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46)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046
12. 맛집 동아리(5)
알테리샤의 개인 연구실은 연금술 강의 실습실 옆에 딸려 있었다. 그 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곳을 그 저 창고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메이젠 교수가 교보재를 항 상 그곳에 보관해 두면서 창고 용도 로 쓰이기도 했고.
그런 장소조차도 알테리샤는 감사 히 받았다. 마땅히 연구할 공간이 없어서 반지하를 전전하며 집주인 몰래 실험해오던 나날에 비하면 이 창고는 비록 초라하지만 적당히 있 을 것도 있고 몰래 연구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메이젠 교수에게 매번 구박받고, 괴롭힘당하는 일상을 버텨낼 수 있 는 이유는 바로 이 자신만의 아늑한 창고가 있었던 덕분이었다.
이곳에서만큼은, 미래를 꿈꿀 수 있었으니까.
“알테리샤. 이번에 네가 작성한 논
문, 내게 넘기거라.”
그 말이 나왔을 때, 알테리샤는 올 게 왔구나 싶은 마음에 고개를 숙였 다.
메이젠 티렌 교수는 말했다.
‘너에게 발표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기회.
그래, 기회였다.
알테리샤라는 자그마한 연금술사가 마침내 날개를 펼치고서 훨훨 날아 오를 수 있는 기회.
메이젠 티렌 교수는 알테리샤에게 ‘기회’를 빌미로 잡고서, 그녀가 날 아오를 수 없도록 날개를 콱 붙들어 매고 있었다.
하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너에게는 내년에도 기회가 있잖 니?”
”…네.”
메이젠 교수는 평소와는 달리 조곤 조곤한 말투였다. 마치 어린애를 타 이르려는 것처럼, 어린애가 먹고 있
던 딸기맛 사탕을 빼앗아 먹으려는 어른처럼.
그렇게, 알테리샤의 논문을 빼앗아 가려고 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서 부들부들 떨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자그마치 5년이다.
5년? 말이 5년이지 사실상 연금술 사로서 살아온 그녀의 인생 전부가 이 연구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었다.
행복했었다.
반지하에서, 자취방에서, 곰팡이 낀
골방에서, 몰래몰래 연구를 하면서 도 조금이나마 진척되는 자신의 연 구물을 볼 때마다.
그리고 마침내 논문을 완성했을 때 는, 마치 자식을 낳은 것만 같은 기 분마저 들었다.
황홀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그런데 메이젠 교수는…… 자신에 게 희망을 줄 것처럼 고문하며 자식 마저도 빼앗아 가려고 하였다.
“이해했니? 내년에는 제대로 된 발 표회를 준비할 수 있도록 내가 도와 주도록 하겠다.”
거짓말이다. 그녀는 그럴 만한 위 인이 못 된다. 내년에도 또 내년의 결과물을 빼앗으려고 하겠지.
“……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메이젠 교수의 그 무수한 인맥과 능력을 견뎌낼 재간이 없었던 탓이 다. 그녀의 말 한마디면, 알테리샤 따위는 이 업계에서 영영 날개를 펼 칠 수 없을 테니까.
“자, 가져오거라.”
알테리샤는 묵묵히 자신의 논문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메이젠에게 넘겼 고, 그녀는 맡겨둔 물건을 당연히 돌려받는 것처럼 받아 들었다.
“아, 그래. 혹시 준비된 다른 논문 을 가져온다면 올해의 발표회에 네 가 참여할 수 있도록 내가 힘을 써 보마.”
“…감사합니다.”
**그래. 계속 노력하도록.”
메이젠 교수가 문을 닫고서 나가 スト, 알테리샤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두 번째 논문? 다음 발표회까지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걸 이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준 비한단 말인가?
그건…… 그저, 메이젠 교수의 또 다른 괴롭힘에 불과했다.
‘나는 기회를 주었는데, 네가 잡지 못했을 뿐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사무치게 괴롭고, 또 아파 왔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 현실에 알테리샤는 그저 양손을 그러모아 얼굴을 감싸쥐었다.
‘어떡하지.’
지금까지도 너무 괴롭고, 또 외로 운 시간을 보내왔다. 그러나 버텨냈
다. 먼 미래에 하늘을 날고 있을 자 신을 꿈꾸며.
그러나 그 희망이 덧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차라리, 차라리 한 줌의 희망조차 없었더라면 진작 포기하고 마음이 편해졌을 텐데, 메 이젠 교수는 자꾸만 한 줌의 희망을 던져주면서 포기하지도 못하도록 만 든다.
그런데, 그게 벌써 몇 년이나 되다 보니 아무리 우둔한 알테리샤라도 서서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 한 줌 의 희망이라는 건, 정말 한 줌일 뿐 이라서 부여잡는 것조차도 불가능하 다는 걸.
메이젠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 에게 희망으로 고문을 할 뿐이었다.
다음 논문을 써오면, 발표회에는 참여할 수 있게 해주겠노라.
그런데.
‘다음 논문을… 내가 과연 쓸 수 있을까?’
도저흐], 자신이 없었다.
* * *
풀레임의 말마따나 스텔라 아카데 미에서는 조교수나 조수도 동아리의
지도교수를 할 수 있었다.
그 이유가 참으로 어이가 없었던 게, 교수들이 귀찮다는 이유로 동아 리 지도교수를 대부분 꺼리는 바람 에 개정된 정책이란다.
나야 뭐, 나쁘지 않다. 애초부터 교수들이랑 사이가 좋지 않았으니 까.
연금술 실습실에 도착한 나는 구석 에 위치한 창고로 향했다. 말이 창 고지, 사실 연구실이나 다름없는 곳 이었지만.
창고에 다가가 문을 열려는데, 안 쪽에서 문이 열리며 나오는 메이젠
티렌 교수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허리춤에 얇은 서류 봉투를 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했음에도 그녀는 휙 고개를 돌리고서 제 갈 길을 갔다.
그런데 어쩐지 그녀는 나와 마주쳤 는데도 딱히 기분이 나쁜 기색은 없 이, 입꼬리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뭐지?’
의문스러운 마음에 살짝 열려 있는 문을 밀고 들어서니, 바닥에 주저앉 아 있던 알테리샤가 화들짝 놀라 널 브러져 있던 종이를 주우며 일어섰다.
“어, 어. 왔니?”
묘하게 당황한다. 안경이 얼룩졌고, 눈시울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나는 그대로 표정을 굳히고서 성큼 성큼 다가가 바닥에 흩어진 종이 뭉 치들을 살펴보았다.
“왜, 왜 그러니?”
“……조수님.”
나는 알테리샤의 분홍빛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예전부터 준비하셨다던 그 논문, 어디 갔어요?”
그녀는 바보같이 웃었다.
“으응…. 교수님 드렸어. 너도 알잖 아. 조만간 학술 발표회가 있는 거. 교수님이 그때 내 논문을 사용해 주 신대. 고마운 일이야. 그런 뛰어난 연금술사들이 모인 자리에 내 연구 가 발표되는 건…….”
“후우, 조수님. 그건 그냥 빼앗긴 거잖아요. 거기에 조수님 이름이 들 어가기는 해요?”
내 말에 알테리샤는 잠시 멈칫하더 니, 배시시 웃었다.
“흐흐…. 괜찮아! 이런 것도 다 경 험이スI. 이 업계가 다 그런걸. 나만 뺏기는 것도 아냐. 다들 그래. 다들
그러려니 하고.”
다들 그렇게 버텨서 연금술사가 되 는 거야.
알테리샤는 뒷말을 생략했지만, 어 쩐지 텔레파시처럼 나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연금술 학계는 굉장히 좁아터졌다. 두 다리 건너면 죄다 아는 사람이라 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래 서 자칫 선배 연금술사에게 잘못 보 였다가는 영영 연금술사로의 길을 포기해야만 할 수도 있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다들 그렇다. 다들 그러려니 하고.
그러나 그들 모두 본인이 받아들이 지 않았을 것이다. 강제로 받아들여 졌을 뿐.
아마도.
이번 학술 발표회, 알테리샤가 평 생 기다려왔던 순간일 것이다.
자신의 연구물이 처음으로 세상에 펼쳐진다! 그 한순간을 위해, 그녀 는 메이젠 티렌에게 구박받으면서도 버티고 또 버텼다. 그러나 메이젠은 말했겠지.
‘1 년만 더 기다리자꾸나. 너는 내 년에도 기회가 있잖니?’
받아들였다. 받아들여졌다. 그것이
현실이었으니까. 여기서 거절해 봐 야, 할 수 있는 건 없었으니까.
‘게임에서는…… 이런 일 없었어.’
아마도, 이맘때쯤.
메이젠 티렌 교수는 에이젤의 아이 디어를 훔친 ‘티렌포인트 B타입’을 학술 발표회에서 선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미래가 뒤틀리는 바람에 그녀의 수중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 게 되었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가장 만만한 연금술사에게 고개를 돌릴 수밖에.
그것이 바로 알테리샤였다.
*……이거 원, 동아리 지도 담당이 나 해달랄 때가 아니었구만.’
알테리샤는 메이젠 티렌을 따라나 서서 자신의 연구물을 발표하고, 그 자리에서 모든 연금술사들에게 인정 받는다.
메이젠 교수의 것보다도 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메이젠 교 수의 연구물은 결국 발상의 전환이 독특했고 아이디어가 특이했을 뿐 결국 학생 수준이었기에, 천재 연금 술사인 알테리샤가 몇 년이나 연구 한 결과물이 거기서 밀릴 리가 없는 것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감 을 얻었다.
‘내가 연금술사를 계속해도 되는구 나!’
구박받고, 무시당하고, 핍박받는 상 황 속에서도 연금술사를 계속할 수 있게 되는 원동력을 그곳에서 얻는 단 말이다.
지금의 알테리샤는 한계에 다다라 있다. 아무리 애써 긍정적인 척을 해보아도, 결국 내면의 마음을 지키 는 벽은 툭 치기만 해도 와르르 무 너질 정도로 나약해져 있었다.
나는 무심코 칠판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미완성인 채로 방치되어 있 는 ‘연공난수 교차 술식’. 아마 최소 한 한 달 이내에, 메이젠 교수는 저 전설의 공식을 완성해 낼 것이다.
나는 저 공식을 천천히, 알테리샤 가 스스로 완성하도록 내버려 두려 고 했다. 하지만, 뺏고 빼앗기기만 하는 알테리샤의 모습을 보고 있자 니 더 이상은 못 참겠다.
그녀의 논문을 되찾는 건 물론, 메 이젠에게 크게 엿 먹일 수 있는 방 법은 이제 이것밖에 없겠다.
“조수님. 그거 말고도 작성하던 논
문 있잖아요.”
“어, 응? 어떤 거…?”
“연공난수 교차 술식이요.”
“아… 흐홓. 너랑 같이 풀던 그거? 너도 알지? 연공난수는 300년째 미 해결 문제잖아. 그게 지금 와서 풀 릴 리가 있겠니. 네 발상이 독특해 서 계속 대입해 봤는데 영 안 되더 라.”
“그…… 저번에 교수님이 풀다가 탁 막히셨다는 부분이요. 그거만 풀 면 뭔가 길이 보일 것 같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으응? 그렇긴 한데……
“제가 그거 풀었어요.”
“…뭐?”
우뚝, 내 말에 알테리샤의 모션이 정지하였다. 그녀는 삐걱거리는 목 을 천천히 들어서, 나와 눈을 마주 하였다.
“근데 저는 아무리 그 부분을 풀어 도 뭐가 뭔지 이해가 안 가더라구 요.”
“뭐라고… 했니? 그걸, 진짜 풀었 다고? 정말로?”
“네. 보여드릴까요?”
끄덕끄덕끄덕. 고개를 위아래로 흔
드는 알테리샤를 보며 나는 코트의 가슴 주머니에서 펜을 하나 꺼내 딸 칵, 심을 세운 뒤 간단한 공식 하나 를 적어 내려갔다.
그러자, 알테리샤의 커다란 눈동자 가 더욱 거대하게 쟁반만 해지더니 입을 쩌억 벌리고서 소리 없이 절규 하였다.
“아……!”
무언가를, 깨달은 것이다. 그저 보 고 베낄 뿐인 나와는 다르게, 진짜 배기 천재인 그녀는 머릿속으로 수 많은 이미지와 공식, 그리고 술식이 나열되는 것을 체험하고 있을 것이 다.
“이럴 수가…….”
내가 이 문제를 풀어서는 안 된다. 그녀가 여기서 스스로의 힘으로 논 문을 제출해 자신감을 얻는 것도 중 요하지만, 애초에 논문을 완성한 사 람에게 연구비를 지원해 주기 때문 이다.
나는, 연금술사를 할 생각이 없다. 그럴 만한 발상도 능력도 아무것도 안 된다. 그저 안경에 의존하여 기 록된 레시피로 똑똑한 척을 하고 있 을 뿐.
하지만 그녀는 진짜배기 천재다. 인류의 미래를 뒤바꿀, 천재.
“이 공식을, 틔리니의 계수에 산란 과 반사를 더해서 파누센의 흐름을 더하면…….”
그녀는 내가 앞에 앉아 있다는 사 실조차도 잊은 채 무언가에 흘린 듯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볼 때마다 경이로운 집중력이었다.
그런 알테리샤를 내버려 둔 채, 나 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나지 않도록 문을 닫고 나왔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