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427)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427
70. 무도회(8)
아돌레비트의 무도회는 짧게는 하 루에서 길게는 장장 열흘을 계속하 기도 한다.
물론, 홍세류 왕권 이후로는 열홀 이나 무도회를 벌인 일은 없다.
그녀가 말하기를 ‘그 시간에 돌아 가서 영지 번영에나 힘쓰도록.’이라
며 무도회를 짧게 압축해 버렸던가.
그러한 법칙은 자신에게도 예외는 없었는지, 무려 여왕의 생일을 축하 하기 위해 열린 이번의 무도회 역시 고작 사홀 만에 끝나고 말았다.
사흘. 고작 사흘이다.
하지만 그 사홀 사이에 홍비연은 온몸의 기가 전부 빨려 나간 느낌을 받았다.
“후우우우…….”
살면서 이렇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 던 적이 있던가. 하지만 이건 한숨 이 아니었다.
정말, 정말로 너무 피곤해서.
그래서 나오는 깊은 숨이었다.
침실로 돌아온 홍비연은 거울 앞 화장대에 앉아서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피곤해.’
왕족으로서, 그녀가 제대로 무도회 에 참석하여 귀족들과 어울린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린 시절에야 몇몇 귀족들이 관심 을 갖고 다가왔지만, 왕위 계승권이 생긴 이후로는 귀족들이 그녀를 멀 리했기 때문이다.
홍시화 공주가 차기 국왕이 되는 것은 명백했기에, 왕이 될 가능성은
먼지 한 톨만큼도 없다지만 정적이 라고 할 수 있는 홍비연에게 접근해 봐야 좋을 게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어린 시절, 그녀가 왕위 계승권을 받아낸 그때부터 이미 불공평한 레 이스는 시작되어 있었다.
홍시화는 저 멀리 앞서 달려나가고 있는데, 홍비연은 한참이나 뒤늦게 출발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그 격차는 10년이 지나도록 좁혀지 지 않았다. 홍시화는 점점 더 빠르 게 결승선을 향해 달려가는데, 홍비 연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으니까.
후후.’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먼저 출발한 홍시화.
아아, 그녀는 토끼였다.
너무 빨리 나가 버렸지만, 게으름 을 피워 버린 토끼.
그녀는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백유설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장벽 에 발목이 붙잡혀, 그 자리에 넘어 지고 만 것이다.
흥비연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홍시화 공주와는 달리 홍비연은 거 북이였지만, 넘어져 있는 사이에 최
대한 빨리 기어서 그녀와의 격차를 어마어마하게 좁힐 수 있었다.
그것이 오늘의 성과.
‘피곤하지만…… 아직은, 쉬고 있 을 때가 아니야.’
오늘 홍비연은 멈춰 있던 걸음을 수십, 수백 걸음이나 옮겼다. 멈춰 있던 홍시화 공주와의 걸음을 어마 어마하게 따라잡았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걸음이 아니다.
뛰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준비물이 지금 준비되
어 있다.
‘아돌레비트 원로회.’
평생을 노력해도 결코 닿을 수 없 을 것만 같았던 바로 그곳이 지금 그녀의 앞에 놓여 있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킨다.
앞으로는, 그러니까.
국왕이 된다면.
일상이 될 것이다.
원로회의 좌석 하나를 당당히 차지 하여,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나 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일상이 될 것이다.
그러니 기대하지 말자.
두근거리지 말자.
설레지 말자.
그런 건,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것 이다.
그리 생각하면서도 훙비연의 심장 은 이미 쿵쾅쿵쾅 궁전 바깥에까지 들릴 정도로 뛰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뛰어가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나려고 했으나.
-공주님.
«.?”
침소 바깥으로 울리는 노크 소리.
평상시 그녀의 생활을 돌보던 시녀 들의 목소리가 아니다. 궁전에서 업 무를 볼 때 마주치던 귀족 하인들의 목소리다.
“내가 나갈게.”
공주의 침소는 감히 귀족들이 함부 로 엿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흥비연이 직접 침소의 문을 열고 나서スト, 하인 수십 명이 고개를 숙 인 채 기다리고 있었다.
서류 수백 장과 함께.
그녀는 잠시 말문이 막혀서 무어라 말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서는 그 뛰어난 두뇌가 몹시 도 빠르게 굴러간다.
무도회장에서 그녀가 벌였던 모든 일들. 그러니까, 인맥을 쌓으며 그 과정에서 벌인 모든 사업과 사건과 무역과 마도학과 학회와 다과회와 축제와 토론회와 회의…….
그 수많은 사건들이 지금 한꺼번에 파도처럼 밀려든 것이다.
“공주님. 실무진이 뵙고자…….”
“국토 방비에 대한 건에……
“해상 무역에 대한……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수십 건의 사건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다.
홍비연은 급히 손을 들어 말했다.
,,그만,,
,,예?,,
“나중에 듣도록 할게.”
그녀는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내 집무실로 모두 가져다 놔.”
“……알겠습니다.”
하인들이 모두 집무실로 총총 이동 하자 홍비연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
를 꾹꾹 눌렀다.
저 수많은 서류를 한꺼번에 처리하 기에는 하루의 시간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내일의 홍비연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이게 무슨 짓인지.’
백유설이나 할 법한 짓이다.
아마도 그라면 파도처럼 밀려든 서 류를 보고서도 ‘부탁해! 내일의 나!’ 라고 여유롭게 지껄이며 위풍당당 놀러 나갔을지도 모른다.
홍비연은 은연중에 그런 그의 성격 을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그녀는 부정하고 있지만.
‘아니야. 나는 놀러 나가는 게 아 니야.’
그녀는 수십 명의 하인들이 서류를 끌어안고서 바삐 이동하는 것을 보 며 남아 있는 시녀들에게 말했다.
“나는 잠시 갈 곳이 있어.”
,,예,,
시녀는 공주가 가는 길을 당연히 따라간다. 마치, 그림자처럼.
그렇기에 홍비연이 가는 길을 긍정 했으나, 그녀의 뜻은 그게 아니었다.
“너희는 따라오지 마.”
시녀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들은 베테랑 시녀가 아니다.
궁전에서 수십 년을 지내왔으나 홍 비연 공주의 직속 시녀로서 배치받 은 것은 불과 몇 개월밖에 되지 않 는다.
왕위 계승권이 있는 공주의 직속 시녀의 위치. 그녀들의 임무는 공주 의 그림자가 되어, 무슨 일이 있더 라도 떨어지지 않는 것.
“……미천한 저의 머리로는 공주님 의 뜻을 이해하기가 버겁습니다.”
이제 막 20대가 됐을까.
시녀장치고도 젊은 여인이 그리 말 하자 홍비연이 말했다.
그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을 보 아하니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럴 것이다.
공주의 그림자가 되어 떨어지지 말 라는 명령은 여왕이 내린 것일 텐데 과연 공주의 지시가 있다고 하여도 그것을 어겨도 되는가.
지금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너희는 걱정할 것 없어. 나도 내 사람이 욕먹는 건 싫으니까.”
그에 시녀장이 고개를 천천히 들었 다. 자신들이 어느 부분에서 두려움 을 느끼고 있는지, 눈앞의 왕족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주위를 둘러보던 홍비연은 대충 자 신의 침소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명령이야. 지금부터 내 침소 를 지켜. 침소에는 아주 귀중한 물 건이 있으니까.”
그런 건 없다.
홍비연이 스텔라에 재학하는 동안 수십 일이나 그녀의 침소를 관리하 였기에 시녀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렇지만, 명령을 받든다.
“예, 알겠습니다. 공주님.”
그것이 공주를 따르는 시녀의 의무 였으니까.
시녀들을 자신의 침소에 밀어 넣은 홍비연은 개인적으로 따로 움직여서 궁전을 빙 돌아갔다.
눈에 띄지 않는 곳을 골라서 걷자 니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 버렸다.
궁전은 지나치게 넓어서 소형 워프 홀 게이트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 지만 자신이 이동했다는 흔적을 남 기지 않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안 그래도 피곤한데, 구두를 신고 서 억지로 움직이려니 아주 죽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도착한 장소는 궁 전의 가장 구석진 곳에 위치한, 어 느 신비로운 장소.
워프 홀 게이트를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비밀벽을 타고서 조금 더 걸어가니 자그마한 방이 나 왔다.
어둡고 음침할 거라고 생각했던 분 위기와는 달리 내부는 클래식한 고
딕풍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 가운데에 앉아 있는 중년의 사 내 한 명과 노파 한 명.
중년의 사내는 드라크 변경백이었 고, 나머지 노파 한 명은…….
“왔구나. 불꽃의 아이야.”
“……가장 밝게 타오르던 불꽃을 뵙습니다.”
홍비연은 즉시 고개를 숙였다.
노파의 정체는 ‘불의 원로회’ 소속 의 마도사, 홍리온.
설마하니 이곳에 불의 원로가 와있 을 줄은 몰랐던 홍비연은 살짝 당황
하였다.
당황한 건 드라크 변경백 역시도 마찬가지였는지 표정에 놀라움이 떠 있었는데, 마도사 홍리온이 설마 이 곳에 찾아올 줄은 몰랐던 것.
“원로께서 어찌……
“내가 점찍어둔 아이를 미리 보는 것 마저 허락되지 않느냐? 요즈음의 아돌레비트는 참으로 삭막하구나.”
“그런 뜻이 아니잖습니까…….”
드라크 변경백조차 쩔쩔매게 만드 는 홍리온은 늙은이 특유의 여유로 운 미소를 짓더니 의자를 가리켰다.
“앉거라, 아이야.”
,,예.,,
침착하게 굴자.
불의 원로 중에서도 연륜이 높은 축에 속하는 홍리온이 직접 나를 보 기 위해 찾아왔다.
그러니, 최대한 왕위에 걸맞은 모 습을 보여야만 할 것이다.
“내가 너를 왜 찾았는지 아느냐?”
“……저를 지지하기 위해서입니까?”
“후후, 그래. 그런 이유가 가장 크 지. 원로회 사이에서도 의견은 나뉘 게 마련이고 제각각 저들이 점찍어둔 아이를 왕위로 올려놓고자 하니까.”
“그렇군요……
물론 모든 원로가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몇몇 원로는 속세에서 무슨 일이 있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 는다고도 했었으니까.
“나 또한 마찬가지의 이유다. 홍세 류 왕권에 질려버렸지. 그녀를 고스 란히 빼다 닮은 홍시화가 왕권을 붙 잡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심한 일 이 많아질 것이다.”
홍비연은 그 부분에 대해 대꾸하지 않았다. 무어라 말을 해야 좋을지 조심스러워서 함부로 입을 열지 않
는 것이다.
“하여, 내가 너를 불러서 어떤 방 법으로 지지해 주었으면 하는지 궁 금하지는 않더냐?”
“궁금하지만 무례라고 생각하여 묻 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후후, 무례라고 할 게 있겠느냐. 어차피 내가 너를 지지하는 방법은, 네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말 그대로다. 나는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시킬 것이고, 그로서 나 는 너를 지지하게 될 것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홍비연의 눈동자가 점점 붉게 물들 기 시작하자, 홍리온은 더 이상 뜸 들이기를 멈추고서 말했다.
“아이야. 너는 모르프 가문의 후손 과 꽤나 가깝게 지내더구나.”
쿵! 심장이 덜컥 떨어질 뻔했다.
아돌레비트의 대부분은 모르프 가 문을 증오하고 있었으니까.
설마 친하게 지내는 것만으로 무어 라 나무란다거나, 혹은 연을 끊으라 는 명령이라면 홍비연은 듣지 않을 생각이었으나.
다행스럽게도.
“네가 그 아이와 친하니, 천운이로 구나. 나는…… 홍시화 공주가 10년 전, 과거에 벌였던 일의 진실을 세 상에 모두 알릴 생각이다.”
그 충격적인 발언에 홍비연의 눈동 자가 크게 커졌다.
“그래, 무도회장에서 백유설이라는 소년이 참으로 재미있는 짓을 벌여 주었더라지? 불꽃은 충분했으나 기 름이 없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그 아이가 아주 멋지게 기름을 뿌리고 돌아갔더구나. 덕분
에 일이 아주 쉽게 풀리겠더군.”
홍비연이 침을 꿀꺽 삼키고서 고개 를 끄덕이자 노파가 붉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한다.
“너는, 네 손으로 언니를 죽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