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497)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497
79. 이공간(5)
백유설이 낯선 이공간에 떨어지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하나 있다.
‘이 세계는 얼마나 넓은가.’
파악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방금까지 그가 서 있던 숲의 외곽 부터는 아예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허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뭔가 소름 끼치는데……
숲의 외곽에서 세계의 경계선을 바 라보던 백유설은 문득 그렇게 중얼 거렸다. 검은색도 아니고, 회색도 아 니고 무언가 일렁이는 듯한 기묘한 느낌의 공간.
시간, 공간, 빛, 어둠.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이기까지 했다.
‘즉, 이 공간은 오로지 숲을 위해 구현되어 있다는 건가……
백유설은 이러한 종류의 비슷한 공 간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스텔라 아카데미에서도 가장 중요
하게 여기며 가르치는 신비로우며 혼란스러운 세계, 페르소나 게이트.
“하지만 게이트가 열리지는 않았… 아니 ス 1, 잠깐.”
백유설은 이면 세계의 파편을 다시 금 꺼내서 바라보았다. 지금은 푸른 색과 초록색으로 빛나며 아이테르 월드의 지구본 형태로 변해버린 이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어떠 한 가설을 내릴 수 있었다.
‘설마, 이게 이면 세계로 향하는 게이트의 역할을 했다는 건가?’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것 외 에는 다른 가설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면 세계의 파편이라면…… 게이 트가 되기에는 충분한 조건이니까.
그런데, 어째서?
갑자기 왜?
이면 세계의 파편이 왜 자신을 이 곳으로 끌어당겼는가.
잠시 고민하던 백유설은 다시 고개 를 돌려 숲을 향해 걸었다. 무엇이 든 의문이 생긴다면, 직접 보고 듣 고 만져봐야 알 수 있었으니까.
저벅-!
숲은 고요했고, 백유설이 모래 밟 는 소리만이 이 세상에서 들리는 유
일한 소음이었다.
사아아……
간혹가다 바람이 불어오며 나뭇잎 이 홑날렸지만, 생명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여긴 오염된 숲이 아니었나?’
백유설은 가뿐하게 도약하여 근처 의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갔다.
젤리엘, 알테리샤와 함께 숲의 지 척에 도착했을 땐 분명 숲 전체가 거무죽죽하게 물들어 있었는데 이곳 은 기분 나쁘리만치 눈부시도록 새 하얗다.
그때, 눈앞에 떠오르는 직박구리
안경의 정보창.
[오염된 제12세계수, 버려진 숲.] [다른 세계수와는 달리 새하얗고 아름다운 장관이 특징이었던 열두 번째 세계수. 이곳의 엘프들 역시 피 부가 새하얘서, ‘화이트 엘프라고 불 리기도 한다. 특이하게도 열매를 주 식으로 삼고 살아가는 그들은…….] [중략] [……하여, 초거대 페르소나 게이트 로 인해 새하얗던 숲은 완전히 새카 맣게 물들었고 화이트 엘프는 이 세 상에서 영영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출처: 별빛위키]
“……별빛위키가 출처였냐?”
백유설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지구에 살던 시절, 세계적으로 가 장 큰 위키백과 사이트는 바위위키 였기 때문이다.
별빛위키는 오로지 아이테르 월드 의 플레이어들이 사용하던 작은 사 이트였는데, 아무래도 플레이어들이 만들고 적는지라 내용이 수시로 바 뀌고는 했다.
문득 저기에 적혀 있는 내용은 누
가 작성했고, 또 언제 수정되었는지 궁금해졌으나 머리에서 털어냈다.
어차피 그건 중요치 않으니까.
“숲이 원래 하얀색이었으면…… 여 기는 과거의 잔향이라는 건가?”
백유설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 다. 저 하늘 높이, 구름마저 꿰뚫고 솟아올라 있는 새하얀 세계수가 유 난히도 눈부시다.
마치,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느낌에 백유설은 순간 걸음을 멈칫하였다.
그 순간.
잔상이 보였다.
사람의 잔상.
그러나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뭐야, 이건?’
코트 자락처럼 휘날리는 스텔라 교 복을 입은 흑색 머리칼 소년의 뒷모 습. 한 손에 지팡이를 꽉 쥔 채로 걸 어가는 그 모습은 틀림없는 백유설.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또 다른 백유설의 잔상.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불 과 1초 전, [걸음을 멈칫하지 않은 백유설]의 잔상이었다.
백유설은 멍해진 표정으로 걸음을
멈칫하지 않고서 자신보다 1초 더 먼저 앞서나가는 백유설의 뒤를 쫓 았다. 그렇게 천천히 나아갈 때마다 백유설의 잔상이 서서히 흩어진다.
왼쪽으로 걸어가는 백유설, 오른쪽 으로 걸어가는 백유설, 꿋꿋하게 정 면으로 걸어가는 백유설.
거기서 또 세 갈래, 다섯 갈래, 열 갈래로.
그렇게 67명으로 나뉘어 버린 또 다른 백유설이 이 숲 전체를 배회하 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각각의 백유설들은 서로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세계에서 저들을 인지할 수 있 는 사람은 단 한 명.
이면 세계의 파편을 쥐고 있는, 바 로 진짜 백유설 한 명뿐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백유설은 홀린 듯이,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또 다른 백유설의 뒷모습 을 쫓았다. 세계수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했으나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콰직-!
나뭇가지가 움직이며 또다른 백유
설의 심장을 꿰뚫더니, 비명조차 지 르지 못한 채 즉사해 버린다.
또 다른 백유설을 꿰뚫은 나뭇가지 는 이 세계의 것이 아닌지 새까만 색이었는데 죽어버린 백유설의 잔상 이 사라지자 함께 증발해 버렸다.
“이건…….”
눈앞에서 자기 자신이 죽었음에도, 백유설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을 뿐 정신이 무너지지 않았다.
곧바로 이 상황을 이해한 것이다.
‘알겠다. 이건 게임 속…… 그러니까, 또 다른 내가 죽었던 흔적인 거야.’
이런 경험이 이제는 꽤 여러 번
있었기에 침착할 수 있었다. 또다른 세계의 자신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 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윽!’
심장으로 느껴지는 통증에 백유설 은 가슴을 움켜쥐고서 무릎을 꿇었 다. 동시에, 기억이 들어온다.
숲의 나뭇가지가 자신의 가슴을 꿰 뚫는 상황 그 직전의 생생한 기억 01.
‘기, 기억이 왜……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콰직! 푸슉! 퍽!!
사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끔찍한 살육의 소리. 그와 함께, 백유설의 머릿속으로 무수히 많은 죽음의 기 억이 주입되었다.
‘끄으으윽……
죽음의 기억이 머릿속으로 밀려들 어오자 백유설은 입을 꾹 다물고서 심호흡을 했다. 연홍춘삼월의 가호 가 아니었다면 당장에라도 무너졌을 정도로, 끔찍한 고통이었다.
“크윽, 헉…!”
도합, 66번의 죽음.
그것은 게임 속 백유설이 난이도 높은 [버려진 열두 번째 세계수의 숲]을 혈혈단신으로 도전했다가 사 망한 횟수.
몇 번을 죽든 간에, 솔로 플레이로 공략을 성공해 낸다면 누구든 ‘신 컨’으로 불리던 시절이었기에 백유 설도 본인의 실력을 과시하려고 이 곳에 도전했다가 쓴맛을 보았었다.
그때 백유설은 많은 생각을 했다.
만약 내게도 실드 마법이 있었다면.
만약 내게도 숲을 공격할 수단이 있었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더 쉽고 간단하
게 클리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백유 설은 진지하게 이 캐릭터를 접을까 고민했으나, 끝끝내 도전에 성공하 였고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찬사를 듣는 데에 성공했다.
‘와, 저런 똥캐로 저런 게 가능하 다니!’
고작 그뿐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의 찬사를 듣기 위 하여. 별달리 커다란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닌 이 숲에 발을 들여서, 무 려 66회나 되는 죽음을 맞이한 것 이다.
‘쓸데없는 명예욕과 과시욕 때문
에, 대체 몇 명의 백유설이……!’
백유설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가슴 을 움켜쥔 채 고개를 들었다.
식은땀이 줄줄 홀러서 셔츠가 축축 하게 젖어 들어갔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 눈동자 너머로, 살아남은 단 한 명의 백유설이 마침내는 세계수 로 향하는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힘겹게 일어나서 천천히 또다 른 백유설의 뒤를 쫓았다.
훌렁!
또 다른 백유설의 잔상이 흐릿해지 더니, 세상이 반전되었다.
쿠구구구……!!
화르륵!
사방팔방에서 들려오는 불타는 소 리와 나무 쓰러지는 소리, 그리고 불도저의 기계음까지.
원래의 세계로 돌아왔음은 진작에 깨달았으나 백유설은 굳이 뒤돌아가 지 않았다.
-어어? 백유설이다!
-갑자기 사라져서 놀랬는데…….
천황정팔월과 자력일월의 목소리를 비롯하여 십이신월들의 기척이 느껴 졌으나, 백유설은 그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기억’에 집중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백유설들이 무수히 죽어나 가며 완성시킨 기억.
휘릭!
검은색 나무 뿌리가 음속을 가뿐히 추월하여 백유설의 목을 노리고 날 아들었으나 검을 휘두를 필요도 없 었다.
고개를 간단히 까딱이는 것만으로 도 나뭇가지는 허무하게 허공을 가 르고 지나친다.
발목을 낚아채기 위해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친 수십 가닥의 나 무뿌리는 ‘우연히도’ 같은 궤도로 날아오던 다른 나뭇가지와 부딪혀 상쇄되었고,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거대한 나무 더미는 걸음을 1초 정 도 멈추는 것으로 회피했다.
그것은, 평상시의 백유설이 아니었다.
그는 순간순간의 가속도와 재빠른 반응속도로 인한 검술로 공격을 크 게 회피하거나 튕겨내는 것이 특징 이었는데, 그것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격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숲에서만 큼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무수하게 쌓인 기억들이 백유설을 뒤에서 밀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66번의 실패와 1번의 성공.
그 기억에서 우러나오는 두려움과 자신감이 현실에서의 백유설이 나아 갈 방향을 정확하게 지시해 주고 있 었다.
-어떻게 저런……!
백유설의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은세십일월마저 짧게 탄성을 내뱉었 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전혀 가지 않는데……?
담갈토이월이 눈치를 살살 보면서 말하자 팔짱을 끼고서 지켜보던 청 동십이월이 말했다.
– 이면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인 모양이로군.
– 그게 진짜로 이해할 수 있는 거 였어? 이면 세계가 뭔지조차 나는 모르겠는데…….
자신감 없는 담갈토이월의 말에 연 두림사월이 말을 받았다.
– 그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해요. 우 리는 더욱이 아이테르에 묶여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 그런 거야?
-네. 흐ト지만…… 우리와는 다른, 아이테르에 묶여 있지 않은 존재인 그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 다는 기대를 품고 있었어요.
은세십일월, 연홍춘삼월, 청동십이 월과 금강칠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이해하지 못한 담갈토이월, 자력일월, 천황정팔월은 이 와중에 도 뻘쭘한 표정으로 뒷머리만 벅벅 긁을 뿐이었다.
ーユ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데?
자력일월이 슬며시 끼어들어서 말 하자 은세십일월이 답했다.
-그건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 제는 백유설이 많은 것을 깨닫게 되 었으니, 부디 그 방향이 옳은 방향 으로 향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군.
지금 이 순간, 십이신월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의 영혼을 맡긴 백 유설이 세상을 망가뜨리지 않는 쪽 으로 걸어 나가기를 기도하는 것밖 에는 없었다.
다만, 은세십일월은 살짝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 눈썹을 조용히 찡그 렸다.
‘너무 타이밍 좋게 백유설에게 큰 깨달음을 안겨주었군. 마치 누군가
가 의도라도 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