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47)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047
13. 잎하넬의 풀빛열쇠(1)
나는 꿈을 잘 꾸는 편이 아니다. 그러나 아주 간혹 꿈을 꿀 때가 있 는데, 몹시 피곤하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때였다.
꿈을 꾸게 되면, 옛날의 어린 시절 로 돌아가고는 했다. 딱히 행복했던 기억은 아니었다. 그때는 가족이 있
었고, 이미 상실해버려 더 이상 돌 이킬 수 없는 행복을 다시 한번 느 끼는 건 기쁜 꿈이 아니라 슬픈 꿈 이었으니까.
“……유설 학생.”
문득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부스 스 눈을 떴다.
“괜찮아?”
“아우, 허리 꺾이겠다. 잠깐 졸았나 보네요.”
“벌써 아침이야. 수업 때 괜찮겠 어?”
“수업 시간에 자면 돼요.”
“학생이 그러면 못 써……
“저는 그래도 공부 잘해요.”
어차피 전부 안경 컨닝 빨이지만.
알테리샤도 인정한다는 듯 작게 웃 으며 말했다.
“너는 안경 쓰고 가만히 있으면 분 위기가 다른 사람 같다. 평소엔 불 량한 학생인데 그럴 때는 뭔가 지적 인 모범생 같거든.”
“그게 원래 제 모습인데요.”
“그, 그래…. 긍정적인 건 좋은 거 지.”
“예. 문제는 잘 풀려가요?”
현재 이곳은 알테리샤의 연구실이 었다. 내가 새벽 늦게까지 그녀의 연구실에 있는 이유는 연공난수 교 차 술식을 같이 풀기 위해서였는데, 나는 아주 살짝 힌트만 줄 뿐 사실 알테리샤가 거의 다 풀고 있었다.
“웅. 진전이 있어. 남은 부분은 반 복 노가다를 통해 해답을 구한 다음 대입하면 슬슬 끝이 보일 거 같아.”
“좋네요. 조금만 더 힘내봐요.”
“……그래야지.”
그녀는 기쁜 듯 웃다가도, 갑작스 레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래도 되는 걸까. 이
건 교수님이 반평생을 걸쳐서 연구 하시던 건데.”
“허.”
사람이 좋은 건지 바보인 건 ス]. 자 신의 연구물을 빼앗겨놓고서도 저런 말이 잘도 나온다. 나 같으면 진작 에 멱살잡이했을 텐데.
“그런 쓸데없는 생각은 마세요. 그 쪽이 반평생 연구한 게 무슨 상관이 에요? 조수님이 메이젠 교수의 연구 물을 베낀 것도 아니잖아요. 순수하 게 저희가 교수보다 뛰어난 건데, 그게 죄는 아니잖아요?”
말해놓고서도 살짝 양심이 찔렸지
만, 알테리샤를 달래기 위해서는 어 쩔 수 없었다.
“응…… 고마워.”
“일단 여기에 있는 거 들키면 벌점 이니까 저는 해뜨기 전에 가볼게요.”
“흐, 조심히 들어가. 조금 있다가 수업 때 보자.”
“아, 참.”
그러고 보니 오늘이 금요일이던가. 슬슬 할 일이 생겼기에 나는 여태 묵혀두던 것을 꺼냈다.
“동아리 창설…… 신청서?”
너】. 친구들이랑 맛집 탐방 동아리
를 창설하려는데, 지도 교수님이 필 요하거든요. 해주실 수 있어요?”
“당연하지. 지금까지 너한테 받은 게 얼만데.”
그녀는 망설임 없이 사인을 해주었 다.
“최대한 귀찮게 안 굴도록 노력할 게요.”
“괜찮아. 나중에 나도 맛집 탐방에 끼워줘.”
“물론이죠.”
동아리 창설의 조건은 완벽히 충족 되었다.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최 대한 숨기고서 연구실을 빠져나왔
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움직일 때다.
이전번의 사건 이후로 스텔라의 학 생이 ‘특수 목적 외출,을 하지 않는 이상은 비행선과 워프 흘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애당초 몰래 이용 하더라도 기록이 다 남기 때문에 얼 마 안 가서 들통난다.
내가 특수 목적 외출 자격에 그토 록 집착한 이유였다.
“흐음……. 수련이라고? 맛집 동아 리 자격으로 외출증을 끊으면서?”
“맛집 탐방 외의 특수 목적으로 수 련도 하는 거죠.”
이한월은 내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 냈으나, 크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때 내가 잘못하긴 했지만, 그는 정말로 ‘수련을 하러 가는 와중, 친 구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 고 달려가 그들을 구출했다’라고 알 고 있는 탓이다.
“뭐, 좋다. 사고만 안 치면야.”
마유성이 힘을 써준 덕분에 우리 동아리는 성공적으로 창설되었고,
이렇듯 마음대로 외출까지 할 수 있 게 되었다. 또한, 나는 부장이라서 혼자 외출하는 것도 문제없다.
‘좋은데.’
마유성의 도움을 이렇게까지 받을 줄이야. 나중에 빚은 꼭 갚아야겠다.
스읍.”
스텔라 부지 밖으로 빠져나온 뒤, 크게 공기를 들이켰다. 학교 안에만 있는 건 여러모로 답답하다.
스텔라에서 열차를 타고 조금만 나 가면, 아르카니움의 로데오 거리’가 나온다.
이곳은 금요일 점심부터도 활력 넘
치는 학생들로 가득했는데, 오후에 수업이 없는 청춘들이 죄다 놀러 나 온 것이다. 벚꽃 피는 봄이라 그런 지 유독 커플도 많이 보였다.
로데오 거리, 일명 문화예술의 거 리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한국의 대 학로와도 비슷했다.
연극, 영화, 음악, 뮤지컬 등의 공 원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테마파크나 마법 공원, 오락실 등 여가 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고 그림 과 음악으로 가득한 산책로나 카페 등 학생들이 데이트할 만한 공간이 많아서 주말에는 유난히 분주한 편 이다.
물론, 나는 커플도 아니며 애초에 놀겠다고 외출한 것도 아니라서 그 것들을 싹 무시한 채 비행선을 이용 하였다.
[안젤라이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 다.]부유 도시 아르카니움의 주변에는 무려 12개나 되는 위성 도시가 존 재한다. 그중 4개는 아르카니움과 마찬가지로 부유 도시이며, 나머지 8개는 산꼭대기에 지어졌거나 거대 한 호수의 위에 세워져 있는 등 다
양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동쪽의 부유 도시 안젤라이엔을 자주 경유하는 편이었 는데, 이 도시에서 열차를 이용하는 게 세계 곳곳으로 나가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크허어…….”
“학생. 종착역이야. 일어나.”
열차의 창문에 얼굴을 부착시킨 채 잠을 청하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 O _O_.”
차편이 제대로 뚫려 있어서, 거리 자체는 상당히 멀었지만 워프 흘을 연달아 이용한 뒤 열차에 탑승하자, 이동에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천천히 열차에서 내린 나는 입을 쩌억 벌리고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 을 바라보았다.
“미친…… 장난 아니네.”
제3의 세계수라 불리는 거대한 나 무 한 그루. 우산처럼 펼쳐진 수백 가닥의 뿌리와 그 아래에 펼쳐진 드 넓은 정원.
세계수, 즉 신목(神木) 특유의 초 록색 오로라가 은은하게 세상을 감
싸고 있어서 그 아래에 있는 모든 것들이 행복하게만 보였다.
일명, ‘나무화란의 과수원이라 불 리는 공원이었다.
누구나 출입할 수 있고, 누구나 열 매를 따 먹을 수 있는 공간.
정상의 뷰어가 상당히 아름다워서 휴양지로 자주 찾아오는 장소이며, 게임에서도 스크린샷 명소로 꼽히기 도 했다.
‘게임 그래픽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되네.’
나는 넋 놓고 과수원에 쭉쭉 뻗은 형형색색의 줄기와 알록달록한 열매
의 향연을 구경하며 거리를 걸었다.
“어서 오십시오, 스텔라의 마법人上. 우리는 인간 마법사를 환영합니다.”
열차 밖으로 나서자 뾰족 귀에 살 짝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사내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엘프였다. 역시나 엘프들의 영역인 만큼 엘프가 굉장히 많이 보였다. 나는 외워두었던 엘프식 인사법을 전했다.
“이런 아름다운 정원을 가꿔주시어 하사하신 대지의 어머니, 세계수님 께 감사 인사를 꼭 드리고 싶군요.”
“부디 당신의 진실된 마음이 어머
니께 닿기를 바랍니다.”
낮게 울리는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 소리와 다부진 어깨. 그는 확실하게 ‘남자’ 엘프였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엘프들 은 기본적으로 성별이 없이 태어난 다. 남성형과 여성형의 구분은 있지 만, 결정적으로 생식기가 존재하지 않았는데 훗날 진실된 사랑을 하게 되면 그제야 그 상대방에게 맞춰서 성별이 바뀐다고.
그래서 여성형으로 태어났지만 남 자가 되거나, 남성형으로 태어났지 만 여자가 되는 일도 굉장히 흔했 다.
성별이 정해지기 전의 엘프는 대부 분 체형이 비슷한 편인 데다가 목소 리도 살짝 중성적인 느낌이 들어서 구분이 가능했다.
나는 천천히 주변을 구경하며 걸었 다. 내 교복을 알아보고서 말을 걸 어오는 엘프가 많았는데, 대부분이 감사 인사였다. 과거 엘트먼 엘트윈 이 제2세계수가 불타서 죽어갈 뻔한 것을 구해준 적이 있어서 그렇다.
인간과 이종족의 전쟁이라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스텔라의 마법사 들은 이종족들과 굉장히 친했는데, 어느 정도냐면 매년 엘프들의 대표 적인 마법 학교인 ‘별꽃나무 마법
학교’와 교환학생을 통해 친목을 도 모하기도 했다.
‘교환학생 이라……
별꽃나무 마법 학교 또한 어마어마 한 규모의 학교인지라, 훗날 사건이 엄청나게 터져댄다. 그래서 한 번쯤 은 들러보긴 해야 할 텐데, 나한테 교환학생의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 다.
”반가워요, 스텔라의 마법사.”
”예. 아름다우십니다, 부인.”
”어머, 호호호.”
민간인들에게 마법 전사라는 존재 는 영웅 같은 취급을 받는다고 들었
는데, 과연 그 말이 맞는 것인지 고 작해야 학생인 나한테도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제로 공격 마법을 익힌 마법사는 세계에서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마법 전사가 되기 위한 시험은 극악의 난 이도를 자랑하여 그 숫자가 그리 많 지 않았다.
‘그나저나, 확실히 엘프는 엘프라 는 건가. 선남선녀가 많네.’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을 보면서 걷 자니, 눈 호강이 제대로 되었다. 물 론 아무리 엘프라고 해서 딱 보는 순간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건 아니다.
그저 평균적으로 선남선녀가 많을 뿐, 평범한 엘프는 평범하게 생겼다.
굳이 비유하자면 지구의 우즈베키 스탄을 떠올리면 되겠다. 미남미녀 는 분명히 많지만, 그렇다고 막 인 간보다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이들은 없다.
게임상에서도 마유성이나 홍비연 등 주요 등장인물의 외모를 간단하 게 묘사할 때 ‘그 어떤 엘프가 와도 비교를 불허하는 아름다움’이라는 문장이 들어가고는 했으니까.
아니ス], 한 명이지만 외모에 특이 한 버프를 가진 엘프가 존재하기는
했다.
엘프의 왕, 꽃서린.
그녀는 자애로운 여신과도 같은 자 태를 가지고 있어 수많은 남성 플레 이어들의 심금을 울리고는 했다. 실 제로 가장 많은 팬아트를 보유하고 있기도 했고, 나도 연상이 취향인지 라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한 명 이었다.
그녀 또한 여성형일 뿐 진실된 사 랑을 한 적이 없어 아직은 성별이 없다는 설정이었던지라 풀레임에게 구원받고서 반한 뒤, 훗날 남성의 성별을 선택하게 된다.
그 어떤 루트를 공략해도 꽃서린이 여성을 고른다는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아, 무수히 많은 남자들을 절망하 게 만들었다는 웃지 못할 사연도 있 었다.
‘흐음. 엘프왕이 남자가 되기 전에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기는 한 데…… 굳이 호기심에 목숨을 걸 필 요는 없겠지.’
언젠가 ‘연홍춘삼월(軟紅春三月)’의 가호로 그녀의 저주를 정화한 뒤라 면 모를까, 맨정신으로 마주했다가 는 죽는다.
저주받은 특성 [연정흡인지체] 때
문에 설정상 그녀와 눈을 마주친 순 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영혼을 빼앗기듯 반해버린 뒤 상사병을 시 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린다고 했으니 까.
아무튼, 예전에 기억하고 있던 설 정에 대해 떠올리며 한참이나 세계 수의 외곽을 떠돌던 나는 자그마한 샛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 여기쯤인가.”
세계수의 무수히 많은 가지 증 하 나, 그 숨겨진 길목으로 진입하였다. 통상적으로는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 었지만 어차피 경비도 없다.
만약 자신에게 해를 가하려고 하면 세계수가 스스로 움직여 방어하고, 또 엘프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때문 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한참을 등반하던 나는, 유난히 탁 트인 공간을 찾아 냈다. 뿌리가 기묘하게 자라난 장소.
“어디 보자, 여기쯤인 거 같은데. 아닌가? 맞는데.”
허공에 보이는 직박구리 안경의 지 도를 톡톡 두드리スト, 내 위치가 떠 올랐다.
“음, 맞네. 잘 찾아왔구만.”
주머니에서 잎하넬의 풀빛열쇠를
꺼낸 뒤, 마치 바위처럼 회색빛으로 자라난 나무에 가까이 다가갔다.
히든 던전, 신령 잎하넬의 정원.
그곳으로 통하는 입구가 바로 이 숨겨진 나무였다.
그것을 무심코 꽂아서 넣어버릴까 하다가 잠시 고민하였다. 열쇠에 써 있던 주의사항이 마음에 걸렸기 때 문이다.
「・주의! 이곳으로 통하는 입구를 열게 되면, 열쇠를 소지한 또 다른
누군가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이미 이 경고문이 아무런 의 미가 없다는 사실은 수많은 플레이 어의 검증을 통해 증명된 바가 있 다.
게임상에서도 열쇠에 똑같은 경고 문이 있었지만, 그 어떤 플레이어도 별다른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아서 실망했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설마 뭔 일 있겠어.”
그런 생각으로 나는 잎하넬의 열쇠 를 힘껏 꽂아 넣어서 돌렸다.
덜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