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
하꼬 기타인생의 끝
기타로 밥 벌어먹고 살기는 아주아주 힘들다.
중 2 즈음 처음 일렉트릭 기타를 시작해 보려 했을 때 들었던 말이다.
-선생님은 뭔가요?
-나? 주유소 알바하는데?
-여기서 학생들 가르치고 계시잖아요.
-이건 그냥 부업이야 부업.
주유소 알바가 본업인가. 보통 말할때는 반대로 말하지 않나?
당시에는 참 이상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다.
방과후에 학생들을 모아 가르치는 ymca 강사 쯤 되는 사람이 그런 말을 내뱉다니.
중학생한테 조금 희망적인 말 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나 라며 친구들과 투덜거리곤 했다.
“근데 사실이군.”
나는 유튜브를 확인했다.
요즘 한창 인기가 많은 씹덕곡을 커버해서 올린 영상의 조회 수 899회.
조회수가 낮기도 낮거니와 커버곡은 대개 원작자에게 수입이 가기에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거의 없었다.
“에휴 그럼 그렇지 뭐.”
나는 현실에 안주하기로 했다.
김수재
나이 35세.
e급 기타세션.
연주력 대략 b급.
만약 눈앞에 상태창이 떠오른다면 이 정도로 나열되지 않을까 싶었다.
매일매일 세션 구직 사이트나 탐색하는, 특이점이라곤 2학년 때 예대 자퇴한 것밖에 없는 스펙.
일렉트릭 기타는 아주 매력적인 악기였다. 남자의 마음을 울리는 찢어지는 듯한 게인 톤이나, 물방울이 금속에 떨어지는 듯한 까랑까랑한 클린톤이나.
밴드 내에서는 보컬 다음으로 눈이 가는 존재이기도 하고, 이성을 꼬실 때도 써먹기 좋은 악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타로 돈을 벌기는 아주 어렵다.
A급으로 이름빨 날리는 기타세션이 되어서 한 프로에 50씩 가져가거나, 인디 밴드를 만들어서 마이너에서 뜨거나.
아니면 유튜브도 있다. 커버곡, 자작곡을 올려서 수익을 얻거나.
나머지는 ··· 기타강사 정도인가. 근데 애초에 이건 스펙이 졸라 좋아야 한다.
“··· 한 프로에 8 이라니···”
비대면도 아니고 대면 요청. 게다가 수원까지 가야 한다.
차비 값 빼면 남는 돈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길이 힘든 것은 알고 있었고, 내가 선택해서 걸은 길이니까.
큼지막한 멀티이펙터가 든 가방을 들고, 등에는 기타를 짊어졌다.
레스폴스타일을 요구했기 때문에 당연히 소프트 케이스 안에는 레스폴이 들어 있었다.
200에서 좀 더 얹어 더 주고 중고로 들인 깁슨사의 물건인데 ···
‘존나무거워···’
어깨가 빠져버릴 것 같았다.
보통 이 정도 급 되는 기타는 하드케이스에 넣어 다니는 것 같은데.
하드케이스 까지 가져온다면 진짜 팔 한쪽이 빠져서 어디 나뒹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나는 오른손 상태가 좀 안좋다.
사고 때문에 수시로 약한 전기가 흐르는 느낌이 난다.
왼손이 안 다쳐서 다행이건만.
소중한 악기를 푹 끌어안은 채 지하철에서 존버하기를 몇십 분.
계단을 올라 한참을 걸으니 낡은 상가가 나왔다.
상가 건물의 지하. 꾸덕꾸덕한 냄새가 나는 녹음실에, 드디어 도착했다.
“김수재씨죠? 반갑습니다~”
맞아준 것은 후덕한 인상의 사내였다. 근데 땀이 ··· 땀이 정말 엄청났다.
“에어컨이 고장 나서요~ 좀 참아주세요~”
에이 씨발!
이 날씨에 불러낸 것도 모자라서 에어컨까지 고장났다고? 지하잖아?
나는 밀려오는 짜증을 간신히 억눌렀다.
“아 넵 ··· 그럼 준비되는 대로 들어가겠습니다.”
“바로 쳐주시면 돼요~ 이펙터만 연결하세요.”
“···.”
대면 요청을 해서 앰프 마이킹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앰프 특유의 사운드를 잡기 위해서 부른 건줄 알았는데.
세션 녹음실에 덜렁 나와 있는 것은 미니 usb포트 뿐이었다.
컴퓨터로 바로 뺄 거면 왜 부른 거야?
“그, 그러죠 뭐.”
“잘 부탁합니다~”
악보는 이미 태블릿에 저장되어 있는 상태였다. 기본적인 흐름과, 코드만 잡아 준 수준.
솔로는 따로 넣어야 했다.
‘대충 스케일 후리자.’
한 프로는 약 4시간 정도다. 의뢰주의 수정사항 몇 개를 수행하고 나니 3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이야, 좋네요. 사실 유튜브 보고 연락드렸거든요.”
“유튜브요?”
평균 조회수 500인데.
저번에 899 나온 건 어느 정도 잘 나온 수치였다.
“제 직업상 커버곡 많이 둘러보거든요. 일반인들 실력은 다 거기서 거긴데, 유독 눈에 띄시더라고요.”
“아··· 고맙습니다!”
구독자 200명이 됐던가?
다 씹덕이겠지. 사실 나도 반절은 씹덕이라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되게 잘 치시던데요. 조잡하기도 하면서··· 뭔가, 맛깔 난다고 해야 하나?”
“하하 ··· 조잡하고 맛깔난다라 ···”
그런 의견을 내놓은 것은 이 사람이 처음은 아니었다.
어느정도 기타를 칠 줄 아는 사람들은, 내 연주를 보고 뭔가 맛깔난다고 했다.
물론 그 말 끝에는 반드시 조잡하다는 평가가 덧붙여졌다.
맛깔나면서 조잡하다.
아마 조잡함은, 사고 당한 오른손 때문이 아닌가 싶었지만 맛깔난다는 평가는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피킹 하모닉스도 되게 특이하시고요. 하모닉스 볼륨감이 상당한데 무슨 비법이 있으세요?”
“그냥 손가락이 두꺼워서 그래요.”
“어디 보자 ···”
후덕한 남자는 내 오른손을 살펴보았다. 오른손 엄지. 나는 그곳의 살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두꺼웠다.
“와 신기하네 ··· 이래서 소리가 달라지는 거구나.”
“하하, 하모닉스 하나는 자신 있죠.”
후덕한 남자는 바로 봉투에 8만 원을 담았다.
“다음에도 연락드릴게요~ 가상 악기는 맛이 너무 안 살아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살펴가세요. 아,”
그는 할 말이 남은 것처럼 뒤돌려던 나를 불러세웠다.
“앞으로 좋은 일 하나 생길 겁니다.”
“…네?”
“손금 봤거든요. 되게 괜찮던데요.”
“감사합니다.”
덕담 방식이 특이하네.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나는 흥건히 피부를 적신 땀을 닦은 다음에 눅눅한 지하에서 나섰다.
이미 해는 거의 저물어 버린 상태였다. 여름밤 특유의 선선함.
중간에 소나기라도 한 번 내리쳤는지, 꿉꿉한 느낌은 더 이상 나지 않았다.
“흠흠~”
이걸로 거래처를 하나 뚫은 샘인가?
의뢰주의 마음은 변덕이 심해서 사실 다시 부를지 안 부를지는 모른다.
현재 시간은 8시 10분.
하루를 끝내기에는 아직 일렀다. 나는 카톡을 살펴보다가 문뜩 익숙한 이름 하나가 눈에 걸렸다.
이민수 : 야, 기타좀 같이 봐줘라
이민수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예전에 같은 밴드에 몸담았던 친구다.
최근에는 너무 바빠서 연락 한 번 안 오더니, 갑자기 카톡을 보냈다.
-기타? 백만년 만에 연락해서 뭔 소리냐.
-나 기타 부숴짐
-ㅋㅋㅋ 왜
민수는 예전에 메이저로 들어갔다. 기타실력 자체도 워낙 좋고, 얼굴도 준수하고, 노래도 잘 부른다.
나랑은 완전히 다른 놈이다.
Tv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재능러의 표본. 예대 자퇴생인 내가 기타세션을 할 수 있는것도, 초반에 민수가 어느정도 일거리를 던져줬기에 가능했다.
누구누구 세션 담당, 이런 타이틀을 만들어 준 것이다.
-무대에서 퍼포먼스 하다가. 낙원 좀 같이 가자.
-그래
백만년만에 보는 메이저 친구의 얼굴.
나는 살짝 들뜬 상태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때,
뿌직-
등에 짊어지고 있던 소프트케이스에서, 마치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 안 돼···!”
200만원이 넘는 건데!
나는 급히 상체를 숙이며 기타를 받아내려 했다. 하지만,
텅 – 터덩-!
아래로 쑤욱 빠져버린 기타는 몇 번을 회전하며 비에 젖은 도로로 굴러갔다.
“이런 시발 ···”
내 몸 vs 몇백만 원짜리 기타
선택은 당연히 후자이다. 나는 도로 상황을 살피며 기타가 미끄러진 곳으로 뛰었다.
다행히 차가 많이 다니지는 않았다. 여느 이야기처럼 트럭에 치여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
“···어.”
몸이 부양했다. 정말,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공중에 떠올랐다.
키가 3미터는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천지가 흔들리는 시야, 공중제비를 몇 번이나 돌다가 간신히 맞춰진 초점.
중앙선 가드레일을 통째로 날려버린 자동차가, 저 멀리 미끄러져 나갔다.
“이게 뭐···야.”
난 그냥, 그렇게 죽었다.
보잘것 없는 하꼬인생이 끝났다.
수 만명의 관객을 채운 채, 솔로를 연주하는 광경을 몇 번이나 머릿속에 그렸던가.
꿈 하나 이루지 못한 인생.
죽었는데도 의식이 남아 있는 것은 대체 뭘까?
의식이 남아있다는 것은, 천국이나 지옥도 있다는 뜻이 아닐까?
‘교회다닐껄.’
35살의 내가 마지막으로 한 생각이었다.
암흑이 찾아왔다.
재깍 재깍···
죽었는데도, 초침 소리가 계속 귀에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무언가 보드라운 것이 나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게 느껴졌다.
놀랍게도···!
정말 놀랍게도.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죽기 전의 나는 졸음과는 거리가 먼, 그런 상태였는데 대체 왜 ···
하지만 그런 기분 조차 금새 쪼그라들었다. 귀를 직접 때리는 찢어지는 듯한 소음 때문이다.
“언제까지 자빠져 잘 거야! 벌떡 일어나!”
침대에 누워 있는 나를 깨운 것은,
얼굴에서 주름이 거의 사라진, 젊은 어머니였다.