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55)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055
16. 페르소나 게이트 실습(1)
발표회 당일 꽤 많은 사건이 있었 지만, 어쨌거나 그건 그거고 스텔라 아카데미의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 되었다.
“메이젠 티렌 교수님의 몸이 좋지 않아, 내가 대신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연금술학 교수 메이젠 티렌은 모습 을 드러내지 않아서 다른 연금술 교 수가 대타를 맡아야만 했다.
‘어떻게 되려나.’
메이젠은 본디 여덟 번째 에피소드 에 완전히 각성하여, 학교에서 난동 을 부리며 큰 피해를 입히게 된다. 나의 영향으로 그 에피소드가 앞당 겨졌을까? 최소한 대처할 수 없는 수준만 아니라면 좋겠다.
알테리샤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지금쯤 그녀는 연금성과 드 워프 연금술사들에게 행복한 시달림 을 받고 있겠지.
그와는 반대로 나는 한가로웠다.
애초에 말이 공동저자지, 사실상 알테리샤 혼자 진행했다고 세간에 밝힌 덕분이었다. 내게 이상한 관심 이 쏠리는 건 사양이다.
‘알 만한 놈들은 다 알겠지만, 일 반인들은 모르겠지.’
귀찮아지는 게 싫은 탓도 있으나, 애당초 관심이 내게 분산되면 안 된 다. 나는 연금술사로서 무능 그 자 체였으니까. 모든 집중과 관심은 오 롯이 알테리샤에게 쏠려야만 한다.
어쨌든 그런 노력 덕분일까, 나와 관련된 소문은 거의 나지 않았다.
모든 신문의 헤드라인에 ‘알테리 샤’라는 이름이 쫙 깔려 버린 덕분 이었다.
‘야야, 들었어? 알테리샤 조수님 있잖아. 그분이 그, 연공난수인가? 그거 밝혀냈다던데?’
‘응. 들었어. 300년 미해결 난제라 더라.’
‘근데 공동저자가 한 명 더 있다는 데?’
‘일부러 신원 비공개로 했다나 봐. 왜 그랬을까?’
‘글쎄 엄청 못생긴 거 아냐?’
‘아하핫, 그럴 리가!’
그렇듯, 나는 평소처럼 학교에서도 조용히 지낼 수 있었다.
“이상으로 수업을 마치겠습니다.”
이름도 모를 교수의 연금술학 수업 이 끝난 뒤, 강의실을 나서는데 몇 몇 학생이 머뭇거리면서 내게 다가 왔다.
“저기…… 백유설 맞지?”
“어. 왜?”
평소에는 투명인간 취급이더니, 갑
자기 왜 아는 척일까.
“그, 혹시 배고프면 점심이나 같이 먹을까 해서.”
내가 평소에 알테리샤 조수와 친분 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학과 내에 소문이 쫙 퍼진 채였다. 나와 알테 리샤를 싸잡아서 욕하기 위해 ‘둘이 비밀 연애를 하고 있다’는 헛소문이 돌기도 했고.
즉, 그거다. 내가 알테리샤 조수와 친하니까 한 다리 건너서 어떻게 좀 친해져 보려고.
알테리샤가 지금 학교에 나오지 않 고 있으니 나름대로 영리하게 머리
굴렸다고 볼 수는 있겠으나, 나한테 는 귀찮고 거슬릴 뿐이었다.
“미안하다. 선약이 있거든.”
“그래? 크흠, 그럼 어쩔 수 없지.”
이름도 모를 학생들은 아쉽다는 얼 굴로 떠나갔다. 쟤들은 거짓말이라 고 생각하겠지만, 선약은 진짜로 있 었다.
바로 동아리 활동이었다.
강의실 밖을 나서며, 에이젤이 머 뭇머뭇 눈치를 보더니 내게 다가왔 다.
“그…… 가는 건가요?”
“응. 가자.”
“조, 좋아요.”
아무래도 ‘맛집 탐방’이라는 동아 리 활동 자체가 어색한 건지 에이젤 은 뭔가가 굉장히 낯설어 보였다. 무슨 큰 결심을 하는 것처럼 보인 다. 사실 별것도 없는데.
에이젤과 나는 외출을 위해 신발장 으로 향했다. 각자의 신발장으로 이 동하여 캐비넷을 열어 신발을 꺼내 려는데, 무언가 위화감이 들었다.
[육감]
직후, 나는 망설이지 않고 에이젤 을 향해 점멸하였고.
“꺄악?!”
그녀의 뒷덜미를 확 잡아당겼다.
그러자, 에이젤의 케비넷이 열리며 밀가루 폭탄이 터져 나왔다!
퍼엉-!!
“으앗..9″
간신히 밀가루 폭탄의 마수에서 벗 어난 에이젤이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하필이면, 지나가던 다른 사람이 밀가루 폭탄에 맞고 말았다.
그는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 다. 레슬링 선수 뺨치는 굵직한 바 디에, 짧게 깎은 까까머리.
험상궂게 생긴 외모까지 가진 그의 이름은 ‘풍하랑’.
분명흐】, 1학년 S클래스로서 나와 같은 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 저기, 미안하다.”
그러나 그는 내 사과를 받지 않고 서,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 에는 웬 롤빵머리를 한 여자를 중심 으로 세 명의 소녀들이 모여 있었는 더I, 풍하랑의 시선을 받고서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이 짓을 하면서, 즐거웠나?”
“네, 네? 가, 갑자기 무슨 소리시 죠?”
그건 전혀 예상치 못한 뜬금없는 소리였기에 소녀들은 물론 나도 당 황할 수밖에 없었다. 풍하랑은 냉랭 한 시선으로 그 아이들을 쏘아붙였 다.
“자신보다 뛰어나고, 잘난 여인을 고작 밀가루 따위를 묻혀서 괴롭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하는 과 정이 즐겁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가 너무 한심 하고 비참할 테니까.”
“그, 그게 무슨……
롤빵머리의 소녀의 이름표를 확인 해 보니, B클래스였다.
아,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있던가.
에이젤이 왕따 당하는 에피소드는 에피소드 초반부 내내 계속해서 언 급된다. 직접적으로 스토리 내에서 본 적은 없다. 어차피 주인공은 풀 레임 이었으니까.
그걸 이렇게 간접 체험하게 될 줄 이야.
풍하랑의 매서운 시선을 받은 소녀 들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움직이 지도 못한 채 덜덜 떨었다.
“나, 난 몰라! 네가 하자고 해서 한 거야!”
그러다 한 명이 배신하고서 도망치 자, 나머지도 줄줄이 도망치고 말았 다. 그런 와중에도 롤빵머리 소녀는 도망치지도 못한 채 풍하랑의 시선 을 받고 있었다.
저러다 지리는 거 아냐?
풍하랑도 더 이상 위협할 생각은 없었는지 다시 시선을 돌려 밀가루 를 툭툭 털었다. 그러고선 나를 잠 시 바라보더니, 입을 떼었다.
“…너.”
“반응속도가 예리한데.”
그렇게 말한 뒤 쿨하게 밀가루 묻 은 옷 그대로 바깥으로 향하는 풍하 랑.
원작 게임에서는 거의 본 적이 없 던 거 같은데, 뭔가 위압감 자체는 마유성 이상급인 것 같다.
에이젤과 나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가, 갈까요?”
“그래. 마유성이 기다리겠다.”
그렇게… 우여곡절, 첫 번째 동아 리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바깥으로 나서자 마유성이 가로등 에 기대어 룬어라도 외우는 건지 수 첩을 읽고 있었다. 그 자태마저도 퍽 명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하여 지 나가던 여학생들이 그 자리를 떠나 지 못하고 한참이나 근처를 맴돌며 그를 훔쳐보았다.
그는 우리를 발견하고서 수첩을 접 고 미소를 띤 채 다가왔다.
“왔구나. 이제 갈 거야?”
“어. 점심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으 니까, 멀리 갈 생각은 없어.”
애초에 아르카니움만 해도 어마어 마하게 넓었고 음식점의 숫자가 상
당히 많았기에 맛집을 찾으려면 얼 마든지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메뉴는 뭔가요?”
“피 スト. 너넨 좋아해?”
“응. 나는 잘 먹어.”
“저, 저는… 으음, 먹기는 먹죠.”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안다. 에이젤 은 피자를 좋아한다. 그것도 엄청나 게.
플레이어가 에이젤과 친해진다는 선택지를 택할 경우, 좋아하는 음식 등을 선물해 주면서 호감도를 올릴 수 있었는데 그때 가장 위에 있는 음식이 피자였을 정도다.
“그럼, 피자집에 가는 거다?”
* * *
마유성과 함께 거리를 거닐다 보 면, 꽤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난다.
“야야, 저 사람 마유성 아냐?”
“와… 기럭지 봐.”
“모델인 줄 알았네.”
세기의 천재 마법사로서 스텔라에 입학하기 전, 중등부 아카데미에서 부터 두각을 드러낸 마유성은 이미 수많은 언론에 얼굴을 비춘 덕분에
굉장히 유명했다.
고등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쭉 쭉 뻗은 기럭지에 다정다감하고 훈 훈한 인상, 잘생긴 얼굴까지.
아르카니움의 학생들은 대부분이 영재들이었기에, 마법계에서 유명한 마유성을 모를 리가 없었다.
에이젤 또한 마찬가지로 꽤 유명하 긴 했다. 안 좋은 의미로.
“저 옆에는…… 배신자 모르프의 딸이야.”
“예쁘긴 예쁜데, 그래 봐야 쓰레기 의 자식이지.”
다행스러운 점은, 에이젤 본인이
그런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단 점이었다.
‘멍청한 사람들. 헛소문에 속아서 휘두르는 꼬라지가 불쌍하네.’
언젠가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과 연 저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쪽이야.”
그래도 에이젤이 욕먹는 꼴을 보기 싫었던 백유설은 바르게 피자집으로 안내했다.
“너네는 어떤 거 먹을래?”
“나는 네가 먹는 거라면 다 좋아.”
“저, 저도 당신이 먹는 걸로 먹을
게요.”
그러냐.”
피자집에 도착하자마자 백유설은 메뉴판을 빠르게 훑어보고서 주문했 다. 치즈가 듬뿍 들어간 콤비네이션 뭐시기 하는 피자와 롤링 어쩌고 하 는 피자였는데, 에이젤은 하나도 알 아듣지 못했다.
그녀는 살짝 긴장된 표정을 지었 다.
‘피자…….’
듣기로는 많이 들어봤다. 엄청나게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기도 했고.
그러나 기회가 없었다.
피자는 최소 15,000크레딧이 넘어 갈 정도로 값비싼 음식이었는데, 그 정도면 에이젤에게는 거의 열 끼 식 삿값이었다.
오죽 먹고 싶었으면 스스로 치즈와 피망 등의 재료를 준비해서 반죽까 지 해보았으나, 처참히 실패하고 웬 조잡한 음식 혼합물이 탄생하는 바 람에 피눈물을 펑펑 흘렸더라지.
심지어 재룟값이 아까워서 그걸 꾸 역꾸역 먹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땐 정말로 울고 싶었다.
에이젤이 기대 가득한 얼굴로 초조 하게 기다리고 있자, 백유설은 피식
웃으며 피클 접시를 쥐었다.
그녀를 기록해 둔 메모에 ‘피자시 키면 피클국물부터마심’ 항목이 떠 오른 것이다.
“이거 너 먹어.”
“이건..?”
뭐지? 처음 보는 음식이었다. 그렇 다고 물어보고 싶지는 않았기에 혼 자 추측해 보았다.
‘입가심인 걸까? 스테이크도 주문 하면 처음에 빵과 스프가 먼저 나오 니까…….’
그녀는 피클 접시를 이리저리 어루 만지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떻게 먹는 거지……?,
슬쩍 마유성과 백유설의 눈치를 살 폈다. 이런 거 하나 먹을 줄 모르는 바보 취급을 당하기는 싫었기에.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백유설 은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설마, 피자집이 아예 처음인가?’
에이젤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자세 히 알지는 못하였기에, 그녀가 이전 에 피자집을 왔었는지 아닌지도 몰 랐다.
그래서 빠르게 포크를 건네주고서 은근슬쩍 먹는 법을 알려주려고 했 는데, 그보다 먼저 그녀가 움직였다.
갑작스레 피클 접시를 그대로 입술 에 가져다 댄 것! 그러더니 피클 국 물을 그대로 들이켰다.
동그랗게 떠지는 하늘색 눈동자.
‘마, 맛있다!’
이렇게 자극적인 국물은 처음 마셔 본다. 백유설은 안절부절한 얼굴로 진실을 이야기해 줄까 싶었으나, 에 이젤이 하도 맛있게 피클 국물을 계 속 마셔서 포기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마유성도 피클 접시를 만지작대더니, 에이젤 처럼 입에 가져다 대서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마셨다.
“음…… 괜찮네.”
그러면서 산뜻하게 미소 짓는 꼴을 보고 있자니, 무슨 값비싼 레드와인 이라도 마시는 줄 알았다.
“어… 맞아. 그게 피클의 매력이지.”
잠시 뒤, 두 판의 피자가 나오자 에이젤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와, 와아…….”
식욕을 자극하는 치즈의 향긋한 냄 새. 저러다 침 떨어지겠다.
“먹スト. 내가 미리 알아봤는데, 여기 엄청 인기 많더라.”
끄덕끄덕끄덕. 백유설이 피자를 잘
라서 접시에 건네주자, 그녀는 조심 스레 나이프를 들었다.
그러나 피클은 용납해도 거기까지 는 백유설이 용납하지 못했다.
“어허. 어딜 경박스럽게 피자에 나 이프를 대나. 그건 그렇게 먹으면 맛없어.”
“……네?”
“이렇게 먹어야 진짜 맛있다고.”
백유설은 먼저 시범을 보였다.
피자 한 조각을 들고 입으로 콱, 물어서 당기 スト.
쭈우우욱!! 피자의 치즈가 길게 늘
어 났다.
“그, 그게 더 경박스럽……
“오, 재미있겠는데?”
눈을 반짝이던 마유성도 따라서 치 즈를 주욱 늘렸다. 에이젤은 안절부 절못하는 표정으로 나이프와 피자를 번갈아 보더니, 결국 그것을 내려놓 고서 맨손으로 들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피자를 입에 물 고서 주우욱 늘어뜨리는 데에 성공 했다.
“아……广
터져 나오는 탄성.
처음이었다. 정신이 나갈 정도로 이렇게까지 자극적인 음식은. 입안 가득 맴도는 쫄깃한 치즈와 매콤 핫 소스의 향연에 그녀는 정신을 차리 지 못하였다.
‘아아, 치즈 위에서 피망이 뛰놀고 있어. 그것을 흐뭇하게 쳐다보는 파 프리카와 올리브의 조합이 굉장해. 베이컨과 양파가 두 손을 맞잡고 열 정적인 살사댄스를 추고 있어!’
그러다 문득, 감정이 북받쳐 올랐 다. 남들 다 먹는 이깟 음식 하나 제대로 먹지 못했던 지난날이 떠올 라서.
그리고 그런 생각이 전부 사라질 정도로 너무 맛있고, 맛있고, 또 맛 있어서.
행복했다.
울컥, 눈물이 핑 돌았으나 애써 꾹 참아낸 에이젤은 먹먹한 목소리로 말했다.
“……맛있어요. 정말로.”
역시, 오기 잘했다는 생각에 백유 설은 웃었다.
“앞으로는 자주 오자.”
마치 귀여운 참새에게 모이를 주는 것만 같은 뿌듯한 기분.
‘많이 먹어라.’
그래야 앞으로의 고생길에 조금이 나마 힘이 될 테니까.
* * *
“풀레임! 그거 들었어?”
복도를 걷던 풀레임은 어느 여학생 이 소리를 치며 달려오자 표정을 살 짝 굳혔다.
“그래? 그럼 다음에 보자!
우다다다! 소리를 내며 다른 방향 으로 달려가는 친구를 보며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들었다. 벌써 수십 번도 더 들었 다. 또래의 여자애들은 친구만 보면 흥미로운 소식을 알려주지 못해서 안달인 종족이었다.
보나 마나 알테리샤가 연공난수 교 차 술식을 풀었다는 소문을 알려주 려고 온 것이겠지.
하지만 풀레임은 알고 있다. 이 모 든 게 백유설의 소행이라는 것을.
정작 그의 이름은 세간에 전혀 드 러나지 않은 채 ‘신원 비공개’라고
적혀 있었지만…… 어쩐지 풀레임은 스스로를 감추고 알테리샤를 돋보이 게 하려는 그의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근데 공식은 어떻게 풀이한 거ス 1? 미래의 지식이 남아 있었나?’
분명 회귀의 대가로 결정적인 사건 과 서사를 제외한 미래의 지식들은 대부분 잊어버렸을 터.
자신 또한 ‘원작 로판’에 연공난수 교차 술식의 풀이가 전혀 적혀 있지 않아서 알테리샤를 도울 방법이 전 혀 없었는데 상황이 굉장히 좋게 흘 러가고 있었다.
’……아니면 그냥, 정말 머리가 좋 아서 그런 건가?’
어쨌든 ‘미래에는 연공난수 교차 술식이 풀린다’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으니, 알테리샤와 함께 직접 풀어 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거기까지는 깊게 관여할 생각 은 없었다. 백유설과 자신은 정확히 50%의 속마음만을 드러내기로 약속 했으니까.
그보다는 다음 사건을 준비해야만 했다.
‘페르소나 게이트 실습.’
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페르소
나 게이트’가 존재한다. 원작 로판 에서도 끝까지 그 정체가 제대로 밝 혀지지 않아서 많은 원성을 샀던 그 곳은 흑마인들의 힘으로 탄생한 또 다른 차원이다.
페르소나 게이트를 빠르게 공략하 여 처리하지 않으면, 그것이 나타난 장소가 완전히 페르소나 게이트로 물들어버리는데 그곳은 더 이상 생 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땅이 되어버 리고는 했다.
그것을 막기 위해, 마법 전사 생도 들은 어린 시절부터 계속해서 페르소 나 게이트에 대해 공부해왔고 마침내 고등부가 되어 실습을 진행한다.
아마도, 이번의 페르소나 게이트 실습에는 ‘진짜’가 섞여 있을 것이 다. 학교 내에 잠입해 있는 흑마인 들의 패악질이었다.
‘대충 사건의 전말은 알고 있으니 까,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 가 막아야 해.’
그런 고민을 하며 천천히 걷는데, 학생들이 왠지 학급 게시판 앞에 바 글바글 모여 있었다.
“응?,,
무슨 일인가 싶어서 가보니, ‘페르 소나 게이트’에 관한 공문이 내려와 있었다.
그것을 가만히 읽고 있는데, 옆으 로 누군가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풀레임, 안녕.”
“..?,,
부드럽고 따스한 목소리. 그녀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어느 사이엔가 다가온 제레미 황태 자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미소를 지은 채 서 있었다. 풀레임은 의문 스러운 표정을 짓고서 답했다.
“어, 그래.”
“이번에 페르소나 게이트 실습, 나 랑 같은 조 하지 않을래?”
그리 말하는 제레미를 보며, 풀레 임은 헛웃음을 쳤다.
‘얘가 여기서 왜 이런대?’
본디 ‘원작 로판’에서의 제레미 스 칼벤은 에이젤에게 홀딱 반해서 그 녀의 마음을 돌려보기 위해 고군분 투하던 인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에이젤은 결국 마유성과 이 어지게 되었고, 그에 분노한 제레미 는 자신의 권력을 총동원하여 그녀 를 괴롭히기에 이른다.
단순히 무력으로 괴롭힌다면 모를 까, 제레미는 싸이코적인 기질을 발 휘하여 에이젤을 정신적으로 피폐하
게 만들어 서서히 무너뜨려 갔는데, 솔직히 원작을 읽으면서 굉장히 짜 증 났다.
상당히 많은 독자들은 그런 것조차 피폐집착남의 표본이라며 열광했지 만, 풀레임은 그런 성격은 딱 질색 이었다.
“하, 네가 가자면 내가 같이 가 줘 야 돼? 뭘 믿고 그러시나? 응? 이 건방진 면상?”
그녀는 제레미의 턱을 붙잡고서 좌 우로 휙휙 흔들었다. 그러자 제레미 가 당황하여 눈을 크게 떴다.
“딴 여자나 알아보셔. 괜히 찝쩍대
지 말고.”
그런 뒤 풀레임이 쿨하게 돌아서 걸어가자, 제레미는 그녀에게 붙잡 혔던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역시, 특이해.’
그러나 풀레임이 미처 생각하지 못 한 부분이 있었다. 이곳은 ‘로맨스 판타지,의 세계이며, ‘내 뺨을 때린 건 네가 처음이야’의 클리셰는 아주 흔하다는 사실이었다.
‘독특하고, 참신하고, …매력적이야.’
여태껏 그 어떤 여자도 자신에게 이렇듯 막 굴지는 못했다. 그 신선 함이 제레미의 가슴을 마구 울려댔
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 어1, 어쩐지 설렘마저도 느꼈다.
제레미는 풀레임이 그 짧은 다리로 총총 걸어가는 뒷모습을 끝까지 지 켜보았다. 그녀의 모습을 조금이라 도 더 눈에 담고 싶어서.
그런데.
“오, 아ス フ씨. 어디 가? 수업?”
“빵 먹는데 등짝 좀 치지 마라.”
“푸핫, 너 왜케 웃기게 생겼냐?”
유난히 언급도 많이 되고, 자꾸만 거슬리는 짓을 해서 눈에 밟히는 놈 이 등장했다.
제레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살짝 움켜쥐고서, 그 소년의 뒷모습을 노 려 보았다.
‘그 아이는 건들지 마라, 백유설.’
단한 번도 살면서 갖고 싶었던 무언가를 빼앗겨본 적은 없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