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543)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543
86. 졸업⑴
시간은 참으로 무심하기 그지없어, 각자의 마음에 크나큰 돌덩이가 내 려앉은 것과는 별개로 빠르게도 흘 러갔다. 어느덧, 스텔라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후 3년이 흘렀다.
올해도 여전히 일만 명이 넘는 ‘천 재’들이 지원했으나 대부분은 떨어
졌고, 그중에서도 극히 일부의 진짜 배기 천재들이 스텔라에 입성할 자 격을 부여받는다.
신입생 입학식까지 한 달.
그리고…… 천 년에 한 번 나타날 까 말까 하다는 ‘축복받은 천재들의 학번’이 졸업하기까지 일주일.
1학년의 모든 학생이 3학년까지 버 티지는 못한다. 각종 사건 사고로 죽 음을 맞이하거나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거나, 혹은 자퇴를 하거나.
그렇다고는 해도 당시 S반에서 가 장 핫하던 ‘에이젤 모르프’와 ‘백유 설’이 잠적을 갖추고 졸업식을 앞두
게 되자, 여러모로 큰 논란이 오고 갔다.
누군가는 백유설이 오지에서 죽음 을 맞이했다고 소문을 퍼뜨렸고, 슬 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뻐하 는 사람도 있었다. 평소 그의 행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선배들이나 그에게 골탕을 먹은 선임 마법사들 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에 들었다.
“……한심하기는.”
홍비연은 반쯤 풀린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후 수업 시간을 빼먹 었지만, 그녀의 학점은 그런 것을 별 로 신경 쓰지 않아도 좋게 만들었다.
아니.
애당초.
일국의 여왕이, 굳이 스텔라 아카데 미의 졸업증을 따내겠다고 출석을 꼬 박꼬박 하는 것도 상당히 이상하다.
심지어 그 일국이 그냥 국가도 아 니고, 초강대국 아돌레비트였으니 학생들은 물론 교수님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제아무리 스텔라 아카데미가 전 세 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마법학교라지 만, 그렇다고 해서 아돌레비트의 여 왕을 품기에는 부담이 상당했던 것.
그녀가 공주였던 시절에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수업을 빼먹든 말든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 게 되었다.
물론, 여왕이라고 해서 새삼 엘트 먼 엘트윈이 그녀에게 딱히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남의 일에 지나치게 신 경을 쓰는 경향이 있어.’
홍비연은 조용히 눈을 감고 봄바람 을 맞이했다. 백유설이 사라진 뒤로 어언 1년이 지나가고 있었으며, 에 이젤이 사라진 이후로도 수개월.
고작 두 사람이 곁에서 사라졌을 뿐인데도, 그녀의 마음에는 커다랗
게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그토록 염원하던 일을 이루었다.
증오하던 언니에게 복수하였고, 모 르프의 진상을 밝혀냈으며, 마침내 는 왕관을 머리에 쓰게 되었다.
하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기쁨은 있었으나, 그것도 잠시뿐.
’……즐겁지 않아.’
차라리, 모든 미래가 막막하고 앞 을 전혀 알 수 없었던 절망스러운 1학년 시절이 더욱 행복했다.
열등감과 질투심에 사로잡혀 있었 던, 철없던 시절의 그때는 곁에서 백
유설이 항상 그녀를 바로잡아주었다.
‘지금의 나는…… 어떻지?’
백유설은 더 이상 그녀를 바로잡아 주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을 정 도로, 이제는 완벽해졌기 때문이다.
마법 사로서 도, 여 왕으로서 도.
여자로서도.
안 그래도 성숙했던 그녀는 성인이 되며, 그 성숙미를 더욱 뽐내게 되 었다. 홍비연이 여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러브레터를 보내는 정신 나간 놈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만 으로도 충분히 그것을 증명했다.
그녀가 악명을 떨치던 1학년 시절
이었다면 감히 러브레터를 꿈도 못꿨 겠지만… 2학년 이후로는 조용히 자 신이 할 일만을 하며 지냈기에 그녀 의 악명이 잦아든 탓도 있을 것이다.
홍비연은 러브레터를 두고 딱히 무 어라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 의 책상과 신발장에 쌓인 그것들을 보고 누군가가 질투해 주길 바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 부질없게 되었지만.’
책상 위에 쌓인 편지를 읽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되었다. 격식 없이 다 가와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시처럼 적어둔 이것들을 읽을 때면, 왠지 모 르게 다시 어려진 느낌이 들었다.
“……재미있냐?”
툭! 옆자리에 긴 생머리의 소녀가 신경질적으로 주저앉았다. 이제는 흑색 머리카락을 장발로 유지하게 된, 풀레임이었다.
백유설이 사라진 그날 이후로 머리 카락을 쳐내지 않아서 그런ス1, 지금 은 꽤나 풍성해져서 땋아서 묶어둔 헤어 스타일이 상당히 아름다웠다.
귀엽고 소녀스러운 분위기는 여전 히 남아있지만, 그 특유의 다가갈 수 없는 아우라는 더욱 강해졌다. 1 학년의 풀레임이 사람들을 몰고 다 니는 인싸였다면, 지금은 오히려 아
웃사이더에 가까워졌다.
그녀가 고의적으로 사람을 밀어내 기 시작한 이유도 한몫할 것이다.
“재미있지는 않아. 다만…… 이걸 읽고 있으면, 마음에 평화가 깃든 것만 같거든.”
“평화는 무슨…….”
풀레임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저 하늘 높이 떠 있는 거대한 검 은색의 구체는 여전히 사라지지도 않은 채, 이 땅을 주시하고 있었다.
“들었어? 수석은 마유성이래. 이번 에 실습 나가서 8리스크의 괴수 토 벌에 큰 공헌을 했다나 봐.”
“별로 관심 없나 보卜? 여왕님씩이나 됐으면 수석 졸업 정도는 따내야 하 는 거 아니야?”
“부질없어. 사실, 스텔라에 들어온 이유도 여왕이 되기 위한 커리어를 쌓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이미 여 왕이 된 이상…… 졸업 따위는 굳이 하지 않아도 그만이야.”
“그럼 굳이 여기서 졸업 논문을 쓰 는 이유는 뭔데?”
풀레임은 홍비연의 책상에 놓인 논 문을 툭툭 건드렸다.
이미 학생의 수준은 한참이나 지
난, 내로라하는 교수 수십 명이 달 라붙어야 해석 가능한 수준의 논문 이었다.
“그냥, 그래야 될 것 같아서.”
그녀는 두루뭉술하게 대답했으나.
사실, 두 소녀…… 아니, 두 여인 모두 이유를 알고 있었다.
스텔라의 졸업장이라도 따내지 않 으면, 그와의 추억이 영영 사라져 없어질 것만 같아서 그랬다.
이제는 백유설이 돌아올지, 아닐지 도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그날 이 후로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고, 하
늘의 저 검은색 구체는 점점 더 크 기를 부풀려만 갔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홍비연은 불길한 검은 구체를 바라 보며 중얼거렸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위 험한 일이 생겼을 때, 더 이상 우리 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거지.”
쿵! 풀레임이 책상을 살짝 쳤다.
“……그런 자식 굳이 안 기다릴 거 야. 저건 내가 해석해내보겠어.”
홍비연은 풀레임의 앞에 놓인 수십 장의 서류를 바라보았다. 이미 마법 적 각인이 되어 있어 허공에 둥실 떠 있는 수백 개의 마법진과 수천 개의 수식,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룬어
그녀는 단순히 고등학생 수준을 넘 어서, 어지간한 대마법사조차도 버 거워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른바, ‘검은 달 해석’ 논문.
저 하늘에 떠 있는 검은색 구체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한 수백 장의 논 문이 풀레임의 앞에 놓여져 있었다.
이제 이 동아리실에는 아무도 찾지 않았기에 저토록 자유로운 연구가
가능했다는 뜻이겠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경이로운 성과였다.
전 세계 최고의 마법사들이 모여서 연구를 진행해도 도저히 보이지 않 던 성과가 그녀의 손에서는 착착 진 행되고 있었으니까.
다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설이 부족해.”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린 풀레 임은 지긋지긋하다는 듯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러게 아돌레비트에 가서 마탑을 쓰라니까.”
“여기가 아니면 연구가 잘 안 돼「
“너도 아닌 척하면서, 결국 학교의 틀에 묶여 있구나.”
“일평생 마법을 연구해 본 게 여기 가 전부라서 그래.”
“정말로 그런 거 맞아?”
“여기가 편하니까, 편해서…… 어?”
홈칫. 흥비연의 목소리가 불현듯 굵어졌다. 아니, 애당초 흥비연의 목 소리가 맞기는 한가?
“뭐, 뭐야?!”
옆을 돌아보니, 홍비연이 아니라 웬 금색 머리칼의 미남이 그녀를 그 윽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등 뒤로 쭉 뻗어있는, 새하얀 날개 한 쌍.
“천사……!”
화들짝 놀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 선 풀레임은 주위를 둘러보다 더욱 놀라고 말았다.
‘뭐야, 아직 동아리실이잖아……?,
보통 천사를 만날 때면 꿈을 꾸듯, 저 구름 위로 올라가 천상에서 만나 고는 했다. 그런데 천사들이 직접 지상에 내려오다니……?
‘홍비연, 홍비연은?!’
“그 아이는 없어. 여기는 네가 있
는 공간에서 약간 어긋난 장소거든. 이 넓은 세계 전부가, 너를 만나기 위해 잠시 빌린 곳이야.”
“동아리실…… 즐거워 보이네.”
“후후, 이런 곳에서 학창생활을 보 냈구나? 그것도 이제는 끝이지만.”
천사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여태까지 본 적도 없던 천사 수십 명이 동아리실을 에워싸고 있었다.
“……너희들, 이제 믿지 않아. 나를 강제로 끌고 가려고 했잖아.”
“응. 그건 미안하게 생각해.”
풀레임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천사
는 슬피 웃었다.
“하지만, 너를 데려가야만…… ‘우 리의 세계’가 살 수 있는걸.”
움찔. 그의 말에 순간 가슴이 철렁 였으나, 풀레임은 더 이상 그런 말 에 현혹되지 않는다. 다 알고 있다. 백유설에게 진작 이야기를 들었다.
“……너희의 세계가 무너져가는 것 은 안타깝게 생각해. 하지만, 그곳은 이미 구원할 수 없어. 나도, 백유설 도.”
“그렇지. 하지만…… 네가 가진 운 명의 힘이라면 무너져가는 우리의 세계가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을
지도 몰라.”
어차피 무너질 그 세계를 구하고 자, 아직 무너지지 않은 이 세계를 포기하라는 뜻이란 말인가. 풀레임 은 그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으나, 애써 말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건, 너무나 가혹한 말이었고.
……천사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되 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 찾아온 이유도 그것 때문이야? 또다시 나를 저 하늘로, 다른 세계로 데려가려고?”
천사는 빙그레 웃었다.
그에 비해 다른 천사들은 어쩐지
슬퍼 보이는 표정이었는데, 무언가 를 굳건히 결심한 듯한 모습이었다.
“사실…… 네가 자는 동안에도 너 를 데려가고자 몇 번이나 시도했지 만, 백유설. 그 아이가 자꾸만 방해 를 하는 통에 그럴 수가 없었어.”
“백유설? 그 망할 아저씨는 진작 이 세계에서 사라졌어.”
“후후, 그럴 리가. 백유설이 정말로 이 세계를 버릴 거라고 생각해?”
아니. 사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 는다. 백유설이 이 세계를 사랑하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풀레임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고 있잖 아.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크는, 준비를 하고 있어.”
“준비? 무슨 준비…….”
“너와, 네 세계를 구하기 위한 마 지막 여행을 준비하는 거야.”
U I »
풀레임이 눈을 크게 뜨자, 천사가 다가와 그녀의 이마를 쿡! 눌렀다.
우린 ‘다른 세계의 너’로서, 이ス4 는 비록 생명이 꺼져가는 별빛에 불 과하지만…… 마지막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마지막 도움? 그게 무슨 소리야?”
“부탁해. 백유설이 돌아올 때까지, 네가 잘 버텨야만, 모든 게 원래대 로 돌아올 거야. 그의 마지막 여정 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훌렁! 세상이 비틀리며, 다시 원상 태로 되돌아오는 감각이 느껴졌다.
머리를 부여잡으며 풀레임이 신음 을 흘리는 와중.
쿠당탕!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홍, 비연……r
옆자리에 앉아 있었을 예정인 홍비 연이 멍한 눈동자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야 뒤늦게 하늘을 내다본 풀레 임은 눈을 크게 뜨고서 경악하고 말 았다.
“저, 저게 무슨……r
하늘에 떠 있는 흑색의 달.
그 한가운데에, 회색 동공을 가진 거대한 눈동자가 새겨져 이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저게 대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