼마든지 술을 마실 수 있다.
설령, 금주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홍비연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포도주의 향 을 음미할 수 있게 되었기에 충분히 즐길 만한 취미이기도 하다.
홍비연이 포도주 한 잔을 쥐고서 잠시 이마를 식히고 있는데, 누군가 가 다가왔다.
음악이 멈춘 시간에까지 말을 걸어 오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으 나 상대방의 위치를 생각하면, 그건 꽤 옳은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공주님. 오랜만입니다.”
“드라크 경.?”
드라크 변경백.
국경선이 전부 타국과 맞닿아 있어 특히나 국방에 힘써야 하는 아돌레 비트에는 네 명의 아주 강력한 변경 백이 각자의 위치에서 철통처럼 버
티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동쪽의 국 경을 담당하는 ‘철혈의 백작’이 바 로 드라크 변경백이었다.
“휴식을 취하는 와중, 죄송하군요.”
“아니에요. 어차피 별로 피곤하지 도 않았어요.”
홍비연의 표정에 피로가 훤히 보였 기에 뻔한 거짓말이었다. 그 점을 모를 리가 없는 드라크 백작은 웃었 다.
“사실은, 공주님께 긴히 드리고 싶 은 말이 있어서 휴식을 취하는 와중 에도 무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 다. 다른 이들에게는 들려줄 수 없
는 문제입니다.”
“아아…… 그런 거로군요.”
여]. 최근 불의 원로회’가 소집되 었고, 그 사이에서 나온 이야기에 관한 내용입니다.”
….
홍비연은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불의 원로회.
아돌레비트의 왕위에서 은퇴했거나 혹은 왕족으로서 마도사가 되어 국 가에 기여한 뒤 은퇴한 거물들이 모 여 있는 곳.
그곳에서 하는 일은 설령 국왕이라
고 할지라도 쉽사리 간섭할 수 없는 데, 간혹가다 원로회가 차기 국왕의 선출에 관여하기도 한다.
그곳의 이야기는 쉽사리 새어 나오 지 않기 때문에 몇몇 인물들만 극비 리로 알고 있을 터.
그걸 알려준다는 건…….’
의미가 상당하다.
설령, 드라크 백작이 ‘원로회에서 딸기맛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답니 다’라고 말하더라도 상관없다.
만약 그 이야기가 정말로 원로회에 서 나온 이야기라면,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극비일 테니까
즉, 그런 정보를 홍비연에게 알려 준다는 것은…….
‘곧, 드라크 변경백이 내게 붙는다 는 것.’
그녀는 드라크 변경백을 다시 바라 보았다. 자신의 뜻을 홍비연이 눈치 챈 듯하자 옅은 미소를 짓는다.
“예…… 저도 몹시 궁금한 이야기 군요.”
“그럼, 곧 제가 날짜를 잡아서 연 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시 간이 여의치 않으시다면 말씀해 주 십시오. 저는 언제든 시간이 괜찮으 니…….”
드라크 변경백은 그리 말한 뒤 떠 나갔다. 흥비연은 두근거리는 가슴 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허, 드라크 변경백이 무도회에 참 석했다더니 진짜였군.’
‘어지간해선 국경선을 지키겠다고 이런 자리에는 잘 안 오지 않았나?’
‘왔다는 소문은 들었어도 얼굴을 비추지 않아서 정말인지 의문이었는 데…….,
‘홍비연 공주님을 만나고 곧바로 돌아가 버렸어.’
‘그렇다는 건…….,
다른 귀족들 역시 드라크 변경백의 움직임이 신경 쓰이는 듯, 벌써부터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
더 떠들어라.
그리고 이야기를 부풀려라.
홍비연은 사람들이 더더욱 자신의 이야기를 퍼다 나르기를 원했다.
그리하여, 마지막 사람에게 이야기 가 전달되었을 땐 상당히 과장되어 있기를 바랐다.
그래야만 자신의 이름을 더욱 크게 부풀려서 귀족들에게 전달할 수 있
으니까
그래야만 자신의 이미지를 귀족들 에게 제대로 각인시킬 테니까.
‘한 발자국, 드디어 한 발자국이야.’
무도회에 온 목표는 확실하게 달성 했다.
아무것도 없던 홍비연에게 드디어 제대로 된 지지대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홍시화는 이미 수십, 수백 걸음이나 앞서 나간 상황.
그 격차를 좁혀야 한다.
‘여기서 쉬고 있을 틈은 없어.’
홍비연은 무도회장의 출구를 아쉽
다는 듯 바라보며, 음악이 흘러나오 는 것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밤은 이제야 무르익었으니까.’
* * *
……홍비연과 에이젤은 이번 사건 을 처음부터 백유설이 계획한 일로 알고 있었지만, 실은 아니다.
그는 정말로 무도회가 뭔 느낌인지 즐기러 찾아온 것이었다.
괜히 비싼 양복을 빼입었겠는가?
그녀들에게 잘 보이려고 양복도 빼
다 입었고, 춤추게 될 상황도 대비 하여 나름대로 연습도 해갔다.
그런데 제대로 된 춤도 춰보지 못 하고,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서 홍시화 공주와 입씨름이나 하다 가 쫓겨나고 말다니.
“에효. 내 팔자야.”
무도회장에서 나온 백유설은 하늘 을 올려다 보았다.
붉은빛이 감도는 달이 휘영청 떠올 라 있었다. 곧 있으면 보름달이 되 어 밤하늘을 뜨겁게 비출 것이다.
무도회장은 그토록이나 시끌벅적했 는데, 바로 바깥은 아무도 존재하지
않아서 굉장히 적막했다.
그는 마차를 태워주겠다는 기사들 의 요청도 거절하고서 걸었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아돌레비트의 궁전 내부를 천 천히 거닐고 싶었다.
‘예전 생각 나네…….’
작년 여름방학.
홍비연을 데려오기 위해, 몰래 궁 전에 숨어들었던 그 나날들.
길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꽤 깊 은 추억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새삼 외로움을 타는 건 아니지만
아무도 없는 밤의 거리를 걷고 있자 니 자꾸만 아이테르 월드에 도착해 서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풀레임과 꽃서린, 에이젤과 잎하넬, 젤리엘과 홍비연, 알테리샤…….
그는 정말 다양한 인연을 만났고, 그들과의 인연은 지구에서도 없었을 만큼 소중하고 강렬했다.
“야, 아저씨.”
«..
멍하니 사념에 잠겨서 천천히 걷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고 개를 돌렸다.
백유설의 얼굴은 달빛에 가려져 거
의 보이지 않겠지만 반대로 말해 뒤 쪽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는 그 소녀 의 얼굴은 달빛을 제대로 받고 있어 선명하고 또렷하게 비쳐졌다.
“풀레임…… 왜 여기까지 따라나왔 어?”
“난 저기서 할 게 없거든.”
그녀는 팔짱을 끼며 그리 말했는데 평상시와는 달리 단발 머리칼을 예 쁘게 땋아 올려서, 분위기가 완전히 딴판이었다.
그 어리고 앳돼 보이는 얼굴로 어 떻게 저런 성숙한 느낌을 풍길 수 있던 건지 그녀를 꾸며준 코디네이
터가 있다면 비법을 물어보고 싶다.
“에이젤도 슬슬 귀족들 탐문하고 돌아다니느라 바쁘고〜 홍비연은 말 할 것도 없고〜 그 연금술 광 조수 님은 연금술 떠드느라 아예 정신이 없던데? 그렇게 말 많은 사람인 줄 처음 알았어.”
“하하…… 그렇겠지.”
그에 비해 풀레임은 저곳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애당초.
풀레임이 아돌레비트의 무도회장에 따라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이건, 무언가.
스토리에서 어긋나는 사건이다.
풀레임은 주인공으로서, 언제나 항 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황에 놓 여야만 한다.
주인공이 되지 않는 공간에는 굳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주인공의 법칙.
하지만, 풀레임은 더 이상 주인공 이 아니게 되었다. 에이젤이 풀레임 의 등장으로 주인공 자리에서 벗어 난 것처럼, 풀레임 역시…….
이맘때 쯤.
백유설도 슬슬 알게 되었다.
그녀들을 이렇게 만든 사람은 바로 백유설 자신이다.
그는 스스로를 ‘주인공’이라고 생 각하지 않는다. 그건 너무 과분하다.
다만, 그래도 특이하고 특별하다고 는 생각한다.
게임 속 세상에 들어와, 그들의 미 래를 알고 행동한다는 것 자체가 특 별하지 않다면 무엇이겠는가.
그것을 어떻게 좋게 활용하는지는 자신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백 유설은 스스로를 결코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말 듣고 있어?”
“어? 응.”
“그래서, 나도 무도회장에 돌아갈 생각 없으니까.”
“없으니까?”
“같이 돌아가자고.”
풀레임은 싱글벙글 웃으며 백유설 의 어깨를 툭! 쳤다.
아까 무도회장에서 있었던 일은 굳 이 언급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음을 그녀는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
풀레임은 백유설의 옆에 바짝 따라 붙어 나란히 걸었다.
마땅히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달빛을 받으며, 세상 사람들이 모 두 사라진 듯한 고요한 거리를.
그저 그렇게 걸었다.
한참 동안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