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9)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079
21. 소울 체스⑴
애드먼은 차분하게 신문지를 펼쳐 들었다. 뭐가 그렇게 중요했느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신문지의 모든 면을 장식하고 있는 놀라운 소식 하나가 유난히 눈에 띄 었기 때문이다.
[연금술사 알테리人キ, 미래 마공학 신기술을 개발해 내다.]……과연, 신문사에서 호들갑을 떨 만한 내용이기는 했다.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모든 지팡이 의 효율을 몇 배나 늘려줄 수도 있 는 기능에 마법을 저장할 수 있는 스크롤이나 물약에 더불어 신비로운 기능이 잠재되어 있는 ‘아이템’까지.
지금껏 상상해왔던 모든 미래 기술 을 실현시킬 수 있는 게, 바로 알테 리샤의 연금마공학이었다.
“이 정도일 줄이야…….”
얼핏 연공난수 교차 술식의 대단한 점을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연금술 과 마공학의 조합. 그 불가능한 두 연계 기술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치 를 지니고 있다고.
지식이 없는 이들은 그게 어느 정 도인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었다.
애드먼이 딱 그러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확인한 뒤 그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별일은 아니군. 어차피, 아버지께 서 빠르게 움직이고 계실 테니.’
이런 기술을 국가에 들여오는 건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벌써 온갖
기업과 상단, 마탑과 길드에서 움직 이고 있을 터.
아탈렉 가문의 이름으로 아이템을 아돌레비트에 현지화시킬 수만 있다 면 가문의 기반이 탄탄해질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때 그 평민 놈이 건방진 소리를 지껄였었던가.’
뭐? 아탈렉 가문이 거부하여 아돌 레비트 왕국에 아이템을 납품하지 않겠다고?
웃기는 소리. 지금 생각해도 웃음 이 자꾸만 터져 나왔다. 정치와 사 회를 전혀 모르니까, 무식해서 그딴 헛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학파의 학장이 자신들의 신기술을 들고 찾아와, ‘제발 저희 상품을 구 매해 주십시오.’하고 간청해도 모자 랄 판에 갑과 을이 바뀐 줄 아는 멍청한 평민이었다.
‘간만에 정말 재미있는 개그였지.’
현재 아이템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연금성에 아탈렉 공작가의 손 길이 뻗지 않은 곳이 없었으며, 심 지어 스텔라 아카데미 내부의 연금 학자들도 아돌레비트와 깊은 관계를 맺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연금성은 국가 불가침의 영역 이라지만…… 그건 허울뿐인 이야기.
모든 연금술사가 합심하거나, 혹은 미지의 ‘공동저スト’가 직접 발언하거 나, 혹은 그 위대한 ‘황금의 연금술 사’가 나선다면 또 모를까.
고작 평민의 말 한마디에 무슨 일 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그것이 현실 이니까.
따르릉!
그때, 동아리 부실 안쪽의 사무실 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도련님. 전화 왔습니다.”
“그래, 들었다.”
가문을 물려받을 예정인 직계 학생
들은 스텔라 내에 작은 개인 사무실 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꽤 잦았는 데, 심지어 애드먼은 아탈렉의 후계 자인 데다가 가장 큰 동아리 중 하 나인 붉은 매의 부장이었기에 사무 실의 규모가 상당했다.
그 덕분에 고작 학생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애드먼 아탈렉의 사무실 에는 무려 전화기가 배치되어 있었 다.
전화기가 얼마나 희귀한지를 생각 하면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 도 스텔라였기에 전화 자체는 흔하 디흔하다지만, 고작 동아리 부실에 전화기가 설치되어 있다니.
애드먼은 기품있는 걸음으로 걸어 가 수화기를 들었다.
“애드먼 아탈렉, 전화 받았습니다.”
-..아들아.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다름 아닌 아버ス]. 이렇게 직접 전 화를 주는 일은 드물었기에 애드먼 은 살짝 놀랐다.
“무슨 일이시죠?”
– 방금, 연금성에서 연락이 왔다.
“오, 역시 아버 ス]. 발이 빠르신….”
– 아탈렉 공작가에서 거부했다는 이유로, ‘알테리샤 학파’ 소속의 연
금술사들이 조국에 아이템의 납품을 중단했다는구나. 혹시, 이에 대해 아 는 바가 있느냐?
“……예?”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버지가 해주신 저 말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였으니까.
머리가 멍해졌다.
믿을 수 없는 말이었으니까.
“하, 하하…. 아버지, 농담도…. 제 가 왜 알테리샤 학파에게 그런 말을 하겠습니까……?”
-하지만, 사실이다. 연공난수 교차 술식의 ‘공동저자’가 직접 그렇게 발언했으니까.
**……예?”
공동저자라니.
그런 사람, 만난 적도 없단 말이 다. 그러다 퍼뜩 드는 생각.
’……설마, 백유설이?’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그와 별개로 등골이 서늘해졌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줄줄이 맺혔다.
“아니, 그, 저…….”
그는 말을 잇지 못한 채 한참이나
더듬거리다가, 간신히 같잖은 희망 한 줄기를 붙잡아보았다.
“아, 아무리 그래도 감히 아돌레비 트 왕국을 거부하다니요…. 말이 되 지 않습니다.”
-……그래. 아돌레비트는 불의 왕 국으로서, 스텔라 아카데미에조차 감히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
“예, 그러니까……
-하지만! 그건 마법계에 한정된 이야기다. 아들아, 너는 조국의 공학 기술력이 대부분 어디에서 나오는 줄은 아느냐?
“그야 물론……
마공학으로는 흑철제국.
연금술로는, 연금성이다.
거기까지 깨닫고서, 애드먼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하지만…… 저희가 연금성에 얼마 나 지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아버지도 아시지 않-”
– 흐!아..
아버지는 애드먼의 말을 끝까지 듣 지도 않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싶구나. 너의 비상한 머리를
높게 사서 믿고 있었거늘.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더냐.
애드먼은 숨도 쉬지 못하고, 아버 지의 말을 경청하였다.
-아들아, ‘기술혁명’이다.
“…예?”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기술이다. 고대의 유물이라 불리던 ‘아티팩트’ 와 버금가는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란 말이다.
“아, 아티팩트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지금도 수많은 연금술사들 이 알테리샤 학파에 가입하는 와중 이고, 심지어 ‘황금의 연금술사’ 활
석코든조차 알테리샤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더구나.
“아..?”
활석 코든이라고?
그 황금의 연금술사가, 정말로?
‘뭐야 이게……
생각보다 더, 규모가 크잖아.
-그래. 네 말이 맞겠지. 제아무리 혁명적인 기술이라고 해도, 결국 아 돌레비트를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 다.
아돌레비트 왕국이다.
세계 최강대국, 아돌레비트란 말이
다. 마음만 먹으면, 연금성을 흔드는 것쯤은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하지만…… 그건 정치적으로도, 외 교적으로도 상당한 잡음을 감수해야 만 했다. 그렇기에 현재 조국은 조 용히, 최대한 평화적으로 타협안을 찾기를 원했다.
아마도
연금성 또한, 아돌레비트가 평화적 으로 나올 것을 알기에 저런 과감한 짓을 서슴지 않고 저질렀겠지.
자신들을 터치하지 말라고.
그 힘을 과시하기 위해.
즉, 아탈렉 가문은 연금성의 정치
적인 수단에 이용되고 있을 뿐이었 다.
-먼저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 아들 아. 네가 움직이지 않아도 머지않아 조국은 연금성과의 거래를 재개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실크로드에 아탈 렉의 이름은 없겠지.
애드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 다.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들아. 다시 한번 묻겠다. 이 사 건어】, 네가 관련되어 있느냐?
애드먼 아탈렉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 았고, 그건 이미 충분한 대답이었다.
아버지는 한참을 침묵하였고, 마지 막으로 그리 한마디를 남기고서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네가 자초한 일이니, 네가 어떻게 든 해결하거라. 나는 상층부와 이야 기를 나눠봐야겠다.
뚝!
띠. 띠. 띠….
비프음을 들으며, 애드먼은 멍하니 수화기를 바라보았다.
“아니, 잠, 이게 무슨……”
생각을 정리해 보자.
……정리할 필요도 없었다.
애드먼은 입술을 꽉 깨물고서, 벽 에 이마를 쿵! 박았다.
‘백유설을… 만나야 한다.’
연금성이 저 말을 철회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백유설을 만나 그와 똑바 로 이야기를 나눠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에게 저지른 일들이 너 무나도 많아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애초에 이깟 일로 평민 따위에게 자존심을 굽힌다는 행위 スト체가, 아 직까지도 용납되지 않았다.
그는 떨리는 눈으로 홍비연을 돌아 보았다. 그녀는 통화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까와 같은 자세로 티타 임을 즐기고 있었다.
“……비연아.”
“네, 말씀하세요. 선배.”
살짝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홍비 연. 그녀 또한 지금 벌어지는 상황 이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슬슬 눈치챈 것이다.
애드먼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그 역겹고 증오스러운 이름을 입에 담 았다.
“…백유설과의 자리를, 네가 마련
해 줄 수 있겠나?”
그러자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홍 비연은 한참이나 말없이 가만히 그 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생각이 정리되었는지 홍비 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자리를 마련해볼게요.”
* * *
스텔라의 별탑에 위치한 어느 카 페. 친구가 별로 없는 데다가 공부
를 할 일이 거의 없는 나는 잘 오 지 않는 장소지만, 그럭저럭 평민이 거나 부잣집이 아닌 학생들은 꽤 자 주 온다는 가성비 좋은 카페였다.
장소는 홍비연이 골랐는데, 주변에 상당히 많은 수의 학생들이 오순도 순 모여서 공부를 하거나 수다를 떨 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일부러 이목의 집중을 받기 위하여 그런 것 같다.
나와 홍비연이라는 어울리지도 않 는 조합이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있자니 학생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쏠리는 건 당연하였다.
“저기, 쟤들 마법 전투학과 애들이 야.”
“1 학년의 S클래스네……
“홍비연 공주님이잖아?”
“그러게. 저 평민이라는 무슨 일이 지?”
그들이 무어라 떠들든 말든 홍비연 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커피. 안 시키냐?”
“……주문할 거야.”
아마 어떤 커피나 차를 준비해와도 그녀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홍비연이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향하여
종업원을 호출한 뒤, 커피를 주문하 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랑….”
“네. 그리고요?”
“크리스탈 매직 커피머신으로 5초 정도 급속 예열한 데미타세 잔에 탈 리비카종 레인포레스트 하이마운틴 원두로 프렌치 아탈비카 로스트에 3 〇초 안에 필터 추출한 에소프로세로 한 잔 주세요.”
“……네?”
“다시 말해드릴까요? 크리스탈 매 직 커피머신으로……
“아, 아니 잠깐만요. 다시 말씀해
달라는 게 아니라… 주문이 너무, 그……
“안 돼요?”
“그건, …아뇨 돼요……
종업원은 한숨을 푹 내쉬고서 고개 를 떨궜다. 저 귀찮은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워낙 쥐꼬리만 했던 탓이다.
나도 내가 진상이고 쓸데없는 개고 생을 시킨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공주님이 저걸 좋아하는데.
“설탕을 티스푼으로 반 스푼.”
종업원은 정말 가지가지한다는 표 정으로 열심히 뭔가 도구를 만지작 거렸다.
한참을 기다리니, 바리스타가 똥 씹을 표정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 한 잔을 들고 나왔다.
그것을 들고 테이블로 돌아가 흥비 연에게 건네니, 그녀가 놀란 듯 눈 을 동그랗게 떴다.
왕궁에서 마시던 것보다는 그 퀄리 티가 많이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좋 아하는 커피가 나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고서 꽤 만 족스러운 듯 커피를 흘짝였다.
저 커피의 가격이라고 해봐야 고작 해야 8천 크레딧 정도인데, 하도 우 아하고 기품 있게 마셔서 그런지 무 슨 100만 크레딧짜리 커피를 마시 는 것 같다.
‘흠, 슬슬 시간이 됐는데.’
오후, 13시 29분.
약속 시간 1분 전.
정확한 시간에, 카페의 문이 열리 며 애드먼 아탈렉이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선배님.”
그는 예전에 봤을 때보다 10년은 더 늙어 보였는데, 나와 눈이 마주 치자마자 증오스러운 눈빛을 지었으 나 이내 표정을 애써 바꾸었다.
평상시에 맨날 끌고 다니던 그 빵 셔틀 패거리는 보이지 않았다.
애드먼은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다가와 주변을 살폈다. 이렇게 사람 이 많은 장소가 썩 마음에 들지 않 는 듯했으나, 내가 이곳을 선택했으 니 그는 따를 수밖에 없다.
“아메리카노 두 잔에 에스프레소 한 잔 시켜놨습니다. 아, 참고로 더
치페이입니다. 지금 돈 주세요.”
“……뭐?”
“안 줄 겁니까?”
내가 손을 내밀고서 재촉하자 애드 먼은 1만 크레딧 지폐를 꺼내서 넘 겨주었다.
이게 웬 횡재람. 아메리카노는 5천 크레딧밖에 안 하는데. 이득 봤다.
그는 앞자리에 착석하고서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나는 아메리카노에 빨대를 꽂아서 소리가 나도록 빨았다.
쪼옥-쪼옥-호로로록-
커피는 금세 동이 나버렸고, 나는 의도적으로 손목의 시계를 확인하였 다.
“음. 부르셨으면 말을 하세요. 커피 도 다 마셨는데 저는 이만…….”
“그때의 일은.”
그제야 마음이 급해졌는지, 애드먼 이 입술을 떼었다.
“……미안하게 되었다.”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위대한 아탈렉 공작가의 후계자가 고작 평 민 따위에게 사과를 했다.
이 자체로, 평민은 만족해야 했다.
그래야만 한다. 이 자체로도 과분하 니, 받아들여야 한다.
…아마 그렇게 생각하니까 사과를 저따위로 저렇게 대충하는 게 아닐 까?
나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러고요?”
“……뭐?”
“그게 끝인가요? 돌아갈게요.”
“자, 잠깐! 나한테 바라는 게 뭐 냐!”
황급히 소리를 친 뒤, 애드먼은 주 변을 살펴보았다. 온통 시선이 집중
되어 있다.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
“너, 너 이……广
애드먼은 당황하여 말을 더듬다가, 재차 말을 이었다.
“내가 미안하다! 진심으로 사과할 게. 평민이라고 무시한 데에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 그러니 부 디 일전에 했던 말을 철회하면… 안 되겠나?”
웅성웅성.
학생들이 아주 작게 수군대기 시작 했다. 애드먼이 나를 본격적으로 괴 롭힌다는 사실은 교내에 널리 퍼져
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에, 이 상 황이 굉장히 혼란스러운 것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보통의 경우라면 말이다.
나는 이런 억지 갑질을 통한 억지 사이다 상황에서 희열을 느끼는 성 격이 딱히 아니었고, 이미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
다만, 굳이 이러는 이유는… 애드 먼 아탈멕이라는 홍비연의 사망 플 래그를 최대한 억제하려는 것이다.
그는 무력적으로 그리 강대한 인물 이 아니다. 물론 열아홉에 4클래스 는 참으로 대단한 수준이나, 애드먼
의 한계는 딱 거기까지다.
그 이상으로의 성장은 정체될 것이 고, 아마 앞으로는 마법사보다는 정 치인으로서 살아갈 것이다.
즉, 애드먼 아탈멕으로부터 비롯되 는 위기는 물리적인 위협이 아니라 정치적인 위협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그에게서 ‘정치적인 힘’을 조금씩 빼앗을 생각이다.
당장 아탈렉 공작가라는 위대한 가 문을 등에 업은 그를 한 번에 몰락 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의 가치가 서서히 떨어 지고 홍비연이 혼자서 올곧게 설 수
있게 되는 날이 오는 순간…… 애드 먼은 온전히 혼자서 무너져내릴 것 이다.
나의 노림수는 고작 그런 것이다.
내게는 그 어떤 세력도, 뒷배도 존 재하지 않는다. 그저 그를 조금씩 갉아먹어서, 홍비연이 삼킬 수 있도 록 도와주는 것.
그뿐이다.
¹¹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나는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평범한 종이가 아닌 ‘마력지’였다.
이 위에 그리는 무엇이든, 마법적 으로 발현되는 신비로운 종이.
말은 거창하지만 사실 동네 문방구 에 가도 살 수 있는 흔한 종이다.
다만, 이 위에 적히는 내용이 특별 한 경우에는 조금 다르겠지만.
“서약서..
내가 미리 작성해 온 내용을 읽고 서 애드먼은 얼떨떨하게 중얼거렸 다.
그렇다.
서약서다.
그것도, ‘마력의 서약서’.
“저랑 내기합시다. 종목은 ‘소울 체스’. 만약 여기서 제가 지면, 했던
말을 철회하고 오롯이 아탈렉 가문 을 통해서만 아돌레비트 왕국에 아 이템을 납품하겠습니다.”
내 말에 눈•이 번쩍 뜨인 애드먼.
“단, 제가 이길 경우에는…….”
그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서, 뒷 내용을 읽었다.
“아슬란 세미나의 ‘고정 참석권을 제게 양보하세요.”
”뭐, 뭐라……! 너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싫음 말구요.”
“자, 잠깐!”
아슬란 세미나.
유구한 전통을 가진 마법명가의 자 제들이 모여서 학술적인 집단토론을 하는 공중토론 모임회.
마법명문가 중에서도 진정한 명문 들만이 참여할 수 있으며,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면 참석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토론 도중에 쫓겨날 수도 있는 아주 살벌한 토론회이다.
아슬란 세미나에 참석하는 조건은 총 세 가지이다.
‘작년에 참석하여 훌륭한 논문을 선 보여, 후년의 참석을 인정받거나.’
‘아슬란에 발표할 수 있는 논문을 보유한 채, 참석권을 양도받거나.’
‘올해의 떠오르는 샛별 12인에 들 거나.’
애당초 ‘고정 참석권’이라는 단어 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작년에 참석 하여 훌륭한 논문을 선보이는 것으 로, 후년의 참석권을 보장받는 행위 를 수십 년간 계속하는 것이 고정 참석권처럼 보일 뿐이다.
즉, 매번 참석하는 가문이 계속 참 석하게 되며 매년 12인의 떠오르는 신인 마법사들이 새로이 참석하게 되 지만 대부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퇴장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렇다고 그 12인에 드는 게 쉬우 냐? 그것도 아니다.
단 1년뿐이라도, 어쨌든 아슬란 세 미나에 참여한 것 자체만으로 큰 영 광이었기에 전 세계 각지의 천재 마 법사들이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엘프, 수인, 천사, 드워프,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종족 중에서 단 12인 을 가린다는 말이다.
이렇듯, 세계 각지의 천재 마법사 들이 참여하고 싶은 만큼 계속해서 아슬란 세미나에 참석하여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은 그 자체를 일 종의 ‘권려으로 여긴다.
왜냐.
아슬란 세미나에서 마법적인 능력 을 증명해내지 못하면 그 즉시 쫓겨 나 다시는 참석할 수 없으니, 고정 으로 꾸준히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마법명가’라는 사실을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탈렉 공작가는 몇십 년 동안 아 슬란 세미나에 개근하는 중이었고, 그건 그들의 힘을 뒷받침하는 아주 큰 요소였으니…… 나는 그것을 노 려볼 생각이다.
당연히.
수지타산이 전혀, 저어언혀 맞지 않는 거래이다.
제아무리 아이템이라지만, 아슬란 세미나의 참여 자격이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 나 있었으니.
소울 체스라… 흐卜, 재미있는데.”
애드먼 아탈렉의 소울 체스 실력은 이미 교내에서 우열을 가릴 사람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며, 심지어 세계 대회에도 출전했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
절대로, 자신의 패배를 염두에 두 지 않을 것이다.
“……좋아. 계약서에 서명하겠어.”
마침내 애드먼 아탈렉은 자신만만 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들었 다. 자신의 피를 뽑아서 서명하면, 마력의 서약은 성사된다.
“서약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진 아 시죠?”
“당연히 알고 있지. 서약을 어기는 순간, 모든 마나를 잃는다. 그건 너 에게도 마찬가지야.”
“당연하죠.”
…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나는 마 나가 원래 없어서 이걸 어겨도 딱히 달라질 건 없긴 하다.
그렇다고 질 생각도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